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혜

시인의마을

1 # 하늘이여 하늘이여 2[ | ]

죽음을 피한 삶 위에서
죽은 이들을 노래하는
뉘우침은
또 얼마나 헛된 것인가

양심에 들볶여
너의 넋을
내가 입고
비로소 너의 죽음을
흉내내는
떠다니는 목숨

무릎이 뒤틀리는
절망 속에서
가망없는
다리 하나가
땅을 헛디뎌
솔깃한 곳에 놓여진대도
나는 내게
관을 씌우련다

2 # 日記 10[ | ]

거울을 보면 안 보이던
얼굴이 보입니다
바다를 측량하라는
새로운 음모도 보이고
그것이 희롱이라는
몸부림도 보이고
물에다 불을 붙일 수도 있다고
숨을 가쁘게 합니다
원하기만 하면
되고 싶을 때 될 수 있다고
음모는 또 다른 음모를 小作합니다
그러나 무의식을 꾀어내면
포기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초월을 가진 얼굴도
볼 수가 있습니다
낯설은 얼굴입니다
음모에 불을 댕기고도 싶습니다.

3 # 어머니 47[ | ]

세상의 일
욕심대로 되지 않으니
욕심을 줄이라는
말씀

애써 하려 해도
안 되는 것 있고
저절로 두어도
되는 일은 된다고

모든 허물은
제가 지어
제가 입는 것이니
그것에 매이지 말고

스스로 억제하는 힘
기르라는
당신의 뜻
따르기 어려워라

4 # 사랑굿 1[ | ]

그대 내게 오지 않음은
만남이 싫어 아니라
떠남을
두려워함인 것을 압니다

나의 눈물이 당신인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체
감추어 두는 숨은 뜻은
버릴래야 버릴 수 없고
얻을래야 얻을 수 없는
화염 때문임을 압니다

곁에 있는 아픔도 아픔이지만
보내는 아픔이 더 크기에
그립고 사는
사랑의 酷法을 압니다
두 마음이 맞비치어
모든 것 되어도
갖고 싶어 갖지 않는
사랑의 褓를 묶을 줄 압니다

5 # 사랑굿 32[ | ]

이제 마음을 얘기하지 않으리
사랑으로 사랑을 벗어나고
미움으로 미움을 벗어나리
죽어 묻히는 날까지
그대 떠난다 해도
마음 속에 살게 하리
끝없는 불꽃되어
재까지 태우며
던졌던 생명을 거두어
천천히 빛나게 하리
갈망하지 않고 꿈꾸면서
혼자서 가져 보는 그대
고운 병 만들어 앓으며
짓�은 그대 허위
벗기지 않으리.

6 # 사랑굿 110[ | ]

하루에도
몇 번씩
그대로 인해
죽을 수 있는
죽음은
다 죽어 보았오

죽을
죽음이 없어도
다시 죽기 위해
안 끝나는
죽음을 시작하려오

돌아설 수 있을 때
돌아설 것을
그대를
나처럼 여긴 후부터
먼 날음을 위해
날지 못할
날개를 준비하고 있다오.

7 # 사랑굿 118[ | ]

가을빛 속에
가득한
그대 목소리
설움으로
엉기어
멀어져 가네

괴로움도
기쁨도
그리움만 자라게 해
아픈 마음
세상에
들키고 말았어라.

모든 걸
또 감추고
눈감고 서도
그대를
벗지 못해
아득하여라.


 

동국대 국문과 졸업
1963년 「4월」, 「길」, 「문 앞에서」 등이 『현대문학』에 추천되어 등단
현재 『한국문학』 편집장
제21회 한국문학상(1984), 제18회 한국시인협회상(1985)을 수상
시집 『떠돌이 별』(현대문학사, 1984), 『사랑굿 1』(문학세계사, 1985), 『사랑굿 2』(문학세계사, 1986), 『사랑굿 2』(한국문학사, 1988), 『어머니』(한국문학, 1988), 『세상살이』(문학사상, 1993) 등이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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