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만나기 한 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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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ner of the waverly pl & charles 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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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la bruni / tout le monde

1 #[ | ]

작년 봄이었다. 그날은 왠지 몽롱한 기분으로 거리를 쏘다녔다. 그러다 그녀를 만났다. 작은 미용실 쇼 윈도우의 그녀는 한참동안 날 그곳에 머물게 했다. 순식간에 머릴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오늘 그녀는 그와 헤어질 것이다' 그리고 난 그녀를 찍었다.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허하다.

음악을 틀었습니다. 잠시 치직 거리던 라디오에선 낮은 여자의 소근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난 잠시 라디오가 있는 옷장 선반 앞에서 뭔가를 잊은 사람처럼 머뭇거리다 화장대로 가서 앉습니다. 정성들여 마스카라를 하고 너무 진하지 않게 볼에도 붉은 기운을 넣습니다. 공들여 화장을 한 거울 속의 내 모습은 여느 때와 같습니다.

조금 후면 우린, 언제나 만나던 웨스트 빌리지 한 귀퉁이의 노천식당에서 미소를 띠며 얼굴을 마주하고 앉을 것입니다. 우리 사이엔 작은 크리스탈병에 꽂힌 붉은 작약 몇송이가 있겠지요. 그 곳은 바뀌지 않는 스타일이 있으니까요. 난 붉은 작약 꽃잎의 부드러움을 느끼려는 듯 손끝으로 조심스래 만져볼테고 당신은 그런 내 손끝을 함께 볼 것입니다. 그럴때의 당신의 표정이 난 참 좋습니다. 입끝이 조금 올라가 있거든요. 두 눈도 부드럽게 변하구요. 그런 모습의 당신을 볼때면 아직도 내 가슴은 두근거리곤 합니다. 아직도 말이지요.

내 손끝이 다시 테이블 위로 돌아올 때, 키가 작은 검은 머리의 웨이트리스는 우리에게 다가와 평상시와 같은 걸로 하겠냐고 물어볼 것입니다. 그럼 당신은 그녀에게도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갤 끄덕일테죠? 변함없지? 하며 당신이 동의를 구하듯 내쪽으로 고갤 돌리면 난 '아니'라고 말하겠습니다. 그래요. 오늘은 다른 걸 하겠습니다. 그러는게... 좋을 것 같군요.

그녀가 사라지고 나면 잠시 우리 사이엔 침묵이 흐를 것입니다. 그러나 그다지 어색하진 않을 것입니다. 우리에겐 침묵마저 익숙한 것이 되버렸으니까요. 어느새. 말입니다. 그래요... 짧고 익숙한 그 시간이 조금 흐른 후 당신은 이야길 시작하겠지요. 이야기를 할 때 당신의 표정과 목소리가 어떨지 궁금해졌습니다. 떨려할까 아니면 담담할까... 날 쳐다보면서일까, 테이블을 보면서일까... 어느 쪽이던 상관은 없습니다.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을만큼 우린 오래된 사이가 아닌가요. 단지 어느쪽이 내 맘에 더 다가 올까 생각했나봅니다. 그런데 그런 당신을 생각하자니 바르르 오른쪽 눈끝이 떨려 옵니다. 이런, 이러면 안되는데...

잠시 고개를 돌려 벽에 걸린 시계를 봅니다. 꼭 한시간이 남았군요. 그러나 걱정할 건 없습니다. 이미 무슨 옷을 입을지 정해 놓았고, 화장또한 마쳤으니까요. 이제 내게 남은건 집을 나서기전 몇방울의 향수로 치마 안쪽과 귀, 손목에 마무리를 하는 것 뿐이랍니다. 아름답게 보이고 싶습니다. 특히나 오늘은 말입니다. 당신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 모든건 나를 위해서죠.

그래요. 당신은 이야기를 시작하고 난 변함없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들을 것입니다. 이야기를 마친 당신은 날 천천히 보겠죠. 난 담담히 말하겠습니다. '그래요, 잘 지내요'라고.

...

그런데... 거울 속의 내 눈은 부옇게 흐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 곡은 너무 부드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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