디아워스

 

감독: 스티븐 달드리 출연: 메릴 스트립(클라리사 본), 제프 다니엘스(마이클), 니콜 키드만(버지니아 울프), 미란다 리차드슨(바네사 벨), 토니 콜레트(키티), 앨리슨 재니(샐리), 줄리안 무어(로라 브라운), 존 C. 라일리(댄 브라운), 클레어 데인즈(줄리아), 에일린 앳킨스(바바라), 에드 해리스(리처드)


1 # 리뷰[ | ]

유명한 마이클 커닝햄의 원작과 조용하지만 놀라운 힘을 보여준 영화 빌리엘리어트의 감독 스티븐 달드리, 메릴스트립과 줄리안무어 그리고 현재 헐리우드의 최강의 여신 니콜 키드만까지...시놉시스를 떠나서 참여 인물의 면면으로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결정하는 편인 필자로서는 간만에 걸출한 작품이 탄생했으리란 기대 속에서 비디오를 빌리게 되었다. 흥행 관점이나 대중성에서 벗어난 작품들이 좋은 점은 대여가 언제든지 쉽다는 점이다. 이번 경우도 며칠간 다른 비디오를 빌려다 보면서 내심은 본작을 집으러 가서도 다른 흥행작이 운 좋게도 자리에 꽂혀 있으면 일단 고놈 먼저 집어들게 되다보니 서너번의 시도를 지나서야 보게 되었는데 진작에 시덥잖은 영화 제끼고 이걸 볼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런 영화다.

극장에 갈 기회를 거의 못 만들고 있는 필자로서는 비디오나 디비디를 빌려서 집에서 주로 감상을 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요즘엔 영화감상에 꽤나 심각한 장애가 생겼는데, 바로 어떤 영화장르를 막론하고 밀려오는 졸음을 참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조금만 영화가 루즈해지면 여지없이 졸고 있는 나를 보면서 아내가 혀를 차는 경우가 허다한데 심지어는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을 보다가도 중간에 졸았을 정도다.

이쯤되면 디아워스는 내용 전개나 영상처리 면에서 수면용 영화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단 한순간도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만큼 영화 전반에는 꽉 들어찬 기운이 느껴진다. 세 여자의 연기 자체가 압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메릴스트립이야 잘해도 본전 소리를 들을만 하니까 논외로 치더라도 완벽한 분장 못지않은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는 니콜이나 많은 이들이 기대를 크게 넘어서는 호연이라고 평가하는 줄리안 무어가 시대를 초월한 "여자의 인생"을 단 하룻동안에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버지니아 울프가 극중에서 말하듯이 힘겨운 삶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는 것은 남녀를 구분할 일이 아닐지 모르나 분명 세 여배우의 연기력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본작은 여성영화로 분류할 수밖에 없는 성격인 것이다.

특히 1950년대의 로라 브라운은 겉으로 보기에 더없이 평온하고 단란한 가정을 이룬 주부이지만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어려운 힘겹고 고독한 자신과의 싸움을 보여주면서 세 여자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고 있는데 아마도 이런 식의 중산층 가정의 주부가 가진 우울증은 시대를 막론하고 공통적인 아픔이지 않을까 하는데 생각이 미치자 아내에 대한 연민까지 겹치면서 가슴 한편이 저려올 지경이었다.

현재를 살아가는 미세스델러웨이, 메릴 스트립은 또다른 삶의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오랜 친구이자 옛연인이었던 리처드(로라의 아들)의 동성연애에 이은 에이즈 투병....그녀 자신도 동성연애자인 클라리사(메릴 스트립)는 리처드의 병 간호에 전력을 다하면서 문학상 수상기념 파티를 통해서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리처드에게 가진 마음의 짐과 스스로에 대한 짐을 모두 덜어내고자 한다. 결국 리처드의 비극적인 자살로 본의 아니게 마음의 자유를 얻게되지만 슬픔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녀 자신의 인생에 맞설 용기를 얻는 계기가 아니었을까.

니콜 키드만은 갈수록 무르익는 미모와 연기력을 보여주는것 같다. 필자는 그녀를 볼때마다 왠지 유사한 경우를 겪고 승승장구하는 이미연을 떠올리게 되는데, 물론 두 사람의 이미지는 판이하게 다르긴 하다. 니콜은 신경질적인 버지니아 울프의 내면연기를 나름대로 잘 소화하기는 했지만 그녀에게 적격인 역할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의 느낌은 역시 그녀에겐 요부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는 것이었다.

전체적으로 시간의 교차편집이 주인공들의 불안한 심리상태에 맞추어 속도감있게 진행된 점이 별다른 액센트가 없이도 영화를 늘어지지 않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글을 통해서 평가하기에는 과분한 영화인지도 모르겠다. 수상경력이나 비평가들의 호평에 그다지 얽매이는 편은 아니지만 모처럼 좋은 작품을 본 것 같아 흡족했던 영화였다. -- BrainSalad 2003-10-25 1:42 pm

2 # 촌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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