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enCarp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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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en Carpenter - Karen Carpenter[ | ]

일요일 오전 11시경이다. 신촌에 영화를 보러 갔었다. 그런데 막상 보고 싶은 영화도 마땅하지 않고 거기에 표도 모두 팔렸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그런데 왠일인지 실망하지 않았다. 왠지 나른한 봄날의 정취가 좋아서 또 거기에 취해서 이미 늘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신촌역으로 갔다. 지하철을 탔다. 그리고 어디론가 향했다. 굉장히 무계획적으로 가고 있었다. 갑작스레 김현철의 '춘천가는 기차'가 듣고 싶었다. 그런데 할 수 없었다. 듣고 싶다는 의지를 꺾으니 마음이 편했다. 그리고 아무런 생각없이 창 밖에 흐르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무관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한강철교를 지나고 있었다. 이 때였다. 때는 한낮이었고 적당한 따스함과 약간은 힘이 느껴지는 바람이 불고 있었다. 지하철의 창문을 열었다. 감미로운 님프의 숨결은 내 무관심하게 반쯤은 잠들어있는 지각에 약간의 '감각'을 가한다. 순간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흐르는 한강의 풍경이었다. 평소에 汚水라고 생각하고 쳐다도 안 보던 그 곳이 황금빛으로 흐르는 모습이 멋졌다. 장엄한 느림이다. 미친 듯이 음악이 듣고 싶어졌다. 황급히 영등포역에서 내려서 집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막히지 않는 시간이다. 무엇이 듣고 싶은지는 아직 자각하지 못했지만 대문을 열 때 즈음에는 내 갈망의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무작정 손에 집은 음반은 Karen Carpenter의 Same Title이었다.

음반사의 창고는 뭐가 나올지 모르는 비밀의 화원같은 곳이다. 1980년경에 녹음되었다고 전해지는 이 음반은 마치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15년이 넘도록 잠을 자다가 그 비밀스러운 자태를 현신했었다.

Karen Carpenter...난 그녀의 목소리에서 수많은 그리고 이상적인 여성상을 만난다. 밝고 경쾌한 봄처녀의 느낌과 성숙하게 익어버린 세상에 모질게 깎여버린 한 비련의 여인을 만나기도 하고 섹시하고 도발적인 이미지와 청순미넘치는 그리고 도회적인 세련미의 여성상까지 만화경처럼 펼쳐지는 그녀의 목소리는 대기처럼 나를 감싸안는다. 순도 100%의 공기처럼 청명하며 북극성처럼 변함없는 밝음을 자랑하고 있다.

이미 때는 Carpenters의 시기를 지나서 그녀의 본격적인 Solo Career를 쌓아나가고 있었다. Carpenters가 따랐던 스탠더드한 Oldies의 작풍에서는 조금 벗어난 당시에 고개를 서서히 들고 있던 Disco와 Fusion-Jazz가 적절하게 혼합된 AOR을 들려주고 있다. Billy Joel의 Band에서 활약하던 Member들과 그 외에도 David Forster가 참여한 적재적소에서 빛나는 Sense넘치는 String Arrange가 눈이 부시다.

물론 Carpenters시절의 찬연하게 빛나던 Acoustic한 소폭의 정제된 울림을 기대한다면 조금의 실망감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세련된 음향의 Keyboard가 주를 이루는 도회적이고 묘한 우수를 띄고 있는 Sound에 나는 Carpenters의 그녀와는 또 다른 감흥에 취한다.

그 당시의 추억을 곱씹기엔 멜로디의 캐치한 센스가 다소 약하지만 정말 좋아하던 한 여성이 서서히 변해가는 그리고 시대에 점점 몸을 맡겼던 다소의 안타까움과 그녀에 대한 추억으로 진하게 젖어볼 수 있는 음반이다. 훌륭하다!

수록곡

1. Lovelines
2. All Because of You
3. If I Had You
4. Making Love in the Afternoon
5. If We Try
6. Remember When Lovin' Took All Night
7. Still in Love With You
8. My Body Keeps Changing My Mind
9. Make Believe It's Your First Time
10. Guess I Just Lost My Head
11. Still Crazy After All These Years
12. Last One Singin' the Blues

-Invictus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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