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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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len_Desire_1958.jpg

  • 감독 : 이마무라쇼헤이
  • 원제 : '텐트극장'에서의 도둑맞은 욕정 「テント劇場」より 盗まれた欲情(1958)

1 # 거북이[편집]

CQN과 일본국제교류기금이 공동으로 일본의 거장들 영화제를 하는데 그 첫번째로 이마무라 쇼헤이가 정해졌다. 일본영화는 옛날 것이 훨씬 나으니 나는 마다할 이유가 없고, 볼수록 즐거워지는 쇼헤이의 영화이므로 당연히 보기로 했다.

일단 이 영화 상당히 웃긴다. 기본적으로 드라마이면서 코미디가 뒤섞여있고 중간중간에 나오는 조역들이 하나같이 개성파에 재미있는 사람들이라서 그런것 같다. 그리고 대사가 은근히 신랄하면서도 위트가 있는지라 그것들이 가지는 의외성 때문에 재미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기다리는 황당한 반전도 있다.

이후에 나오는 본능에 충실한 인간들이 이 영화에서부터 나오고 있는데 이미 중후반기 영화를 상당히 본 뒤라서 그런지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도 다 이마무라형 인간으로 느껴진다. 사실 그렇게까지 볼 이유는 없는게 중후반기 영화들에 나오는 인물들은 문명인이라기보단 야수성을 가진 자연인에 가까운데 그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도둑맞은 욕정은 그냥 신나는 시골사람들의 이야기에 가깝다. 이 사람들은 신나게 춤추고 먹고 놀고 섹스하고 때리고 웃고 운다. 주로 오사카 방언이 많이 나와서 그런지 좀 더 친근한 느낌이 든다.

이 영화의 대립구도라면 역시 학삐리 연출가인 주인공 쿠니다와 나머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쿠니다는 기존 충신장과는 다른 해석을 가진 충신장을 연출해보고 싶어한다. 하지만 다른 배우들은 뭐 그렇게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저 다른 사람들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극단원들이 열심히 살지만 결과적으로 쿠니다는 새로운 연출을 못해보고 동경으로 떠나게 된다. 감독은 순리대로 사는 무지렁이들의 방식이 더 옳다고 손을 들어주는 것이다. 실은 자기도 쿠니다와 같은 입장이면서.

감독이 이 영화를 찍었을 때 지금의 나와 같은 나이인 서른 둘이었다. 이마무라는 데뷔작에서 이미 자신의 많은 것을 함축해놓았다. 나는 지금 무엇을 얼마나 함축하고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도 미지수다.

영화도 좋았지만 극장 분위기가 좋았다. 16mm로 상영했기 때문에 옆에서 영사기 돌아가는 소리가 촤르르륵 흘러나왔고, 중간에 필름 갈아끼우느라 영화도 잠시 쉬어야 했다. 그런데 LP를 들으면서 앞뒤 돌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오히려 즐거운 일이었다. 옛날 느낌도 나고, 뽀송뽀송한 흑백 필름의 질감도 좋았기 때문이다. 줄기차게 이런 행사를 준비하고 또 자신들이 지향하는 바가 분명한 CQN을 응원해주고 싶다.

오는 길에 삼일로 창고극장을 지나 중앙극장 옆에서 고구마를 사먹었다. 명동은 옛것과 새것이 기묘하게 공존하는 곳이다. 인사동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인사동은 박제화된 옛날이 놓여있는 곳이지만 명동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회현 지하상가에서는 LP와 우표를 팔고있고 바깥에는 CD가게와 DVD짝퉁을 구워파는 노점상이 있다. CGV같은 멀티플렉스와 CQN같은 특수한 상영관이 바로 옆에 있다. 명동성당과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아줌마들이 함께 있다. 그저 언제까지고 잔치국수와 고구마를 사먹을 수 있기를, 먼지 쌓인 LP를 뒤지다가 나와서 핫바 하나를 집어먹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명동은 조금씩 확실히 변해가는 곳이기도 하다. 얼마전에 친구랑 명동성당에 앉아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아저씨가 쫒아내어 우리는 밖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시위하는 마음(?)으로 우린 성당으로 올라가는 길에 앉아 한참 얘기를 하고 들어갔다. 김수환 추기경 이후 카톨릭계는 자신들이 한국사회에서 가져왔던 중요한 의미를 점차 잃어가는 것 같다.

그날 우리는 명동성당 문앞에서 난간을 붙잡고 서럽게 우는 아저씨를 한명 보았다. 나 대신 울어주는 기분이 들었다. 남자들은 슬픈 짐승이다. 영화의 주인공 쿠니다도 슬픈 짐승이었고. -- 거북이 2007-9-8 12:44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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