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시인의마을

1 # 자유[ | ]

자유(김남주 시.안치환 작곡)

만인을 위해 내가 일할때 나는 자유 자유
땀흘려 함께 일하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다 라고
노래할 수 있으랴
노래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때 나는 자유 자유
피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다 라고
노래할 수 있으랴
노래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몸부림칠때 나는 자유 자유
피와 땀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다라고
노래할 수 있으랴
노래할 수 있으랴

사람들은 맨날 겉으로는 소리높여
자유여 해방이여 통일이여 외치면서
속으론 워-- 속으론 제 잇속만 차리네
속으론 워-- 속으론 제 잇속만 차리네

2 # 바보같이 바보같이[ | ]

감옥에서 철창 안에서
새를 길러본 적이 있는 사람이면 알 것이다
날개 없는 인간의 손으로 키워지고 길들여진 새는
어미새가 되어서도 날을 줄은 알되
창밖에 구만리 장천이 있는 줄은 모른다는 것을

오늘도 나는 그동안
심심파적으로 길러온 머슴새를
마침 해방의 날이고 해서 밖으로 날려 보냈다
그런데 녀석은 담 밑에 키 작은 측백나무에서 안절
부절 못하더니
이윽고 땅으로 내려오더니 거기서도
선 채로 두려움에 떨더니
그만 철창 안으로 들어와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 옆에서 겨우 안심하고
내가 잡아준 파리며 거미새끼를 받아먹으며
기운을 내기도 하고 재롱까지 부리는 것이었다

이런 일을 나는 그동안 6년 동안
몇번이고 했는지 모른다
창밖에 까치가 와서 우는 설날 아침이나
자유의 높이를 재기라도 하듯 노고지리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봄날의 오후에
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새를 내보내고는 했다
그런데 그때마다 녀석은 철창 안으로 들어와버렸고
내 곁에서 내 좁은 손 안에서 오히려 안심해하고
얄밉게도 재롱까지 피우는 것이었다
바보같이 바보같이 창밖에 구만리 장천이 있는 줄도
모르고.



 

1972년 시 《잿더미》외 7편을 '창작과 비평'에 발표하여 등단
1978년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 가입
1979년 '남민전사건'으로 체포되어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광주교도소에 수감
1984년 수감중 첫 시집 《잿더미》출간
시집 《나의 칼 나의 피》(1987), 《조국은 하나다》(1988) 등
신동엽창작기금(1991)과 단재문학상(1992), 윤상원문학상(1993), 민족예술상(1994) 수상
1994년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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