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번개를 동반한 온천욕

Jmnote (토론 | 기여)님의 2015년 12월 13일 (일) 17:45 판 (→‎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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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6.05.24 : 천둥번개를 동반한 온천욕[ | ]

호텔(?)에서 나와 어제 보아두었던 디스크 유니언 요코하마 지점에 갔다. 젠장 생각보다 좋은 물건이 많다. 한참을 뒤적여서 한 4-50장은 산 것 같다. 이게 뭐하는 짓인지 원.

여기서 하코네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꽤 복잡하다. 사쿠라키초 역에서 요코하마 역으로 간 다음 오다와라까지 가서 다시 하코네 유모토까지 이동해야 한다. 여튼 하코네는 도쿄 근처의 유력한 온천 관광지이다. 열심히 한 세시간 걸려서 유모토까지 갔다. 굳이 요코하마에서 출발할 것도 없이 신주쿠에서 가는 것이 어쩌면 더 빨랐을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곳에 도착했으니 숙소를 정해야 했다. 역의 인포로 갔더니 자기네가 예약 대행을 해준다고 한다. 어쩔까 하고 있던 차였는데 나와 비슷한 처지의 한국인이 한명 더 들어왔다. 그는 유창한 일본어로 이것저것 직원에게 물어보다가 갑자기 나에게 한국어로 인사하더니 료칸은 혼자 들어가려면 무지 비싼데 혹시 함께 방을 쓸 생각이 있냐고 묻는다. 얼마정도냐고 물었더니 인당 만엔꼴이라고 한다. 너무 비싸서 관두려고 했는데 여기는 워낙 잘나가는 관광지라서 싼 잠자리 찾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하길래 그냥 같이 들어가기로 했다. 처음 보는 남자 둘이 료칸이라...-_-+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는 곳과 유모토의 중턱에 있는 고라라는 곳에 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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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 열차다.

고라까지 올라가는 열차는 등산열차로 삐걱삐걱 지그재그로 열심히도 올라간다. 주변 경치가 꽤 볼만하다. 이렇게 옛날 스타일의 기차가 아직도 있다는 것은 뭔가 그리운 느낌이 든다.

이 양반은 주로 일본 물건을 수입하는 아저씨인데 출장 일정을 앞뒤로 몰아서 한 3일정도의 자유시간을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도쿄는 만날 오니 지겹다고 이제 주변 도시들을 다녀볼 생각이란다. 팔자 좋구나. 왠지 대화가 잘 안되는 타입이라서 올라가면 밥먹는 것만 빼고 따로 다녀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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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료칸에서 설명해주시던 할머니. 저 할머니는 수다스러워서 재미있었다.

일단 료칸에 올라가서 짐을 풀었다. 애매한 시간에 도착한 것이므로 어차피 할 일이 없어서 동네를 한바퀴 돌기로 했다. 조용한 휴양지라 그런지 각 기업들의 수련원 내지는 휴양소가 여기저기에 지어져있었다. 우리나라처럼 대규모 건물이 아니라 상당히 자그마하게 옹기종기 모여있다. 이정도로 조용하고 깨끗한 휴양지라면 역시 한번쯤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이나 일본 문화가 사실 그렇게 부러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 심심하다 싶으면 일본의 부러운 면이 눈에 띄곤 하는데 이게 참 묘하게 부러운 구석이 있는거다.

밥시간에 맞춰 왔다. 우리 방을 시중들어주시는 호들갑스러운 할머니가 밥이 준비되었다고 식당으로 안내해주신다. 솔직히 아무 기대하지 않고 식당에 갔다. 어차피 돈받으면 땡이니까 뭐 얼마나 좋은게 나오겠냐 하는 기분으로 마음을 비웠던게다. 그런데 아주 정갈한 일식 정식이 나오는게 아닌가. 식당에서 먹어도 3-4천엔은 족히 할것 같은 수준높은 식사였다. 내가 일본에서 먹은 것들 중에서 가장 맛있고 만족스러웠다. 이정도 식사가 두 끼 포함되어 있다면 료칸은 갈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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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도로만 자랑하겠다.

만족스럽게 먹고 올라가니 이불이 잘 깔려있었다. 이런게 료칸의 서비스인듯. 오케이 뭐 서비스를 즐겨주마. 아직 잘시간은 아니니 온천에 가기로 했다. 아저씨는 잡무를 좀 본다고 하니 나 혼자 내려가서 온천에 들어갔다. 온천은 노천탕으로 몇명이 들어가던지 문 잠그고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들어가서 푹 퍼져 있었는데 갑자기 비가 오더니 조금 있다가는 천둥번개까지 친다. 비오는 밤에 온천이라...사실 여행에서 비는 그다지 좋지 않은데 적어도 오늘 밤 만은 운치가 있었다.

올라와서 아저씨와 교대했다. 나는 아까 샀던 LP들을 꺼내어 한장씩 감상을 하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LP를 사서 한번씩 요리보고 조리보고 하면서 쓰다듬는 것은 솔직히 큰 즐거움이다. 페티쉬즘이라고 욕해도 할 수 없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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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거 벨트를 꽉 안매고 자면 자고났을때 유타카가 모두 벗겨질 수 있으니 주의하시라.

1.1 촌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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