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 마케터 전성시대


1 # 땅을 주무른다, 돈을 주무른다[ | ]

자료원:한겨례21

굿모닝시티 사건을 계기로 주목받는 부동산 기획전문가 ‘디벨로퍼’, 그들은 누구인가

굿모닝시티 사건을 계기로 ‘디벨로퍼’가 주목받고 있다.
땅 확보, 자금조달, 분양 마케팅까지 개발 과정을 책임지고 기획하는 부동산 개발전문가.
밑천 한푼 없이도 땅을 주무르고 돈을 주무르는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경기도 성남의 분당새도시 구미동 18번지 일대. 한국토지공사가 갖고 있던 이 땅은 공중으로 고압선이 지나가고 경부고속도로가 옆에 있어 사실상 버려지다시피했다. 토공이 몇번이나 매각을 시도했지만 건설업체마다 거들떠보지 않아 번번이 실패했을 정도로 천덕꾸러기 땅이었다. 토공도 지쳐 매각을 포기하고 있던 참이었다. “당시 서울 강남의 오피스텔 평당 분양가가 800만원대였다. 강남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강남세력들이 산다는 분당에서 사업부지를 물색하던 중이었다. 토공이 한동안 아예 내놓지도 않던 이 물건이 때마침 토지분양계획서에 나와 있었다.” (주)신영(대표 정춘보) 최상규 부장의 말이다.

1.1 자기 돈 한푼 없이도…[ | ]

신영은 이 땅을 싼값에 사들여 유럽형 오피스텔 ‘시그마Ⅱ’(1천여 가구)로 개발했다. 매각대금은 개발사업이 끝날 때까지 나눠 내는 좋은 조건이었다. 분양하자마자 오피스텔은 금방 다 팔렸다. 수백억원의 개발이익을 챙긴 대성공이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서 정춘보 사장은 일약 ‘디벨로퍼’(developer)로 그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정 사장한테 ‘국내 디벨로퍼 1호’ 또는 ‘한국의 도널드 트럼프’(미국의 유명한 디벨로퍼이자 부동산재벌)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도 그 뒤부터다. 이때가 1997년 여름.

그리고 2003년 여름, 또 다른 디벨로퍼가 등장했다. 분양사기극으로 세상을 한창 떠들썩하게 만든 굿모닝시티의 윤창렬씨. 그도 디벨로퍼다. 다만 실패한 디벨로퍼일 뿐이다. 부동산 개발 시장에서야 이미 널리 퍼진 말이지만 일반인한테는 아직 낯선 디벨로퍼의 세계가 굿모닝시티 사건을 계기로 새삼 주목받고 있다. 돈 한푼 없이 수천억원대의 부동산 개발 사업을 진행한다? 한건만 잘 터뜨리면 로또 당첨금보다 더 큰 대박을 낳는다? 한편으로는 대박의 꿈이, 또 한편으로는 굿모닝시티처럼 잘못 걸려들어 또 다른 분양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디벨로퍼를 둘러싼 관심의 한복판을 교차한다.

부동산 개발업자인 디벨로퍼는 흔히 ‘시행사’라고 불린다. 땅 확보, 자금조달, 분양 마케팅까지 개발 과정을 책임지고 기획하는 부동산 개발 전문가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땅에 디벨로퍼의 손이 가 닿으면 가치가 치솟고 황무지가 금싸라기 땅으로 변한다. 한마디로 마술사 같은 미다스의 손을 갖고 땅을 주무르는 사람들이다. 좋게 말하면 ‘갯벌에 묻혀 있는 진주’를 알아보는 남다른 눈을 갖고 “땅에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하지만 동시에 맨땅에 헤딩하는, 약속된 미래가 없는 위험한 도전이기도 하다.

서울 시내에 여기저기 널려 있는 주상복합아파트, 오피스텔, 대형 쇼핑몰 공사장을 가보면 땅 주인이 직접 개발하는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 디벨로퍼들이 사업을 진행한다. 공사현황판마다 시공사와 시행사가 나란히 적혀 있고 분양광고에도 시공사와 시행사가 따로 등장한다. 경제신문에 실리는 신설법인들을 보면 ‘○○개발’ ‘○○투자자문’이란 간판을 내건 회사가 여럿 눈에 띄는데 십중팔구 사업목적에 부동산 개발을 넣은 시행사들이다. 바야흐로 디벨로퍼들이 부동산 개발을 주도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디벨로퍼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국내에서 활동하는 디벨로퍼는 복덕방 주인에서부터 대형 디벨로핑업체까지 줄잡아 2만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부동산공인중개사처럼 무슨 자격증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명함에 ‘○○부동산컨설팅’이니 ‘○○시행’이니 써붙여 다니면서 부동산 개발사업에 나서고 있다면 다들 디벨로퍼다. 자기 돈 한푼 없이 입만 가지고 일하는 사람도 숱하게 많다. 전문성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개발사업을 벌이는 진정한 디벨로퍼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몇년째 디벨로퍼 명함을 들고 다녀도 개발 프로젝트를 단 한건이라도 성사시킨 디벨로퍼는 손에 꼽을 정도다. “성공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지만 실패하면 사기꾼이나 브로커 소리를 듣기 십상”인 직업이 디벨로퍼다.

1.2 국내 디벨로퍼의 대표주자들[ | ]

국내 디벨로퍼의 대표주자로는 신영 정 사장과 ‘도시와사람’ 김한옥 사장, ‘P&D’ 김병석 사장 등이 꼽힌다. 부동산중개업 등을 하며 20여년간 부동산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정 사장은 현장감각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디벨로퍼의 세계를 개척해왔다. 김한옥 사장은 나산건설에 있을 때 오피스텔 ‘미시 860’을, 97년에는 분당의 ‘청구 오딧세이’를 잇따라 성공시킨 경험을 발판으로 따로 독립해 99년 ‘도시와사람’을 차렸다. 분당의 주상복합아파트인 ‘미켈란쉐르빌’과 싱글족 전용 오피스텔인 ‘모스’ 브랜드가 그의 또 다른 작품이다.

나산 시절부터 김한옥 사장과 함께 일했던 김병석 사장은 2001년에 ‘P&D’를 설립한 뒤 강남 한화 오벨리스크를 1주일 만에, 삼성동 두산위브센티엄을 단 3시간 만에 분양을 끝내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고참’ 디벨로퍼들은 단순 시공을 벗어나 부동산 직접개발까지 손을 뻗쳤던 대우건설, 나산건설, 청구산업개발의 개발파트에서 오랫동안 몸담았던 사람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건설사들이 줄줄이 부도를 맞으면서 바깥으로 흩어져 나온 사람들이 디벨로퍼로 변신한 것이다. 그린벨트를 헐값에 산 뒤 정치인이나 공무원 등을 동원해 조금씩 풀어가며 개발사업을 하던 옛 몇몇 대형 건설회사들은 소박한 의미에서 초창기 디벨로퍼였다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건 몇해 전부터 부동산 개발 시장에서 큰손으로 등장한 군인공제회도 대형 디벨로퍼에 속한다는 점이다. 윤창렬씨도 자금난에 빠지자 군인공제회로부터 1천억원대의 대출을 받으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주상복합아파트 ‘경희궁의 아침’(광화문), ‘여의도 리첸시아’, 옛 마포고교 터에 짓는 오벨리스크 등이 군인공제회의 작품이다. 군인공제회 조정재 건설사업부장은 “수천억원을 동원할 수 있는 막강한 자금력이 있기 때문에 금융기관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우리의 강점”이라고 했다.

대박의 꿈을 좇는 디벨로퍼가 급부상하자 ‘신참’ 디벨로퍼들도 개발시장에 대거 뛰어들기 시작했다. 좋은 아이디어와 좋은 땅만 선점하고 있으면 여기저기서 자금을 끌어들여 한방을 터뜨릴 수 있다는 기대에 부푼 젊은 개발업자들이 난립하기 시작한 것이다. 분양사기극으로 끝난 굿모닝시티 윤창렬씨도 그런 디벨로퍼 대열에 있던 한명이었다. 자본금 1억원에 불과한 건설업자 홍원표(에이치원개발 회장)씨가 배짱 좋게 남의 돈 100억원을 끌어들여 벌인 1조원 규모의 초대형 분당 파크뷰 사업 특혜분양 사건도 이런 축에 속한다.

정교한 파이낸싱 기법을 터득하는 등 이론으로 무장한 명문대 출신 엘리트 여럿도 디벨로퍼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김아무개(38)씨는 삼성그룹에서 일하다 그만두고 디벨로퍼의 세계에 뛰어든 사례. 그는 “디벨로퍼로서 성공할 가능성은 적어도 1천명 중 1명 꼴로, 로또 당첨보다 높은 편이다. 한건만 성공하면 최하 몇십억원에서 잘하면 몇백억원은 떨어진다. 자기 밑천 한푼 없어도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1.3 007작전 뺨치는 ‘땅 매입’[ | ]

그는 아직 프로젝트를 한건도 성사시키지 못한 채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또 다른 디벨로퍼 김아무개(40)씨는 다니던 종금사가 정리되자 금융권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디벨로퍼의 길에 뛰어들었다. 서울대 출신 샐러리맨 5명이 한팀을 꾸려 다들 집을 담보로 잡고 2억∼3억원씩 투자해 물적 기초를 마련했다. “나는 자금을 담당하고, 법대 출신이 사업부지에 대한 법적 하자 여부를 맡고, 건설회사에서 오래 근무한 선배는 시공회사 선정을,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던 다른 친구는 기획을 맡았죠.” 이 팀은 두번의 실패를 겪고 지금은 도심에 전문 쇼핑몰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씨는 “현재 땅을 확보하는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인데 우리 팀이 서울대 출신들이라고 하니까 지주들이 ‘정말이냐’며 졸업증명서를 요구해 다 떼줬다. 땅값 500억원과 공사비, 각종 세금을 빼고 나면 순수익이 200억원 남짓 될 것 같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시행사와 시공사가 뚜렷이 분리된 건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예전에는 재벌계열 종합건설회사들이 땅도 사고 금융권에서 돈을 끌어들여 개발을 주도했다. 하지만 대기업 부채비율 200% 이하 축소 조처로 은행 돈을 꿔서 땅을 사기도 어렵게 됐고, 보유하고 있던 비업무용 부동산을 앞다퉈 매각해야만 했다. 이렇게 기업구조조정 매물로 급하게 나온 물건들을 싼값에 사들일 수 있었던데다 부동산 경기까지 활황세를 타 디벨로퍼들이 활약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된 것이다. 오히려 외환위기 이후 죽을 쑤면서 일감에 목마르던 건설업체들이 디벨로퍼가 물고 오는 개발 프로젝트를 덥석 받을 정도로 사정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신영 정춘보 사장은 “부동산 개발 사업은 주식시장과 제조업에 버금가는 가치와 규모를 가진 엄청난 산업이다. 과거에는 재벌 건설업체들이 모든 개발사업을 주물렀는데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디벨로퍼가 있어도 돈이 없어서 개발에 접근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이익이 있는 곳으로 돈이 몰리면서 디벨로퍼도 얼마든지 파이낸싱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디벨로퍼의 개발사업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진행되는 것일까 사업을 들여다보면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연속이다. 부동산 개발 사업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종합공정인데 △땅을 지주들한테 매입하는 ‘지주작업’ △건축허가 △자금조달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분양마케팅 등 풀어나가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한 군데라도 틀어지면 일이 꼬이게 마련이다. 우선 사업부지 매입조차 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공고를 내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계약금의 10%만 내고 땅 매입계약서를 작성한 뒤 땅 주인들한테 받은 토지사용승인서를 들고 시공사들을 찾아다니며 손잡고 같이 해보자고 제안한다.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면 시공사의 지급보증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건축 인·허가 절차를 함께 밟는데, 굿모닝시티처럼 건축 허가가 나기도 전에 시공사와 가계약을 맺고 분양에 들어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사업승인 심사서류만 행정관청에 집어넣고 말뚝 박고 담장만 둘러친 채 사전 분양에 들어가는 것이다.

땅 매입은 007작전을 뺨칠 정도의 극비로 진행된다. 변변한 팀 없이 개인플레이하는 ‘땅꾼’들이 돈이 될 만한 땅을 물어오면 디벨로퍼가 사업성을 따진 뒤 이거다 싶으면 즉각 지주작업에 나선다. 한 덩어리의 사업부지 안에 필지마다 지주가 여러 명으로 흩어져 있을 때가 가장 어렵다. 지주 설득을 위해 땅 주인들의 온갖 경조사를 찾아다니면서 인간적 신뢰를 쌓으며 공들이는 디벨로퍼들도 있다. 그런데 지주들끼리 잘 모르도록 은밀히 여러 사람을 중간에 집어넣어 땅을 매입한 뒤 조용히 한날 한시에 동시계약을 맺어야 한다. 그 땅에 시행사들이 입질을 시작했다는 소문이 돌면 금방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돈을 더 내놓으라는 지주들의 떼쓰기에 휘말려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핵심부지는 평당 100만원에 사들였는데 자투리땅을 평당 500만원에 줘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생긴다.

1.4 버티는 지주는 조폭으로 손봐준다?[ | ]

그래서 생긴 것이 이른바 ‘토지규합회사’다. 사업부지 안에 있는 땅 주인들한테 토지를 사들여 한꺼번에 모아주는 일을 전담하는 조직인데, 이처럼 디벨로퍼의 세계도 분업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 물론 버티는 지주를 해결하기 위해 때로는 조폭을 동원하기도 한다.

조폭은 디벨로퍼끼리의 과도한 경쟁을 정리하는 데도 개입한다. 무슨 말일까? 똑같은 사업부지에 여러 명의 디벨로퍼들이 한꺼번에 뛰어드는 일도 있는데, 각자 땅의 일부를 사들이면서 분양공고도 따로 낸다. 동일한 사업부지, 그것도 남의 땅을 놓고 봉이 김선달 식으로 여러 디벨로퍼들이 경쟁하면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결국 나중에 교통정리해 사업을 한쪽으로 몰아주는 힘이 필요하게 되는데, 그 역할을 하는 세력이 조폭이다. 디벨로퍼의 그늘에는 항상 ‘돈과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 굿모닝시티에서도 분양대금 중 막대한 돈이 조직폭력배와 사채업자들한테 흘러들어갔다.

남의 돈을 끌어들이는 파이낸싱도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짓는 관건이다. 파이낸싱을 통해 돈을 빌릴 수 있어야 남은 부지를 매입해 사업을 착착 진행시킬 수 있다. 차입금은 나중에 분양대금이 들어오면 즉시 갚는 조건을 붙인다. 요즘은 의심스런(?) 디벨로퍼들이 하도 설치고 다니면서 개발 리스크가 커진 바람에 은행권에서 이름값 하는 디벨로핑 업체 외에는 좀체 파이낸싱을 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한 디벨로퍼는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파이낸싱을 일으킬 수 있다면 개발사업은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라고 말했다.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돈을 조달하기 어렵게 되면 갈 곳은 뻔하다. 사채를 끌어다 쓰거나 전주를 찾아가는데, 이 과정에서 또다시 조폭이 끼어들기도 한다. 속칭 ‘스폰서’로 불리는 전주는 얼굴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전주가 내놓는 돈은 대개 1년 뒤 원금의 2배를 주기로 약정하는 ‘더블자금’이다. 삼성그룹에서 일하다 디벨로퍼로 변신한 김아무개씨는 “신림동 주변에 땅이 나왔는데 상가를 분양하면 150억~200억원은 족히 남길 수 있어 보였다. 이른바 ‘완빵’(단박에 분양성공) 확률이 높은 물건이었다. 30억원 정도를 동원할 수 있는 전주를 찾았는데 분양 뒤 성공사례로 더블(60억원)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1.5 ‘꿈이여 다시 한번’은 없다[ | ]

좀체 팔릴 것 같지 않은 상품을 팔리도록 만들고, 하룻만에 100% 분양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는 분양의 마술사도 디벨로퍼 세계의 한 축을 맡는다. 디벨로퍼의 성공신화는 어찌 보면 ‘초기 100% 분양’으로 대표되는 ‘분양신화’라고 할 수 있다. 굿모닝시티 역시 분양대행료로 500억원을 쏟아붓는 등 분양에 사활을 걸었다. 디벨로퍼들은 초기 분양이 60∼70%에 이르면 사업이 굴러갈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분양만 전문대행하는 업체들도 따로 있다. 이런 분양대행사들은 나름대로 고정고객 명단을 확보하고 있는데, 프리미엄을 노리는 복부인 등 돈놓고 돈먹겠다는 ‘투자자’가 대부분이다. ‘프리미엄 1억원 이상‘이나 ‘마감 임박’ 등 흡인력 있는 광고문구를 앞세워 선착순 분양에 나서면서, 뒤로는 고정고객들한테 선분양하면서 분양률을 높인다. 상가분양 때마다 분양가 할인 등 특혜분양 시비가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디벨로퍼들의 수익은 얼마나 될까? 일반적으로 아파트는 분양대금의 10%, 오피스텔·주상복합아파트는 14%, 상가는 16% 정도를 평균 개발수익으로 잡는 것으로 알려진다. 상가는 분양 위험이 큰 만큼 성공하면 수익도 크다.

몇년째 한건의 프로젝트도 못한 군소 디벨로퍼들이 허다하지만, 이들의 꿈은 지속된다. 부동산은 워낙 덩치가 커서 ‘기획’을 잘해 단 한번만 성공하면 평생 먹고살 돈이 남는다는 유혹 때문이다. 그래서 대다수 디벨로퍼에게는 오로지 ‘한탕’만 있을 뿐 제2의 대박을 추구하는 ‘꿈이여 다시 한번’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춘보·김한옥·김병석 사장 등 진정한 의미의 전문 디벨로퍼들만이 미다스의 신화를 거듭 창조해나갈 뿐이다. ‘도시와사람’ 김 사장은 “부동산 경기가 한창 좋을 때는 땅만 갖고 사업을 시작해도 투자자들이 난리칠 정도로 덤벼들어 금방 분양이 끝난다”며 “한두해 전부터 부동산 경기가 뜨면서 경험도 없이 달랑 땅 하나만 가진 사람들이 뛰어들어 시장을 흐려놓고 사고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디벨로퍼의 전성시대는 부동산 경기가 대활황을 보인 2001년과 지난해였다. 그러나 이제 시장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개발할 수 있는 노른자위 땅도 거의 없고, 디벨로퍼들이 난립하면서 대박 확률도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부동산 경기까지 위축 조짐을 보이면서 ‘시련의 계절’이 오고 있다고 한다. 시장이 어려워질수록 굿모닝시티처럼 일확천금을 좇다 로비와 사채, 조폭까지 동원하면서 사기극으로 치닫는 ‘수많은 윤창렬’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1.6 # 동대문에 ‘황금알’은 없다[ | ]

쇼핑몰 시행사, 사채업자와 조폭, 분양 투기꾼들이 ‘치고 빠지는’ 복마전으로 변해

황금알을 낳던 거위가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다.기승을 부리던 ‘투기 바람’이 ‘굿모닝 후폭풍’으로 뒤바뀐, 요즘 서울 동대문 일대 쇼핑몰 얘기다.

현재 동대문에서 분양 중인 쇼핑몰은 모두 3개. 동대문 상인들은 쇼핑몰 사업에 ‘후폭풍’이 들이친 게 아니라 이들 쇼핑몰 하나하나가 ‘태풍의 눈’이라고 입을 모은다. 알려진 것처럼, ‘알박기’로 신세 망친 윤창렬씨의 ‘알’이 이들 쇼핑몰 부지에 골고루 박혀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땅 사는 데 조폭 돈 끌어다쓰기’ ‘땅도 사지 않고 분양하기’ ‘건축허가 없이 사전 분양하기’ ‘분양대금 받아서 전체 땅 사들이기’…. 봉이 김선달식 사업방식이 윤창렬씨의 그것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1.6.1 땅도 사지 않고 분양하기[ | ]

그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땅도 사지 않고 분양하는 행태다.

소매 쇼핑몰 라모도(중구 을지로 7가 105번지 일대)는 2002년 1월 홈페이지에 “90%의 땅 매입을 끝마쳤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해 6월부터 두달 동안 1차 분양을 했다. 투자자들이 몰린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 일대 상인들은 라모도가 “2002년 7~8월부터 땅 계약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 시기상으로는 분양이 끝난 시점과 일치한다.

‘90% 부지 매입률’에 대해서는 당시 분양을 담당했던 직원마저 고개를 갸웃거린다. 분양업자 ㅇ(33)씨는 “분양 당시 시행사가 밝힌 부지 매입률은 70%대였다”며 “그나마 실제 계약 여부는 분양 직원으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ㅇ씨는 지난해 7월 라모도 분양을 위해 부산에서 올라왔다가 올해 초 고향으로 돌아간 이른바 ‘철새’ 분양업자. 그는 “시행사가 시키는 대로 ‘2002년 말에 공사가 착공된다’고 손님들에게 설명했는데 아직도 착공이 안 됐느냐?”고 되물어왔다.

부지 매입이 가장 많이 된 곳으로 알려진 패션TV(중구 을지로 6가 21-21번지 일대)는 전체 1200평 부지 중 1000여평의 땅을 샀다. 전체 지주 33명 중 22명으로부터 사들인 땅이다.문제는 지난해 9월 계약을 맺은 이들 22명 지주에게 아직 잔금을 지불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7월 현재 패션TV로부터 토지 대금 잔금을 받은 사람은 단 두명. 땅 평수로 보면 10평에 지나지 않는다. 패션TV가 ‘완전하게’ 사들인 땅은 100배가량 부풀려진 채 알려져 있는 셈이다.

토지 매입 잔금 때문에 골치를 썩기는 라모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곳 주민 이혜숙씨는 “건립 예정지에 있는 건물의 절반 정도가 철거됐다. 허물지 않은 곳은 사지 않은 땅”이라며 “그나마 계약을 했던 곳 중에는 라모도쪽이 잔금을 치르지 않고 계약 해지도 받아들여주지 않자 지주들이 계약금에서 이자만 뗀 뒤 나머지 돈을 공탁해버린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쇼핑몰 파파밸리(중구 신당동 251-84번지 일대)는 1999년 윤창렬씨가 굿모닝시티에 앞서 손을 댄 곳이다. 파파밸리 관계자는 “총 21필지 부지 중에서 국유지 2필지를 제외하고 16필지에 대해 땅 주인과 계약을 맺었으며 등기가 완료된 것만 7필지”라고 말했다. 파파밸리의 문제는 이 16필지를 사들인 사업자가 4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각각의 사업자가 자기 지분을 내세우면서 따로따로 분양광고를 내기도 했다. 시공사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파파밸리는 땅을 매입한 지 3년이 지난 지난해 10월 무렵에야 하나의 시행사를 만들 수 있었다. 이들은 ‘파파씨엔씨’라는 시행사 이름으로 분양광고를 다시 냈지만 여기에도 시공사로 내세운 대주건설과는 가계약만 맺은 상태였다.

1.6.2 쇼핑몰 터 등기부등본은 누더기[ | ]

속사정이 이런데도 업체쪽은 분양이 잘되고 있다며 계약을 부추긴다.

파파밸리의 경우는 “100여명 안팎이 계약을 한 상태”라고 관계자는 말했다. 패션TV쪽 관계자가 밝힌 분양 계약자는 전체 2천여 점포의 72%.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제로는 60%대 정도”라고 실토하고 있다. 라모도가 분양계약을 한 사람은 1천여명으로 알려졌다. 일단 분양은 받았지만 업체들은 굿모닝시티 사태 이후 공사가 오래 끌 것에 대비해 장기전 태세에 들어갔다.

패션TV는 분양 사무실을 현장 근처 빌딩을 임대해 사용하다가 굿모닝시티 사태가 터지자 지난 7월15일부터 공사 부지 안에 사들인 철거 예정 건물로 옮기고 있다. 이를 두고 인근 상인들은 “공사 장기화에 대비해 임대료라도 아껴보자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18일 오후, 한때 ‘철거 예정’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었던 이 건물 3층은 때아닌 내부 공사를 하느라 어수선했다. 분양 사무실에는 투자자들의 문의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 철거 플래카드는 진작에 떼버린 상태다.

분양대금을 받아서 ‘딴 데’로 눈을 돌린 흔적도 엿보인다. 한때 분양 영업사원들이 썼던 한 쇼핑몰 사무실은 요즘 텅 비어 있다. 지난 18일 오후 찾아간 이 사무실 책상에는 ‘화성시 봉담지구’ ‘종로 귀금속 상가’ 등에 대한 투자 자료들이 쌓여 있었다. 이 두 곳은 윤창렬씨가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동대문의 한 건설업자는 이런 문어발식 투자에 대해 “현금이라고는 1억원도 없는 사람들(시행업자)이 갑자기 몰린 현금을 보고 몸살이 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동대문 쇼핑몰 시행업자들의 자금동원 능력은 사채업자들에게 손을 벌릴 만큼 열악하다. 이때 가운데서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 이른바 ‘어깨’들의 역할이다.

조폭들이 연결하는 사채는 ‘%’ 단위로 이자를 계산하지 않는다. 3개월 또는 6개월에 두배 하는 식이다. ㅍ쇼핑몰 관계자는 “특별한 조건이 붙지 않는 한 ‘6개월에 두배’가 이 바닥의 불문 이자율”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돈을 빌려주다가 사업 진척이 더뎌지면 채권자들은 사업 부지에 가압류 내지 가처분 신청 등을 낸다. 동대문 쇼핑몰 부지의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면 유난히 가압류·가처분 신청이 많이 걸려 있어 누더기가 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시행사는 그렇게 높은 이자를 줘도 이익이 남기 때문에 돈을 가져다쓴다”고 말했다. 시행사가 남기는 이익에 대해 그는 “못해도 분양대금의 20~30%는 시행 업자가 챙긴다”고 말했다.

1.6.3 조폭들, 시행사업에 뛰어들다[ | ]

이 엄청난 폭리를 노리고 조폭들이 아예 시행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경우도 많다.세곳 쇼핑몰 중 한 업체 임원의 증언. “쇼핑몰 시행사 임원으로 스카우트돼서 갔다. 가서 보니 땅을 몇 필지밖에 사두지 않았으면서도 시행사 사무실에 직원은 30명이 넘게 북적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직원들 몇명 남기고 모두 잘랐다. 이사 직함 갖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사직서를 받았다. 알고 보니 내가 해고한 그 이사들이 모두 조폭이 심어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검은 양복을 입은 덩치들이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투기를 부추기는 것은 시행사뿐만이 아니다. 분양을 받는 사람들 역시 십중팔구가 투기 목적을 갖고 있다. 97년에 문을 연 쇼핑몰 사업자는 “입점을 한 뒤 상가 분양을 받은 사람과 그 중에서 실제 장사를 하는 사람의 비율을 비교해보니 10%도 채 안 됐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분양 프리미엄도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소매상가 헬로우에이피엠의 경우 1층 1.2평 점포가 2억원대로 분양된 뒤 개점 직전까지 프리미엄만 최고 1억원이 붙어서 거래됐다.

쇼핑몰 시행사, 사채업자와 조폭, 분양 투기꾼들이 ‘치고 빠지면서’ 그동안에 황폐해지는 건 동대문 상권뿐이다. ‘동대문관광특구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동대문에는 현재 재래식 도매상가가 13개, 현대식 도·소매 쇼핑몰이 13개로 모두 26개 상가에 2만9천여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다. 현재 분양 중인 세곳 쇼핑몰이 예정대로 문을 열면 2005년에는 1만2천여개의 점포 수가 더해지게 된다.

상가 수가 늘어날수록 비어 있는 점포 수도 함께 늘어간다. 관광특구협의회가 밝힌 7월 현재 공실률(비어 있는 점포의 비율)은 20%. “재래시장은 50%대에 달하고 현대식 쇼핑몰은 10% 수준”이라는 것이 송명렬 관광특구협의회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송 사무국장은 “쇼핑몰의 경우 임대료나 관리비를 동결하거나 3개월 감면해주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1.6.4 상권 전체가 ‘미운 오리새끼’될 판[ | ]

한때 분양권이 최고 3억원대를 넘나들었던 헬로우에이피엠의 경우, 정작 문을 연 지 3개월이 채 안 돼 한달 평균 250만원 하던 임대료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장사가 안 된다’며 보증금을 빼달라는 상인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숙녀복을 팔고 있는 상인 ㅎ(45)씨는 “지금은 1억3천만원에 내놓아도 점포를 사겠다는 사람이 나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3억원짜리가 반값도 안 되게 떨어진 것이다.

지난 6월17일 동대문 재래도매상가인 흥인상가 상인들은 중구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도매상가인 흥인상가를 헐고 소매 쇼핑몰을 짓겠다는 땅 주인과 구청쪽에 반발하는 시위였다. 하지만 이곳에서 상인들이 목에 걸고 나선 구호는 “무차별 난개발 앞장서는 투기세력 물러가라”는 것이었다.

흥인상가 상인회장 방경중(39)씨는 “상가를 분양하는 사람이건, 분양받는 사람이건 간에 동대문에서 장사하려는 사람이라면 한평 남짓한 점포의 분양가가 2억원에 달하는 비정상적인 거래를 할 수 있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동대문 상가는 이제 ‘옷 장사’보다 ‘분양 장사’가 잘되는 곳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그나마 황금알을 낳던 분양 장사마저 ‘불임’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동대문 상권 전체가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는 셈이다.

1.7 # “정치적 후원을 디벨로핑하라”[ | ]

‘백’이 필요한 디벨로퍼와 거액의 뭉칫돈에 목마른 정치인들의 절묘한 공생관계

디벨로퍼는 정치인의 봉인가. 정대철 민주당 대표가 굿모닝시티 대표 윤창렬씨(구속)한테서 뇌물을 받은 혐의가 불거지면서 디벨로퍼와 정치인의 ‘부적절한 관계’가 입길에 오르고 있다. 사업의 성격상 ‘힘센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디벨로퍼와 거액의 뭉칫돈에 목마른 정치인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서 두 집단은 절묘한 공생 관계를 맺어온 것이다.

1.7.1 유종환과 정대철, 유종환과 박성범[ | ]

정 대표는 굿모닝시티 대표 윤씨한테서 정치자금이 아닌 ‘뇌물’을 받은 혐의가 점차 드러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정 대표는 굿모닝시티의 인허가 및 한양(주) 인수를 위한 로비자금 명목으로 윤씨한테서 현금 4억원을 받았다. 윤씨는 검찰에서 “정 대표가 ‘김동일 중구청장은 내가 심어놓은 사람이니 그에게 부탁해 건축허가를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쪽은 이를 강하게 부인했지만, 검찰은 윤씨의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윤씨의 진술이 사실로 드러나면 정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후원금 받고 영수증 처리 안 한 것)이 아닌 알선수뢰(돈 받고 공무원에게 청탁)로 처벌받는 것이다.

대표와 윤씨처럼 정치인과 디벨로퍼의 부적절한 유착 관계는 디벨로퍼 세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대형 쇼핑몰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 지역 상인들 사이에서는 “누가 누구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실제로 정 대표는 윤씨말고도 자신의 지역구인 중구에서 대형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한 디벨로퍼에게 후원금을 받았다. 서울 동대문과 명동에서 밀리오레를 운영하고 있는 유종환 사장은 지난 7월18일 기자와 만나 “2000년 초 정 대표(당시 민주당 중구 지구당위원장) 후원회에 참석해 1천만원을 내고 영수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 대표쪽은 이에 대해 “후원회에서 받은 돈은 모두 영수증 처리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이 일을 계기로 밀리오레 상인들 사이에서는 “유 사장의 배후에 정 대표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유 사장은 탈세 등의 혐의로 2000∼2001년 대검 중수부와 옛 경찰청 조사과(사직동팀)의 조사를 받았지만, 모두 무혐의로 풀려났다. 또 동대문 밀리오레 구분소유자들과의 소유권 분쟁으로 여러 차례 경찰과 검찰에 고발됐지만 역시 무혐의 처리됐다. 유 사장은 “내가 깨끗하기 때문에 풀려난 것일 뿐 정 대표와는 전혀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밀리오레 구분소유자들은 “유 사장이 온갖 탈법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정 대표를 비롯한 거물 정치인들의 비호로 아직까지 건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1.7.2 공무원을 구워삶아라![ | ]

정 대표말고도 동대문 상인들의 입길에 오르는 정치인이 또 있다. 지난 1996년 정 대표의 아성에 도전해 승리한 박성범 전 의원(현 한나라당 지구당 위원장)이다. 밀리오레 입점 상인들은 박 전 의원과 유종환 사장이 매우 친한 사이였다고 말한다. 유 사장이 박 전 의원의 ‘스폰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유 사장은 이에 대해 “지난 96년 말쯤 박 의원이 3억원을 건네주며 ‘돈을 좀 불려달라’고 부탁해서 주식 몇 종목을 골라준 적이 있다. 그때 박 의원이 약 1억원가량 벌었는데 이 사실이 와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사장은 “사직동팀에 불려가 조사를 받을 때 이 의혹에 대해 추궁당했지만, 조사팀에 증빙 자료를 제출해 모든 의혹이 해소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의원은 “그런 기억이 없다”며 “다만, 97년쯤인가 내 후원회 때 유 사장이 후원금을 낸 기억은 있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정 대표와 박 전 의원 모두 자신과 친분을 맺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정 대표를 한 중국음식점에서 만난 적이 있었는데, 나와 매우 친한 척했다. 그분의 행동을 금전적인 도움을 달라는 것으로 이해했지만 더 이상 후원금을 내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쪽은 “정 대표가 유 사장을 직접 만난 적도 없고 금전적인 도움을 요청한 일도 없다”고 해명했다. 유 사장은 또 “99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정 대표와 박 전 의원 모두 문상을 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의원은 “문상을 갔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만약 갔다면 지역구 활동 차원에서 간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디벨로퍼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은 비단 정치인들만이 아니다. 구청과 경찰서 등 ‘힘 있는 기관’의 일부 공무원들도 디벨로퍼의 ‘파트너’였다. 검찰은 굿모닝시티 사건과 관련해 지난 17일 중구청 전 일용직 직원 봉아무개씨를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봉씨는 중구청 공무원들이 굿모닝시티 사전분양을 묵인하도록 로비를 벌이겠다는 명목으로 윤창렬 대표한테서 3억여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봉씨는 중구청 담당 공무원들을 상대로 추석 등 명절 때 떡값과 휴가비를 돌리는 등 전방위 로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중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봉씨는 정식 직원이 아니라 일용직이기 때문에 관리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검찰은 옛 중앙정보부 직원 출신의 윤아무개씨도 같은 혐의로 구속했는데, 윤씨는 평소 주변인사들에게 국세청과 금융감독원, 검찰, 경찰 등의 폭넓은 인맥을 자랑하고 다녔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구청뿐만 아니라 동대문 상권을 관할하는 중부경찰서도 디벨로퍼의 유혹을 받았다. 실제로 동대문 밀리오레의 경우 지난 98년 개업 당시 중부경찰서 퇴직자 중 일부가 이 회사 보안 담당 직원으로 채용됐다. 밀리오레 구분소유자들은 “당시 중부경찰서에 유종환 사장을 고소한 사건이 많았는데 단 한건도 처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구분소유자들은 “유 사장과 중부서 고위 관계자들이 함께 술마시러 다니는 모습이 많이 목격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사장은 “당시 중부서장과는 관내 모임에서 몇차례 만났을 뿐 함께 어울려 다니는 사이는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1.7.3 대선 때 외국으로 피신하는 이유[ | ]

디벨로퍼의 성공 여부는 경제 흐름을 꿰뚫어볼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이 능력에 한 가지가 더 요구된다. 정치권의 변화를 읽어내는 능력이 그것이다. 밀리오레 유종환 사장은 지난 대선 기간에 아예 중국으로 ‘피난’을 갔다. “총선이나 대선 때는 피해다녀야 해요. 그래야 이꼴 저꼴 안 보죠.” 하지만 정당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면 굳이 피해다닐 이유가 없지 않을까. ‘사막에서 황금을 캔다’는 이 땅의 디벨로퍼들에게 묻고 싶다.


2 # 건설업계 마케팅사 역할은…[ | ]

자료원: 파이낸셜뉴스

  • 어느 시행사 사무실(아파트사업 추진을 위한 회의)

A:땅 작업도 거의 다 끝났고…. 토지계약금 치를 돈조차 없지만 시공사가 빌려만 준다면 해볼만한 사업인데…. 아무리 못해도 60∼70개는 남지 않겠어?(결연한 사업의지가 엿보인다. ‘개’란 ‘억원’을 뜻하는말)

B:그런데 시공사가 대여금을 쏜다면 사업시행 이익을 더 요구할거야. 우리야 남은 수익에서 우리 몫을 챙겨야 하지만 시공사가 설계변경 두세번만 하면 아마 사업이익은 꽝이 될 수도 있어. 결국 우리는 한푼도 못 건지고 시공사만 좋은 일 시키게 될 지도 모르지. A건설사는 그런 점에선 클리어 하다지만 공사단가가 좀 높은 게 흠이야.(돈 없는 게 죄다. 난관에 봉착한 표정이 역력하다 )

부동산개발사업 일선에서 흔히 고민하는 사례다. 자본 없이 아이디어와 땅에 대한 연고만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시행사의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고충이지만 천금은 그렇게 쉽게 주어지진 않는다. 부동산개발은 땅과 사람이 만드는 작품이다. 땅이 많아도 적재적소에 인재와 돈이 없으면 부동산 개발은 이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개발사업은 크게 토지주로서 개발사업의 주체인 시행사와 건축을 맡는 시공사, 그리고 개발상품의 판매를 담당하는 마케팅회사가 이끌어 간다.

시행사와 시공사 심지어는 마케팅회사가 동일회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건설사의 자체사업이 크게 줄어들면서 세분화되고 있다. 시행사와 시공사가 동일회사라도 들여다 보면 세부업무는 아웃소싱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어서 여러 회사가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이런 아웃소싱을 이용한 개발구조는 여러 사업주체가 관여하게 돼 주체들간의 이윤보장 문제가 대두되고 이는 원가상승의 주된 요인이 된다.

시행·시공·마케팅사의 이해관계는 결국 수익배분 문제로 귀착된다. 누가 어떤 자원을 얼마나 투입하고 거기서 창출되는 이익을 어떤 구조로 분배하는가 하는 경제원론적 문제다.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의 구성과 구조가 개별 사업마다 천차만별이니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도 없다. 그래서 수익분배를 위한 별도의 조정자와 룰이 필요하다.

사업성공을 위한 룰은 간단하다. 결국 다리를 함께 엮은 ‘3인4각’의 처지로 한 몸뚱이가 됐다면 사업성공을 위해 각자의 욕심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창출될 수익은 한정적이고 미확정된 미래 이익일 뿐이다. 합리적으로 미래수익의 분배에 대한 룰을 세워놓아야 한다.

건남개발 이건남 회장은 “수 백, 수 천억원의 돈이 오가는 부동산개발 사업은 상호간에 신뢰가 없으면 진행할 수 없다”며 “입주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상호간의 욕심을 버려야 수익배분 갈등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LG건설 주택사업부 마숙하 과장은 “시행·시공사는 파트너 관계이기 때문에 수익배분에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구조가 가장 적정선”이라며 “전체 이익에서 서로 비슷한 수준으로 사업구도를 짜게 된다”고 설명했다.

2.1 # 어떤 디벨로퍼가 뛰고 있나[ | ]

국내 부동산시장의 호황으로 시행사로 불리는 디벨로퍼가 몇년전부터 대거 등장했다. 하지만 수백개에 달하는 디벨로퍼 중 실력을 인정받는 곳은 얼마 되지 않는다. 80년대 강남 부동산신화를 이끌었던 1세대 디벨로퍼인 ㈜신영을 비롯해 솔렉스플래닝, 더피엔디, 좋은집, 세중코리아, SR개발, 드림사이트 코리아 등이 손꼽히는 디벨로퍼다. 최근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에만 국한하지 않고 드림사이트코리아 처럼 전원주택과 펜션을 기획·시행하는 업체도 생겨났다.

국내 디벨로퍼 중 앞서 알려진 업체가 바로 ㈜신영이다. 신영은 국내 부동산 시장에 디벨로퍼 개념을 도입한 디벨로퍼 업계의 맏형으로 불린다. 지난 84년 신영기업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97년 경기 분당신도시 구미동에 1094가구 규모의 오피스텔 ‘시그마Ⅱ’에 대한 개발 및 분양을 성공시키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서울을 비롯한 분당신도시 등 수도권 지역의 주상복합과 오피스텔, 원룸, 아파트 등 다양한 형태의 부동산을 개발하면서 디벨로퍼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신영은 앞으로 부동산투자자문회사인 신영에셋을 통해 부동산투자신탁시장과 자산관리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예정이다.

성공적인 중국 진출로 주목을 받고 있는 SR개발도 손꼽히는 디벨로퍼 중 하나다.

지난 99년 설립된 SR개발은 부동산 시행에서 시공까지 모든 분야를 책임지고 있다. 특히 건설 각 부문별로 전문화된 인력을 확보, 시장조사에서부터 기획, 시공, 분양에 이르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시스템화한 점도 SR개발의 장점이다.

SR개발은 지난 2000년 서초동 주상복합 ESAⅠ·Ⅱ를 성공적으로 분양했으며 2001년엔 서초구 방배동에서 ESAⅢ의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해 주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SR개발은 지난 2002년부터는 국내사업 뿐 아니라 중국 등 해외건설 사업에도 과감히 도전, 매출액 1조3000억원 규모의 중국 선양시 훈남신구 신도시개발 사업에 진출, 국내 건설업체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부동산 컨설팅사에서 종합 개발시행사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솔렉스플래닝은 빠른 의사결정과 공격적 경영, 사전 마케팅이 돋보이는 디벨로퍼다. 특히 개발 업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파이낸싱 부문에서 솔렉스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대형 건설업체와의 컨설팅 프로젝트 수행 경험과 다양한 케이스 연구 등을 체계화한 솔렉스의 데이터베이스는 경쟁 업체들도 인정하는 부동산 컨설팅의 ‘바이블’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99년에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우 트럼프월드와 대우 드림타운 등의 분양대행을 맡으면서 업무영역을 분양대행에서 개발시행으로 확대했다. 솔렉스플래닝은 현재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아파트 75가구 시행사업을 할 예정이며 경기 오산시 원동 일대에서도 연면적 3만여평 규모의 주상복합 건설사업 시행을 추진중이다.

2.2 # 부지선정서 분양관리까지 ‘큰 손’[ | ]

주택 및 오피스텔, 주상복합아파트, 상가 등 부동산개발에 디벨로퍼(개발사업자)와 마케터들이 막강한 위력을 떨치고 있다. 디벨로는 시공을 제외한 부지 선정, 사업성 분석, 파이낸싱, 개발 및 마케팅 등을 담당하고 건설사는 시공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민간건설시장이 분화되어 가고 있다.

시장은 이미 디벨로퍼와 전문마케터,건설사, 자산관리사 등이 서로 역할분담을 하면서 새로운 시장 질서를 형성해가고 있다. 그동안 대형 건설업체들만이 독식하고 있던 시장이 시행·금융·시공·마케팅 등으로 분화되면서 선진적인 질서가 형성돼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 디벨로퍼를 자처하는 시행사들이 500여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한탕주의, 과당경쟁 등으로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우림건설의 강명규 상무는 “일부 디벨로퍼들중에는 ‘땅장사’인 경우도 많다”면서 “현재 시장이 분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단순시공에 머물던 건설시장이 고부가서비스산업으로 발전하면서 디벨로퍼의 성장은 선진형 건설시스템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디벨로퍼들의 활동 늘고 있다=아파트나 오피스텔, 주상복합 등의 분양광고를 보면 시공사와 시행사가 별도로 등장한다. 대부분의 광고가 다 그렇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행사라고하는 디벨로퍼들은 이제 어느 개발사업에서나 등장하고 있다.

디벨로퍼와 시공사의 역할분담 즉 세분화가 이뤄진 때문이다. 최근 시공사들은 시공물건 확보를 위해 각사마다 중점관리대상업체들을 별도로 두는가 하면 디벨로퍼를 ‘최상급으로 모시겠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을 정도다. 내외주건의 김신조시장은 “그만큼 디벨로퍼의 위상이 강화되기도 한 때문이지만 우리 건설환경이 보다 선진화됐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며 “아직까지는 시공사가 우위에 있지만 앞으로 시공사들은 디벨로퍼들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디벨로퍼들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건설사들의 부도 및 경영위기로 퇴출된 사람들로 대개 개발이나 영업을 담당했던 경우가 많다. 즉 시공사 정규군 출신들이 개발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담당하게 된 것이다. 그전에는 주로 부동산업자들이 개발물건을 건설사에 의뢰하는 정도로 초보적인 디벨로퍼들이 등장해 활동했지만 지금은 실무와 전문성을 갖춘 디벨로퍼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디벨로퍼로 나름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업체들로는 한원랜드, 신영, 일레븐건설, (주)삼호, 늘푸른주택, 창우, 중원, SR개발, 도시와 사람, (주)좋은 집, 솔렉스 플래닝, 더피엔디, 드림사이트 코리아 등을 꼽을 수 있다.한 때 디벨로퍼로 유명했던 신창건설처럼 개발사업에서 막대한 이익을 올려 자금력을 갖춘 회사로 성장해 시공사로 변모한 사례도 있다.내외주건이나 세중코리아, 엠디엠 등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도 있다. 디벨로퍼도 IMF를 겪으면서 재편됐다.

우림건설의 경우 전적으로 개발사업 시행을 담당하고 계열사인 우림산업개발이 시공을 담당하는 체제를 구축해 새로운 건설환경에 대응하는 기업도 있다. 디벨로퍼는 주로 부지확보에서부터 사업성분석, 상품개발, 분양관리 등 시공을 제외한 전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디벨로퍼들 가운데는 자금펀딩 역량까지 갖추고 있어 시공사를 좌지우지하는 곳도 있다. 시공사는 시행사로부터 시공권만을 받기 때문에 개발영업이익은 시행사들이 보다 많이 얻고 있다고 말한다. 그야말로 시공사들은 하도급수준의 하청업체로 전락한 개발 프로젝트도 많다는 설명이다.

◇디벨로퍼 육성 시급=부지확보를 위해 자금의 일부를 지원해 지분을 나누는 경우도 있고 은행권의 지급보증을 대형건설사인 시공사가 맡는 경우도 있다. 삼성이나 LG 등 브랜드파워가 있는 업체들은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개발사업을 할 경우 브랜드파워가 약한 업체들보다 시공비를 많이 받는 것이 보통이다.

최근 분양가 인상이 사회문제가 될 때는 시공사들이 주로 여론의 화살을 받았다. 당시 시공사들은 개발영업이익을 시행사들이 모두 챙기고 있는데 억울하다는 항변을 한 적이 있다.이에 반해 시행사인 디벨로퍼들은 시공비를 높게 책정하고 있는 시공사 때문에 분양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오늘날 대형건설사들은 개발사업은 대부분 디벨로퍼들에게 의존하는 대신 재개발·재건축 등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대형건설사중에서 부지를 확보해 자체사업을 벌이는 업체는 거의 없다. 이같이 역할을 분담한데는 부지 확보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수 없는데다 인허가 기간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력부족, 분사형태를 통한 아웃소싱 등이 일반화되면서 디벨로퍼는 개발사업에서 시공자들과 동등한 입지를 구축하게 됐다.

남광토건의 정영훈사업팀장은 “건설산업도 세분화·전문화되면서 디벨로퍼의 역할을 인정해줄 수밖에 없는 단계에 와 있다”면서 “건설시장이 민간주도형으로 변할수록 디벨로퍼의 위상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건설시장을 고부가서비스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전문 디벨로퍼를 양성하는 시스템이 먼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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