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죽거리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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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독 : 유하(2003)
  • 출연 : 권 상우(현수), 이 정진(우식), 한 가인(은주), 김 인권(찍새), 박 효준(햄버거), 백 봉기(치타), 김 부선(떡볶기집 주인 - 특별출연), 천 호진(현수 부 - 특별출연), 이 숙(우식 모 - 특별출연), 김 삼용(검정고시 학원강사 / 대한국민 입시학원 회)

1 # 자일리톨[ | ]

영화 포스터를 봤을 때 "이거 또 친구같은 쓰레기영화아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포스터 한켠에 감독이름이 유하였다. 그의 전작 결혼은미친짓이다를 매우 재미나게 본 나로서는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가 생긴 셈이었다.

이땅의 모든 이소룡 세대들에게 바친다는 감독의 헌사처럼 영화는 이소룡의 현란한 액션으로 시작된다. 이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1978년...그렇지만, 9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나에게도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학교의 모습은 너무나 익숙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학진학이라는 무오류의 절대명제를 향해 소떼몰이를 당하듯 하는 모습은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나 전상국의 '우상의 눈물'에서처럼 이 영화의 학교도 사회의 조그만 축소판으로 그려진다. 박정희의 유신체제 말 "각하"를 정점으로 한 거대하고도 "평온"해보이는 권력피라미드 아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벅벅 기었듯이, 영화속 "정문고"도 선생들로부터 권력쪼가리를 위임받은 선도부짱을 정점으로 여전히 "평온"해 보인다. 등교길에 수많은 학생들이 선도부학생들에게 충성을 외치며 거수경례를 때리고, 조금이라도 행동이 하 수상해 보이는 놈들은 각목 찜질을 당하며 학교는 평온하다. 이 와중에 선도부짱에게 반기를 드는 놈이 나타나는데, 이 놈은 어딘가 삐딱한 부잣집 도련님이다. 선생으로부터 위임받아 합법과 불법이 혼합된 폭력을 휘두르는 선도부짱이나 이 부잣집 도령이나 권력의 속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이소룡 이전의 무협영화에서 그려지던 싸나이대 싸나이의 "승부"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이들은 잘 안다. 무조건 상대의 약점을 철저히 이용해 짓밟아 버리는 것. 그렇게 만들어진 승자가 모든 것을 가진다는 "Winner Takes All"의 논리를 이들은 잘 알고 있는 거다.

그리고 그들의 우상 이소룡도 이러한 세상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소룡 이전의 무협영화보다 이소룡 영화의 싸움장면은 더 처절했고 상대방이 방심할 때 뒷통수 갈기기, 급소차기 등 온갖 불법(?)이 난무했으며, 정통파들로부터 "이소룡의 절권도는 무시를 당했던"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승부는 정정당당하지 않은 것이다. 누가 이기든 이긴 놈이 모든 것을 가져간다. 이기기만 하면 정의도 내편으로 만들 수 있다. 그리하여 이소룡은 "뒤돌아보지 말 것"을 그저 "앞만 보고 이길 것을" 우리에게 주문했던 것이다.

암튼 이토록 지저분한 사회의 논리를 따랐던 이 두 놈이 한판을 붙게 되고, 밀려난 부잣집 도령은 자취를 감춘다. 도령 밑에 있던 똘마니들의 새로운 줄서기가 단행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 평소 도련님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던 '햄버거'는 완전한 선도부짱의 행동대원으로 나서고 권력의 단맛을 만끽한다.

한가인에 대한 진실된 사랑 때문에 상처를 받은 우리의 주인공 권상우... 학교 안의 그 권력피라미드를 박살내기로 결심하고 마침내 권상우는 피나는 노력을 통해 이소룡의 절권도로 조그맣고도 불온한 권력피라미드를 개박살을 낸다. 정정당당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욕하는 분들도 계시리라... 하지만 승부란 그런거다.. 권상우의 한가인에 대한 순정이 도련님의 한밤의 쇼로 압도당했듯이, 박정희의 유신이 한국식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선전되었듯이 당시의 세상은 (아니 지금도?) 진실보다는 위선이 정의보다는 가진자의 권력이 더 인정받는 곳이 아닌었던가?

물론 권상우가 그 불온한 권력피라미드를 인정하면서 소시민으로 살아갔어도 난 슬펐겠지만, 그가 교내의 조그만 권력피라미드를 박살내는데 성공했을 때도 난 슬펐다. 어차피 그에게 돌아올 것은 더 가혹한 처벌이기 때문이다. 이 사회의 조그만 권력 피라미드 뒤에는 더욱 강고하고 거대한 권력피라미드가 놓여있는 법이다. 이소룡이 "Fist Of Fury"의 마지막 장면에서 라이플을 정조준하고 있는 영국군인들을 향해 발차기를 날리듯이 그의 발차기는 의미없는 지랄이다. 어차피 죽을 운명이지만, 한번 지랄해 본거다. 그 지랄 한번으로 권상우는 제도권 밖으로 밀려난다. 그리고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가려는 노력을 꾸역꾸역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착찹했다. 솔직히 난 그런 지랄 한번도 못 해봤다. 그 뒤에 연이어 서 있는 권력피라미드의 위압감 때문이었을까? -- 자일리톨 2004-1-19 1:51 pm

2 # 촌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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