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병드는 우리말

Jmnote (토론 | 기여)님의 2015년 4월 18일 (토) 09:55 판 (Jmnote 사용자가 인터넷에서병드는우리말 문서를 인터넷에서 병드는 우리말 문서로 옮겼습니다)
(차이) ← 이전 판 | 최신판 (차이) | 다음 판 → (차이)

"방가(반가워요), 안냐(안녕), 어솨요(어서 와요)", "쪽팅(쪽지로 미팅), 통장(통신장애), 짱나(짜증 나)", "추카추카(축하), 머찌다(멋지다), 시러(싫어)", "컴(컴퓨터)에서 쌤(선생님)과 겜(게임) 한 판!" 모두, "누리그물(인터넷)"에서 쓰는 낯선 말이다. 요즈음, 일터에선 "구세대"들이 "신세대"들 사이에서 쓰는 "누리그물 말(인터넷 통신 용어)"을 따라잡기에 안간힘을 다 한다. 우리 삶에 "누리그물"이 들어오면서 나타난 새로운 모습이다.

새 천년에는 "지식과 정보"를 누가 얼마나 빨리 받아들이느냐에 성공과 실패가 판가름나는데, 여기에는 "누리그물"이 가장 큰 구실을 한다. 그래서, 학교에는 말할 것도 없고 웬만한 일터나 집에는 "누리그물"이 거의 다 깔려 있다. 우리가 이를 대견해 하고 자랑하는 까닭은 새 천년을 여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연모이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일은 이를 얼마나 잘 부려쓰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데, "누리그물"의 쓰임새를 보면, 밝은 쪽보다 어두운 쪽이 더 많아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늦게나마 "인터넷 윤리 십계명"을 마련하고, "정보 윤리 교육"에 힘쓰겠다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인터넷 윤리" 못지않게 종요로운 "누리그물 말"은 왜,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똑똑히 말하는 데가 없다. "누리그물 말"을 모르면 생각을 주고받을 수 없으므로 마땅히 배워서 써야 한다거나, 이미 우리 삶 속에 들어왔으므로 어쩔 수 없이 우리말의 한 가닥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도 있고, 그저 재미있는 구경거리로 여기고 지나치기도 한다. 더욱이, 이런 말을 쓰는 젊은이들은 저네들이 누리는 "새로운 세상"을 한물간 늙은이들이 옛날 잣대로 마름질한다고 못마땅해 한다. 이러는 사이, 비뚤어진 말이 "누리그물 말"로 자리를 잡으면서 우리말을 병들게 한다.

"누리그물 말"에는 "개성"과 "속도"를 핑계로, 여느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없게 줄인 말(약어)과 세대 차이를 내세우며 맞춤법을 깨뜨리고 소리나는 대로 쓰는 말과 까닭 없이 된소리로 쓰는 말과 장난 삼아 만든 변말(은어) 따위가 있는데, 이런 낯선 말은 말길(언로)을 끊어서 "누리그물" 안에 있는 사람과 울밖에 있는 사람들 사이를 갈라놓아(의사소통의 단절), 올바른 "정보"를 받아들일 수 없게 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깊고 바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재미 삼아 "또래 말(네티즌의 은어)"을 만들어 쓰며 낡은 틀을 깨뜨렸다고 우쭐대는 젊은이들의 장난으로 보아 웃어넘길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런 "누리그물 말"은 "개성"을 드러내는 말도 아니고 "누리그물"의 구실에 맞는 말도 아니다. 한마디로, 말본과 맞춤법을 몰라서 제멋대로 쓴 말이다. "논술고사 답안지"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 어느 대학 교수의 말이 그것을 말해 준다. 게다가, 글을 빠르게 보내는 데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즉석 만남"을 "벙개"로 쓰면 뜻을 알 수 없으니 빨리 보낸 보람이 없고, "안녕하세요, 헷갈려"를 "안냐세여, 헷갈리"로 쓴다고 글쇠(자판)를 치는 시간이 줄어들지도 않는다. "빠이빠이"를 "빠이루"로, "반가워요"를 "빵가루" 따위로 쓰는 것은 한갓 젖내나는 말장난일 뿐이다.

빗나간 "누리그물 말"은, "누리그물"을 처음 열 때 우리말을 제대로 못 배운 젊은이들이 맞춤법을 잘 모르거나 장난으로 쓴 데서 비롯한 것인데, 뒤늦게 들어온 제법 배웠다는 사람들마저 멋으로 알고 따라 쓰면서 "누리그물 말" 한 귀퉁이를 차지하기에 이른 것이다. 여기에는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 한 몫 하기도 했다. 미리 가르치고 잡도리(단속)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지만, 이제라도 일깨우고 바르게 쓰도록 이끌어야 한다. 한 모둠살이 안에서 쓰는 말은 "누리그물 말"이든 나날말(생활용어)이든 반드시 같아야 하기 때문이다.

"누리그물"은 틀림없는 지식과 새로운 정보를 빨리 받아들이는 데 값어치가 있다. 따라서, "누리그물 말"이 "지식과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걸림돌 구실을 해서는 안 된다. "누리그물"에 들어가기에 앞서 바른 말과 맞춤법과 띄어쓰기부터 배워야 하고, 장난이나 재미로 "채팅"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발돋움하여 "세계화, 정보화"를 여는 연모로 부려써야 할 것이다.

  • 출처 : 김정섭/우리말 바로 쓰기 모임 회장, 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 공동 대표, 2001. 8

> 스크랩북/LaFolia
문서 댓글 ({{ doc_comments.length }})
{{ comment.name }} {{ comment.created | snsti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