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린 관객에 ‘록 에너지’ 퍼붓다

1 개요[ | ]

굶주린 관객에 ‘록 에너지’ 퍼붓다
기타리스트 베텐코트 내한공연 관람기
  • 2005-06-08
  • 이승형 기자

요즘 현대인이 잃어버리고 사는 게 있다면 진실된 사랑, 자유로운 개성, 품위있는 순수 등이다. 이 ‘분실 목록’중 끝자리에 위치할 만한 것이 있는데 그건 다름아닌 ‘록 스피릿’이다.

록음악으로 꿈을 꾸고, 춤을 추며, 밥을 먹고, 똥을 싸고, 웃어대고, 눈물을 흘리는 일은 이제 선사시대의 기억처럼 멀기만 하다. 하지만 지금도 아주 가끔은 그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촉매제 같은 공연이 있다.

지난 5일밤 서울 어린이대공원내 돔아트홀에서 열렸던 기타리스트 누노 베텐코트(39·사진)의 내한 공연은 록 스피릿에 굶주렸던 이들에게는 영양 보충의 시간이 될 만한 공연이었다. 참고적으로 누노는 과거의 세계적인 밴드 ‘익스트림’ 출신이며, 하드록에 펑크적 감성을 담아 연주하는 기타리스트다. 누노는 이날 97년도 앨범 ‘스키조포닉(Schizophonic)’에 실린 곡 ‘그래비티(Gravity)’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익스트림’시절의 히트곡 ‘큐피드 이즈 데드(Cupid Is Dead)’를 연주하자 객석은 서서히 달아올랐다.

그의 기타는 마치 재즈의 즉흥 연주처럼 정박자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박자를 임의대로 만들어간다는 데 매력이 있다. 여기에다 1박자에 64음표까지 소화할 만큼 빠른 그의 속주는 감탄할 만한 것이다. 특히 그는 리듬 기타(한음 한음 치는 기타 플레이가 아니라 코드를 잡고 치는 플레이)에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어 국내외 기타리스트 또는 지망생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이날도 어쿠스틱 기타로 들려준 ‘무싸(Mutha)’는 환상적이라고 할 만큼 대단한 리듬감을 보여줬다.

그는 연주와 노래를 병행하는 숨가쁜 순간에도 중간 중간 관객들을 향해 농담하는 여유를 보였다. 이날 그는 ‘기타 교습’이라며 4가지 교훈을 알려줬다. 그중 첫번째는 G장조 코드. 튜닝(기타음 조율)하는 법과 공연 도중 너무 흥분하면 부상을 입는다는 사실도 알려줬고, 마지막으로 전기 기타를 앰프에 연결하는 법을 가르쳤다. 물론 모두 다 농담이었지만 표정은 진지했다.

이날 누노는 대표곡 ‘모어 댄 워즈 (More Than Words)’를 비롯, 앙코르곡을 무려 다섯곡이나 연주하는 열정을 과시했다. 공연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누노와 1500명의 관객이 주고받는 에너지로 넘쳐났다. 누노는 ‘에너지 순환의 법칙’을 증명함으로써 잃어버린 ‘록 스피릿’을 되살리려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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