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병일기0310

Jmnote bot (토론 | 기여)님의 2015년 2월 1일 (일) 01:47 판 (로봇: 자동으로 텍스트 교체 (-생활분류 +분류: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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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0(토)[ | ]

지금까지 겪지 못했던 육체적 자극을 받으니 많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적을 틈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문제지만.

육체적 훈련은 정신적 훈련만큼이나 중요하다.
그 전부터 알던 것이지만 여기서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소대장이나 훈육분대장들의 몸에 기억된 동작이나 체력은 그들의 몸에 힘을 부여한다.
그것은 공부하는 것과 동일한만큼 의미있는 자기수련 수단인 것이다.

그럼 왜 나는 육체적 훈련을 해오지 않았는가? 그것은 잘 못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것을 하여 뛰어나게 되고싶었기 때문일 거다.
앞으로는 육체적 훈련을 해볼까? 글쎄, 그건 모르겠다.
난 본능에 충실한 삶을 일단 살고싶으니까.

어쨌든 그들은 그러한 훈련을 통하여 나름대로의 도를 닦았고 그것이 그들의 프라이드를 만들었으며 나는 일단 복종한다.

내가 과외가르치던 애들이 공부하는 것을 싫어했던 것이 이해가 되고있다, 팍팍.

  • 해설

전날 눈이와서 오전에는 눈을 치웠어야 했다.
3월 중순으로 돌입하는 마당에 치울만큼 눈이 쌓이다니...-_-

가끔 기간병[현역들]들이 씻을 때 웃통을 벗고 돌아다닌다.
여기있는 기간병들은 훈련조교들과 분대장후보 훈련병들이었으므로 몸이 좋은 친구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녀석들이 앞에서 시범을 보인다거나 할 때는 솔직히 기가 죽었다.
그녀석들은 확실히 절도가 있었으니까.
아마 공부 안하는 녀석들이 공부 잘하는 녀석들 앞에서 주눅드는 것과 비슷하려나.

그리고 소대장들이 군대에 대해서는 나보다 확실히 잘 알았으니 그놈들 말하는 것을 듣는 수밖에 없지.

소대장 한녀석은 계속 강조했다. '우리 애들 다 4년제 대학 나왔고 다 너희들만큼 배웠다.'라고.
뭐랄까 너무 겉늙어서 놀라운 녀석이라고나 할까.
지보다 나이많은 훈련병들 앞에서 아버지처럼 행동했다.
맨날 '내 아이들아~'이런식으로 말하고.
그리고 그녀석은 가끔 애들에게 이상한 것을 물어보고는 대답못하면 나름대로 무시했다. 독어과 나온 친구에게 독일어에 대해 물어봤는데 대답을 잘 못하자 쪽을 준다음에 고등학교때 외운 '로렐라이'같은 것을 부르는거다.
상당한 컴플렉스에 둘러싸인 놈이었다라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어쨌든 그놈도 군대에 대해서는 우리보다 잘 알고있었으니 뭐 할말이 있나.
그놈들은 ROTC기간동안 그리고 장교훈련기간동안 도를 닦은 것이다.

시스템속에서 복종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긴 했지만 저놈이 이 부분에선 나보다 확실히 낫다라는 생각이 드는것이다. 이는 훈련병기간동안 계속 든 생각이었다. 그런 놈들이 희생정신이라거나 솔선수범같은 인격자적인 모습을 내 앞에서 지속적으로 보여준다면 나는 아마 시스템 안이 아니더라도 내 스스로 굽힐 것이다.
실력과 인격을 겸비하면 밑에서는 따라올 수 밖에 없는 것일까.


훈련병의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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