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나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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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7 08 05 일 : 남쪽나라 안녕 南國再見, 南國[ | ]

이번에는 아침을 챙겨먹었다. 맛없는 부페이긴 했지만, 나가서 먹는것도 귀찮았기 때문이다. -_- 꾸역꾸역 집어넣는데 옆자리의 아저씨가 묻는다. 위키매니아 재미있냐? 응. 그리고 대화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거 양키들이랑 어울리는 연습을 하긴 해야 할 것 같다. 어제는 일본 사람들이랑 그렇게 신나게 얘기했는데 말이다. 기본적인 장벽은 물론 영어이고, 또 하나는 양키들과 공유하는 문화가 다르다는 것에 있다. 일본이야 내가 워낙에 일본문화를 좋아하니까 금방 이런저런 얘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양키들이랑은 그게 쉽지가 않다.

오늘 첫번째 세션은 위키와 이러닝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거 뭐 전혀 들을게 없었다. -_- 할말없게 구린 내용이었다. 두번째 세션은 일본의 CC와 위키쪽의 거물이라는 양반이 이런 저런 얘기를 했는데, 주로 말로 하고 프레즌테이션 파일을 제대로 안만드는 바람에 솔직히 20%도 채 못알아들은 것 같다. 어쨌거나 CC와 공유에 대해 주로 개괄적인 내용을 언급하여, 별로 자극이 되지 못했다.

 

재미없었던 세션.

허어, 이리하여 오늘 오전에 들은 것들은 별게 없었다. 에효. 친구의 추천대로 옆에있는 원산대반점에 가서 밥이나 먹은다음에 공항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긋하게 밥먹고 출발하면 시간이 맞을것 같다.

   

출입구를 동그랗게 만든 것은 중국 전통 스타일인듯. 동네 공원 벽에 모자이크로 벽화가 그려져있다. 지엔탄, 짜이찌엔.

체크아웃을 하고 원산대반점까지 올라갔다. 열심히 올라갔는데 점심이 하필 부페다. 그것도 800원(24000원)이나. 스린 야시장에서 보통 한그릇에 30원밖에 안하니까 차마 먹기가 그랬다. 특별히 맛나보이지도 않고. 그래서 버스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대략 공항가서 먹기로 했다. 원산대반점은 그냥 크고 오래된 호텔 정도? 얘들은 왜 반점이라는 표현을 쓸까. 재미있다. 기다리는 동안 다시 표해록을 들고 읽기 시작했다.

   

원산대반점 내부와 외부.

버스가 왔는데 내가 올때 분명 150원짜리를 타고 왔는데 이건 90원이어서 너무 싸다고 생각했건만, 이유가 있었다. 차 자체도 구리거니와 이번에 온 차는 창문도 깨져있어서 특별히 구린 느낌을 배가시켰다. 모르겠다, 나는 잘란다.

 

테러당한거냐 -_-

열심히 자다가 터미널 1을 지났다. 난 여기에 터미널이 두개 있는지도 몰랐다. 여튼 다들 터미널 2까지 가길래 나도 묻어갔는데 알고보니 캐세이 퍼시픽은 터미널 1에 있었다. 이런 된장. 터미널 1 2는 경전철로 연결되어 있어서 어쨌든 이동은 가능했다. 가는 길에 소고기 국수가 보이길래 사먹었다. 기름지다. -_- 어찌어찌 수속을 다 끝내고 나니 탑승대기까지 한시간쯤 남는다. 기다리면서 책을 마저 읽다가 돈도 좀 남고 하여 과자를 샀다. 그 와중에 CD가게가 보이길래 한번 구경도 해주고. 탑승대기에 들어가도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기까지는 또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인터넷도 안되고 에라 책이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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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먹은 소고기 국수. 기름지다. 역시 한국 음식이 담백하고 좋아. 결국 또 기어들어간 공항 내 음반가게. 구색이 안좋으니 오래 못가지 싶다.

책 읽다가 보딩을 했고, 보딩해서 사실 할 일이 없으니 또 책이나 계속 읽었다. 이거 다 읽을 수도 있겠군. 책 읽다보면 또 자연스럽게 잠이 오는게 인지상정이라 다시 잤다. 내 잠을 깨우는 것은 기내식이다. 이 맛대가리없는 기내식을 위해 잠을 깨야하나 싶었으나 할 수 없지. 먹었다. 닭고기 파스타. 닭고기가 쪼개지지 않고 가슴살 한 덩어리가 턱 하고 들어있었다. 열어보는 순간 가슴이 턱 하고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_-+ 그리고 얘들은 이상한 젤리같은 음식을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여튼 먹으니 잠은 깼다. 할게 없으니 또 책을 본다. 이제 마무리에 가까워온다. 주인공 최부는 간신히 살아남아서 북경으로 갔고, 압록강을 눈앞에 두고있는 중이다. 그는 그렇게 살아서 조선땅으로 돌아왔지만, 십년 뒤 무오사화와 갑자사화에 휘말려 참수된다. 그 거친 바다 위에서 표류하며 살아남았고, 명나라 해안에서 왜적으로 몰려 위험에 빠졌을 때도 살아남았는데 결국 자신의 나라에서 죽게 되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나머지는 뭐 뻔하다. 잘 돌아와서 오자마자 빨래를 했고, 이렇게 일기를 썼다. 이번 대만 여행의 교훈은 뭘까.

  1. 자기돈으로 여행해도 좋지만 남의 돈으로 여행하면 더욱 좋다.
  2. 대만은 에너지가 넘치는 나라다. 우습게 보지말자. 한국에서 이정도 규모의 위키 컨퍼런스가 열리려면 내 보기에 한 3년은 걸릴거다.
  3. 영어를 지금까지 회피하면서 산 것도 용하지만, 이젠 어쩔 수 없이 해야되는 시점이 온 것 같다. 사실은 이미 지났다. 몸으로 재확인을 했다.
  4. 해외의 시각을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위키는 여러 사람들의 삶을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에게 위키는 무엇일까.
  5. 여행의 백미는 역시 먹거리가 아닐까.
  • 南國再見, 南國은 대만의 국민감독 허우 샤오시엔의 1996년 영화 제목이다.

1.1 촌평[ | ]

오랜만에 여기에 덧글을 남겨 봅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박물관에 가 보고 싶네요. 먹거리 사진과 셀프 사진이 특히 인상적 ^^;;
허우의 남국재견은 제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이기도 하답니다.
광복절 노는 날이 마침 수요일이니 간만에 홍대쪽으로 나들이 함 하심은 어떨지? -- 공 2007-8-15 2:46 am

안그래도 대만산 과자 싸들고 가려던 참이었습니다. :-) -- 거북이 2007-8-15 2:51 am
오랜만에 반가웠어요. 과자도 맛있게 잘...^^ -- 공 2007-8-17 5:28 pm

대만에 대해서 참 많은 것을 알게 된 것 같소. 이렇게 편하게 앉아서 대만에 대해서 알게 되었으니 형의 기록에 대한 열정에는 새삼 고마움이 밀려드는구랴


근데 나한테는 회사돈으로 컨퍼런스 가게 됐다고 열라 설레인다 그러더니만 우째 컨퍼런스 야그는 별로 없고 다 먹는 얘기, 판 사거나 구경하러 돌아댕긴 얘기요? 내가 보기엔 거의 대만으로 "공기업 감사 이구아수 야유회" 댕겨온 거란 다르지 않아 보이는구랴. 부럽소~~:) -- 자일리톨 2007-8-13 4:42 pm

혹시 자네가 컨퍼런스 내용 정리한 것을 원한다면 내 회사에 보고한 내용을 공유해주도록 하지. ㅎㅎ 만 이틀 가까이 컨퍼런스를 들었다네. :-) 여튼 열심히 읽어준 자일군에게 감사~ -- 거북이 2007-8-13 5:1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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