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리뷰

Jmnote bot (토론 | 기여)님의 2018년 4월 5일 (목) 22:37 판 (Pinkcrimson 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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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리뷰

1 # 거북이[ | ]

하도 오래전에 봐서 기억도 아련한데 매트릭스 1이 각광받았던 이유는 필름을 쪼개서 만들었다는 생노가다의 총알 날아가는 씬과 엄청난 패로디를 낳았던 트리니티가 날아서 잠시 떠있는 씬의 이 두장면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조금 철학적으로도 해석할 여지가 있었던 가상세계(Serial Experiment Lain이라는 애니의 wired world나 현실의 인터넷같은...)를 화면으로 만들어 내놓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당혹스러웠는데 죽은놈에게 마지막에 뽀뽀를 해서 살아난다는 깨는 해결과 말도 못하게 개폼을 잡는 것이 웃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방에서 열광을 하는 것이다. 거참. 감독 워쇼스키 형제의 데뷔작은 바운스라는 레즈비언 버디 무비였는데 여기는 꽤 고혹적인 여자들이 나와서 범죄행각을 저지르나 뭐 그랬던거 같다. 이미 이 영화에서 이친구들은 화면쪼개 느린 영상으로 뽀대보여주기를 실험하고 있다.

어쨌든 매트릭스는 대박을 쳤고 이 친구들은 희대의 대형 뽀대 영화 프로젝트를 구상했던거 같다. 매트릭스 2, 3 제작과정을 담은 DVD를 보니 이건 뭐 거의 모든 화면을 돈으로 발랐고 게임, 애니메이션, 광고, 유관상품 등 요즘 트렌드인 원소스 멀티유즈에 충실한 영화였다.
그리고 이 양반들은 자기들이 좋아했던 요소들을 모조리 차용해서 짬뽕 오마쥬 영화를 만들기로 한거 같다. 얼추 생각나는 것들만 해도 쿵후 영화, 사무라이 영화, 홍콩 느와르, 스타워즈, 스타크래프트, 일본 애니메이션 등 수많은 화면들이 어딘가에서 본듯한 느낌을 준다. 격투씬이나 비행씬은 뭐 완전히 드래곤볼이다.

하지만 왜 싸우는지도 모르고 믿음, 구원의 코드만 남발하는 대사, 함축적이지 못한 화면과 스토리, 그래픽으로 떡칠을 해서 주는 묘한 괴리감, 긴긴시간동안 내내 어수선하게 주는 공격적인 영상 등으로 인해 영화보다는 광고의 모음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애매하게 말해서 뭔가 있어보이던 철학 역시 여기서는 조금 더 밝히려다 보니 개똥철학만도 못하게 되었다. 게다가 온갖 신화들에서 차용한 이름들, 기독교식 구원자의 이미지, 불교식 인연, 윤회와 같은 이미지 등이 짬뽕되어있어 뭔가 있어보이는듯 하면서 개판이다. 레볼루션이라는 이름은 왜 지은겨...-_-

그래도 격투씬의 비쥬얼은 꽤 볼만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광장에서 스미스 떼거리를 전봇대 뽑아서 패주다가 날아 올라가는 격투씬이 좋았다. 3편에 나오는 드래곤볼류의 격투씬은 별루다. 아 그리고 애니매트릭스는 오노니까 안보시길 강추...-_-++ -- 거북이 2003-11-8 2:58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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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강성훈[ | ]

발신: Sung-Hoon Kang <mailto:sungkang@xxxxxxxxx.xxxx> 날짜: 1999/11/30 (화) 5:55pm 제목: Re: The MATRIX

리플라이를 달려고 했는데 깨지더군요. 제가 컴맹이라서 왜그런지는 모르겠구요. 저도 매트릭스를 재미있게 봤거든요. 그리고 sea monster님께서 불교이야기를 하시길래 옳거니 했지요. 그런데 리플라이 대신 copy-paste한 밑의 글을 보니 생각이 좀 달라서 몇자 적어볼까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이런 얘기 해도 되는 것은 맞나요? 제 경험으로 보면, 아트록 좋아하시는 분의 십중팔구는 영화도 좋아하시는 것 같던데... 다만 평소에는 포스팅 안하다가 이런때에만 포스팅하는 것이 좀 쑥스럽군요.

우선 sea-monster님이 쓰신 글:

우선, 제목과 이 한줄의 대사 "What you believe is the real"에서 단서를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기독교적 가치관에서 본다면 "The Real"이란 신 그자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간은 신의 피조물로서 신이 인간과 함께 창조한 세상에 일부로 살아 가는 것이고요. 그가 모피스의 지도아래 수련을 하며 놀라운 능력을 얻어가는 과정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보면 메시아라기 보다는 사탄에 영혼을 팔았다고 보는 것이 더 그럴듯하게 보여집니다.
반면에 불교적 교리에선 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으며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깨달음"입니다.
영화에서도 보여진 모피스의 이끔아래 수행된 참선과 수련의 과정은 세상의 보여지는 행렬(The Matrix)을 뛰어넘어 모체(The Matrix)의 자궁(The Matrix)속에 잠재되어 있는 "진실된 깨달음을 얻은 나(The Matrix)"로 가는 길로써 그려졌으며 이것이 제목인 The Matrix가 가진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다음으론 육신과 영혼의 분리입니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그들이 천국과 지옥이 아닌 현세에서 육신을 떠나 싸움을 하고 마치 현실의 육체인듯 상처가 나고 고통을 받는 모습을 어떻게 설명하실 수 있을지...
불교에서 육신은 애초부터 영혼을 담는 그릇에 불과하다는 생각과 내세 사상은 육신은 그저 이 현세와 영혼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된다는 영화시나리오의 근간을 그려내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주인공=메시아/ 사부=요한/ 여주인공=마리아/ 배신자=유다 라는 영화인물상의 관계에서 기독교적 은유라고 하신다면 수많은 중국무협영화의 이야기골격을 이루는 이러한 인물배치가 전부 기독교적 은유에서 기인된 것인지...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에선 메시아(니오와 친구들)팀 모두가 대단한 초능력자가 되어있는데 그들이 모두 처음엔 니오처럼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신의 계시로 자신의 임무와 능력을 부여받은 사람들이 아닌, 평소 막연한 무언가(The Matrix-진실?)에 대한 알고자하는 갈망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의 깨달음에 영향을 미치며 그 깨달음을 통해 스스로가 스스로를 만들어간 사람들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불교에선 그들을 스님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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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제 글입니다. 우선 매트릭스는 동서고금의 여러 사상을 혼성채용하고 있는 것이어서 기독교영향과 불교영향이 동시에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두드러진 것 몇가지만 더 이야기하면, 고대 그리스사상, 20세기의 심리철학 등이죠. '매트릭스'라는 제목은 사실은 20세기 과학이론에서 따온 것입니다. '패러다임'이란 말은 다 들어보셨죠? 이 말이 사용되고 나서 과학이론에 대한 논쟁이 있었고 그 논쟁과정에서 '매트릭스'라는 용어도 사용이 됩니다. 그 의미는 대충 '구성된 체계'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영화 속에서 '매트릭스'는 실제세계가 아닌 컴퓨터에 의해서 구성된 체계로서의 세계를 의미하지요.
매트릭스에서 채용한 이미지들 모두를 이야기하려면 글이 너무 길어질 듯 해서, 간단히 몇개만 이야기해보죠. 먼저 기독교 이미지는 너무 강해서 서양인이라면, 아무도 이것을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기독교 문화에서 자라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비교적 이것을 덜 느끼는 것이지요. 일단 등장 인물들의 이름부터 기독교냄새를 풀풀 풍깁니다. 트리니티가 삼위일체인 것은 다 아시죠? 네오는 메시아인데, 기독교에서는 메시아를 제 2의 아담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아담은 누구나 아시듯 기독교에서 최초의 인간이죠. 그런데 그것이 히브리어로 바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메시아는 제 2의 인간, 즉 새로운 인간을 의미하는 것이죠. '네오'가 새롭다는 뜻임은 다 아시죠. 네오는 영화 속에서 부활함으로써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요 (트리니티의 키스가 그를 살려내죠. 이때문에 트리니티가 성모 마리아인것입니다. 트리니티는 삼위일체니까 성모마리아도 되고, 막달라 마리아도 되고, 베드로도 되는 것이죠). 모피어스는 세례요한입니다.
'모피어스'라는 말은 형태, 틀 뭐 이런 뜻을 가지고 있죠. 세례요한은 예수의 길을 준비하며 예수가 앞으로 작업하는데 틀을 마련해 주는 사람입니다. 한명 더. 배반자 사이퍼는 바로 루시퍼입니다. 이건 '앤젤하트'라는 영화에서도 써먹었던 트릭이지요. 뭐 이름만 가지고 제가 기독교의 영향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심지어 이름마저도 그렇다는 것이죠.
사실 불교이미지는 기독교이미지만큼 강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매트릭스세계의 묘사에는 불교 이미지가 많이 차용됩니다. 그 이미지가 가장 강하고 가장 분명하게 보여지는 것은 네오가 쿠키굽는 아줌마를 찾아갈 때입니다. 그곳에서 숫가락구부리는 꼬마와 이야기하는데, 그 꼬마가 승복을 입고 있는 동자승입니다(라마승같지요, 아마). 이 꼬마가 하는 말이, 숫가락을 구부리려고 하지말고, 숫가락이 없다는 것을 깨닫기만 하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야말로 색즉시공, 일체유심아닙니까? 해탈에 이르는 팔정도의 가장 핵심은 깨달음에 있습니다. (실제세계와 대비되는 것으로서의) 매트릭스 내에서의 행동의 자유는 바로 이 깨달음의 정도 에 좌우되지요.
하지만 이 부분은 기독교의 믿음과 중첩되는 부분입니다. 기독교에서는 겨자씨만한 믿음만 있어도 산을 옮긴다고 하니까요. 그리고 전반적으로 매트릭스세계 내에서 자유를 획득하는 방식은 영화 속에서, 불교의 깨달음이라는 도식보다는 기독교의 믿음이라는 도식에 맞추어 진행됩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보기에는 매트릭스라는 영화는 동서양의 이미지를 고루 채용했지만, 주된 인용은 서양전통과 서양현대사상에 따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매트릭스세계와 실제세계의 구분에 대해서 장자와 나비의 꿈을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데, 이것도 사실은 장자 보다는 그리스 사상의 영향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한 듯 싶습니다.
이미 이야기가 길어져서 이쯤에서 줄여야할 듯 싶은데요. 다만 이렇게 많은 이미지를 차용한 매트릭스가 깊이 있는 영화인가 하는 질문에 제 대답은 '아니다'입니다. 이 부분에서도 매트릭스는 일본만화영화들과 상통하는데요, 양자 모두 그럴듯해보이는 이야기들을 이곳 저곳에서 빌려오는데 그런 이미지들을 깊이 있게 다루는 것이 아니라 환상적인 비주얼과 결합시켜 표층적인 쾌락을 주는데 주력하는 것이죠. 뭐 이게 나쁘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그 때문에 더더욱 매트릭스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이겠죠.

3 # 촌평[ | ]

흠. 그럼 계속해서 인간들은 자신들이 어떤 처지인지도 모른체 고혈을 빨린다는건데, 그럼 그건 깨어나서 살아있는 놈들이 지들만 자유의지로 살려고 영문도 모르고 태어나서 죽어가는 다수의 인간들을 기계에 팔아먹은거군요. 이런 을사오적 보다 못한놈들,, -- 김기태 2003-11-19 9:21 pm

올해 여름에 개봉했던 매트릭스 리로드에 이어 매트릭스 레볼루션이 개봉했다. 영화를 보고서 왜 난 이 영화의 제목에 레볼루션이라는 부제가 붙었는지 모르겠다. 영화의 결말은 레볼루션이라는 단어와는 걸맞지 않다. 혁명이란 기존의 체제를 뒤집어 엎는 그 무엇이어야만 할텐데 매트릭스 시스템안에서 태어난 네오는 그 체제를 무너뜨리지 못하며 오히려 인간의 생명에너지를 착취하여 그 자신을 증식시키는 시스템의 존속에 자신의 몸을 희생한다. 네오의 출현은 이미 매트릭스라는 시스템안에 프로그램화되어 있었다. 인과관계의 치밀한 구성(즉, 우연성 zero)만으로는 시스템의 존속이 불가능함을 깨달은 architect는 매트릭스라는 시스템에 일정정도의 우연성을 가미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자존과 증식이 가능한 매트릭스를 창조한다. 그러나 기계의 필연성과 인간의 우연성의 충돌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으므로 매트릭스 시스템내의 엔트로피가 일정수준이상이 되었을 때 인간의 메시아를 등장시킴으로써 시스템을 재창조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심어놓았던 거다. (스미스 요원이 architect가 구성한 프로그램의 하나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매트릭스 시스템 전체를 장악하고 인간의 세계도 완전히 파괴하려는 스미스 요원에 맞서 네오는 매트릭스시스템과 협상을 하게 되고 네오는 스미스로 복제되어 자폭하는 길을 선택함으로써 매트릭스 시스템과 시온을 구한다. 네오는 매트릭스를 파괴하지 않는다. 오히려 매트릭스를 존속시킨다. 매트릭스 2편에서 원로원 의원중의 한사람이 네오를 시온의 기계실에 데려가 인간과 기계의 공존에 대한 화두를 던진 적이 있듯이 매트릭스와 시온은 공존한다. 아니 공존이라는 말보다는 '휴전'이라는 말이 어울리리라. 거대한 매트릭스 시스템은 여전히 인간의 생체에너지를 뽑아내서 작동되고 있고, 시온은 생명유지장치(지하의 거대한 기계실)를 통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레볼루션인가? 혁명이라면 그리고 네오가 이전 편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불리운 "The One"이라면 이런 결말은 너무 뜨뜻 미지근하다. 그렇다면 워쵸스키 형제는 architect에 의해 이미 설계된 스토리라인대로 기계에 의한 인간의 지배는 계속된다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보여주려고 한 것일까. 그것 역시 아니다. 영화 마지막 후퇴하는 센티넬을 보고 전쟁은 끝났다며 환호하던 시민들이며,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환호하던 오라클, 세라프를 보라. 네오는 매트릭스에게 자신은 '평화'를 원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러나 인간이 얻은 것은 평화가 아닌 휴전일 뿐이다. 이 영화는 왠지 끝마무리가 어설프다. 매트릭스가 보여준 가상현실의 가능성과 영상미학을 부인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인간과 기계는 공존해야한다는 하나마나한 주제를 3편까지 늘여서 팔아먹는 워쵸스키형제는 자신의 살을 파먹고 있는 듯하다. -- 자일리톨 2003-11-19 8:45 pm

레볼루션은 혁명이 아니라 순환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더라만. 워쇼스키들은 살 그정도 팔고 그돈벌면 로또당첨된거라고 생각하며 좋아할거 같은데? :)
그리고 한겨레에 나온걸 보니 얘들은 어차피 수습을 제대로 할 생각도 없었을 뿐더러 엉성한 결말로 어수선한 뒷얘기가 무성하도록 만드는게 의도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더군. 그거라면 다들 당한거라고나 할까. 어쨌든 역시 좋아할 수는 없는 영화지. 난 싫었다. -- 거북이 2003-11-19 11:2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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