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배달부 키키 (1989)

Jmnote bot (토론 | 기여)님의 2018년 4월 5일 (목) 22:37 판 (Pinkcrimson 거북이)

   

1 # 거북이

언젠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은 연대기별로 다시한번 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그의 작품을 볼 때마다 아 이게 최고의 작품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 정도로 최상급의 고른 완성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 놀라워서 그의 작품에 시기적 경향성이 있나 하고 살펴보고싶기 때문이다.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단한? 이 작품에는 사건다운 사건도 별로 없고, 그다지 스펙터클한 장면도 없고, 큰 메시지도 없는데?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일상의 미묘한 떨림을 잡아내고 있고, 생각조차 해본적 없는 귀여운 설정들이 계속 나와서 나를 미소짓게 만들고, 세상은 살아가는 태도와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꼬마 마녀 키키의 작은 성장드라마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것 또한 사실이고, 이 점에 점수를 높게 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야오의 힘이라고 하면 특유의 따듯한 캐릭터, 군더더기를 떨어낸 스토리텔링 그리고 매체에 대한 이해가 아닐까 싶다.
하야오의 캐릭터들은 다 뻔하다. 둥글둥글하게 생겨가지고 다들 착하다. 악당다운 악당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런 캐릭터들이 너무 많으면 좀 지루할 수도 있는데 다들 위트가 있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역시 대단하다고밖에~
애니메이션은 보통 두시간까지 안간다.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정도인것 같다. 그 안에서 여러가지 얘기를 하려면 아무래도 군더더기 이야기는 없는 것이 나을것이다. 뭐 건담들처럼 복잡한 인물묘사등을 하려면 주저리주저리 설명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하야오의 캐릭터는 단순하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 대신 산뜻한 줄거리와 곁가지의 에피소드들이 병렬적으로 나오면 된다.
셀 애니메이션으로 하야오만큼 스펙터클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아까 스펙터클이 없다고하지 않았냐고? 뭐 그렇긴 한데...잠자리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이 프로펠러 자전거에 키키를 태우고 언덕을 내려오는 장면에서 나는 분명 주먹을 꼭 쥐었다. 그리고 체펠린 비행선이 시계탑과 충돌할 때 소년과 키키가 다치지나 않았을까 하고 긴장하기도 했다. 나에겐 이런 것들이 스펙터클이다. 피도눈물도없이에서 차를 수십대나 부수었지만 그닥 스펙터클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마을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던 키키지만, 주변 사람들을 돕고 그들과 몇가지 사건들을 경험해나가면서 성장해나간다. 함께한다는 것은 그런거 같다. 뭔가 함께 겪지 않으면 안되는 것. 요즘도 가끔 느끼게 되는 당연한 진리다. 너무 교훈적인 만화인가? 하지만 고루하지 않고 강압적으로 주입하지 않는 교훈이라면 재미있는거 아닐까. -- 거북이 2004-9-23 2:31 am

2 # 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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