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노인관광

1 2003 07 18 : 도쿄 노인관광[ | ]

마지막 날이다. 어제처럼 이만원짜리 호텔 양식 부페를 먹고(진짜 이게 새 씨디 한장값이라니...-_-+) 관광버스에 올라탔다. 평소에 부채를 든 일본 관광객들을 비웃곤 하던 나였는데 그 멤버중 하나가 된 것이다...-.- 관광버스의 장점이라면 아무 생각없이 버스만 타 졸고있으면 어딘가로 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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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꼬박 졸며 먼저 간 곳은 도쿄역 근처에 있는 황궁이다. 뭐 공부를 안해갔기 때문에 내 알바 없지만 이곳의 잔디는 정말 끝내준다. 내 듣기로 동북아시아는 기후차가 커서 잔디녀석이 자라기 힘들다고 들었는데 이건 솔직히 런던의 잔디보다 더 뽀얗다. 길이두 길구. 솜털같다.
그리고 그 잔디밭 위에 소나무가 심어져있는데 이건 일제때 조선에서 실어간 것이라는 설이 있다. 뭐 사실 확인은 안된거지만 가이드 아저씨가 말해주더라. 이 아저씨 깍두기 분위기였다, 하하. 어쨌거나 조경 하나는 끝내주는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황궁은 못들어가기때문에 뭐 밖에서만 봐서 별다른 감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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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그 정원에 이친구 동상이 서있는데 누군지 잘 모르겠다. 이름을 봤었는데 까먹기도 했고 내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더만. 여튼 분위기 팍 잡고 있는데 왠지 우습다. 나는 왜 이리 분위기 잡고있는 애들만 보면 우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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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동을 한다. 이번에는 아사쿠사淺草에 있는 센소지淺草寺라는 절인데 여기는 카미나리몬雷門이 유명하다고 하는데...공사중이다. 들어올 때 큰 등이 있었는데 그것보다 더 큰 등이 있나보다. 어쨌거나 여긴 나쁜 기를 씻는 샘물하고 돈던지고 박수치며 소원비는 곳 하고, 소원을 빌며 촛불 거는데하고, 번호표 뽑아 운보는데 등등 온갖 기복적인 아이템들이 난무한다. 여긴 완전 시장통으로 안에는 팥빙수와 오코노미야키 가게들이 판을 치고 옆에는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뭐 그다지 훌륭하진 않지만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모습이 보기좋았다. 얘들은 종교를 문화상품으로 소화시켜버린 듯 하여 느낌이 묘하다. 신성이 거세된 종교라. 절 옆에 신사가 있고 아주 가관인데 우리의 기독교도 기복신앙이지만 일본과는 너무나도 달라서 우리가 의외로 종교적인 민족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제 관광 끝이랜다. 오후에 비행기타고 떠나니까 일정이 급하다. 가다가 요상한 부페에서 3일만에 처음으로 일식 부페를 먹었는데 뭐 이런 부페는 정말 쏘쏘다. 언제 정통 일식을 한번 맛보긴 해야할텐데. 그리고 또 나리따로 간다. 역시 잤다. 어제 판뛔기를 짊어지고 돌아다녔더니 워낙에 지쳐서 오늘은 계속 헤롱헤롱이다. 3시에 비행기를 타고 인천에 도착하니 5시 반. 서울에 가니 7시다. 집에 돌아가 판뛔기를 정리하고 곯아떨어졌다.

아 비행기에서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옆자리에 12살짜리 남자애와 네살짜리 여자애가 있었는데 나는 얘들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으 대화는 거의 안되고 남자애와 필담정도가 간신히 가능했다. 꼬마애들과의 대화가 훨씬 어려운데 이눔들은 쉽게 말하는 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둘다 나에게 뭐든 갈쳐주기 위해 여러가지 얘기들을 하는 것이 참 귀엽다. 특히 네살짜리 여자애는 앙증맞았다. 그나저나 이눔들과의 대화에서 내가 얻은 정보는 겨우 나이와 사이다는 한국말로도 사이다라는 것을 알려준게 다다. 한시간도 넘게 말했는데. 어쨌거나 내릴때가 다 되었는데 뭔가 주고싶었다. 어제 디스크 유니언에서 받은 동전지갑이 생각났다. 세개를 받았는데 하나는 이틀간의 룸메이트에게 주었고 나머지 두개가 남아있었다. 그 두개중 하나를 간신히 꺼내어 여자애에게 주었다. 남자애는 화장실갔다. 분명히 남자애 안주면 동생이랑 싸울텐데...(도대체 왜 그자리에서 여자애에게 두개 다 안준거지? -_-) 나오는 길에 남자애를 만나서 또 간신히 꺼내 주었다. 여튼 그러고 나왔는데 왠지 집에 올 때까지 기분이 좋더라.

자 오늘의 교훈은 단체관광은 할게 못된다는 것이다. 뭐 찍사가 필요하긴 하지만 독사진 찍을 생각만 좀 버리면 여행에는 분명 사색이 필요하다. 혼자 다니면서 느낌을 되새기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 아 특히 아저씨들과 함께하는 노인관광이라니...이거 공짜 아니면 말리겠다. 황궁과 센소지를 가본 결과 교토에 가서 고도의 향취를 맛보고 싶다는 생각도 좀 들긴 하지만 역시 나는 관광보다는 생활쪽이 더 땡긴다. 어디든지 가서 돈도 벌고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살아가는 기회를 만들어보고 싶다.

1.1 촌평[ | ]


거북이일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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