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民? 善民!

1 # 先民? 善民![ | ]

  • 출처: SERI 포럼 트렌드연구회
  • 필자: 포럼 시삽 김보경님

양반에 대한 환상이 완전히 깨진 역사적 계기는 1950년 6.25 사변 또는 전쟁. '카인의 후예' '토지개혁'의 시대 아닙니까? 반상이 뒤엎어졌잖아요. 역성혁명(?)인거죠. 그래서 전쟁이후 50년대 남한 기득권층은 지주가 첫째, 신흥자본가가 두번째였죠. 후에 신흥자본가의 대변자가 공화당, 지주 대변자가 민주당, 이렇게 되죠. 주류 비주류가 바뀌죠.

정치인과 관료에 대한 환상이 완전히 깨진 계기는 1960년 4.19 혁명 또는 사태. 정치권력에 대한 환상(존귀한 특정 계층만 권력에 접근 가능하다는 환상)이 완전히 깨진 계기는 1961년 5.16 사태 또는 혁명. 먹을 때꺼리를 찾아 입대한 군대에서 성장한 빈농 집안 자식들이 총칼로 권력을 쥐고 나자 일제 고시 출신 관료 및 지주출신 정치인과 선비들을 쥐잡듯 잡고 신흥 재벌을 탄생시켜가면서 민생문제를 션~하게 해결하니 시중에는 "아무나 힘센 놈이 잡는 게 권력이구나"하는 생각이 유포된거죠.

1980년 5.18은 총칼에 대한 환상이 깨진 결정적 계기였죠. 총과 칼은 군바리만 사용하는 게 아니구나! 총칼은 정의로운 짜장면 배달부나 구두닦이도 군인에게서 빼앗아서 그것을 거꾸로 겨눌수도 있구나! 하는 걸 모든 사람들이 알게됐고 정치 군인들의 속성과 이면이 적나라하게 노출되게 되었죠. 박통의 구두닦이를 해도 영광이라고 외치던 젊은 군바리들이 권위도 명분도 빽도 없이 엉겁결에 권력을 쥐자 오직 총과 칼을 휘두를 수 밖에 없었는데, 나중에는 그 컴플렉스 때문에 경기 서울대 출신 행정부, 사법부 관료들의 힘에 의존하게 되고 이런 자들이 결국 현재, 미래의 한국 사회 실권자로 등장하게 되죠. 이 분들은 결국 강남 벼락부자들과 적극 결합하게 되면서 누구도 못말릴 한국 사회의 주류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더불어 전통 때는 富子에 대한 환상이 깨진 시기입니다. 땅만 있으면 아무나 벼락부자가 될 수 있던 시기였죠. 개**도 강남에 살면 부자 개**가 되는거였죠. 이때 특징적인 건 사회 정치적 신분이 하빠리이자 잡종 지식 판매사원에 불과했던 신문, 방송 기자들이 신분상승의 계기를 마련한 시절이기도 했다는겁니다. 이때부터 가치관 혼돈과 대중공작의 중요성이 대두되죠.

평민들이 역사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 계기는 1987년 5월 호헌 선언 또는 발표~1989년 6.29 선언 또는 발표. 노(태우)통 시절은 소위 중산층, 화이트칼라들까지는 그래도 사람대접 받는 방향으로 시대가 바뀌면서(훗날 참수를 면하기 위한 경기부양 공작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아직 건재하고요. 유학파 경제관료들이 중화시켜준 것이기도 하죠) 군바리도, 강남 벼락 부자도, 관료도, 정치인도 "신분이 다르기는 커녕 다들 비슷한 짜식들"이자 노농 계층이나 철거민촌의 하층민들과는 이해관계가 다른, 분명한 독자적 사회 세력으로서 '한편'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는 시절이었습니다.(화이트칼라의 시위 참여는 사살은 일종의 중화제죠. 같은 경제적 동기가 아닙니다.) 아파트 중산층과 노동귀족의 탄생도 이 시절의 일이죠. 브로커, 사기꾼도 큰 폭으로 늘어나 득세했죠. 제조업에서 첨단정보산업으로, 1차산업의 업그레이드화,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고부가가치 문화를 파는 생산과 유통의 유기적인 시장으로 변화되어야 할 시기가 바로 이때였다고합니다. 물론 이때 준비된 것들(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지 7년 만인 1983년 12월 64MDRAM 메모리가 개발됐고 각종 메모리들이 80년대 후반에 본격 양산됐죠)이 지금 현재 우리나라를 먹여살리고는 있죠. 80년대 중후반이 소위 차세대 성장동력이 개발되고 준비되어야 할 결정적 시기였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온 나라가 계급갈등과 정쟁의 도가니탕이었죠. 그랬긴 해도 인구 4천5백만이 흥청망청 잘먹고 살았던 걸 생각하면 그런 정도의 갈등은 뭐 큰 건 아니죠.(현대자동차가 그렇게 숱한 곡절을 겪고도 흑자 나는 거 보세요) 이후 두명의 지역 대표 정치꾼 양김씨를 거쳐 급기야 기득권이 거의 없는 노장적 권력관의 실용주의자(실용주의자 맞을겁니다) 노무현씨가 뒷걸음질치다 봉잡은 것 처럼 대통령이 되었는데, 지난 정권 시절까지 권력의 핵심부에서 정책을 좌지우지해온 관료들이나 기득권층(더 이상 존귀한 존재들이 아니라 그냥 기득권층)의 입장에서 보면 '환장할 노릇'이 아닐 수 없는겁니다. 양김과 그의 사람들은 정치건달(?)에 불과하여(소통령, 부통령 그리고 다들 아시는 그들의 행각들을 잘 돌이켜보세염) 갖고 놀기가 나쁘지 않았다 이겁니다. 그런데 이 노무현은 벼랑끝 승부를 던지면서 자기 주장을 관철하는 습성이 몸에 베어 있어서 보통 내기가 아닌겁니다.

결국 검사조직의 껍데기를 벗겨서 '검새집단'을 만들었잖아요? 요즘 기업 비자금 수사를 보면서 저는 '검새'들의 반발심이 작용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칩니다. 수사 당사자는 어떤 생각으로 수사를 하건 간에 큰 흐름에서 조정하거나 평가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자들의 입장을 유추해본다면 이들은 분명 '정의'로운 칼을 가차없이 휘두르는 후배 검새들을 내세워 자기 과시를 하는 모양새인거죠. (구체적으로 뭘 시킨다거나 시킨다고 해서 행동을 한다거나 하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뭔가 자기 주변 사람들의 분위기가 그러면 그런 방향으로 기울어져서 스토리를 전개하는 게 상례죠) 이미 검찰이 청와대와 짜웅하는 집단이 아니잖아요? 양김 때는 검새님들과 청와대를 이어주는 짜웅맨들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신문 뒤적여보면 다 나오죠. 당시 신문기사 읽어보면 다 나오죠. 그런데 지금은 없습니다. 오랜 세월 폭탄주 사주고 용돈 주면서 사건 맡기면서 키워주면서 보직 주면서 인맥 소개해주면서 스폰서 만들어 주면서 관리해온 사람이라야 충성을 하지 생판 모르는 사람들을 어떻게 믿고 충성을 하겠습니까? 행정부도 마찬가지죠. 자기를 키워주는 권력이라야 충성을 하죠. 더이상 관직을 빌미로 재테크하는 데 방해가 되는 권력에는 충성을 하지 않죠.

대의명분의 시대는 이미 갔다는 것을 너무나 빨리 알아버린 때문입니다. 착한 놈만 빙신된다는 걸 수없이 보아왔으니까, 이미 학습이 되버려서 이제는 존귀히한 대접도 자존심도 소용없고 오로지 풍부한 돈과 사는 요령이 중요하게 된겁니다.

이런 풍토는 이미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보통 월급쟁이들도 자존심, 명예심, 대의명분을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직 비굴한 타협과 긴 출근만이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사농공상의 맨 말석 商은 더 말할 필요가 없죠. 대개 윤리심이란 거의 없죠. 필요가 없어서 없는 거죠. 기업 윤리는 남을 공격할 때는 요긴하지만 자신에게는 적용하지 않죠.

자기 장사할 때는 눈 앞에 돈이 중요하지 윤리 도덕이 중요한 건 아니죠. 뭘 팔건 상인과 금융인이 이 商의 범주에 속합니다. 금융인이라고 해서 따로가 아닙니다. 상인에 빌붙어 있던 사채놀이가 제도화된 게 금융입니다. 기생관계죠. 월가? 마찬가지죠. 다만 상인과 금융이 교배하면 기업이라는 게 탄생합니다. 폼나죠. 그러나 본질은 상인이죠. 수익성 보고 비용 계산해서 남으면 만들죠. 남보다 앞서서 유행을 알고 용감하게 핸들링하면 대박이 되기도 하죠. 엠씨스퀘어 알죠? 알파파 베타파 운운.... 뭐랄까요? 건강보조식 같은 정도의 위상이랄까? 쌈마이 제품일텐데 뜯어보면 아주 웃길거예요. 메모리가 있나 뭐가 있나? 일종의 전자파일테죠. 건강보조식품이 귀중한 의약품 처럼 팔리는 셈이랄까? 근데 연간 매출이 몇천억대죠 아마? 마진은? 대당 몇십만원 하니까....뭐 마진이 엄청나겠죠. 나아가 기업도 상품이 되어서 거래가 되잖아요? 증권거래소라는 게 기업을 상품화해서 팔고 사는 시장 아닙니까?

(IT고 디지털이고 콘텐츠고 트렌드고 뭐고 간에 전부 商이죠. 기업 안에서 돌아가니까. 이 세계는 윤리나 도덕이나 원칙이 곧이 곧대로 통하면 벨로 재미를 못보는 동네죠. 원래 태생이 그래서 기업윤리니 뭐니 그런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표방은 그렇게 해도...결국 비자금 없이 사업권 못따는 거고 100원 주면 1억원의 마진이 생기는데 비자금없이 사업을 하라뇨? 장사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이야기죠. 마진이 중요한거지. 결국. 마진없으면 인간관계도 없고 인간관계도 마진과 같이 돌아야 돈독해지는 동네입니다. 그런 현실이죠. 이런 동네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인생을 설계하시는 분들 스트레스 풀어드리는 요즘 유행이 와인바, 미팅클럽, 포럼, 휘트니스센터 같은데죠. 삼겹살에 소주나 포차는 기본 아이템이고)

'존귀한 존재'라는 뜻의 귀족은 한국 사회에 더이상 없습니다. 관료들이 더 이상 존귀한 존재 대접을 받지 못하는 세태입니다. 사시 행시 합격해도 월급쟁이 정도이고 좀 거친 사나이나 여자들은 정치판으로 가서 "나는 나야!"라고 외치며 "나를 대접해줘. 다만 댓가는 없어. 왜? 나는 원래 존귀한 존재니까"라고 고집을 부리고 있죠. 출신성분(?)이나 혈통을 따지는 건 지난 정권 이후로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대통령부터가 불투명한데 뉘라서 감히 그런걸 따지겠어요? 학력없는 사회....이건 지난 정권 실세들의 본능적인 지향이었죠. 어쩌다 유행도 그랬고 하니까...

신분상승에의 욕망!

신분제가 사라졌는데도 신분상승에의 욕망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욕망이 어떤 허위의식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그게 바로 알게 모르게 일부 범생이 대졸자들 사이에 퍼져 있는 선민의식입니다.(2000년대 초반 이야기입니다) 386 세대가 딱 전형이자 시작인데, 80년대 저항의 경험이 선민의식을 오히려 강화하게 만든 역사적 계기가 되기도 했죠. 그 이후 세대의 상승욕망과 선민의식 같은 것은 386세대에 스며있는 분위기의 지류, 아류들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선민의식은 오랜세월 한국 사회의 '존귀한 존재'이자 주류로 행세해온 KS출신 정통 관료집단<386 세대 일부 관료들 빼고요>의 직계, 방계 혈족과 친소 관계자들(정치인, 기업인, 군인, 땅부자, 토호, 금융업자, 전문인, 살롱 마담, 예술인, 연예인 등...)의 입장에선 '택도 없는' Thing이죠. 이분들에게는 이회창씨가 그 상징인데 일제 때부터 집안도 그렇고... 그가 바로 '존귀한 존재'의 표상인 정통 관료집단의 적자죠. 그 분이 속했던 당의 면면을 볼까요? 기자출신 대표(최모)를 비롯 방송인 출신, 검새 출신, 판사 출신, 토호 출신, 관료 출신(대부분 서울대 졸) 등....(본인의 자의식과 상관없이 역사 사회 흐름상 그렇게 관찰되면 그렇게 위치질 수 있죠. 누구나 평론할 수 있고... 비록 그런 의식없이 열심히 선량하게 정치활동을 했다 하여도 섭섭할 건 없습니다. 개인에 대한 평가나 속한 집단, 계열에 대한 평가는 다른 거니까요)

이 사회에 엘리트연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보이는 선민의식은 이번 정권을 끝으로 그 잔재마저 희미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과거에 선민은 있었으되 세월이 바뀌면서 선민의 역사적 근거가 없어지게 되는거죠. 과거사가 되는겁니다.

이미 권력이 제왕적 권력이 아닙니다. 살펴보았듯이 정통 선민 대표인 관료들이 더 이상 선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트렌드에 대해 느리면서 빠른 사람들이 관료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보가 고이고 흩어지는 데가 관청이기 때문이죠. 이 사람들은 진작 알고 있는겁니다. 선민은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선민의식을 갖고 있으면 남는 게 없다,는 사실을… 좋은 의미의 선민의식인 명예심과 자긍심도 더 이상 남을 깔보는 도구로 사용해서는 자기가 설 자리가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나쁜 의미의 선민의식인 특권의식은 더구나 설자리가 없죠. 더 이상 자기에게 권한이 주어지질 않습니다.

포럼은 선민이 사라지는 트렌드에 편승한 현대적, 개성적, 개방적 관계의 그믈망이며 場입니다. 善民들의 광장이죠.

선민의식의 극명한 표출인 계몽은 설자리가 없습니다. 선민의식을 가진 사람이 비선민과 선긋기를 하자마자 오히려 역이 되는 것, 이것이 트렌드의 묘미이고 주류가 비주류되고 비주류가 주류되는 순환이 역사의 흐름이 아닐까 합니다.

2 # 촌평[ | ]

본인이 활동 중인 포럼에서 좀 엉뚱한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었는데 그 내용이야 여기서 언급할 필요는 없고 단지 좋아하는 선배가 재미있게 쓴, 좋아하는 글이어서 여기로 배달해 봤음. -- BrainSalad 2004-1-6 12:2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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