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환경 혼란기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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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드채 지금 사두면 돈 될까[ | ]

요동치는 금융시장에서의 재테크 전략… 현금 유동성 확보해 안전성 높이는 게 상책

출처: 이코노미스트 2003.3.20 | 글 이상건 기자 (mailto:sglee@econopia.com)


‘재테크 혼란기.’ 요즘의 재테크 환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라크 전쟁과 북핵 문제·SK글로벌과 카드채 사태가 맞물리면서 시장은 온통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 불확실성은 재테크 환경을 이중적으로 만드는 특성이 있다.

신한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의 한상언 재테크 팀장은 “지금은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사태 관망도 중요하지만 기회가 어디서 올지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불확실성에 적극 대응하면서 향후 기회를 모색하는 방법은 과연 무얼까.

1.1 “현금 보유도 좋은 투자방법 중 하나”[ | ]

먼저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확실한 방법은 현금 유동성을 높이는 것이다. 하나은행 골드그룹의 임동하 부장은 “지금은 현금 보유도 투자”라고 말한다. 최근 거액 자산가들의 투자패턴도 유동성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모습이다.

그는 “거액 자산가들은 부동산이나 주식에 대한 신규 투자를 꺼리는 모습”이라며 “일단 현금을 손에 들고 관망하자는 게 지배적인 분위기”라고 말한다. 유동성을 중시해 머니마켓펀드(MMF)에 돈을 넣어두었던 투자자들은 최근 SK글로벌과 카드채 사태로 안정성이 뛰어나면서 예금자보호가 되는 은행권의 MMDA(수시입출금식 정기예금)로 돈을 옮겨 놓고 있다.

MMF와 대체관계에 있는 MMDA의 수신고는 지난 3월12일과 13일 각각 1조8천억원, 1조9천7백억원이 늘어났다. 새로운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면 최근 자금 흐름처럼 일단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는 게 바람직하다. 동양종합금융증권 프라이빗뱅킹의 박석준 차장은 “지금은 현금 보유가 답이다. 무리한 투자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치중할 때”라고 말한다.

현재 개인투자자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은 크게 3가지다. 은행권의 MMDA, 증권사와 종금사의 발행어음, 그리고 CMA(어음관리계좌)다. 이들 상품은 모두 원리금 5천만원까지 법에 의해 보호받을 뿐 아니라 확정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MMF에 이미 가입해 있는 고객들이다. MMF에 편입된 카드채의 금리는 대개 5%대다. SK글로벌 사태 발발 이후 카드채 금리는 7∼8%대다. 카드채를 많이 편입한 펀드는 이미 2%가량의 투자 손실을 낸 상태다.

한 투신사 관계자는 “최근 MMF에 가입한 고객이라면 2%가량 손실이 난 상황이므로 조금 손해보더라도 환매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저금리 상황에서 펀드들이 2% 손실을 만회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반면 1년 이상 장기 채권형 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은 크게 동요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박석준 차장은 “장기 채권형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환매에 나서기보다 만기까지 가져가는 게 유리하다. 만기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 원금을 손해볼 확률은 적은 상태”라고 말한다.

1.2 3 카드채에 관심 가져야[ | ]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면서 위기가 주는 기회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대표적인 상품이 카드채 펀드와 카드채다. 투신사들은 카드채 파동 이후 역발상 상품들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미래에셋투신운용·제일투신운용·동원투신운용 등은 삼성·LG·국민카드 등 상대적으로 우량한 카드회사들의 채권과 기업어음에 투자하는 펀드를 출시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카드채의 유통금리가 7%선인데 반해 국고채 금리는 5%대에 불과하다”며 “금리차가 2%포인트 이상 발생한 지금이 카드채 투자 적기”라고 말한다.

카드채 펀드는 불확실성을 감안해 주로 3개월·6개월 등 단기형 상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목표 수익률은 6% 초반대.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펀드에 투자하기보다는 카드채를 직접 매입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동양종합금융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삼성·LG·국민카드 등 빅3 카드사의 회사채를 판매하고 있다.금리 수준은 펀드 운용에 소요되는 비용이 없어 카드채 펀드보다 1%가량 높다.

지난 3월20일부터 카드채 판매에 나선 동양종합금융증권은 7%대(은행금리로 환산시)에 국민카드 채권을 투자자들에 판매했다. 이 회사 금융상품 운용팀의 소상현 대리는 “정부가 유상증자 등 카드사 정상화 대책을 발표해 1년 이내로 기간을 한정해 보면 투자 위험은 많이 낮아진 상태”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투자대상으론 빅3 카드사의 채권에 한정해야 한다”며 “LG카드는 경영 실적이 좋은 편이고 삼성카드는 그룹 배경이 든든하다. 국민카드는 국민은행 카드사업부와 합병할 예정이어서 6개월 이하의 단기 투자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카드채를 판매하는 증권사는 만기가 3∼6개월 남은 채권을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금리 수준만 놓고 보면 은행 정기예금 금리의 두 배가 넘는다.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라면 다른 투자대상보다는 카드채를 직접 매입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채 금리는 매일 시장 상황에 따라 변하므로 해당 증권사에 금리를 문의한 후 투자해야 한다.

1년 이상 장기 투자자들은 국공채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채권값이 많이 싸진(금리가 오른) 상태다. 3월 초만 해도 4.9%대를 보이던 국고채 금리가 금융시장 불안으로 3월 중순 이후 5% 초반까지 올랐다.

한상언 신한은행 PB센터 팀장은 “지금은 채권 가격이 싼 시점”이라며 “1년 이상 장기투자자들은 정부가 지급보증해 안정성이 뛰어난 국민주택 1종과 지역개발 채권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1.3 종목보단 지수 투자를[ | ]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자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단기전과 유가 안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랐던 것. 주가가 9·11테러 이후와 같이 지속적인 전쟁 랠리를 보일 것이라는 데에는 전문가들마다 시각이 다르지만 현 지수대가 낮은 수준이라는 것에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는 개별 종목을 공략하기보다는 지수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 투자대안이 될 수 있다. 한상언 신한은행 팀장은 “북핵 문제 등 불안 요인이 남아 있어 개별 종목을 공략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지수가 낮다는 점을 착안해 인덱스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등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이들 펀드는 주식시장에서 비중이 큰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로 구성된 펀드로 종합주가지수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이들 펀드는 순수 주식형이므로 악재가 다시 출현할 경우 손실이 날 수도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원금 손실을 우려하는 투자자라면 은행권의 지수연동형 정기예금과 투신권의 주가지수연동채권(ELS·Equity Linked Securities)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들은 최악의 경우라도 원금은 보장되면서 주가 상승폭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상품이다. 이 두 상품은 판매기관이 다를 뿐 상품 구성은 거의 비슷하다. 모두 앞으로 발생할 이자를 감안해 그 이자분을 주가지수옵션 등에 투자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한국투신 ELS의 경우 6개월·1년짜리 두 종류가 있다. 6개월형은 투자 기간 중 지수상승률이 한번이라도 30%를 넘으면 만기 시점에 연 8%의 수익률을 확정하고 상승률이 30% 미만이면 상승률에 따라 최대 16%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 처음 시판된 이후 은행권 전체적으로 1조5천억원이 판매된 은행권의 지수연동형 예금도 상품 구성과 내용은 비슷하다.

끝으로 점검해야 할 사항은 대출 금리 인상 여부. 주택자금대출을 받은 사람들 대부분은 3개월 단위로 시중 금리와 연동돼 대출금리가 바뀌는 CD(양도성예금증서)연동형 대출을 받았다.

CD연동형 대출의 금리 수준은 연 6.5%. 최근 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오르자 이자가 더 오를 것을 걱정한 사람들이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야 하지 않느냐는 문의가 각 은행에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 관계자들은 변동금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더 좋다는 입장이다.

한상언 팀장은 “CD연동형 대출의 만기는 대개 3년으로 매년 금리가 1%씩 올라야 고정금리(연 8%)로 갈아타는 게 유리하다. 현재 금융시장이 불안하지만 매년 1%씩 금리가 오르기는 어렵다”며 “변동금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낫다”고 말한다.

게다가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꾸려면 중도상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시중 금리가 오르는 추세라고 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급격한 금리 상승세는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급한 대출 갈아타기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재테크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얘기는 북핵 문제 등 대내외적 변수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현금 유동성을 극대화하면서 향후 추이를 지켜보라는 것이다. 수익률 극대화를 원하는 투자자라면 최근 가격이 많이 떨어진 카드채와 국채 등을 노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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