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DoSiRak


1 # 圖詩樂 특공대[ | ]

1.1 圖詩樂은 필수 : 음악 비평/생산 모임 악담(樂譚) 장우철[ | ]

이런 선물세트는 꺼림칙하면서도 반갑다. 나만의 디스코그래피 못지않게 대내외용 디스코그래피에 멋을 내는 나는, 이런 앨범이 몇몇 아티스트들 때문에 구입되어져 그 한 면을 버젓이 차지하고 있는 씨디꽂이를 보는 것이 가끔은 역겹기 때문이다.

음악을 술술 두어번 리피트해 보면 고만고만한 각각의 음악을 넘어선 무엇에 갈증을 느끼게 된다. 즉흥퍼포먼스는 우반의 그것처럼 좀 전략적이었으면 한다. 꼬집어 열반의 그것은 단순한 오락을 넘지 않으며 반복되어지는 소프트웨어로서의 기능은 거의 없다. 오락이 나쁘냐? 그게 아니라 뭔가 희한한걸 하자는 강박이 빚어낸 대안을 위한 대안같은 억지스러움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단점도 감싸 안을 수 있는 건 이들 앨범에서 묘하게 풍기는 게그적인 요소에 있다.

우선 이들 밴드나 솔로들은 각기 센세이셔널하면서도 게그적인 요소를 등에 업고 데뷰한 이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그 수용자들은 달랐지만) 그러다보니 이 특별한 이름의 음반을 대했을 때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도 뭔가 웃기는 노래가 있겠지...가 되는 것이다. 황신혜밴드라는 이름의 등장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무언가를 예감 했던 사람들이라면 이들이 마구 저질러 대는 진지한 장난 [밥중독]의 인트로를 들으며 환호성을 지를 것임에 틀림없다. 썩 잘 녹음된 1집을 들고 나타났을 때 그들의 조악스러움은 앨범 속지처럼 과장 된 것이었음을 눈치 챘을 것이며 자신들이 직접 아마추어리즘이라고 했을 때 이미 팬들은 그를 신뢰(!)하게 되었을 것이다. 여튼 이번 앨범의 인트로는 '이런 도시락류'의 대표격인, 온몸과 이름으로 실천한 황신혜밴드로 힘입어 NOT BAD의 느낌을 신나게 주며 시작한다. 어릴적 부르던 제목도 없는 노래의 리듬과 멜로디를 그대로 살린 이 곡은 가사가 주는 천박한 듯한 무거움이 영락없는 황신혜밴드의 그것이다.

이어지는 두 번째곡은 이상은의 5집 앨범에서나 잠깐 그 목소리를 접했을 뿐 별다른 활동이 없었던 무명의 여가수가 심상찮은 보컬을 들려준다. 거친듯 부드럽고, 답답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형용사의 장난같은 보컬 황보령의 [외발비둘기]는 그런 보컬이 무언가 허전하다는 느낌으로 끝나갈 즈음 가벼운 전자음을 시작으로 후반부의 스피치가 돋보이는데 많은 에너지를 함축한 듯한 그녀에게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이어지는 세번째 곡은 김창완의 [그땐 좋았지]. 정말 재미있고도 편하게 노래할 수 있다는게 이런게 아닐까한다. 익살스런 가사와 그에 어울리는 김창완의 목소리가 뒤통수를 치는 음악들 사이에서 조용한 물고를 트고 흐르는 듯하다. 전체적으론 도시락들의 대부격으로 참여해 준듯한 인상이 보이는 곡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네 번째 곡은 아직 접해 보지 못한 그룹 도마뱀의 장영규가 부르는 [코끼리를 업은 이안박사]라는 지극히 도시락적인 제목이 붙은 노래이다. 어어부의 가사가 주는 분열증적인 면모가 보이지만 리듬과 보컬에 걸리는 에코가 듣는 이를 흥겹게 한다. 뉴웨이브라는 이름으로 도마뱀은 알려졌다는데 이 노래는 테크노적인 사운드가 매력적인 곡으로 NOT BAD를 FEEL SO GOOD으로 이끌어간다.

이어지는 건 정체모를 심장 박동소리가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가운데 어마어마한 기교의 피리가 각각 태어나 서로 얼키는 매우 에로틱한 기분을 자아내는데 처음엔 걸림돌처럼 느껴지는 전자음이 후반부로 갈수록 강박적으로 들려 그 효과를 거둔다. 평가 절하하자면 이런 식의 크로스오버는 사절이다. 일단 듣기 거북하니까. 앞서 언급한 열반의 솔로가 이어지는데 어어부보컬의 기괴함과 "얘네들 진짜 친한개벼"만이 남는 곡이다.

이어서 음유 시인이라는 칭호를 받는 이상은의 [HOLD ME]다. 원래 영화 [홀리데이 인 서울]의 사운드트랙으로 만들어진 곡이라 하는데 영화의 느낌을 생각하면 뒷 그림처럼 극중 다리모델의 정서와 많이 맞닿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가사의 공허한 아침 분위기가 이상은의 보컬과 잘 어우러지며 허밍이나 구음에 있어 그녀의 탁월함을 느낄 수도 있다. 반주는 다케다 하지무가 일괄적으로 맡았는데 유려한 기타 중간중간 튀어오르는 불협화음의 악기들이 영화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어서는 이제는 왠지 "삐삐"라는 어감을 주고 있지 않는 삐삐롱스타킹의 [꽃배달 위장강도]이다. 몽환적인 연주가 퍽 노력을 많이 한 곡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고 고구마의 보컬이 지난 정규 앨범보다 많이 다듬어져 있음을 느낄 수있다.

강산에의 [코메디]는 그가 들려주었던 그 어떤 노래와도 틀린 분위기다. 요컨데 '한국적인'록으로 기억할 만한 점을 찾아 볼수 없다는 것이다. 각자 가장 하고 싶은 곡을 가장 자유롭게 녹음했다는 이들 앨범 제작의 동기에 가장 충실한 노래로도보이며 그의 변화에 아직은 동조하기가 싫다.

어어부는 예의 그로테스크이다. 애써 난 밥먹는 돼지다 라고 노래하지만 무언가 소통하기 싫지만 하고 싶은 말은 많은 모순의 감정이 폭발한 형태의 음악을 보여준다 하겠다.

이어서 우반의 우반적인 퍼포먼스가 이어지는데 자신들의 주거지인 땅과 하늘을 사겠다는 백인들을 향해 한 인디언이 쓴 글을 텍스트로 하는데 (짐작컨데 왠지 텍스트에서 이상은의 느낌을 받는다). 역시 김창완이 참여해 준 인상을 풍기며 나레이션을 하고 이상은의 구음이 바람소리처럼 어우러지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톱이란다. 톱연주에 대해 그것도 음이 난다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나로써는 퍼포먼스의 메시지와 함께 흥미로운 요소가 되었다.

간단히 두어번 앨범을 돌려본 바에 의하면 이러했다. 이들 도시락들이 즉흥적인 퍼포먼스로 이 척박한 인디문화의 땅에 박치기로 시작을 했다면 다음부턴 도시락은 필수! 인 채 좀 더 자연스러운 강박이 없는 음악을 들려주기를 바란다.

  1. 밥중독 ***
  2. 외발 비둘기 ***
  3. 그 땐 좋았지**
  4. 코끼리를 업은 이안박사 ****
  5. 불 ***
  6. 열반 퍼포먼스
  7. HOLD ME ****
  8. 꽃배달 위장강도 ****
  9. 코메디 ***
  10. 밭가는 돼지 ***
  11. 우반퍼포먼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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