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대의 돈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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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6.05.27 : 동경대의 돈까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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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냥 수산시장이다. 긴 칼이 인상적이었다.

새벽에 츠키치 수산시장에 가면 뭔가 드라마틱한 것이 있다는 추천을 받고 츠키치 시장으로 갔다. 짐을 싣고 서서타는 작은 차들이 인상적이고 나머지는 그냥 수산시장이다. 부산 자갈치 시장이나 노량진 수산시장과 비슷하다. 그런데 규모는 참으로 크다. 나는 해물에 별로 강한 사람이 아닌지라 회는 안먹었는데 수산시장 바로 근처에 있는 횟집들은 인기가 많은지 새벽부터 사람들이 빠글빠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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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렇게 생긴 차를 타고 돌아다닌다. 수산시장 한쪽 구석에도 어김없이 신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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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출하여 주먹밥을 한넘 사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모스버거 간판이 보이길래 한번 들어가보았다. 햄버거 세트를 사서 한입 물었는데 맛은 나쁘지 않았으나 나오는데 시간이 꽤 걸리더라. 나중에 내 친구에게 왜 요즘 일본에는 꽤 맛있는 모스버거에 비해 맥도날드나 버거킹이 많으냐고 물어보았다. 대답은 "모스버거는 슬로우 푸드니까." 왠지 모스버거를 응원해주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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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로우 푸드 화이팅

유명한 과자집이 있다고 하여 긴자로 갔다. 한군데는 예약만 받는 곳으로 연신 스미마셍, 스미마셍 하더군. 뭐랄까 이 입에 배어버린 말투는 이젠 좀 싫다. 뭐 진짜 미안해하는 것 같긴 한데, 가끔 가증스럽기도 하고 그렇다.

일본인 친구인 하세가와상을 만나러 시부야로 갔다. 견공 하치상의 앞에서 보기로 했는데 시부야는 사람 없는곳이 없더군. 비가 와도 그냥 박터지게 사람이 많다. 만나서 얘기할 곳을 찾아 커피숍으로 갔다. 냉커피를 마셨는데 꽤나 쓰다. 값이 싼 곳으로 데려가주어 마음이 편했다. 일본처럼 물가가 비싼 곳에서는 이런게 배려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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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세가와 상과 함께

내가 일본 도심중 깔끔한 곳을 보여달라고 하자 에비스에 데려다 주었다. 조용하고 깔끔한 동네인데 디자인 이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올만하다. 무슨 국립 사진 박물관이라고 하나 있어서 들어갔는데 입장료가 천엔이나 한다. 후럴. 그리고 세 명의 작가 개인전을 하고 있는데 각자 입장료를 따로 내야 하는 방식이다. 풍경 사진만 잔뜩 보다가 왔다.

 
ISBN:4309904696  
  • 내가 본 마이클 키나의 작품집과 사진
ISBN:0224062042  
   
 
  • 그 옆에서 하던 Guy Bourdin을 봤어야 했나 하고 생각도 해봤지만 이 인간도 상당히 또라이 인지라 별로 즐겁진 않았을듯 싶다.

점심을 먹어야겠기에 동네 명물같은거 없냐고 물었더니 그럼 동경대 근처는 어떠냐고 한다. 근처에 동경대 교양학부가 있어서 그쪽으로 가보았다. 그는 법대 출신이라 교양학부에서 2년을 보냈다고 한다. 도쿄대는 결코 깔끔하지 않았다. 건물들도 엉성하고 전체적인 규모도 꽤 작은 편이라고 할까. 안에 뭔가 집회 자보도 있고 했는데 그것마저 썰렁해보였다. 애석하게도 학생식당이 문을 닫아 근처의 돈까스집으로 갔다. 확실히 학교 근처라 그런지 아주 큼직한 돈까스를 내왔는데 잘 튀겨져 있었다. 일본의 튀김류는 다들 바삭바삭하게 맛나서 아마 일본인 관광객들이 한국의 대충 튀긴 돈까스나 튀김을 먹으면 화내지 않을까 싶다. 학교 근처인데도 7-800엔은 하니까 2-300엔짜리 밥도 있는 요시노야같은 가게는 일본에서는 정말 무섭게 싼 것이다. 성공하지 않는게 이상하다. 하지만 요시노야는 주 1회 이상 먹으면 슬퍼질것만 같은 맛이니 자주 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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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에서 먹은 가장 정통적인 돈까스가 아니었나 싶다

학교로 다시 들어와서 음료수를 마시며 잡담을 했다. 이 친구는 한국어를 잘하므로 열심히 한국말로 얘기를 했다. 오래간만에 한국어를 써보는 셈이다. 역시 학교 안은 뭔가 편안하다. 나에게 학교는 사회라는 경쟁공간에서 약간 떨어진 그런 느낌을 준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게다. 물가가 싸서, 녹지가 많아서, 애들이 많아서, 상업적 냄새가 덜해서 등등.

시부야까지 걸어서 왔다. 한 십분정도면 올 수 있더군. 와서 일본의 미스테리중 하나인 빠찡꼬 가게에 함 가봤다. 그에게 도대체 어떻게 이런게 이렇게 인기가 있는거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모르겠단다. 하긴 외국인이 나에게 도대체 왜 한국에는 이렇게 '바다이야기'가 많은가요라고 물으면 나도 할말이 없다. 그의 말로는 진지하고 신중한 사람들이 빠찡꼬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긴 그럴수도 있겠다. 범생이같은 사람들이 사회에 잘 섞이지 못하면 기계쪽이 더 편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영 방법을 모르겠어서 포기했다. 이 건물 전체가 빠찡꼬 가게이니 역시 일본 오타쿠들의 스케일은 대단.

시간이 좀 남아서 다이칸야마에도 왔다. 라인들이 복잡해서 그렇지 도쿄의 어지간한 곳에는 다 지하철이든 사철이든 역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런데 갈아탈 때마다 돈을 내니 오늘 교통비를 정말 숱하게 쓴다. 여기도 에비스처럼 이쁜 가게들이 많은 곳이었지만 나에게야 판가게들 빼고는 다 AFC라고나 할까.

오늘 저녁에는 시부야의 '푸른 방'이라는 곳에서 라이브가 하나 있다. 하세가와상은 친절하게도 거기까지 나를 데려다주었다. 가다보니 혼자 찾아가기는 그다지 쉽지 않는 곳에 있었다. 어디나 약도는 약도일 뿐이더라. 일본의 클럽들은 나름의 개성이 뚜렷한 편이다. 여기는 꽃무늬와 푸른색이 테마인 모양으로 약간 여성취향이다. 팜플렛을 보니 가끔 여성만 출입가능한 쇼나 꽃미남 쇼 등을 하기도 하는것 같다. 여기도 이후 한달동안의 스케줄을 내놓고 공연을 하고있었다. 한국에 한달치 공연 스케줄을 미리 내놓을 수 있는 공연장이 몇개나 있을까. 그런데 일본의 공연장에서 그것은 당연하다싶은 일이더라. 꽉꽉 들어차야 한 4-50명 정도가 볼 수 있는 이런 공연장에서 이정도로 관리가 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서울과 그 근처는 도쿄와 그 근처처럼 딱 이천만명이 모여살고있다. 그런데 그 수준은 이렇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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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장이었던 '푸른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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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광충'이라는 이름의 듀오. 졸려하는 아마추어 여성 보컬이 주축이다. 수준 이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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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캘리포니아 돌스'. 정말 울고싶었다. 이게 아방이냐. -_-+ 일본 실험음악의 질을 확 떨어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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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 스캣'이라는 이름의 듀오. 역시 한심했는데 뭔가 제멋대로 사는 여자 하나와 뭔가 막나가는 남자 하나가 연주하는 것 자체는 왠지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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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u's Pale Horse. 이 언니가 개중 나았다. 그렇다고 훌륭한 싱어송라이터냐 하면 뭐 그런건 아니고. 홈페이지에 곡이 두세개 있으니 받아서 들어봐도 좋겠다. 밴드명은 LouReed + Pale Blue Eyes + Horse(PattiSmiths)인가.

공연은 영 별로였다. Lou's Pale 머시기라는 모던락 그룹과 이름조차 알고싶지 않은 밴드 두어개와 마지막에 캘리포니아 돌스라는 아방 여성 듀오가 나왔었는데 다들 푸어하기 짝이 없었다. 일본 음악계는 그 씬의 크기에 비해 실력이 참 떨어진다고나 할까.

1.1 촌평[ | ]


제국주의는야만이다 <= 동경대의 돈까스 => 거북이/20060528

거북이일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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