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치

Jmnote (토론 | 기여)님의 2018년 9월 24일 (월) 13:07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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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새로운 소비트렌드 ‘작은 사치’[ | ]

  • 출처: LG 주간경제 763·4호 2004.01.21
최고급품을 사고 싶다는 소비의 성취 욕구와 현실적인 경제적 제약이 맞물리면서 등장한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바로 ‘작은 사치’다.

새해가 밝았다. 몇 년 전만해도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큰 행사였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지 사람들은 새로운 해를 맞이해도 과거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새로 다가오는 한 해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불안감만 더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직장인들은 발전에 대한 희망보다 퇴직에 대한 불안감에 눌려있다.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직장 내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동료들간의 관계는 팍팍하다. 자영업자들은 극심한 불황과 엄청난 경쟁의 이중고를 겪으면서 초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객관적인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과거에 비해서 근무 시간이 줄어들고 소득은 늘어났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은 과거보다 심해졌고, 불안함 속에서 일하는 것은 시간이 짧더라도 피곤함은 더하다.

학생들은 어린 시절부터 과외로 지친다. 대학에 가서 영어 연수를 다녀오고, 인턴을 하는 등 교육에 예전보다 훨씬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도, 번듯한 직장에 취업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직장에서나 친구들간의 인간 관계도 예전 같지 않다. 심지어는 가족 관계도 무너져가고 있다. 이혼율은 계속 높아지면서 지난해에는 세계 2위를 기록했다. 과거에는 너무 높아 걱정이던 출산율이 이제는 세계 최저 수준이 되었다.

직장과 학교, 친구와 가족 속에서 기쁨을 느끼기 힘든 사람들에게, 달리 보람을 느끼고 자아를 성취할 수 있는 활동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과거에는 종교 단체를 비롯한 다양한 차원에서 봉사 활동이 이루어지고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활동들도 크게 위축되었다. 물론, 일부 사람들은 게임이나 운동, 여행 같은 취미 생활로 삶의 재미를 찾고자 한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운동이나 여행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살아가면서 기쁨을 느끼고 만족하기 힘든 암울한 상황, 이런 상황 속에서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지하게 되는 즐거움의 대상은 소비밖에 없다.

소비는 성취의 대상

과거에는 소비 지출의 대상이 아니었던 많은 것들이 소비의 대상이 되었다. 김치가 처음 상품화되었을 때, ‘어느 게으른 주부가 김치를 사서 먹나.’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누구도 김치를 사먹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남녀 간의 맞선도 주요한 사업이 되었고, 교사의 일이었던 진학 지도는 대입 컨설팅 업체의 상품이 되었다. 이처럼 생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많은 취미에서 이른바 ‘업글병’ 환자(장비를 자주 업그레이드 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취미 생활보다는 그 취미에 필요한 장비에 관심을 갖고 더 좋은 장비를 사는 것을 즐긴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등산을 할 때 배낭 하나와 등산화 한 켤레 있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이제 등반 능력은 아마추어 중에서도 최하급인 사람이 장비의 재질이나 특성에 대해서는 훤히 꿰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음악보다는 기기에 관심을 쏟는 오디오 팬, 사진 찍기보다는 카메라 사는 것을 좋아하는 취미 사진가 등은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장비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커진 것은 분명하다.

업글병 환자에게 취미는 소비를 연결시켜주는 가교(Bridge)이며, 그가 진정으로 즐기는 것은 소비 혹은 소유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의 중요성이 이처럼 커지면서 사람들은 소비에서 성취 욕구를 갖게 되었다. 즉, 소비가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면서, 특정한 소비 행위 자체가 삶에서의 크고 작은 목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소비가 목적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 좋은 집, 자동차와 같은 것은 옛날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목표였다. 그러나 지금처럼 삶이 온통 소비 목표로 가득 차 있었던 적은 없었다.

집을 사고, 자동차를 사는 중장기적 목표 뿐만 아니라, 유명 브랜드 옷도 사고 싶고, 해외 여행도 하고 싶다, 여행지에서도 좀 더 좋은 호텔에 머물고 싶다, 아이는 이름난 소수 정예 학원에 보내고 싶다, 주말에는 근사한 음식점에서 뭔가 특별한 것을 먹고 싶다는 등, 우리는 돈을 쓰는 것을 목표로 정하고 고민을 한다.

소비의 두가지 성취 욕구

그런데, 소비의 성취 욕구는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좀 더 좋은 물건, 즉 고급품이나 사치품에 대한 열망이다. 보다 나은 삶을 목표로 하는 것처럼, 소비에서도 자연스럽게 좀 더 좋은 물건, 좋은 서비스를 목표로 하게 된다. 소비 자체가 곧 자신의 존재와 직결되므로, 고급품을 소비하는 것은 좀 더 나은 자신을 만드는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른 하나의 성취 욕구는 좋은 조건으로 구매하는 것이다. 같은 물건이라도 좀 더 싸게 구입하려는 욕구는 과거보다 더 강하다. 이러한 욕구가 형성된 이면에는 e-비즈니스의 발전에 따라 가격을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겼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였다. 인터넷에서 직접 구입하거나 가격을 비교하면서 소비자들은 구매 자체를 하나의 게임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그 게임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좌절을 느끼고 분개하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좋은 조건으로 구매하기 위해 가격 비교 사이트를 이용하며, 공동 구매를 하기도 하고, 커뮤니티 사이트의 구매 후기를 뒤지기도 한다. 기업은 이러한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더욱 정교한 방법으로 가격을 관리해야 한다.

경제적 제약과 작은 사치

앞서 살펴본 소비의 두가지 성취 욕구 중 고급품 소비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한다. 일부 부유층은 특별한 제약 없이 고급품 소비를 통해 자기 만족을 얻는다. 그러나 불황의 어려움 속에서 중산층 이하의 사람들은, 고급품을 사고 싶어도, 얇은 지갑에서 꺼낼 수 있는 돈이 얼마 되지 않는다. 최고급품을 사고 싶다는 성취 욕구와 현실적인 경제적 제약이 맞물리면서 등장한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바로 ‘작은 사치’다.

작은 사치는 심리적 만족을 느낄 수 있으면서, 구매 가능한 수준의 고급품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욕구와 행동을 의미한다. 즉, 작은 사치 욕구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두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먼저 대상이 되는 제품은 특정 카테고리에서 사치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는 최고급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비싸서 구매하기 어려운 수준이어서는 안된다.

이 두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제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기존 최고급 브랜드의 소품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기존 최고급 브랜드의 소품이다. 예를 들어 팔로마 피카소가 디자인한 티파니(Tiffany)의 수천만원짜리 보석 반지는 살 수 없는 사람이 몇 십 달러짜리 티파니 은(Silver) 제품을 구입해서 즐거워 할 수 있다. 쇼메(Chaumet)의 화려한 티아라(신부용 왕관)는 아파트 한 채 값에 이를 수도 있지만, 기본 스타일의 반지는 마음만 먹는다면 웬만한 신랑이 신부에게 선물할 수 있는 수준이다.

최근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고급 패션 상품들을 취급하는 곳이 많다. 그런데, 여기서는 백화점이나 개별 브랜드 매장과 달리, 의류나 가방 같은 주력 제품보다, 지갑이나 머플러와 같은 소품들이 많이 팔린다.

인터넷 상의 고객은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연령대가 낮고 구매력도 적은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작은 사치의 대상으로서 고급 브랜드의 소품을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 저가격대 카테고리의 고급화

몇 년 전, 국내 분유 시장에는 기존 제품에 비해 2배 이상 비싼 국산 및 외산 프리미엄 분유가 등장했다. 초기부터 급속하게 기존 분유 시장을 잠식하던 프리미엄 분유는 오래지 않아 기존 분유를 완전히 몰아냈다. 이는 내 아이에게는 좋은 것을 먹이겠다는 부모의 욕구 때문이기도 하지만, 분유라는 제품 카테고리 자체가 비싸도 충분히 살 수 있는 금액대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2~3년 전부터 급격히 확산된 엑스트라 버진 등급의 올리브유는 기존 대두유에 비해 10배 가까운 가격이지만, 절대 금액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건강에 민감한 사람들의 작은 사치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상품 카테고리 자체가 지나치게 비싸지 않은 경우도 작은 사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고급 월풀 욕조는 비싸기도 하거니와 욕실에 놓을 자리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스파 용품이나 화장품은 천연 원료로 만든 최고급품이라 하더라도 조금 무리를 한다면 왠만한 소비자는 구입할 수 있다.

최근에 백화점과 방문 판매를 중심으로 고급 화장품의 소비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최고급 화장품을 쓰는 중산층 이하의 고객들은, 비록 옷이나 보석은 최고급을 살 수 없지만, 화장품은 부유층과 같은 최고급품을 쓴다는 자긍심을 느낀다. 이는 작은 사치 욕구가 발현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 고급화(Trading-up) 상품

한편, 카테고리 자체의 가격대가 높은 경우는 쉽게 작은 사치 욕구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의류, 장신구, 가전 제품, 자동차 등과 같이 기본적으로 가격대가 꽤 높은 경우가 이에 속한다. 이러한 카테고리에서 작은 사치는 기존 브랜드에 비해 엄청나게 더 비싼 사치품까지는 아니지만, 좀 더 좋은 제품에 대한 소비로 표출된다.

최근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자주 등장하고 있는 LG나 Whirlpool의 드럼 세탁기, 최신형 카메라 폰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런데 고급화 욕구의 대상 제품이 되기 위해서는 일상 생활과의 직접적 관련성이 높고, 원래 사치품으로서의 의미는 크지 않은 것이라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매일 사용하는 제품일수록 기능이나 품격의 작은 차이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클 수 있다. 휴대폰이나 가전 제품이 여기에 해당된다.

한편, 의류나 시계 등과 같이 카테고리 자체가 원래 사치품적인 요인을 내포하고 있는 경우에는 어설픈 고급화는 의미를 갖지 못한다.

● 새롭고 희소한 상품

사치 욕구의 본질적 특성은 ‘남이 하지 못하는 것을 나는 한다’는 것이다. 진짜 사치를 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측면의 만족을 느낀다. 작은 사치를 추구하는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사치는 속물주의(Snobbism)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서구 사회에서 사치스러운 레저 활동이라면 호화 크루즈나 개인 해변을 빌려서 즐기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레저 활동에서 새롭고 남들이 해보지 않은 것을 경험하는 것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

예를 들면 티벳에서 동양의 정신 세계를 엿보고, 남미 최남단의 우슈아이아에서 살아있는 자연을 느끼고, 요정의 초원이라 일컫는 K2봉 아래의 고원을 걷는 것 등이다. 이런 여행은 초호화 크루즈보다는 비용이 적게 들지만, 피지나 푸켓의 리조트에 가는 것보다는 더 많은 돈이 든다. 독특함과 적당히 비싸다는 특성은 자신만의 작은 사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소비 이유가 된다.

또, 수년 전부터 서구에서는 다이아몬드나 사파이어와 같은 전통적인 보석 대신에 챠보라이트나 알렉산드라이트와 같은 새로운 보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과거에는 준보석으로 취급 받았으나, 그 희귀성과 독특함으로 인해 전통적인 보석 이상의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가격대도 전통적 보석과 비슷하거나 조금 싼 수준에서 적당히 형성됨으로써 작은 사치 욕구의 표적이 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

작은 사치,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앞으로 내수가 본격적으로 성장하지 않는다면 가구당 소비 총량은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일부 상품 카테고리에 대한 지출은 줄이고 다른 카테고리에 대한 지출은 늘이는 식의 소비 패턴이 예상된다. 여기서 지출이 늘어나는 카테고리 중 일부는 바로 작은 사치 욕구의 대상일 것이다.

따라서 어떤 상품 카테고리에서 작은 사치 욕구가 활발해질 것인지, 작은 사치 욕구를 자사 입장에서 어떤 형태로 상품화하여 대응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먼저 작은 사치 욕구를 파악하는데 있어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에 대해 생각해보자.

● 소비 지출 구조 변화를 파악하라

먼저,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영역을 찾아 보자. 소비가 증가하는 영역에서 작은 사치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소비 지출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영역에서는 오히려 저가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나므로, 자사가 속하거나 관심을 갖고 있는 영역에 대한 소비 지출 비중의 변화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최근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영역은 단연 ‘몸’이다. 그에 따라 패션, 화장품, 성형 수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비 상품이 활황이다. 반면, 서적 같은 정신적인 영역에서의 소비는 부진하다. 또, 자녀에 대해 헌신적인 부모의 숫자도 줄지 않고 있어, 어린이 및 청소년 관련 소비의 비중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 사회 문화적 변화에 민감하라

앞서 작은 사치 욕구는 결국 속물주의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언급했다. 속물주의는 유행에 민감하다. 작은 사치 욕구도 마찬가지다. 명품, 웰빙, 이런 유행은 작은 사치 욕구에 좋은 씨앗을 제공하거나 불을 지피기도 한다.

또 유행으로까지 형성되지 않더라도 다양한 사회 문화적 현상이 작은 사치 욕구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농약이나 유전자 조작(GMO) 식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 육체적 위해를 피하기 위한 욕구가 강해지며, 이에 따라 건강 기능이 강화된 상품이 작은 사치 추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사회 문화적 변화에 대한 세심한 주의만이 경쟁사에 비해 앞선 대응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한편, 취미라는 사회 문화적 현상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취미에서 작은 사치 욕구를 크게 느낀다. 자신의 월 수입의 몇 배나 되는 자전거나 오디오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드물지 않다. 취미에서의 작은 사치는 해당 물건의 소유에 대한 자기 만족과 함께 동호인 모임 등에서의 과시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더 강력하게 나타난다.

● 역발상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라

새로운 대상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평범한 사고 방식으로는 곤란하다. 현상을 뒤집어 보는 혁신적 사고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몸에 대한 외부 지향적 소비가 명품이라면, 내부 지향적 소비는 무엇일까? 바로 웰빙이다. 액티브하게 일하고, 액티브하게 놀아야 인정받는 사회, 과연 꼭 그래야 할까, 정(靜)적인 휴식은 의미가 없을까? 이러한 고민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사치는 스파(Spa)나 요가, 명상이다.

이러한 역발상은 과거의 기준으로는 도저히 상품화가 어려운 대상도 상품화할 수 있다. 그것도 작은 사치의 대상이 될만한 꽤 비싼 가격으로 가능하다.

예컨대, 명상은 가장 정적이며 상업주의와 거리가 멀어보인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기(氣)가 강하다는 세도나(Sedona)로의 명상 여행을 상품화한 사례도 있다. 물론 일반적인 여행보다 비싸다.

● 소비 선도 집단을 주시하라

작은 사치 욕구는 어느날 갑자기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지역, 특정 계층에서 조금씩 발생하며 퍼져나간다. 따라서 그 진원지에 주의를 기울이면 조기에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

작은 사치 관련 트렌드는 해외의 중상류층에서의 유행이 국내 일부 소비자층을 거쳐 확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어떤 트렌드냐에 따라서 소비의 진원지와 전파 경로는 다르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해외 사례의 지속적 수집, 국내외 소비 선도 집단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 유사 상품 시장의 동향 파악 등을 실시해야 한다.

작은 사치,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작은 사치 욕구를 조기에 파악하더라도 적절한 대응 활동이 없다면 의미를 잃게 된다. 작은 사치 욕구에 대한 대응의 핵심 포인트를 요약한다면, 고객에게 우리 회사 상품이 사치스럽다고 느낄 이유를 찾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주 비싸지도 않은 상품을 어떻게 사치스럽게 느끼게 할 수 있는가.

● 상품 속성의 일부는 최고급이어야 한다

작은 사치 욕구의 대상이 되는 (최고급이 아닌) 고급 브랜드는 어정쩡한 중급 브랜드와는 그 특성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여야 한다. 즉, 작은 사치 욕구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속성에서 평균점을 높이기보다, 1~2개 속성이라도 확실한 만점, 즉 최고급 브랜드와 동일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예를 들어, 최고급 의류 브랜드는 디자이너의 명성, 원산지 효과, 직물의 소재, 브랜드 히스토리, 광고 모델, 디자인 컨셉트의 독특함과 일관성 등에서 중저가 브랜드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브랜드 구성 속성들을 조금씩 업그레이드해서는 작은 사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여러 속성 중 적어도 1~2개에서는 최고급 브랜드와 동일하거나 오히려 우월해야 한다. 가격은 최고급 패션 브랜드의 절반 수준이지만, 디자이너의 명성과 이력이 매우 뛰어나거나, 소재가 최고급 브랜드보다 더 뛰어나든가 하는 특징적인 속성들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 다른 예를 생각해보면, 자동차에서 전반적으로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보다는, 오디오 하나라도 최고급을 장착하거나, 서스펜젼을 독일산 고급차와 동일한 제품을 사용하는 식의 접근이 작은 사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에는 더 적합하다.

부언하면, 비록 돈은 없지만 작은 사치를 누리고 싶은 소비자들이 마음을 빼앗길 수 있는 뛰어난 속성 1~2개는 반드시 필요하다.

● 타산업의 최고급 브랜드와 제휴하라

제품 속성 중 1~2개라도 최고급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산업의 최고급 브랜드와 제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일한 산업 내에서는 제휴 대상을 찾기도 어렵거니와, 제휴를 한다고 해도 어정쩡한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 고급차의 대명사였던 캐딜락은 독일산 고급차에 밀리는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인테리어 디자인을 불가리(Bvlgari)에 맡겼다. 올림푸스 디지털 카메라는 일부 제품에 페라리(Ferrari) 브랜드를 차용하고 있다.

● 아이템별 역할을 차별화하라

작은 사치는 최고급 브랜드의 소품에서 종종 발견된다는 점은 앞서 언급하였다.

이러한 현상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서는 제품 라인을 구성하는 아이템들에게 각각 다른 역할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이미지 선도용 제품, 과시 욕구가 강한 소비자를 위한 제품, 추종 소비자용 제품 등으로 역할을 부여하고, 각 역할을 맡은 아이템들이 사전에 부여된 역할을 잘 수행하는지에 대해 면밀히 관찰하고 통제해야 한다.

주력 제품은 팔리지 않고, 소품만 많이 팔리는 등 아이템별 역할의 균형이 무너지면, 전반적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약화된다.

●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발하라

홈 스파, 오지 여행, 조기 유학과 같은 것은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서브 카테고리를 새로 만든 사례로 볼 수 있다.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내고, 자사의 브랜드를 안착 시킨다면 상당 기간 동안 초과 이익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작은 사치의 이면에 있는 욕구는 ‘자기 존중’이다. 모든 활동이 소비의 대상이 된 오늘, 소비자는 인간적으로 존중 받고 싶어한다. 국수 한 그릇을 먹더라도 제대로 대접 받고 싶어하는 욕구와 작은 사치 욕구는 그다지 다르지 않다. 전통적인 개념의 사치와는 거리가 먼 생활 필수품이나 할인점 같은 사업에서도 이 포인트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

2 # 촌평[ | ]

작은사치라는 말은 내가 꽤 좋아하는 것인데, 것참 여기 적힌 것과는 의미가 좀 많이 다르다. 나에게 작은 사치는

  • 집에서 LP들으면서 책을 읽는 것 (+ 귤 까먹는 것)
  • 제대로 된 잔치국수를 한그릇 얻어먹는 것
  • 사람들과 만날 때 가능하면 강남역/신촌/신천/건대 이런 복작스럽고 짜증나는 곳을 피하는 것

뭐 이런 것들이다. 그런데 이런게 그렇게 작지가 않다. 꽤 힘들다. -- 거북이 2007-1-23 6:19 pm

3 같이 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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