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강남 부동산 불패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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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동산 컨설턴트의 분석] 江南 아파트값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

출처: 월간조선 2002년 10월

金鐘峰 - 1959년생. 연세大 경영대학원 수료. 두산그룹 근무 후 1990년부터 부동산 컨설턴트로 일해 왔음. 분당 두산 「we’ve」 아파트 분양, 경기 강화 불은면 두은리 전원주택 개발 등. KBS 「뉴스광장」 등에서 부동산 시장 동향 등의 컨설턴트로 방송출연.

金鐘峰 부동산 컨설턴트社 Srnews 대표


『좋은 데 사시는군요』 '

『요즘 어디 사십니까?』

『江南(강남) 삽니다』

『좋은 데 사시는군요』

서울 강남의 서초동에 사는 정임구(43)씨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눌 때마다 열이면 열 사람과 거의 이런 대화를 하게 된다. 사람들은 정씨에게 강남 어디에 사느냐고 묻지도 않는다. 강남 산다는 말에 상대방은 금방 정씨를 부러워하는 눈빛이 된다.

그러나 실상 정씨는 다세대 빌라에서 전세를 살고 있다. 어쨌든 정씨는 「남이 알아주는」 강남에 살고 있는 덕에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지 않는 것이 싫지는 않다. 괜히 기분이 좋다. 정씨는 석 달 전 세들어 살고 있는 다세대 주택을 兄으로부터 빌린 3000만원을 전세금에 얹어 매입했다. 집값이 계속 오르는데다 전세금이 매매가에 육박하고 再계약 때마다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통에 아예 매입해 버렸다.

샐러리맨 김석운(45)씨는 요즘 싱글벙글이다. 3년 전 강남구 대치동에 은행빚을 얻어 무리하게 32평형 아파트를 장만했는데, 그 아파트 가격이 요즘 5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3억1000만원을 주고 산 아파트가 3년이 채 못되어 5억원이 넘게 오르리라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마치 하룻밤 자고 나니 부자가 된 느낌이다. 金씨가 강남에서 행운을 거머쥔 것은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을 내다보고 약삭빠르게 미리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 아니다.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대학입시를 생각해서 교육환경이 좋다는 강남을 택한 것이 우연히 이런 결과를 빚어냈다. 사실 강남은 교통체증, 물가고, 소음 등이 심해 주거환경으로는 썩 마음이 내키지 않는 곳이었다. 그러나 아들의 장래를 생각해 좋은 교육환경으로 아이를 데려간 것이 財테크를 톡톡히 한 셈이 되었다.

3년 전 경기도 용인개발이 시작될 때 강남 서초동의 35평형 아파트를 3억5000만원에 팔고 2억3000만원에 48평형 용인 아파트를 분양받아 잽싸게 이사를 갔던 S그룹 퇴직 4년차 윤명수(62)씨는 요즘 자신이 행운을 거머쥔 것이 아니라 惡手(악수)를 둔 것임을 깨닫고 병이 날 지경이다. 그럴 것이 자신이 머리를 굴려 팔아버린 서초동의 아파트가 현재 6억원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江南현상」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값 급등이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하지만 누가 강남의 아파트가 그처럼 폭등하리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런데, 대체 이처럼 강남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사람과 돈이 강남으로 몰려가는 「강남현상」은 어떻게 해서 생겨난 것일까.

강남을 이해하는 데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32평형 아파트가 5억5000만원 하는 현상을 놓고 「거품」이라고 치부한다면 강남을 이해할 코드를 찾을 수가 없다. 왜 유독 강남에만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강남에 학원들이 많아 자녀의 교육을 생각하고 몰려드는 「孟母(맹모)」들 때문에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폭등한 것일까. 먹고 마시고 즐기는 유흥, 환락, 문화 시설이 잘 돼 있어 사람들이 강남으로 몰려드는 것일까.

강남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을 우리는 규명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답을 찾아내야만 부동산 대책이나 신도시 건설이 과연 유효할 것인지, 그리하여 강남의 장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내다볼 수가 있을 것이다. 강남현상을 이해하는 코드를 찾아보자는 말이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시민들에게 있어 財테크는 가족의 현재와 미래를 담보하는 주요 이슈다. 샐러리맨이든 자영업자든 다 마찬가지다. 그런 사람들에게 강남은 손에 잡힐 듯한 財테크의 신기루가 떠 있는 곳이다. 바로 아파트 투기다.

강남이 아파트를 굴려서 돈을 버는 최전선이라는 것은 지난 30년의 강남史가 보여준다. 아파트를 샀다 팔았다 해서 돈을 모으는 財테크 방법은 아주 오래된, 지금도 서울 사람들이 즐겨 쓰는 財테크 수단이다. 강남은 지난 30년 동안 아파트 투기의 진원지요, 서울 아파트값을 이끄는 리더다. 강남지역 아파트가 오르면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들썩거렸다. 늘 그랬다. 그러던 것이 IMF 이후로 강남은 서울과는 다른 부동산 가격 패턴을 보여왔다.

부동산 뱅크가 지난 8월27일 서울지역 2177개 아파트단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강남구 202개 아파트단지의 평균 매매가격은 평당 1506만원(8월26일 기준)에 달했다.

서초구(평당 1293만원)와 송파구(1037만원)가 그 뒤를 잇대고 있다. 서울시내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싼 지역은 금천구(511만원)로 강남구 아파트 가격의 3분의 1 수준.

서울시내 전체 아파트값은 평당 825만원이고, 전국 평균은 평당 449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아파트값은 1988년 10월 평당 325만원이었던 것이 1980년대 말 3低 호황으로 인한 대규모 국제수지 흑자와 올림픽 特需(특수)로 풀려난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에 몰리며 1991년 5월 평당 914만원 수준까지 급상승했다. 그러다가 盧泰愚 정부 시절 분당, 일산 5大 신도시 개발과 함께 아파트값 거품이 걷히며 1991년 말부터 떨어지기 시작하여 1992년 8월 699만원까지 하락했다. 이후 다시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며 1997년 11월엔 평당 971만원을 기록했다.

18개월 만에 50% 오르다… 非강남 서울지역 아파트값이 강남의 55%

IMF(국제통화기금) 체제가 닥치며 강남 아파트값은 다시 폭락했으나 1998년 11월 764만원을 찍고 1999년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지난해 2월에는 평당 1000만원을 넘어서더니 올해 초 그리고 지난 8월의 연쇄적인 아파트값 파동을 겪으며 18개월 만에 50%가 올라 평당 1500만원 선을 기록하게 됐다.

1988년만 해도 서울 전체 아파트 평당가격(271만원)은 강남구 아파트(325만원)의 83%를 기록했으나 오를 땐 많이 오르고 떨어질 땐 적게 떨어지는 차별성을 보이며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 속도가 非강남지역을 훨씬 앞질러 그 격차는 더욱 커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1989년 10월 강남구 아파트 가격이 평당 500만원을 돌파할 때 서울 전체 아파트값은 평당 376만원으로 75% 수준, 지난해 2월 평당 1000만원 돌파할 때는 62%인 620만원 선으로 가격차가 벌어졌다. 지난 8월 말 기준 서울 전체 아파트 평당가격(825만원)은 강남구 아파트의 55% 수준이다.

이제 강남과 非강남 지역의 아파트값 비교는 의미가 없게 되고 말았다. 그만큼 강남과 非강남 지역의 아파트값은 격차가 벌어지고 있고, 해가 갈수록 그 격차는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부동산 투자측면에서 보면 강남 아파트값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강남 不敗(불패) 신화가 강남으로 향하는 투자(투기) 발걸음을 유혹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부동산 폭등 대책을 내놓은 이후 최근 강남 아파트에는 되레 사자 주문이 넘치고 있다. 어떤 이유로 강남으로 이주를 했건 강남으로 간 사람들은 아파트를 통해 엄청난 財테크를 한 결과를 낳았다.

강남에 아파트를 사놓으면 오름세가 빠르고 아파트의 再건축과 관련한 투자 메리트도 상당하다. 재건축 승인이 난 아파트를 매입해 두었다가 좀더 큰 아파트를 분양받을 경우 앉아서 2억, 3억원의 차익을 거머쥘 수 있는 財테크 기회가 널려 있다.

실례를 들어본다. 강남의 부동산가에서는 再건축대상 아파트 35평형을 6억원에 매입했다가 1억원을 더 내놓고 재건축 아파트 50평형을 분양받는다면 50평형 아파트가 10억원을 호가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앉은 자리에서 적어도 3억원 정도의 투자이익을 거머쥘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같은 아파트, 특히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자열기는 재건축을 심의 중인 2만8000여 가구의 아파트에 그대로 확산되고 있고, 재건축 대상이 아닌 일반 아파트에까지 옮겨 붙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는 신규 분양 아파트가 거래가가 높고, 오래된 아파트는 값이 싼 것이 통례다. 그래야 마땅하다. 그러나 강남의 경우는 거꾸로다.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가격이 비싸다. 오래된 아파트는 재건축 대상이 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그러면 재건축 아파트가 왜 높게 거래되는 것일까. 대체로 재건축 대상 아파트 거주자는 재건축 후 본인이 원할 경우 돈을 더 내놓고 큰 평수의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재건축 아파트는 첨단형

재건축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것은 강남땅에서 큰 아파트는 갈수록 구하기가 어려워진다는 희소성과 관련된 것, 또 재건축 아파트는 대부분 부유층에 걸맞게 첨단 아파트라는 것이다. 강남에 짓는 재건축 아파트는 대부분 첨단 시설로 꾸민 호텔식이며 전자 장치와 고급 건자재로 꾸민 최고급이다. 기존 아파트와는 내부 시설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성과 안락, 보안이 뛰어나다.

때문에 재건축 아파트의 일반 분양분은 그 인기가 살인적이다. 돈에 별다른 구애를 받지 않는 강남의 부유층 사람들은 분양가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그 아파트의 고급, 편리, 보안에 더 관심을 갖는다.

지금 강남 서초동에는 한 가구에 40억원 정도 하는 빌라 건축이 예정되어 있고, 이미 삼성동에는 한 가구에 20억원 하는 아파트가 인기리에 분양을 마친 바 있다. 강남에서는 분양가가 높아서 분양이 안 되는 일은 없다.

그런데 현재 강남은 신규 아파트를 지을 만한 땅이 고갈된 상태다. 간혹 몇백 평 정도의 유휴지가 눈에 뜨이지만 이런 공지들은 벌써 상가나 원룸, 비즈니스 빌딩 건축 계획이 다 서 있다고 보면 된다.

강남에는 한 마디로 아파트를 새로 지을 땅이 없다. 때문에 기존 노후 아파트를 헐고 재건축하는 경우가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재건축 아파트는 점점 더 가격이 오른다. 현재 강남지역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강남지역 全아파트의 1%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그것만을 들어 강남현상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모든 강남지역의 아파트가 폭등세를 보이거나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강남으로 몰리는 부유층 상대의 소비 시장, 교육환경이 더욱 강화된다고 본다면 강남은 全지역이 서울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높은 아파트 가격을 유지하고, 유지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강남에 대한 이같은 전망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설령 지금 아파트값이 높다고 해도 앞으로 5년, 10년이 지나면 엄청나게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남은 좁고, 부자는 많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高강도 부동산 대책에 따라 강남 아파트값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실제로 수도권 5대 新도시 개발로 인해 공급물량 확대와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아파트 가격이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던 사례가 있다. 이같은 과거의 사례를 들어 지금 강남은 가파른 벼랑으로 올라가고 있으며, 이 현상은 거품이 되어 꺼지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꽤나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단기적으로는 오르내리는 현상이 일어나겠지만 지금의 강남은 옛날의 강남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해 두고 싶다. 「강남현상」을 만들어 온 과거의 급등락은 그 과정을 거치면서 강남을 더욱 더 확고부동한 투자의 요지로 만들었다. 정부의 정책변화나 부동산 투기 대책 등에 다소 영향을 받긴 하겠지만 우선 투자측면에서 강남 선호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을 막기는 어려우리라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부자들이 강남으로 가고,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강남으로 간다. 강남은 좁고, 부자는 많다. 그러므로 강남 아파트는 계속 오름세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강남으로 가는 모든 사람들이 아파트를 굴려서 돈을 벌려고 가는 것일까.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강남을 너무나 모르는 사람이다.

강남인들 대부분이 중상층 사람들이고, 상당수는 최상류층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돈 걱정 없이 사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아파트 투기만을 목적으로 강남 아파트를 매입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얼마 전 국회 인준 거부로 물러난 張大煥(장대환) 총리서리도 국회 청문회에서 아들과 딸을 강남 8學群으로 보내기 위해 위장전입을 한 바 있음을 밝히고, 이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張총리서리는 『애들을 좋은 곳에서 교육시키려고 했던 생각에서 한 일로, 죄송하다』고 했다. 강남의 교육환경을 웅변해 준 증언이라고 할 수 있다.

강남은 자녀들에게 상류층의 富(부)와 힘을 세습시키거나 자녀를 상류층으로 진입시키려는 사람들의 요람이다. 좋은 초등학교, 좋은 중·고등학교가 몰려 있으며, 별의별 학원이 들어서 있다. 유치원생과 대학입시 준비생,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중국어 강좌, 수능찍기 과외, 과목별 단과반 강좌, 기말고사 단기 강좌, 영어강좌, 일본어 강좌 등 맞춤식 강의를 포함 최근에는 새로운 형태의 과외라고 할 수 있는 「1대1 학원」까지 들어서 있다. 물론 강의료는 他지역에 비해 월등히 비쌀 뿐만 아니라 천차만별이다.

강남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사귀어 두라

며칠 전 필자는 주간지 기자로 있는 고향 후배 한 사람을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동안 경기도 일산 어디 사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1년 전에 강남구 논현동으로 이사갔다고 한다. 아이가 공부를 안해 학원에 보내려고 이사했다는 것이다. 아이가 대학에라도 가야 서울에서 살아갈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강남은 이처럼 학원을 찾아서 온 孟母型(맹모형) 이주자들이 많다. 과거엔 8學群 신드롬이 일어나 강남이 「孟母」들의 자녀교육 타깃이 되었고, 지금은 각종 학원이 들어서 학부모들의 교육열의를 자극하고 있다.

강남으로 자녀를 앞장세우고 가는 사람들은 학원만 보는 것이 아니다. 강남에 중상층, 상류층 자녀들이 몰려 있다 보니 중고교 시절에 집안이 좋은 친구들을 사귀게 해준다는 점이 더 큰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게 적절한 지적일 것이다.

강남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기때마다 전학가는 아이들이 늘어나 학급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유는 이 초등학교에는 인근 임대아파트 주민의 자녀들이 많이 재학 중이어서 부유층이 자녀를 강남의 인근 다른 초등학교로 전학을 시키고 있는 것. 한 마디로 가난한 집 아이들과 한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거북스런 현상이지만 현실이다.

중고교 사춘기 시절에 사귄 친구가 평생친구가 되는 경우가 많은 현실을 감안할 때 부모들이 환경이 좋고, 부유층 자녀들이 많이 모여 있는 학교로 자녀를 옮겨가는 일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당국은 지역간 교육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특수목적고, 자립형 사립고 등 우수학교의 지역별 유치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과연 이런 방안이 「강남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강남이 他지역보다 우월한 교육환경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강남으로 몰려들고 그래서 집값이 오른다고 할 수 있을까.

학부모 거주자는 강남 거주자의 30% 정도밖에는 안 된다. 강남에는 오히려 중고교생 자녀를 두지 않은 50代가 근 40%에 달한다. 그러니 딱히 교육환경 때문에 강남 아파트값이 오른다고 하는 것도 100점짜리 대답이 되지 못한다. 강남에는 교육환경과 상관없이 사는 사람들이 더 많다.

강남은 서울이 아니다

강남을 이해하는 데 가장 큰 방해가 되는 것은 강남을 서울의 일부로 보는 관점이다. 서울의 아파트 보급률이 90%에 육박하는데도 왜 강남 아파트는 계속 오르기만 하는가. 서울의 다른 지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남 아파트 가격은 마구 솟아오르는가. 강남에는 무엇이 있길래? 질문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이런 질문으로는 역시 강남현상에 대한 만족스런 답을 얻어낼 수가 없다.

강남은 특별한 곳이다. 대한민국의 최고 부자들, 백만장자들이 사는 곳이다. 한국판 베벌리힐스라고 할까. 강북의 32평형 아파트는 2억7000만원, 강남 대치동의 아파트는 5억5000만원. 아파트 가격이 보여 주듯이 이 두 지역은 비교대상이 아니다. 강남은 욕망의 해방구다. 富에 대한 욕망으로 자기 顯示(현시)와 꿈을 실현하는 용광로와도 같은 곳이다.

강남에는 한국땅의 그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현실이 있다. 집에서 열 걸음만 나가면 물질적인 풍요가 넘쳐난다. 한국에서 최고로 고급스런 식당들, 분위기가 일급인 카페들, 손님을 귀공자 대우해 주는 레저시설… 상상하는 것 치고 없는 것이 없을 정도다.

강남에서는 탱크(무기)만 빼놓고는 무엇이든지 돈으로 살 수 있다고 한다. 강북에서 한 그릇에 2000원 하는 라면이 강남에서는 3000원정, 커피 한 잔 값은 강북에서는 2500원 하지만 강남에서는 3000원을 넘어간다. 무엇이든지 강북보다는 훨씬 비싼 편이다. 강남 나름대로 독자적인 가격대를 형성하고 거래된다. 이런 가격표로도 강남을 다 설명할 수가 없다.

요컨대 강남은 강남에서만 통용되는 자신만의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유통현금의 70%가 서울에서 돌아다닌다고 한다.

그런데 그 중 70%가 강남에서 몰려다닌다. 한 마디로 강남은 「물」이 좋은 곳이다. 그러므로 기를 쓰고 사람들은 강남으로 몰려든다.

강북에 살고 있는 사람도 2차, 3차 술을 마시려면 한강을 건너 강남으로 온다. 강남에서 산다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묘한 우월감과 성취감을 만끽한다. 때문에 투자목적이 아니더라도 돈이 있는 사람은 강남으로 진입하려고 한다.

동창회에나 사사로운 모임에 나가서 「좋은 데 산다」는 말을 들으려면 작은 아파트라도 강남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집값이 올라도 강남에 살고 싶다는 사람들이 수도권 아파트 거주자의 26%에 달한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 중 300만 명 이상이 강남에 가서 살고 싶어한다는 말이다. 강남은 富의 상징이자 성공의 표지처럼 간주된다. 그래서 서울의 젊은 세대들 중에는 자가용 승용차의 번호판을 「강남」으로 만드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2001년 한 해 동안 신규로 강남 번호판을 단 차는 총 20만2439대(이 등록번호 대수는 다른 지역구의 2~4배에 이른다). 이 가운데 강남 非거주자가 10%를 웃도는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왜 강남 번호판을 다느냐고? 강남의 내로라 하는 술집, 고급 식당, 호텔, 그리고 부동산중개소 등에서는 「서울 52」, 「서울 55」로 시작되는 강남 번호판을 단 차를 몰고 온 손님들에겐 대우가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사람 차별이 아니다. 강남 번호판을 단 고객들은 인심이 후하고, 매매도 체결이 잘 된다고 한다. 때문에 신용도(?)가 높은 강남 번호판을 단 승용차가 우선 취급되고 각별한 서비스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신분 상승

강남에는 무엇보다 먹거리, 볼거리가 풍성한 환경적 요인이 빼어나다. 강남 사람들은 모든 것이 강남 안에서 해결되는 편리함을 맛보고 산다. 모든 사사로운 욕망을 강남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호텔도 고급 호텔이 즐비하다. 「강남의 척추」라고 할 수 있는 테헤란로와 강남대로들을 따라 들어선 리츠칼튼, 앰베서더, 인터콘티넨탈, 메리어트 호텔 들은 외국 못지않은 초호화를 자랑한다.

얼마 전 필자는 광화문에서 한 고향선배를 모실 기회가 있었다. 선배는 필자에게 저녁에 광화문으로 나오라고 했다. 그러나 모시는 입장에서 광화문의 그럴싸한 식당이 떠오르지 않았다. 강남에는 온갖 입맛에 맞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선배를 강남으로 초청했다. 선배가 그날 저녁 강남에 경탄했음은 물론이다.

강남지역 아파트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이유를 분석해 보면 앞서 지적한 바 있는 우수학교와 학원이 밀집되어 있는 교육환경, 아파트나 재건축 아파트를 사서 차익을 남기는 財테크만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한 바 있다.

보다 큰 이유는, 아마도 이것이 결정적인 이유라고 필자는 생각하는데, 강남 아파트를 소유하는 것이 곧 신분상승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강남에 세뇌당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강남으로 가고, 돈을 쓰기 위해 강남으로 간다. 강남에 가서 뻐기고, 강남에 가서 돈을 펑펑 쓰고 싶어하는 욕망이 사람들을 강남으로 부른다. 그뿐인가.

강남은 한국 사회의 主流들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강남 거주자의 40%가 大卒者(대졸자)라는 통계도 나와 있다. 상류층이 끼리끼리 몰려 사는 곳이 강남이다. 이런 이유들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강남의 랜드 마크가 일류 브랜드가 되어 있다. 상표가 상품의 질과 이미지를 지배하는 시대에 강남은 주민들의 명품 상표요, 이미지가 되고 있다.

그 원인이 교육환경에서 온 것이건, 부동산 투자의 성공조건이나 안락한 문화, 편의시설에서 온 것과 상관없이 현실적으로 강남에 산다는 것은 많은 강남 사람들에게 사회적 신용도와 성취도를 만족시켜주고 있다. 여기에 강남 이해의 코드가 있다. 강남은 성공한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신분상승의 일류 브랜드인 것이다.

뉴서울 압구정동에서 서초동까지

자, 그러면 강남으로 가보자. 우리가 강남이라고 부르는 곳은 한강 너머의 땅 전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강남현상이 일어나는 곳은 주로 강남구 대치ㆍ도곡ㆍ개포ㆍ청담ㆍ삼성ㆍ역삼·압구정동 일대와 서초구 반포·서초·잠원동 일대를 가리킨다.

압구정동:압구정동은 강남의 최고의 위치를 자랑한다. 오늘의 강남현상을 맨 처음 일으킨 곳이 바로 압구정동이다. 한강조망권을 끼고 있고 또한 앞으로 재건축 사업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곳으로 가격상승 유망지역이다. 현재 아파트 평당 가격은 30평형臺 1900만원 선을 호가한다. 지은 지가 오래되어 재건축이 시작되면 또 한 차례 가격 폭등이 예상된다.

잠원동:잠원동은 교통과 생활환경이 편리한 곳이다. 한강 조망권 지역으로 앞으로 몇 년 후에 재건축 사업이 이루어지게 되면, 新주거 타운으로 등장할 곳이다. 이곳 역시 아파트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아파트 평당 매매가 30평형臺 기준으로 1500만원대.

반포동:반포동은 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으로 실버타운이 형성되고 있다. 한강 조망권 지역이다. 아파트 평당 매매가 30평형臺 기준으로 1400만원대. 강남의 핵심지역은 아니지만 강남권 내에 들어 있다.

역삼동:역삼동은 주거환경, 업무시설과 교통으로써 강남지역 최고의 요지로 꼽힌다. 휴식공간과 업무단지의 主핵심지역이기도 하다. 아파트 평당 매매가 30평형臺 기준으로 현재 2000만원을 호가한다. 빌딩 및 기타 임대료가 평당 평균 8만~20만원 선.

대치동:강남지역의 최고의 學群 및 학원 밀집지역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강남 지역에서는 주변부로 통했으나 학원이 밀집하면서 최고의 요지로 등장했다. 앞으로 재건축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아파트는 평당 매매가 30평형臺 기준으로 1900만원대.

도곡동:강남지역 0순위 주거단지로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밀집지역이다. 일급 교육환경인데다 재개발 사업 예정지여서 인기가 높다. 주상복합 평당 매매가 30평형臺 기준으로 1900만~2200만원 선을 호가한다.

개포동:아파트 대단위 단지 재건축 사업이 예정되어 있다. 대모산을 배경으로 주거환경이 좋은 지역이다. 아파트 평당 매매가 30평臺 기준으로 1800만원 선.

삼성동:강남권 지역의 업무시설, 벤처타운 밀집지역이다. 교통의 요지. 주변이 빌딩 및 오피스텔 건물들로 어우러져 있어 신개념의 타운 지역이다. 평당 임대료 평균 月 5만~17만5000원대 지역이다.

서초동:강남역세권과 인접지역, 교통, 주거환경의 요지이다. 재건축 사업이 유력시되는 곳이기도 하다. 아파트 평당 매매가 30평형臺 기준으로 1700만원 선을 호가한다.

강남 제2개발 시대 : 초고층化

필자가 강남의 주요 지역을 전망해 본 것은, 강남이 중장기적으로 제2의 개발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요인인데, 지금 강남은 도곡동 일대에서 보듯이 40층, 50층, 60층 아파트의 초고층 시대를 앞두고 있다. 강남 개발은 이제 초고층 시대로 가고 있다.

강남 사람들은 좁은 강남 땅이 한계를 맞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도곡동이 강남의 새로운 스카이라인을 보여주자 재건축의 가능성에 財테크의 미래를 내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보통 20층 아파트는 재건축 아파트로는 인기가 없다. 그러나 강남의 경우 도곡동의 첨단 고층 아파트에서 보듯이 층수는 초고층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그것과 상관없이 강남 아파트는 가격도 높이 뛰게 된 것이다. 도곡동이 재건축 개념을 확대 촉발시킨 셈이다.

수도권 아파트 거주자들 네 명 중 한 명은 아파트값이 아무리 비싸도 강남으로 가서 살고 싶어한다. 조사결과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 한 부동산 제공업체(부동산플러스)가 조사한 서울 및 수도권 지역 500가구 이상 아파트단지 입주자 927명을 상대로 실시한 최근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1%가 서울에서 계속 거주하거나 서울로 이주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거주자 다섯 명 중 두 명은 「서울로 이사하고 싶다」고 답했다. 수도권 아파트 입주자들의 26.2%가 희망 1순위로 강남을 꼽았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다른 조사기관(브랜드컨설팅)에서 조사한 서울 거주자 94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와 비슷하다. 서울에서 사는 것이 어떤가에 대한 대답으로 51.4%가 「괜찮다」고 했다.

이들이 서울에서 사는 장점으로 꼽는 것은 문화시설(68.1%)과 교육시설(57%) 그리고 편리한 상가(49.5%)를 들었다. 서울의 단점으로는 교통혼잡(82.1%), 환경오염(73.3%), 높은 인구밀도(31.6%), 주택난(30.9%)을 든다. 흥미로운 것은 일반적으로 서울의 단점으로 꼽힌 심각한 환경여건이 문화시설, 교육여건보다 덜 중요하게 생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부동산가에서는 「아파트 투자대상은 시끄럽고 교통이 편한 곳, 일류학원이 많은 곳」을 꼽는데, 이것은 수도권 거주자들의 의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절대다수가 서울 거주를 만족하게 생각하고 있고, 수도권 거주자의 상당수가 강남을 선호하고 있는 사실은 강남현상이 앞으로 계속될 것임을 시사하는 증표로 간주된다.

강남 아파트값이 폭등하자 정부당국은 투기자금 조사, 재건축 유보 등 공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매스컴은 호들갑스럽게 하루 사이에 몇천만원이 하락했다며 강남의 거품이 걷히고 있는 것처럼 보도한다.

물 좋은 강남에 투기가 있다는 것은 벌써부터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투기 혐의자 가운데는 소득이 한 푼도 없는 주부가 26채의 아파트를 매입한 사례도 드러났다. 소득은 거의 없는 것으로 신고하고 7~10채의 아파트를 사들인 변호사, 의사 등 사회지도층도 포함돼 있다.

이것은 국세청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7월 말까지 사들인 아파트를 조사한 가운데서 드러난 경우다. 이 기간 중 매입된 아파트는 모두 1041채로 다섯 채 이상 구입한 경우가 86세대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구입한 아파트는 567채.

투기꾼 잡는다고 아파트값이 떨어진다면…

강남 아파트값의 급등원인은 이들 부동산 투기꾼이 어지럽힌 탓도 크다. 하지만 강남현상이 전적으로 이들 투기꾼에 의해서 일어났다고 보는 것은 역시 강남현상의 분석에 대한 코드를 제대로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투기꾼들이 발을 붙이게끔 하는 강남의 여건을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즉, 투기꾼을 잡으면 강남현상이 수그러들 것인가? 그 대답은 「아니다」이다.

현재 강남 최고가 아파트와 강북 최저가 아파트값의 격차는 일곱 배로 벌어졌다. 1989년 1월 강남지역 최고가 아파트와 강북지역 최저가 아파트의 평당 가격은 같은 平衡에서 격차가 2.9배였다.

1989년 평당 528만원(강남구 압구정동)이었던 강남지구 최고가 아파트값은 지난 6월 평당 2219만원(강남구 도곡동)으로 네 배 가까이 올랐다. 이에 반해 강북지역 최저가 아파트는 1989년 평당 182만원(노원구 상계동)이던 것이 평당 324만원(서대문구 남가좌동)으로 상승률이 두 배도 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이후 강남지역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36.3%로 강북의 22.2%에 비해 14.1% 포인트가 높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상승률이 58.5%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마디로 이제 강남의 아파트 가격과 강북의 아파트 가격은 비교대상이 될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는 이야기다. 돈과 사람이 강남으로 몰리고 있는 것은 앞에서도 지적한 바 있듯이 강남에 교육ㆍ공공ㆍ교통ㆍ생활편의 시설과 투자환경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正品 강남」을 「모조품 강남」으로 대체할 순 없다

강남에서 15년째 부동산 컨설팅을 해오고 있는 필자의 견해로는 강남현상은 교육환경, 財테크, 富者타운 그리고 이 요인들이 어우러져 강남이라고 하는 한국 사회의 랜드 마크, 즉 「일류 브랜드」가 이미지를 만들어 낸 현상이라고 결론짓는다.

따라서 정부가 실시하려고 하는 안전진단 강화, 투기조사, 보유세 강화 등으로 재건축이 규제될 경우 강남지역의 신규 아파트 공급을 더욱 위축시켜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할 것이고, 여기에 주거ㆍ교통ㆍ투자, 생활, 교육환경이 뛰어난 강남에 대한 선호현상은 갈수록 심화돼 강남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 강남을 대체할 新도시 건설이 운위되고 있다. 그러나 「正品(정품) 강남」을 「모조품 강남」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대체할 수 있다고 해도 30년 걸려 일류 브랜드가 된 강남을 단기간에 대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리 사회가 만들어 온 명문대학으로서의 서울大, 최고 상업지로서의 명동과 마찬가지로 富者타운으로서의 브랜드 파워가 강한 강남을 쉽게 무너뜨릴 수 없다는 것은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강남을 대체할 신도시 건설은 강남권의 확대 재생산의 의미 이상은 되기 어렵고, 그럴 경우 현재의 江南은 오히려 중심축으로서의 위상이 강화되어 「강남현상」을 더욱 부추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볼 때, 현재의 강남의 아파트값 강세는 일시적인 대책에 의해서 사그라들거나 꺼지지 않고, 강남현상은 상당 기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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