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공정 이야기

1 # 거북이[ | ]

결국 문제의 핵심은 공부를 열심히 하자라는 것인데, 일이 이정도로 커진 이상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과 동시에 외교적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 당면과제일 것이다. SonDon의 의견처럼 중화라는 것 자체가 허구임을 말할 필요가 있고, 고구려의 언어계통, 고구려의 민족적 구성, 문화와 관습의 특성 등을 최대한 명확하게 재구성하여 그것이 중국의 그것보다는 한반도의 그것에 가까운 것임을 밝혀야 한다.

그러고보니 발해는 지배계층만 고구려 유민이고 백성들은 여진족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발해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할 것인가도 문제가 되긴 하는군. 통일신라시대를 발해와 통일신라의 남북국 시대로 보고 연구해야 한다는 관점이 나온지도 꽤 되었는데 일찌감치 그런 관점으로 접근했으면 이 문제에 대해 대응하기가 쉬워졌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중국이 북한을 친중국적인 세력의 별도 정권화 할 수도 있다는 우려는 역사적 사례를 볼 때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중국-만주쪽의 한민족 거주지역-북한-남한 이런 형태로 한민족을 '입술'화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액션은 남북 공동 고구려 연구단체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 거북이 2004-8-8 1:36 am

문제를 문제화시키는 것도 필요하지만 민족주의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모든 자뻑들을 이성적으로 필터링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네. 이건 정말 계란으로 바위치기거든.

내 생각엔, 멀지 않은 미래에 중국이 미국과 쇼부를 봐서 동남아 일부와 티벳을 내주고 한반도를 더욱 공세적으로 침공해 올 듯. 뭐, 그 이전에 간나라 애새끼들이 그렇게도 바라마지 않는 한반도 위기 시대가 도래하면, 중국은 그걸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입할 테지...혈맹인 북한의 위기를 좌시할 순 없을테니까. 실제로 전쟁까지 나면 더욱 금상첨화겠고...기냥 밀어 버리면 되니께롱. 핵전쟁이 아닌 이상 미국이 한반도에서 중국과 전쟁을 치루어 이길 가능성은 0 %에 가까우니, 미국도 적당한 대가만 보장해 주면 남한 정도야 갖다 버리면 그만일테지. 중국의 속국이든 어쨌든 주권 국가로만 남겨 두면 기술 수지와 자본 수지는 지금처럼 쉽게 뽑아낼 수 있는 화수분일테니까, 정권이 바뀌어서 록펠러가 큰 손이 되어도 미국 내 지배 카르텔 내에서는 이 점에 큰 이론이 없을 것이야.
결국, 동북공정으로 인해, 북한에다가 썩어 도는 쌀 주는 걸 아까워 할 게 아니라는 점이 더욱 극명해 졌다고 생각함. 일본이 오래 전부터 걱정해 온 동북아 세력 재편의 시기가 바야흐로 도래하도다. 자본 수지만 보장해 주면 미국은 동북아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는 시기가 오고야 말리라...대동아공영권/EU/아메리카공동체 만으로도 세상이 빡빡해 질 게 뻔하니 중근동 공동체라도 와해시키고 싶은 양키들의 심정이 이해가 감...--SonDon

2 # SonDon[ | ]

올 해 초만 해도 제가 동북공정이야말로 중국이 동북아 패권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일으킨, 국가 전략차원에서 준비된 일방적인 전쟁이라고 하면 저보고 오바라고 하는 사람들이 다수였습니다. 사료가 있으니 왜곡은 힘들다는 얘기는 물론, 동북공정은 중국의 내부 민족 문제 해결을 위한 방책이라는 얘기, 그리고 원래 못사는 나라들은 민족주의의 광풍을 겪기 마련이라는...얘기까지. 동북공정이란 결국 약간 덜떨어지는 중국 내 민족주의자들과 정치 모리배의 합작이라는 평가인데...과연 그 사람들이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할까...약간 의구심이 들긴 합니다.


암튼, 저도, 중국 스스로가 "하나의 민족"이라는 레토릭을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가장 잘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동북공정의 실질적인 동력은 민족주의가 아니라 국가주의의 탈을 뒤집어 쓴 문화제국주의입니다. (그 궁극적인 힘은 자본의 논리가 될 지, 다른 그 뭐시기가 될 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_-a) 지금의 중국이라는 영토를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한족(이라는 허구적 실체)이 그 영토를 실질적으로 지배한 기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그들을 만다린으로 묶어 버리는 순간 문화적인 만세일계가 되어 버리는 거죠. 따라서, 저도 역시, 동북공정에 대한 대응을 구라파 식의 민족 개념 비판에 두면 공격의 핀트가 맞지 않게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민족개념에 얽매인 인간들은 짱께가 아니라 엽전들이니까요.


중국식 만세일계의 고리를 끊는 작업은 민족 개념의 해체가 아니라, 작금의 중국이 이룩해 낸 문화라는 것이 한족의 문화가 이미 존재한 후에 거기에 감화된 변방 아해들이 그것을 흠모하여 약간씩 기여한 바가 모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까발리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당나라까지는 중국 문화라는 것은, 다른 문화 일반과 마찬가지로 주변 국가들의 영향을 끊임없이 수용함으로서만 가능했던 짬뽕이라는 것, 나아가 민족 개념이 허구인 정도 만큼은 중화의 개념 역시 허구일 수밖에 없다는 걸 밝혀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고구려가 중국의 변방이고 뭐고라고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걸 보여 줘야 겠지요. (순수한 한족의 문화란 건 별게 아니었음을 지적해 줘야 하는 거죠.) 그런 전략 가운데 하나가 민족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것이 되겠구요.


제 생각엔, 지금의 중국은 민족 개념을 전면에 내세울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공고하고 공세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고, 또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반박하기가 더 힘들겠죠. 필로로기가 절대적으로 취약한 국내의 지적 상황에서, 지층을 파헤치며 바위를 들어 내는 문화의 고고학을 감당할 개인은 많지 않을테니까요.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더더욱 기본에 충실한 학자들을 길러내야 할텐데 이건 어깨에 띠두르고 머리에 두건만 두르면 다라고 생각하는 인간들이 언론을 움직이고 있으니 -_-;;


ps. 제가 수업을 들을 땐 "상상의 공동체"가 아니라 "민족주의의 기원과 전파"였는데, 최근에 다시 번역이 된 모양이네요 :-) 하긴 10년이 넘은 번역이니...좋은 책은 언제나 새롭게 번역을 할 필요가 있지요. -- SonDon 2004-8-7 5:19 pm

3 # 뒷방영감[ | ]

  • 뒷방영감 : 중국의 동북공정과 관련해서는요 중국이 역사적 실체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대국주의의 관점에서 역사를 정치적 입맛에 맞게 짜맞추려 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 마땅하지만 우리도 거기에 민족주의적 감정을 앞세워서 대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고대사에서 민족의 개념이라든지 국가 간의 관계는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안 되고 그때 나름대로의 질서가 있었거든요
    • 거북이 : 그렇지요. 민족주의적으로 대응하면 곤란하고...학술적이고 역사적 맥락에 따라 접근해야 할거 같아요. '나름대로의 질서'가 궁금해지네요.
  • 뒷방영감 : 우리는 중국측 주장의 학술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과거의 실체를 제대로 밝히는 데 주력해야지 마치 이걸 민족간의 감정 싸움 비슷한 걸로 가져가는 건 중국이나 우리나 똑같은 놈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대적 의미의 민족 개념은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이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거든요
    • 거북이 : 예 그렇죠. 하지만 이미 일반인들 사이에선 이러다가 독도 고구려에 이어 나중에는 북한도 자기네거라고 하겠다는... 얼토당토않은 얘기들도 하더라구요...-.-
  • 뒷방영감 : 유럽의 경우 근대 민족국가가 형성되면서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서 단일 민족 국가라든지 민족의 정체성 같은 개념을 국가에서 국민들에게 교육시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는데 요즘 우리는 그렇게 국가 권력에 의해 만들어지고 일부분 조작된 민족의 이미지 가지고 모든 걸 재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거지요
    • 거북이 : 예. 하지만 그게 전혀 터무니없게 만들어진 것은 아닌것이...체코같은 경우도 민족적인 문제로 나누어진 것이고...동일 민족은 동일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죠.
  • 뒷방영감 : 예, 맞습니다 베네딕트 앤더슨의 '상상의 공동체'라는 책에서 그런 얘기들을 하고 있는데요
    • 거북이 : 전 국민국가가 성립되면서 민족개념을 악용해왔다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 뒷방영감 : 민족이란 것의 실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건 아니고요 그게 부풀려진 측면이 있죠

-- 뒷방영감 2004-8-6 2:41 pm

4 # 동북공정의 이해를 위한 읽을거리[ | ]

5 같이 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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