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앨범

핸펀에 달린 디카로 가끔 웃기거나 인상적인 것이 보이면 찍곤 한다. 이 바보같은 녀석이 사진 찍은 날짜를 안남기기 때문에 언제 찍은건지 명확하게 남진 않지만 가끔 인상적인 것이 있으면 올려볼란다.

1 # 잡상인 단속초소[ | ]

Upload:street_seller.jpg

서울역의 1호선 4호선 연결통로다. 007가방을 파는 아저씨가 저기 서있고 그 옆에는 잡상인 단속초소가 있다. 이 단속초소에는 아무도 안들어간지 꽤 되었다. 적어도 나는 이 초소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뭐랄까 나는 단지 매우 아이러니한 장면이라서 그지같은 카메라지만 들이댔던 거였다.

그런데 내가 저 사진을 찍자 저 잡상인 아저씨가 나를 불렀다. 뭘 찍느냐는 거다. 내가 사진을 찍어서 신고할 것으로 생각했나보다. 나는 단지 저 초소가 웃겨서 찍었다고 말했지만, 저 아저씨는 매우 불안하고 화난 얼굴로 나를 쏘아보았다. 나는 그저 괜찮다고 말하면서 가던 길을 마저 갔다.

나는 결코 저 아저씨에게 불안감을 심어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다. 잡상인 생활을 하면서 분명 고달픈 일을 꽤나 겪었으리라. 난 솔직히 한국의 잡상인이 싫지 않다. 조악한 물건들이긴 해도 상당히 싸게 팔 뿐만 아니라, 종종 재미있는 아이템도 많다. 적어도 내가 스페인에서 보았던 조잡하게 구운 CD를 늘어놓고 팔던 친구들보단 정감있게 뭔가를 팔고 있는 사람들이 한국의 잡상인들이다. 아까도 AA배터리 열개들이를 천원에 팔더구만.

특히 잡상인들중 가장 훌륭한 존재는 역시 떡볶이집으로 대표되는 노점상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길거리 햄버거 리어카 하나 찾을 수 없었던 런던이나 마드리드의 길은 적어도 나에겐 삭막했다.
올림픽한다고 쌍팔년도에 상계동에서 벌어졌던 대규모 철거사태 이후로도 상계동에서 노점상은 은근히 수난을 당했다. 노점상들이 설 자리를 없앤다고 인도의 중간에 바리게이트 같은 것을 쳐버렸던 상계 7단지 부녀회장의 조치는 정말 화끈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뭐 노점상 때문에 아이가 교통사고가 났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사실 그런 문제는 노점상이 없어진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닌 것이다. 그것보다는 도시계획을 할 때 노점상이라는 존재가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해보는 쪽이 더 낫다. 뭐 그들은 분명 불법 점유자들이고 그들을 고려할 이유는 정부에겐 없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생각에 한국적인 문화라고 말한다면 뭐 인사동 이런 공간들보다는 노점상 쪽이 더 리얼하다.

노점상은 어쩌면 갈곳없는 서민들의 몇안되는 돌파구 혹은 도피처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들이 사회의 기생충일 수도 있지만 기생충이 아닌 사람도 있다라는 사실을 아는 한 그들은 일단 각박한 생에 내몰린 사람들로 간주하는 것이 옳다. 그렇다면 그들을 조금은 배려해줄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고 나는 생각한다. 쓸데없이 잡상인 단속초소를 만드는데 예산 사용하지 말고 말이다. -- 거북이 2004-8-28 11:57 pm

2 # 비원풍경[ | ]

3 # 정성으로 건설하여 역사의 죄인이 되지않는다.[ | ]

Upload:pic020.jpg

멘트가 참 인상적인지라 지하철 역에서 찍은거다. 이렇게 책임자를 적어서 남기는 것은 좋은 일이다. 사회 전반에 이런 식의 기록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 거북이 2004-8-14 1:16 am


거북이

문서 댓글 ({{ doc_comments.length }})
{{ comment.name }} {{ comment.created | snsti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