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바이로

 

  • 감독 : 짐 자무쉬
  • 원제 : Down by Law(1986)

1 # 최은영[ | ]

짐 자무시가 로비 뮐러를 만났을 때 2004.10.15 / 최은영(영화 칼럼니스트)

“로비 뮐러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촬영감독 중 한 사람이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와 비견될 만한 빛에 대한 감각을 지닌 그가 20세기 말에 살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미스터리 트레인>에서 당신이 보는 것은 다름 아닌 로비의 빛이다.” 짐 자무시

빔 벤더스의 1982년 작 <사물의 상태>에 참여했던 짐 자무시가 <사물의 상태> 촬영 후 남은 필름으로 만든 데뷔작 <천국보다 낯선>(1984)은 그 당시 등장한 미국영화들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화려한 카메라와 현란한 컬러, 빠른 편집 등 당시 대세를 이루고 있던 뮤직 비디오적인 화면과 달리 한없이 느리고 황량하기 짝이 없는 흑백 화면은 말 그대로 낯설기 그지없는 미국의 풍경이었다. 창백하고 무표정한 얼굴의 아메리칸 드림과는 거리가 먼 주인공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에서 완전히 유리된 국외자들이었다. 짐 자무시는 이 영화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며 순식간에 80년대 미국 인디 영화계에서 가장 독특한 위치를 점하는 감독으로 올라섰다. 짐 자무시의 두 번째 영화 <다운 바이 로>는 이러한 그의 주제를 더욱 확장시켜 나간 영화였다. 뮤지션 존 루리와 톰 웨이츠, 그리고 이탈리아 배우 로베르토 베니니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이 영화에서, 각기 다른 이유로 감옥에 갇히게 된 세 사람은 함께 루이지애나 감옥에서 탈출하지만 빽빽한 습지에서 길을 잃는다. <다운 바이 로>는 일상의 삶에서 어긋나 버린 사람들에 대한 자무시의 애착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영화였다. 짐 자무시는 이 영화에서 미국 남부의 유려한 자연 풍경과 아름다운 녹색을 보여 주는 대신 흑백을 택했다. 이는 그가 처음 이 영화의 모티프를 떠올린 순간 결정된 것이었다.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가장 황량한 방식으로 보여 주기 위해서 그에게 필요한 것은 흑백 촬영에 있어 그와 같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빔 벤더스의 70년대 영화들에서 탁월한 영상을 창조해냈던 로비 뮐러는 이러한 그의 내밀한 정서를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촬영감독이었다.

로비 뮐러는 <다운 바이 로>의 대본을 읽는 즉시 이 영화가 흑백으로 촬영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컬러로 촬영할 경우 짐 자무시의 시에 가까운 내밀한 이야기 구조가 흐트러지리라는 사실을 로비 뮐러는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언제나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감독에게 왜 이 영화를 컬러, 혹은 흑백으로 찍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거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다운 바이 로>는 그 훌륭한 예이다. 만약 이 영화가 컬러였다면, 영화의 분위기는 완전히 망가져 버렸을 것이다. 우리가 촬영한 장소는 호숫가 습지였는데, 그맘때 그곳은 무성한 풀로 완전히 뒤덮여 오직 녹색 빛만이 보여지는 곳이었다. 물론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이런 배경에서 관객들은 대개 인물보다는 풍경에 집중하게 된다. <데드 맨>도 마찬가지다. 18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 또한 대단히 이국적인 풍경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이 영화를 컬러로 찍었다면, 여행 영화로 전락했을지도 모른다. 풍경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다. 난 그런 것은 피하고 싶었다.”

로비 뮐러는 컬러가 때로 불필요한 정보들을 영화 속에 끌고 들어온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짐 자무시도 마찬가지였다. 로비 뮐러의 정교하고도 소박한 흑백 화면은 짐 자무시가 바라본 미국, 아메리칸 드림의 껍데기 안에 존재하는 폐허와 다름없는 낯선 공간의 이미지를 가장 적확한 방식으로 드러냈다. 이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영화에서는 결코 존재할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소통의 결과물이었다. 짧은 할리우드 외유 기간 동안 비즈니스로서의 영화에 결코 적응할 수 없었던 로비 뮐러는 적어도 자신에게 있어서 영화란 지극히 개인적인 작업이며, 결코 ‘일’이 될 수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평생을 인디영화에 머물러온 짐 자무시에게도 마찬가지로 통용되는 세계관이었다. 두 사람은 가장 순수한 의미에서의 ‘독립’ 영화의 가치를 신봉했다. 적절한 스탭과 배우, 최종 편집권을 지킬 수 있다면 적은 예산과 열악한 환경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그들의 신념은, 영화의 메커니즘이 지닌 근본적인 모순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몸소 증명하는 것이었다.

TIP 로비 뮐러는 <다운 바이 로> 이후 짐 자무시의 거의 모든 영화에 참여했다. 그는 자무시가 작품을 의뢰할 경우 다른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면서까지 기꺼이 그의 프로젝트를 기다린다고 고백할 정도로 짐 자무시와 공고한 관계를 맺었다.

2 # 촌평[ | ]

이 영화는 지루한 흑백의 '무한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항상 똥씹은 표정을 짓고있는 배우이자 영화음악가인 존 루리, 도시인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하는 싱어송라이터중 하나인 톰 웨이츠 그리고 이태리 출신의 노력하는 배우이자 감독인 로베르토 베니니 이 세사람이 노가리를 까면서 어설픈 탈옥을 한다는 것이 영화의 전부이다. 저 인물 셋은 각자 한가닥 하는 배우들이긴 한데 저 셋이 모여서 뭔가 폭발적인 것을 보여주진 않는다.


그런데 화면빨이 정말 예술이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의 빛에 비견된다고 해도 큰 과찬은 아닌듯 이 영화는 잘 찍은 흑백사진들을 필름에 넣어 돌린 것처럼 눈에 와서 박힌다. 짐 자무쉬는 미국에서 유럽을 구현하는 몇 안되는 감독 중 하나다. -- 거북이 2007-9-15 11:14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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