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상비약관리법

1 가정 상비약 관리법[ | ]

주부 정모씨(40·경기 안양시 평촌동)는 오랜만에 그동안 집에 묵혀 놓았던 구급약을 정리하기로 했다.
의약분업 실시 전부터 하나둘 구입했던 약들을 모아보니 20L 쓰레기봉투를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더구나 대부분 약들은 포장이 뜯긴 채여서 무슨 약인지 모르는 것이 태반이었다.
정씨는 이렇게 쌓여 있는 약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 또 의약분업 실시 이후 챙겨야할 가정상비약은 무엇이 있으며 관리는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1.1 모르는 약은 버려라[ | ]

보통 약의 유효기간은 2∼3년 정도. 유효기간이 지나버린 약은 독이 될 수 있으므로 과감히 버려야 한다. 누렇게 바랜 탈지면이나 거즈도 마찬가지.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는 “유효기간이란 약의 효능과 안전성을 보장하는 시기”라며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효능이 바로 없어지지는 않지만 제조회사가 법률적인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이병도 회장은 “유효기간이 지난 항생제나 소화제 등을 복용할 경우 두드러기 설사 등과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특히 흰색 계통의 약이 누렇게 변하거나 색깔 있는 약이 탈색이 되거나 2개 이상의 약이 달라붙으면 유효기간과 상관없이 버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시럽과 같이 액상으로 된 성분은 잘 상하므로 1년이 넘었다면 버린다. 눈에 넣는 점안제는 6개월이 지나면 세균이 번식할 수 있으므로 역시 버린다.
대개 알약은 개봉하면 유통기간이 반으로 줄어든다.

1.2 약의 이름을 알 수 없을 때는 가까운 약국에 문의한다.[ | ]

약 이름은 아는데 용도를 모를 경우는 의약품정보시스템(www.druginfo.co.kr), 대한민국의약정보센터(www.ekims.co.kr), 식품의약품안전청(ezdrug.kfda.go.kr)에 들어가 검색하면 용도를 알 수 있다.
대형 종합병원엔 의약정보실이 있으므로 이곳에 문의하면 약 이름이나 용도를 쉽게 알 수 있다.
간혹 유효기간이 지나버린 영양제를 아깝게 여겨 갈아서 화초에 주기도 하는데 비타민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미네랄 성분이 함유된 것은 화초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
또 아스피린은 꽃꽂이를 할 때 물에 타서 주면 싱싱함을 오래 유지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3 약은 햇빛과 습기를 싫어한다[ | ]

약 관리의 원칙은 두 가지. 햇빛을 피하고 건조하게 보관하는 것.
세란병원 응급의학과 오진호 과장은 “약은 습기가 있거나 빛에 노출되면 약 성분의 분해가 촉진돼 약효가 떨어진다”며 “항생제의 일종인 테트라사이클린은 습기나 햇빛에 노출되면 단순히 약효과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독성 물질까지 생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습기가 많은 욕실 선반에 약을 보관하는 것은 금물.
약은 햇볕을 차단하기 위해 갈색이나 검은 색의 작은 비닐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좋다. 비닐 겉엔 구입한 약의 이름과 용도 유효 기간을 적는다. 약보관은 어린이의 손이 닿지 않는 부엌 찬장이나 옷장 높은 곳에 보관한다.
연세대 의대 약제부 황계자 약무과장은 “물약은 개봉 후 1∼2주 이내, 각종 연고는 개봉 뒤 6개월 내에 쓰는 것이 좋다”며 “이때 물약이나 시럽 및 연고는 여름철에는 냉장고의 냉장실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약은 최소 6개월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관리한다.

1.4 상비약 구입[ | ]

가족 구성원에 아이가 있다면 소아용 해열제, 소아용 시럽 소화제, 정장제 등이 필요하다.
노인이 있다면 갑작스런 협심증 증상을 보일 때 혀 밑에 넣어 빠르게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니트로글리세린 설하정, 심한 변비에 사용되는 관장약, 천식 발작 시에 사용되는 스테로이드 흡입제 등이 필요하다.
대부분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므로 의사와 상의한 뒤 준비한다.
여름철엔 모기가 물렸을 때 사용하는 연고나 자외선 차단제, 햇볕에 탔을 때 바르는 연고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
한편 무공해 채소 등으로 인해 기생충에 감염될 수 있으며 어린이집, 유아원, 학원 등 아이들의 집단생활 시 특히 요충이 문제될 수 있어 구충약 구입도 필요하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약제부 정선영 계장은 ”구충약은 1년에 두 번(2∼3월, 7∼8월)은 온가족이 같은 시기에 복용하고 애완동물로부터도 옮을 수도 있으므로 애완동물도 복용시켜야 된다“고 말했다.

1.5 가정용 구급약[ | ]

상비약 해열 진통제 아스피린 타이레놀 폰탈 부루펜시럽 등
소화제 활명수 훼스탈 등
제산제 알마겔 등
지사제 스멕타 부스코판 등
감기약 콘택캅셀 액티피트 콤트렉스정 등
외상 치료제 후시딘 마데카솔 칼라민로션 바셀린연고 등
외용 소염진통제 파스류
위생용품 붕대(탄력붕대와 넓은 붕대), 반창고, 일회용 밴드, 탈지면과 면봉, 체온계, 소독용 알코올 또는 포비돈(요오드액), 의료용 가위나 핀셋 식염수

이진한기자·의사 mailto:likeday@donga.com

1.6 잡담[ | ]

얼마전에 두통약을 하나 사먹었는데도 한통을 사야했다. 이건 확실히 의약분업의 부작용이라고 할만한데 어쨌거나 거북이는 두통약같은건 유효기간을 적어두고 여기저기 짱박는다. 집에 조금, 회사에 조금. -- 거북이 2003-7-31 10:3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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