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상식적인 것을 좋아하지만 예술에 있어서만큼은 일탈을 사랑한다. 그렇다면 만화에 관한 일탈을 가장 멋지게 찾을 수 있는 만화는 바로 이 만화 곤이 아닐까 한다. 이 만화는 극단적인 구성에 관한 자신감을 표현하였다. 왜냐하면 단 한마디의 대사 단 한마디의 의성어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오로지 강약을 알 수 있는 것은 만화상의 표현뿐이지만 이 표현만으로 청자는 기막히게 모든 것을 이해해버린다.
곤은 기형적으로 짧은 앞발을 지닌 일종의 공룡(심증은 충분하지만 만화 어디에도 그에 관한 언급이 없기에 추측으로 대체한다.)이 아닐까한다. 그렇게 야생에 적합치 않아보이는 외형과는 달리 그는 정글의 폭군이다. 그는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폭력성을 행사하며 밀림의 제왕으로 군림한다. 그렇다. 그는 분명 왜소하고 보잘것 없는 존재이다. 그러나 정글을 지배한다. 여기서 현대인들은 자신의 왜소함을 커버하는 쾌감을 얻는 것 같다. 이런 카타르시스의 측면외에도 그 구성의 뛰어남과 그 구성에 속해있는 풍부한 환타지는 만화의 본질을 적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구성에 관한 최상의 작업을 보여주는 무시무시한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