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움이 쌓이는 부부

(고마움이쌓이는부부에서 넘어옴)

1 # 고마움이 쌓이는 부부[ | ]

사람이 사랑의 열병을 앓아봤자 고작 2년이 지나면 그렇게도 몸살을 겪게했던 케미스트리는 어느새 몸에서 홀랑 다 빠져나가고 만다. 죽고 못사는 애틋한 시기가 길어야 2년이란거다. 그럼 30년, 40년의 결혼생활은 무엇으로 채우나? 나이 한살두살 먹어가며,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사회활동과 개인경제활동의 부침 속에서, 그렇게 그렇게 삶의 틈바구니들 속에서 부대끼면서 살다보면 돌아보니 반백의 동반자요 친구요 또는 웬수로 남게되는 전형적인 싸이클. 이것이 한국 보통사람들의 사는 모습이려나?

나의 경우엔 흔히들 이야기하는 "정으로 살아간다"는 식의 정서보다도 더 구체적인 삶의 향기가 있다. 그것은 바로 아내가 나에게 뿜어주는 "은근한 고마움"의 향기이다.

우선 아내는 애교가 없는 편이다. 아주 가끔은 시부모님에게도 무뚝뚝하게 오해살 수도 있을 정도다. 태생적으로 여우같은 짓은 돈줘도 못한다. 그래서 아내는 행동으로 마음으로 보여준다. 기탄없는 진심으로 부모님들을 대하는 모습이 보인다. 더군다가 내가 절대 드리지 못하는 믿음을 보여드리기 때문에 듬직해 하신다. 물론 전혀 귀여운 짓 안하는건 아니다. 요즘 같으면 나보다도 더 재밌게 전화 통화도 해드리고 암튼 잘한다. 물론 우리 가정에 고부간 갈등요소가 코털만큼도 없었다고는 하지않겠다. 그렇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잘 참고 잘 대처하는 아내를 보면서 정말 고마움을 느끼게된다.

나는 한 여자를 데려다가 같이 살기에는 흉허물이 너무나 많은 사람이다. 방귀쟁이에다 발꼬랑내, 거기에 잘때는 이를 갈거나 코를 곤다. 술만 먹으면 기행을 일삼지를 않나 지금은 끊었지만 담배도 골초여서 기약이 없었던 아저씨였다. 특히나 잠잘때의 버릇은 사실 누구라도 매일 같이 잠자기에 극도로 불리한 조건으로서 심한 경우엔 이혼사유로까지 거론되는 것들이다. 우리 부부는 아내의 이해(?) 와 참을성 덕분에 이제껏 나의 흉허물로 인해 "웃을수 있는" 소재는 되었을 지언정 다툼의 재료가 된 적은 아직 없었던 것 같다. 얼마나 다행인가? 새벽까지도 나때문에 시달리다가 내가 일어나기 직전에야 지쳐서 잠이 들었을 아내의 얼굴을 들여다보노라면 나는 정말 장가 잘간 놈이구나 외치고 싶은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아내는 한국에서 사내대장부로(?) 살아가는 모습들을 이해하는 편이다. 워낙 학창시절부터 남자친구들과 남자들끼리보다도 더 잘 어울려서 그런가보다. 물론 염치없고 권위 내세우는 마쵸를 이야기하는건 당연히 아니다. 아내가 제일 싫어하는 타입은 혼자서 공연히 오버하는 것이 행동의 일부로 자리를 굳힌 스타일들이고 두번째라면 바로 남성우월주의 마쵸들이라고 하겠다.

나의 아내가 고마운 것은 1주일에 사흘이 멀다하고 회사 동료, 외부 지인, 학교친구, 선후배, 동호회, 심지어는 군동기까지 술약속과 모임약속이 달마다 빼곡한 생활패턴이 결혼전과 비교해 그다지 달라지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과 어울리고 인맥유지를 잘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거 생각보다 쉽지않은 일이다. 아직 신혼이라면 신혼이고 더구나 아기를 가진지 10개월 접어드는 지금은 무척 중요한 시기인데 혼자서 밤 늦도록 새벽까지 술이 고주망태가 된다는 것은 확실히 미안하기 이를데없는 구석이다.

물론 위에 "그다지" 달라지진 않는다는 단서가 붙기는 하지만 한편으론 총각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게 더 문제일 것이다. 지나치게 새벽까지 늦거나 쓸데없는 술자리가 아니라면 어지간해서는 밖에서 사람들 만나는 그 자체는 무턱대고 싫어하지 않기 때문에 아내가 배려한만큼 나 또한 바깥으로만 돌지않게 되고 항상 집을 돌아보게 되는 효과도 있는 것이다. 무론 늘 아내가 밑지고 살지만...

비단 술자리를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자기계발을 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내라고 자기 일이나 자아성취에 대한 욕구가 없을 것이며 결혼과 임신으로 인한 제약들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기에 그 스트레스 또한 말도 못할텐데도 그런 내색을 왠만하면 내게는 숨기려고 애쓰는듯 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원하는 공부나 도전이라면 3달에 200만원짜리 학원이건 한달에 십수만원어치씩 책을 사제끼건 내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려는 노력에 아내는 언제나 서포터로 응원을 보내기도, 감독으로서 꾸짖고 지도하기도 한다. 만약 내가 30대 이후의 삶을 원하는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면 그것은 99% 이상 아내의 힘으로 그리 되는 것일게다.

그 외에도 일상 속에서 나에겐 과분하기까지한 아내의 사랑에 기쁘고 고마워하면서 살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부부의 첫번째 보물 모모를 잉태하여 만삭인 지금까지 뱃속에서 건강하게 잘 기르고 태교에도 힘써준 노고는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이고 고마움이다. 난 아내에게 지고가는 이 많은 고마움의 빚을 무얼로 어찌 갚아야 하는걸까...그 무거운 몸을 이끌고도 매일 아침 새벽같이 일어나서 아침밥을 챙겨주려고 애쓰는 아내...그 든든한 아침밥을 먹고 힘차게 집을 나선 남편은 그래도 어딜 가건 큰소리 뻥뻥치며 아내자랑을 하고 다닐 줄은 안다.

하루 하루 고마움이 쌓여간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의 깊이와 폭을 자꾸 키워나가는데 보탬이 된다. "그놈의 정"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고맙고 사랑스러운 사람인데 고작 연애 초기의 열병따위에 비할까? 살면 살수록 향기가 나는 아내를 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Can't stop loving you~! -- BrainSalad 2003-2-22 8:47

2 같이 보기[ | ]

문서 댓글 ({{ doc_comments.length }})
{{ comment.name }} {{ comment.created | snsti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