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가쿠와의 조우

내가 노오(能)를 처음 접한 것은 국민학교 시절 언제쯤인가, 명절 특집 방송인 듯한 NHK의 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였다. 당시 부산에선 일본 문화라는 것이 이상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일종의 일상-적어도 남천동에서는...-이었고 따라서 내게 일본은 동경의 대상도 극복의 대상도 아닌 제일 가까운 이웃 나라였을 뿐이다. 단적인 예로, 거의 모든 집이 NHK를 볼 수 있었고, 우리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는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근육맨"이었다. (여담이지만, 당시에는 일본에서 나왔던 살색 고무 장난감이 딱지나 구슬보다 인기였는데, 북두의 권이나 드래곤 볼의 주인공과 근육맨의 주인공들을 교환하는 일에는 항상 덤이 필요했다. 이것이 내가 서울 올라와서 처음 겪은 문화적 충격이었다 ; 드래곤 볼 따위는 알면서 근육맨을 모르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네들의 전통 문화라는 것은 다소간 생소한 것이었는데 특히 국내에서는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가부키좌의 내한 공연때 내가 가부키에 대해 받은 인상은 경극에 대한 첫인상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 "저기 뭐꼬?"

사실 일본의 전통 서민 문화 혹은 전통 일본 문화라고 하면 아마도 두가지 정도의 상징물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터인데, 나와 취향이 비슷하다면 그 중 하나는 구마토리일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노멘일 것이다. 사실 허옇게 떡칠한 가면을 뒤집어 쓰고 나와서 어기적 어기적거리는 이미지의 노오보다는 핫켄덴에서처럼 움직임도 역동적이고 무대도 현란한 가부키가 더 쉽게 정이 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화면을 통해서 비친 노오 공연의 모습은 일순 나를 얼어 붙게 만들었고, 그 후 나를 지배하는 일본문화의 상징은 노오멘, 그 중에서도 코오모테나 와카 온나가 되었다.

글쎄, 그 때 나를 얼어 붙게 만들었던 요소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장면 한 컷 한 컷"에 그냥 몸이 얼어 붙었으니까. 하지만 그 후 한참 동안 거대한 상징으로만 남아 있던(즉, 까먹고 있었던) 노오라는 존재는 대학에 들어와 고학년이 되어서야 접근 가능한 대상으로서 재인식 될 수 있었다. 그 계기는 일전에 있었던 노오가쿠의 국내 공연이었다. 무대도 전통 양식은 아니였고 격식을 다 차려서 오랜 시간을 한 것도 아니였지만 첫 무대를 장식했던 하고로모의 "영상"은 또다시 나를 압도했다. 게다가 현장에서 직접 들을 수 있었던 하야시에서, 일본 문화의 내재적 특징으로 간주되던 정형성과 격식성이라는 개념의 파괴(혹은 그 허구성의 파괴)와 변용을 통한 정격의 재구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아, 그 독특한 프리 재즈 스타일의 줄기찬 공세라니!

그 후 조금씩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국내 문헌들을 중심으로 여러가지 잡다한 지식은 얻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이 風姿花傳의 번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소개서 류로, 옛날(?) 책들이 그렇듯 도판이나 삽화는 거의 전무한 형편이었고 그나마 열화당에서 나온 김학현 선생님의 "能"도 페이지 수가 너무 작아 아쉽기만 한 실정이었다. 물론, 지금이라고 해서 그 형편이 많이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DVD라는 강력한 매체의 등장과 영미권 학자들의 그 엄청난 저작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면서 "아, 이거 한 번 공부해 볼만한 장르구나"라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이제 조금씩 공부를 해보려는 입장에서 전공자도 아닌 사람이 객기를 부리기 위해서는 일종의 자극과 자기 만족이 필요한지라, 문명의 이기라는 인터넷을 이용해 내 홈페이지를 나 자신에 대한 편달로 삼기로 하고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요소들을 중심으로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는 자료들을 "짜집기" 해보기로 했다. 단, 여기서의 내 관심 대상은 쿄오겐이 제외된 노오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페이지의 전체 제목도 노오가쿠(能樂)가 아닌 노오(能)로 한정했었다. (물론, 언제 업데이트가 될지 혹은 언제 글이 올라갈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자극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이렇게 왜색 문화를 선전하다 보면 "새로운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서 후원금이라도 줄려나 몰라...암튼...

다음은 내가 이 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자주/주로 참조한/참고할 자료들이다. 단행본인 경우는 "서명" : (편)저자 ; 역자 : 출판사 (발간년도)의 형식이고 연속 간행물이나 단행본 내의 일부인 경우는 저자 : "제목" : "서명" : 기타 서지정보의 형식을 취했다. 외서의 경우 출판사나 발행연도보다 ISBN을 기재하는 방향을 택하겠다. (논문 류에는 T자를 덧붙였고 音映물-Video, CD, DVD 등등-에는 M자를 덧붙였다.) 그 외에, 홈페이지나 기타 인용은 그 때마다 알맞게 각주 형식으로 처리하겠다. 또한 일어의 한글 표기는 CK 시스템을 사용할 것이나, 거기에 어긋날 경우는 원어를 부가 표기함으로써 일관성보다는 글쓴이의 편의를 중요시 하겠다. 영어의 한글 표기는 어짜피 제대로 된 원리원칙이라는 게 부재하는 것이 현실이다보니, 내 혀 굴러 가는대로 적던지 그게 너무 느끼하다고 생각되면 영어로만 표기할 것이다. 어짜피 논문도 아니고 하니 형식에 신경쓸 필요는 없을 듯...

  • 한국어 자료

[K1] "風姿花傳" : 世阿彌 ; 김효자 : 시사일본어사 (1993)
[K2] "能 : 노오의 古典『風姿花傳』" : 김학현 : 열화당 (1997)
[K3] "일본의 문화와 예술" : 박전열 : 한누리미디어 (2000)
[K4] "歌舞伎" : 김학현 : 열화당 (1997)
[K5] "日本音樂의 歷史와 感想" : 星 旭 ; 崔在倫 : 현대음악출판사 (1994)
[K6] "일본무용소사" : 장사훈 : 세광음악출판사 (1989)
[K7] "일본무도연구" : 이진수 : 교학연구사 (1999)
[K8] "한국양생사상연구" : 이진수 : 한양대학교출판부 (1999)
[K9] "日本文化의 숨은 形" : 加藤周一 ; 김진만 : 소화 (1995)
[K10] "일본 고전에 나타난 미적 이념" : 오가와 마사쓰구 ; 김학현 : 소화 (1999)
[K11] "象徵的 想像力" : 질베르 뒤랑 ; 진형준 : 文學과 知性社 (1994)
[KT1] 유길동 : "노(能)에서 '생략'이 갖는 意味" : "문명연지" : 제 1권 제 2호 pp. 155 ~ 172
[KT2] 유길동 : "能面에 關한 一考察" : "일본연구" " 제 15 집 pp. 209 ~ 224

  • 영어 자료

[E1] "Sources of Japanese Tradition" : William Theodore de Bary : Columbia University Press
[E2] "Japanese literature in Chinese" : Burton Watson : Columbia University Press
[E3] "Japanese Noh plays : how to see them" : Toyoitiro Nogami : Japanese Government Railways
[E4] "The Noh theater : principles and perspectives" : 083481529X
[E5] "The classic Noh theater of Japan" : Ezra Pound, Ernest Fenollosa : 081120152X
[E6] "The No plays of Japan" : Arthur Waley : Dover 0486401561
[E7] "The Noh : God Noh" : Chifumi Shimazaki : Hinoki Shoten
[E8] "The Noh : Woman Noh (book1)" : Chifumi Shimazaki : Hinoki Shoten
[E9] "The Noh : Woman Noh (book2)" : Chifumi Shimazaki : Hinoki Shoten

  • 일본어 자료

[J1] [J2] "能百番を步く" : 衫田博明, 三浦隆夫 : 京都新聞社 (1992)
[J3] "舞踊 : 近世の歌と踊り" : 藝能史硏究會 : 平凡社 (1969)
[J4] "能面" : 中西 通, 今駒淸則 : 保育社 (1984)

  • web si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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