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년 뒤 세상 바꿀 10대 신기술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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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 ]

5년뒤 세상을 바꿀 10대 신기술
  • 출처: 동아사이언스

2 # 초고속 무선인터넷[ | ]

김상연 기자
2003년 1월 22일 mailto:dream@donga.com

2008년 1월 22일. 테니스광인 김철수씨는 버스 안에서 휴대전화에 눈을 떼지 못했다. 화면에는 이형택 선수의 호주 오픈 테니스 결승전 경기가 중계되고 있다. 이 선수가 멋진 스매시를 날리며 역전승으로 호주오픈 2연패를 달성하자 김철수씨는 바로 집에 전화를 걸었다. 김철수씨는 딸과 화상 전화를 하면서, 테니스 동호회 친구들에게 ‘내일 내가 쏜다’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보냈다. 우승 장면을 담은 멋진 사진과 함께.


'5년 뒤 세상을 바꿀 10대 신기술’중 첫 번째로 꼽힌 ‘초고속 무선 인터넷’은 현재 가정이나 회사, PC방에서 사용하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무선으로 제공하는 기술이다.

 

이상훈 KT 연구개발본부장은 “5년 뒤에는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을 핸드폰, PDA(개인정보단말기), 노트북PC 등에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고속 무선 인터넷의 세계에서는 거리, 자동차, 바닷가 휴양지 등 공간의 장벽이 사라진다.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로 TV나 영화를 보고, 생생한 현장 사진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바로 신문사에 보낸다. 외국에 있는 제휴사 직원과 화상 전화를 걸어 사업을 논의하고, 열대 밀림에서 전자도서관에 접속해 새로 발견한 식물을 조사한다.

대학생은 카페에서 애인과 함께 노트북PC로 강의를 들은 뒤 숙제를 무선으로 제출하기도 한다. PDA로 가까운 음식점을 찾아 메뉴를 화상으로 미리 검색해 맛있는 곳을 고른다. 집 안의 PC와 가전제품이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돼 집에 도착하기 30분전에 미리 밥을 짓고, 방을 따뜻하게 한다.

초고속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제품도 휴대전화나 PDA, 노트북PC에 한정되지 않는다. 차 유리창이 모니터로 이용되고, 셔츠 소매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PDA나 휴대전화에는 접는 모니터나 키보드가 이용돼 지금보다 더 편리하고 생생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서비스는 이미 일부 등장했다. 숙명여대는 지난해 2학기부터 일부 강의의 출석 체크를 비롯해, 도서 대출과 자판기 사용도 휴대전화로 한다. 학교 안에서 노트북PC로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대학은 이미 꽤 많다. 미국에서도 뉴욕 브라이언트 공원 등 노트북PC로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지역이 크게 늘고 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디지털 휴대전화는 2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다.

아날로그 전화가 1세대, 앞으로 등장할 IMT-2000 서비스가 3세대다. 3세대 이동통신은 속도가 현재 ADSL의 4분의 1 수준인 2Mbps를 넘는다. 초고속 무선 인터넷이 되려면 속도가 ADSL 유선 인터넷 수준인 10Mbps는 돼야 한다.

KTF 김민정 차장은 “초고속 무선 인터넷은 IMT-2000 이후의 이동통신 서비스”며 “2∼3년 뒤에는 초고속 무선 인터넷이 상용화되기 시작해 4∼5년 뒤에는 지금의 ADSL처럼 널리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통신연합(ITUR)은 기술만 보면 2005년까지 무선 인터넷이 현재의 VDSL 유선인터넷과 비슷한 30∼50Mbps까지 빨라질 것으로 내다본다. 이런 기술이 상용화되면 무선 인터넷 요금도 크게 낮아지고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는 등 미디어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전문가들은 초고속 무선 인터넷이 세계 어느 곳보다 한국에서 먼저 시작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정태 KT 연구전략팀장은 “기술 개발 속도는 미국이 다소 빠르지만 활용 속도는 우리도 엇비슷해 한국이 무선 인터넷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보통신부도 올해부터 2.3GHz의 주파수 대역을 초고속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개방했다.

그러나 초고속 무선 인터넷이 가능해지려면 아직도 넘어야 될 산이 많다. 현재의 휴대전화는 독자적인 무선망을 써 무척 안정적이지만, 앞으로는 복잡한 유선 인터넷망을 거쳐야 한다. 전자우편이 가끔 늦게 도착하는 것처럼 자칫 잘못하면 방금 한 말이 한시간이나 지나 상대방에게 들릴 수 있는 것이다. 지금보다 엄청난 크기의 정보를 전파 위에 싣는 기술도 나와야 하고, 중요한 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암호 기술도 필수다.

또 다양한 통신용 부품을 하나의 칩에 넣어 작은 단말기 안에 넣는 기술도 필요하다.

3 # 유비쿼터스 컴퓨팅[ | ]

신동호 기자
2003년 1월 27일 mailto:dongho@donga.com

세일즈맨 박동우씨는 잠을 깨자마자 화장실부터 간다. 변기의 센서는 몸무게로 박씨임을 확인하고 소변과 대변을 분석해 의사에게 정보를 보낸다. 변기를 비롯해 박씨 집안의 디지털TV 에어컨 냉장고 등 전자 제품은 홈 게이트웨이를 통해 바깥 세상과 유무선으로 연결돼 언제 어디서든 조작할 수 있다. 화분에도 센서가 부착돼 ‘물 주세요’하고 외친다.


출근길에 오른 그는 차에 탑재된 컴퓨터로 회사의 컴퓨터를 불러 오늘의 방문 일정과 고객 명단을 확인한다. 거리에는 한 시각장애인이 보도블록에 깔린 칩의 안내에 따라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박씨는 집 근처 쇼핑센터에 들렀다. 계산대에서 줄을 서는 것은 옛 일. 계산대 앞을 걸어나오면 상품에 붙은 작은 칩이 그의 손목시계 휴대전화와 연결돼 자동으로 결제된다.

손목시계-휴대전화 통해 인식

유비쿼터스 혁명이 세상을 휩쓸고 있는 2008년 한 세일즈맨의 하루다.

지난달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전(ICES)에서도 빌 게이츠 MS회장을 비롯해 소니, 델컴퓨터, 인텔 회장은 기조 연설을 통해 홈 네트워크와 모바일 네트워크 등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기기로 인터넷에 접속해 정보를 얻고 공유하는 ‘유비쿼터스’ 시대가 왔다고 선언했다.

빌 게이츠 회장이 제시한 컴퓨팅 기능을 가진 단추나 탁상시계 열쇠고리 같은 ‘스마트 오브젝트’, 미국과 유럽에서 추진하고 있는 ‘입는 컴퓨터’ ‘사라지는 컴퓨팅’도 유비쿼터스의 일종이다.

지난해 12월 통신사업자 최고경영자(CEO)포럼에서 전자통신연구원 이성국 기술경영연구소장은 유비쿼터스 혁명에 발맞춰 “정부는 2007년까지 전국에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u-코리아’ 정책을 추진하자”고 제안해 u코리아포럼이 출범했다.

학계에서도 ‘유비쿼터스 컴퓨팅 학회’가 같은 달 창립했다. 이미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조금씩 선을 보이고 있다. 홈 오토메이션을 도입한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경우 거주자들이 휴대전화나 휴대용 개인정보단말기(PDA)로 집밖에서도 에어컨, 세탁기와 가스밸브를 제어할 수 있다. 모바일 컴퓨팅이 가능한 네스팟존 8000개를 캠퍼스와 공공장소에 이미 설치한 KT는 ‘스마트 라이프’를 구호로 내걸고 10, 20, 30대의 구미에 맞는 유비쿼터스형 스마트 단말기를 개발하고 있다.

㈜유비드림은 박물관의 모든 전시물에 칩을 부착해 관람객의 PDA와 칩이 서로 교신하면서 입체적인 안내를 받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회사 최운식 대표는 최근 ‘유비쿼터스 컴퓨팅 혁명’이란 책을 번역했다.

128비트 주소체계 올해 도입

정보통신부 김창곤 정보화기획실장은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되려면 우선 도로 다리 화분 냉장고 시계 등 무생물에 컴퓨터를 심고 주소를 부여해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해야 한다”며 “현재의 32비트 인터넷 주소체계(IPv4)보다 훨씬 많은 주소를 부여할 수 있는 128비트 주소체계(IPv6)가 올해 도입될 예정이어서 유비쿼터스 시대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혁명은 컴퓨터 속에 사무실과 쇼핑몰 도서관을 집어넣었다. 유비퀴터스 혁명은 반대로 물리공간 속에 컴퓨터를 집어넣는 것이다. 말하자면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이 융합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1000원대의 칩이 나와야 하고, 유무선망의 진화와 융합, 칩과 센서의 소형화, 음성인식 기술의 발전도 뒤따라야 한다.

칩-센서 소형화 기술 필요

LG전자 홈 네트워킹 책임자인 박현 상무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홈 네트워크 분야에서 가장 먼저 시작돼 5년 후 보편화될 것”이라며 “정부가 아파트에 홈 네트워크 인증제도를 도입해 가정과 외부를 연결할 홈 게이트웨이를 설치하도록 권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학회 신보철 회장(동방미디어 대표)은 “비록 정보혁명은 서구보다 늦었지만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는 세계의 가전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만큼 유비쿼터스 혁명의 선두에 설 수 있는 높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비쿼터스(Ubiquitous)=라틴어로 ‘어디에나 있는’이란 뜻.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란 개념은 제록스 팔로 알토 연구소의 마크 와이저 박사가 1988년 처음 만들어냈다. 그는 집에는 수백개의 컴퓨터가 숨어있고, 이들이 케이블과 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4 # 차세대 디스플레이[ | ]

김상연 기자
2003년 1월 29일 mailto:dream@donga.com

고교생 서태웅군은 쉬는 시간에 칠판 옆에 걸린 벽걸이TV를 봤다. 60인치 크기의 화면 덕분인지 영화를 보는 듯했다. 교실에 선생님이 들어오자 태웅군은 가방에서 전자종이를 꺼냈다. 전자종이에는 오늘 배울 교과서 내용과 메모장이 나타났다. 전자종이 덕분에 그의 가방은 늘 가볍다. 토요일에는 전자종이만 둘둘 말아 학교에 오기도 한다. 수업이 끝나고 그는 친구들과 함께 최신 시설로 바꾼 게임방에 들렀다. 특수 안경을 쓰지 않아도 눈앞에 진짜 같은 3차원 영상이 펼쳐졌다.

2008년 어느 날 한 고교생이 경험한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향연이다.


한양대 박희동 교수(과학기술부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단장)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두 가지 목표는 ‘종이처럼 얇게 만드는 것’과 ‘현장처럼 생생한 영상을 보여주는 것’ 두 가지”라고 강조했다. 이런 꿈을 가능하게 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대표 주자가 바로 유기발광소자(EL), 전자종이,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초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LCD) 등이다.

이미 휴대전화의 외부 창에 사용되고 있는 유기EL은 브라운관에 맞먹는 영상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EL은 디스플레이의 두께를 1㎜ 이하로 줄일 수 있고 접을 수도 있어 휴대전화, PDA 같은 이동통신 기기에 디스플레이 혁신을 일으킨다. 휴대전화나 PDA에서 둘둘 말린 유기EL 디스플레이를 빼내면 노트북PC만 한 화면을 볼 수 있다. 유기EL은 소비전력이 매우 적어 한번 충전하면 오래 쓸 수 있고, 동영상도 TV처럼 선명하게 나온다.

유기EL처럼 말거나 접을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대가 오면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다. 벽에 디스플레이를 붙이면 그대로 TV가 된다. 볼일을 보거나 설거지를 하며 벽에서 TV를 보고, 옷이나 모자에도 디스플레이를 달아 정보를 주고받는다. 예를 들어 공사장에서 건축가가 허리띠로 설계도면을 볼 수도 있다.

파이오니아, 소니, LG전자, 삼성SDI 등 한국과 일본 회사들이 현재 유기EL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휴대전화 내부창에도 유기EL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기EL은 아직 수명이 짧고 큰 화면에서 안정성이 떨어지는 등 넘어야 할 벽이 많다.

신문이나 책 등을 대신할 전자종이도 일상 생활을 뒤흔든다. 전자종이는 종이처럼 얇은 디스플레이에서 신문, 책 등을 그대로 볼 수 있다. 매일 새로운 내용을 내려받아 거리나 지하철에서 볼 수도 있고 자신이 쓴 글을 저장할 수도 있다. 삼성종합기술원 이석한 전무는 “대형 유기EL이나 전자종이는 5∼10년 뒤에는 널리 쓰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5년 뒤에는 게임방, 영화관, 박물관 등에서 3차원 디스플레이가 선을 보일 것이다. 지금처럼 특수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기술이 좀 더 발전하면 영상을 보는 대신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3차원 영상 안에서 영화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남자 주인공이 죽은 아내를 홀로그램으로 회상하는 장면과 비슷하다. 광운대 김은수 교수(전자공학과)는 “최근 일본 샤프사가 영화와 비슷한 3차원 입체화면을 선보이는 등 3차원 디스플레이가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TV도 한 단계 업그레드된다. 지난해부터 부유층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대형TV나 벽걸이TV는 5년 뒤면 지금의 브라운관TV처럼 대중화된다. LG전자 디스플레이연구소 박명호 소장은 “40∼60인치 정도의 대형TV를 웬만한 가정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벽걸이TV나 대형TV 경쟁에서는 동영상이 생생한 PDP가 현재는 유리해 보이지만 LCD도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탄소나노튜브를 전자총으로 사용한 FED TV도 만만찮은 도전자다.

PDP와 LCD는 이미 생활 속에서 쓰이고 있다. 그러나 PDP는 전기 효율이 낮고 60인치 PDP TV가 1000만원이 넘는 등 지나치게 비싸다. LCD는 동영상을 TV처럼 생생하게 보여주지 못한다. PDP나 LCD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해야 진정한 차세대 디스플레이가 될 것이다.

5 # 나노전자소자[ | ]

신동호 기자
2003년 2월 3일 mailto:dongho@donga.com

2008년 샹하이. 무역상 김달중씨는 중국말을 모르지만 걱정이 없다. 우리말로 상품을 설명하면 손목컴퓨터가 중국어로 동시 통역해준다. 손목컴퓨터에는 음성칩과 방대한 번역프로그램을 담은 반도체가 내장돼 있다. 요즘 대형 컴퓨터나 할 수 있는 일을 손목컴퓨터가 한다.


 
삼성이 최근 내놓은 손목시계 컴퓨터. -사진제공 삼성전자

김씨의 손목컴퓨터는 나노기술이 가져온 혁신적인 상품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김씨가 들고 다니는 엄지손가락 크기의 플래시 메모리카드(40기가 바이트 용량)는 요즘 CD 700장 분량의 음악, 40편의 DVD 영화를 담는다. 김씨는 호텔방 컴퓨터의 USB포트에 자신의 카드를 끼워 음악과 영화를 즐긴다.

나노시대는 올해가 원년이 될 전망이다. 세계에서 메모리 기술이 가장 앞선 삼성전자가 올 여름 나노기술로 만든 4기가 바이트 용량의 플래시 메모리를 처음 선보인다. 여기에는 음악 CD 70장을 담을 수 있다. 이 메모리에 90nm 선폭 기술이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 흔히 나노기술은 100nm 미만의 선폭을 적용한 칩기술을 의미한다.

이 메모리를 개발한 삼성전자 차세대연구팀 최정혁 수석연구원. 그는 미국 출장이 잦지만 지난해부터 컴퓨터를 들고 다니지 않는다. 엄지손가락 만한 플래시 메모리에 자신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담긴 윈도우즈2000 등 모든 프로그램과 자료를 넣을 수 있기 때문. USB포트에 메모리만 끼우면 미국의 어떤 컴퓨터도 자신의 컴퓨터와 똑같이 된다. 그러니 무거운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반도체의 집적도와 성능은 18개월마다 2배씩 향상된다. 이것이 ‘무어의 법칙’. 이를 적용하면 앞으로 5년 뒤 반도체칩은 10배 많은 정보를 담고 프로세서의 성능도 10배 향상된다. 최 수석은 “이런 발전 속도로 볼 때 5년 뒤에는 핸드폰이 전자수첩, 캠코더로 쓰이고 PC가 통째로 핸드폰 안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5년 뒤에는 전하로 정보를 기억하는 DRAM, 플래시메모리와는 달리 자기로 정보를 기억하는 MRAM이 돌풍을 일으킬 전망이다. 삼성종합기술원 전략기획팀 이은홍 박사는 “DRAM은 플래시메모리보다 정보를 읽는 속도가 수백배 빠른데다 전원을 꺼도 정보가 날아가지 않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MRAM 컴퓨터는 윈도우즈가 부팅되기를 지루하게 기다릴 필요가 없고 엄청난 정보처리속도를 발휘하게 된다.

2010년께에는 ‘단전자소자’나 ‘탄소나노튜브소자’가 등장해 진짜 ‘나노전자소자’시대를 열게 된다. 이때쯤 되면 선폭이 현재 90nm에서 5∼10nm수준까지 떨어진다. 단전자소자 회로를 개발한 충북대 최중범 교수는 “현재 PC의 128메가DRAM에서는 하나의 트랜지스터에서 전자가 1만개 움직이지만 단전자소자에서는 단 한 개의 전자가 이동해 정보를 처리하므로 전기소모량이 1만분의 1로 줄어든다”고 말한다. 1년 동안 배터리를 충전하지 않아도 되므로 모바일 컴퓨팅에 혁명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과기부 테라급나노소자사업단 이조원 단장은 “일본의 반도체산업이 한국 때문에 추락했듯이 한국도 지금 점프를 못하면 중국의 추격에 밀려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며 “혁신적인 개념의 나노전자소자를 만드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1나노미터는…▼ 나노는 10억 분의 1을 의미한다. 1nm는 원자가 불과 서너개 늘어선 길이. 즉 머리카락 10만 분의 1 굵기에 해당하는 선폭기술로 칩을 만드는 것이다. 90년대까지 반도체는 마이크로 즉 100만 분의 1m 수준의 선폭을 가졌다. 집채만한 슈퍼컴퓨터를 엄지손가락 만한 칩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나노기술인 것이다

6 # 생명복제[ | ]

김홍재 기자
2003년 2월 6일 mailto:ecos@donga.com

2008년 2월 주부 맹순자씨는 설 명절을 뿌듯하게 보냈다. 몇 해 전까지는 구경하지도 못했던 최고급 한우를 준비해 친지들에게 대접했기 때문이다. 고기를 맛본 친지들의 탄성은 끊이지 않았다. 평범한 주부 맹순자씨가 크게 부담 없는 가격에 최고급 한우를 식탁에 올릴 수 있었을까. 바로 동물복제기술 덕분이다.


복제동물을 만드는데는 체세포 복제기술을 사용한다. 복제 대상 동물의 체세포를 떼어내 핵을 제거한 난자와 융합하는 방법으로 수정란을 만들어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하는 것이다. 따라서 복제를 통해 태어나는 동물은 체세포를 제공한 동물과 유전정보가 같다. 즉 우수한 형질을 가진 개체를 마치 공장에서 자동차를 찍어내듯이 복제할 수 있는 것이다.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소장은 “복제양 돌리는 277번 시도 끝에 한번 성공을 거둬 태어났지만, 현재는 성공률이 10번 중 1번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앞으로 성공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복제성공률이 높아지면 유용한 동물을 대량생산하는 번식기술로 복제기술이 확고히 자리잡게 된다.

1996년 복제양 돌리가 태어난 후 소, 쥐, 염소, 돼지, 고양이, 토끼 등 다양한 동물들이 복제됐다. 그동안 복제동물의 탄생 소식은 우리 실생활과 큰 관련이 없어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은 동물의 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벗어나 이 기술의 본격적인 활용을 모색하고 있다.

복제동물이 식탁에 오를 날은 눈앞에 다가와 있다. 현재 미 식품의약청(FDA)은 복제소의 고기와 우유 등을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검토중이다. 전문가들은 FDA가 올해 내 복제소를 식용으로 허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 역시 곧 허용할 조짐이다.

복제동물이 진가를 발휘할 또 다른 큰 무대는 의약품이다. 인체에 유용한 단백질 등 유용성분을 생산하도록 동물의 유전자를 조작한 뒤 이 동물을 복제하면 대량으로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는 “5년 후면 복제젖소의 우유에서 폐기종, 중풍, 관절염 등 질병의 치료물질을 대량생산해 저렴하게 환자들에게 공급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또 황 교수는 인간에게 간, 심장, 허파, 콩팥 등을 제공하는 장기제공용 돼지도 실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체에 면역 거부반응 없는 장기를 생산하는 돼지가 등장하면 장기이식을 못해 숨을 거두는 환자의 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인체 이식용 장기의 공급원으로 돼지를 주목하는 이유는 인간과 비슷한 크기의 장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배아복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난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체세포를 핵이 없는 동물 난자와 융합하면 복제배아를 만들 수 있다. 복제배아에서는 인체의 모든 세포로 분화가 가능한 만능세포인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다. 줄기세포는 노인성 치매와 심장병, 백혈병 등 난치병을 치료할 미래의학의 핵심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 소장은 “당장은 윤리적 문제 때문에 인간보다 동물에 적용하면서 배아복제의 기반기술이 갖춰질 것”이라며 “복제기술 자체보다는 사회적으로 신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에 대한 도덕적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복제기술은 인간의 질병을 연구할 수 있는 질환동물 모델을 제공한다. 또 할리우드의 SF영화 ‘여섯번째 날’에서처럼 개, 고양이와 같은 애완동물의 복제가 일반화될 수 있다. 백두산 호랑이와 같은 희귀동물들도 복제를 통해 멸종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7 # 신약 디자인[ | ]

김대공 기자
2003년 2월 10일 mailto:a2gong@donga.com

2008년 2월 당뇨병 환자 K씨는 아침밥을 든든하게 먹고 한 알의 약을 챙겨 먹었다. K씨는 몸 속의 인슐린 수치는 정상인데,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당뇨병이 발생하는 경우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K씨는 체내 인슐린 활동을 돕는 다른 약물을 복용했다. 하지만 이 약은 비만이라는 부작용이 있었고, 이에 따라 K씨는 비만치료제를 따로 복용함은 물론 식단조절까지 해야만 했다. 하지만 2008년에 시판된 신약은 비만의 부작용은 없으면서 체내 인슐린의 활동만 자극한다. 인슐린 분자만 특이적으로 자극하도록 디자인된 약이기 때문이다.


최근 생명공학의 발전은 신약 개발의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인간의 질병은 대부분 단백질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거나 증가시켜 정상적인 기능으로 바꾸는 것이 약물이다. 지금까지 신약 발굴은 의약품 후보물질을 대상으로 약효를 검증하는 수 없는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질병 단백질의 생김새를 파악해 그 부위에 결합하는 화합물을 디자인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의 노성구 연구이사는 “전통적 신약 개발 과정이 ‘잔솔밭에서 바늘 찾기’였다면, 미래의 신약 개발은 이와는 질적으로 다를 것”이라며 “앞으로 디자인 되는 신약은개발 기간이 크게 줄어들 뿐더러 부작용은 적고 효능은 뛰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신약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 정보가 필수적이다. 단백질은 각자의 독특한 3차원 구조를 통해 인체의 생명현상을 주관한다. 이때 3차원 구조에 변형이 생기면 질병이 발생하는데, 변형된 부위에 꼭 들어맞는 화합물을 개발하면 이는 곧 새로운 약물의 후보가 된다. 슈퍼컴퓨터와 X-선 결정학 등으로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구조단백질체학(프로테오믹스)이 최근 눈부시게 발전함에 따라 난치병을 일으키는 질병 단백질의 구조를 확인하고 새로운 약물을 설계하는 방법이 몇 년 내에 보편화될 전망이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머크사에서 개발한 에이즈 치료제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숙주세포로 침투할 때 필요한 프로테이즈라는 효소(단백질)를 표면에 갖고 있다. 머크사는 이 프로테이즈의 3차원 구조를 파악해 그 기능을 무력화하는 새로운 약물을 개발했다. 증상을 완화시키는 기존의 에이즈 치료제와는 개념부터 다른 근본치료제다.

컴퓨터 모니터 위에서 새로운 약물을 디자인하는 ‘가상공간 약물디자인’도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꿀 전망이다. 단백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각종 정보와 수식을 컴퓨터에 대입해 3D 형상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단백질의 입체영상을 컴퓨터 화면 위로 띄울 수 있다. 마우스만 움직이면 단백질 입체영상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질병 단백질의 변형 부위를 확대해 관찰함으로써 이 부위에 맞는 화합물을 가상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로봇을 이용해 한번에 수백개 신약 후보물질의 효능을 검색하는 고효율약효검색(HTS) 장치도 신약 혁명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과기부 생체기능조절물질개발사업단 유성은 단장은 “속속 밝혀지는 유전자와 단백질의 비밀은 신약개발 가능성을 점차 높이고 있다. IT혁명에 버금가는 신약혁명이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세계적 수준의 우리나라 생명공학 연구결과를 한곳에 모아 이를 신약개발에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8 # 시스템-온-칩[ | ]

박미용 기자
2003년 2월 12일 mailto:pmiyong@donga.com

2008년 2월 퇴근 후 한가하게 TV를 보고 있는 K씨. 그는 디지털TV 광고에 눈길이 쏠린다. 칩 하나만 교체하면 새로운 기능의 디지털TV가 된다는 광고에 귀가 솔깃해졌다. 전자제품 홍수 속에 3∼4개월마다 더 좋은 기능을 갖는 디지털TV가 출시되지만 수백만원씩 하는 TV를 매번 바꾼다는 게 쉽지 않다. 광고는 ‘칩’ 하나만 교체해 주면 언제든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어 매번 신상품을 구매할 필요가 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K씨는 이 상품을 주문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미래에는 디지털TV뿐 아니라 휴대폰, 컴퓨터 등 각종 전자제품의 경우도 칩 하나로 저렴하게 수개월마다 새로 업그레이드하는 일이 가능하다. 이는 ‘시스템을 한 개의 칩에 올려놓는다’는 시스템-온-칩(SOC·System-On-Chip) 기술이 가져올 미래의 모습이다.

SOC는 현재의 칩과는 개념이 다르다. 컴퓨터를 조립해본 사람은 누구나 본체 안에 다양한 칩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프로세서, 메모리, 그래픽 카드 등이다. 미래에는 이런 여러개dml 칩이 하나의 칩으로 통합될 전망이다. 이를 실현시킬 기술이 바로 SOC이다.

삼성전자 내 SOC연구소 어수관 전무는 “SOC 기술은 1990년대 후반 세계적으로 반도체 산업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미 실리콘밸리에서 등장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출시된 제품이 수년 동안 인기를 모았지만, 이제는 고작 수개월뿐이다. 신제품의 출시주기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산업계는 고객의 요구를 빨리 파악해 신제품을 출시해야 살아남는다. 그만큼 신제품 생산에 드는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 개의 칩에 점점 더 작고, 점점 더 많은 요소가 포함되게 하는 소형화기술인 SOC가 탄생한 것.

5년 뒤에는 통신용 IC칩과 반도체로 만든 센서도 하나의 칩 위로 올라올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SOC로 만든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바로 전송할 수 있다. 신문사에서 이 카메라가 쓰이면 사진기자들은 무선 인터넷 장비 없이 카메라 만으로 사진을 전송할 수 있다.

삼성종합기술원 이석한 전무는 “5∼10년 뒤에는 더 나아가 각종 센서까지도 칩 안에 통합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실험실이 통째로 칩에 올라가는 랩온칩(Lab-On-Chip)까지도 나온다는 말이다. 미 국방연구소(DARPA)는 칩을 바다에 뿌려 놓기만 하면 전세계 바닷물의 환경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전송하는 SOC를 개발할 계획이다. 바닷물의 온도, 염분, 각종 미생물을 측정해 곧바로 중앙시스템으로 전송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에서 매년 문제가 되는 적조 같은 기후현상을 미리 감지할 수 있다.

이외에도 센서 네트워크가 보편화돼 생활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심장병 환자가 몸에 착용하는 SOC 제품을 장착하고 다니면 돌연사를 막을 수 있다. SOC에 포함된 각종 센서가 수시로 혈압과 같은 건강정보를 체크해 이를 병원의 전산망으로 보낸다. 만약 환자의 심장에 갑작스러운 문제가 발생하면 환자가 있는 곳으로 구급차가 곧바로 출동한다.

이석한 전무는 “이같은 센서 네트워크가 가능한 SOC는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기기로 인터넷에 접속해 정보를 얻고 공유하는 ‘유비쿼터스’ 시대로 가기 위한 기반기술”이라고 강조한다.

9 # 차세대 정보보호기술[ | ]

신동호 기자
2003년 2월 17일 mailto:dongho@donga.com


2008년 2월. 김인증씨는 더 이상 열쇠를 갖고 다니지 않는다. 자동차에는 지문인식기가 있어 손만 대면 문이 열린다. 아파트 대문의 초소형 카메라 앞에 서면 홍채인식장치가 김씨를 알아보고 ‘어서 오세요’하며 문을 열어준다.

자기테이프가 붙은 신용카드도 모두 IC칩을 내장한 스마트카드로 바뀌었다. 지하철을 타고, 물건을 사고, 민원서류를 뗄 때도 스마트카드로 만사가 해결된다. 카드 속의 IC칩에 김씨의 신상명세, 은행계좌번호, 핼액형이 암호화돼 있다. 이 칩이 전자화폐 기능을 하고 김씨임을 인증해주는 것이다.

휴대폰, PC, 개인휴대단말기도 5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 단말기에 스마트카드를 끼우는 슬롯이나 홍채인식기 또는 지문인식기가 붙어있다. 휴대폰이나 PC로 전자상거래를 할 때 스마트카드를 끼우거나 엄지손가락을 대면 김씨임이 인증돼 결재가 이루어진다. 김씨는 해외 출장을 가서도 그곳에서 휴대폰을 빌려 스마트카드를 끼워 쓴다. 그러면 전화요금이 국내 은행의 김씨 계좌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간다.

차세대 정보보안, 암호, 인증, 생체인식기술 등이 단말기나 네트워크에 유기적으로 결합돼 한층 편리하고 안전해진 미래 정보사회의 모습이다.

요즘 초고속 인터넷망을 통한 상거래, 민원서류 신청, 금융기관 거래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보보호를 소홀히 해 여기저기서 대형 사고가 잇달아 터지고 있다. 최근 은행의 비밀번호 유출과 카드 위조 사고, 웜바이러스가 불러일으킨 인터넷 대란이 그것이다. 은행에서는 거래자의 비밀번호를 아는 은행 직원이 비밀번호를 유출시켜 고객의 돈이 도둑질 당하는 일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등장할 스마트카드는 비밀번호가 IC칩에 암호화돼 있다. 은행의 컴퓨터와 거래자 외에는 비밀번호를 알 수 없어 훨씬 안전하다. 하지만 스마트카드에도 허점은 있다. 카드를 잃어버리면 누군가가 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정교일 정보보호기반연구부장은 “몇 년 내에 신용카드가 스마트카드 형태로 모두 바뀌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도난 위험이 없는 홍채인식, 지문인식 같은 생체인증이 전자인증을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번 인터넷 대란으로 정보보안기술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바이러스와 해킹,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이 사라진 것. ㈜안철수연구소 안철수 대표는 “바이러스의 일종인 웜이 잠복했다가 다른 컴퓨터를 동시에 해킹하면서 가공할만한 파괴력을 보여 준 것이 이번 인터넷 대란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한 컴퓨터가 공격당하면 이 컴퓨터가 전진기지가 돼 다른 컴퓨터를 공격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마저도 구분할 수 없게 돼 버렸다는 것.

안 박사는 “새로운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는 방화벽, 침입감지시스템, 백신이 통합된 인공지능형 차세대 정보보안기술이 나와야 하며 이 기술이 바이러스나 해킹의 징조를 미리 파악해 능동적으로 대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저작권 보호도 소유에서 이용의 개념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캡 신용태 대표는 “앞으로는 전자책, 게임, 음악 파일 안에 사용가능횟수, 사용권한 등의 정보도 내장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전자책을 5명이 동시에 볼 수 있게 한다거나 게임을 두 번만 즐기는 대신 값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정보보호연구원 김홍근 기술단장은 “지금까지는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까는 데 집중해왔지만 앞으로 5년 동안은 ‘믿고 쓸 수 있는 정보통신기반’ 구축을 국가적인 아젠다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0 # 바이오 칩[ | ]

이충환 기자
2003년 2월 20일 mailto:cosmos@donga.com

2008년 2월 어느 날 아침 L씨는 잠에서 깨자 자신의 몸 상태가 안 좋다고 느낀다. 처음엔 어제 먹은 술 때문이려니 생각했지만 곧 침대에서 혈액 한 방울로 간단한 검사를 하자 간암 초기임을 알게 된다. 바로 얼마 전에 산 바이오칩이 초기 간암임을 알려준 덕분에 L씨는 바로 수술을 받았다.


바이오칩은 DNA, 단백질, 세포 등 생물의 몸 안에 있는 다양한 성분을 이용해 칩 형태로 만든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DNA칩, 단백질칩, 세포칩 등으로 나뉜다. 원래 DNA칩은 생물체의 게놈에 빽빽이 들어 있는 복잡한 정보를 한꺼번에 판독하기 위해 1994년 미국 애피메트릭스사의 스티브 포더 박사가 개발한 것이다.

최근에는 특정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파악한 후 이를 이용한 DNA칩을 만들어 질병을 진단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DNA칩에 검사대상자의 혈액이나 조직에서 추출한 DNA 샘플을 한꺼번에 반응시켜 질병이 걸렸는지 여부를 손쉽게 알아내는 것이다.

현재 과학기술부 프런티어사업단의 하나인 인간유전체연구개발사업단에서는 한국인에게 많이 발병하는 위암과 간암을 진단하는 바이오칩을 개발하려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이 사업단은 위암 간암과 관련된 1500개의 유전자를 확보했는데 이 가운데서 몇 백개를 선택해 6월 이전에 1차 DNA진단칩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 사업단의 유향숙 단장은 “5년 후면 국내에서 혈액 한 방울로 위암과 간암을 진단하는 바이오칩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최근 보건복지부 국립보건원에서는 12개 질환별 유전체 연구센터를 발족시켜 한국인에게 특이하게 나타나는 유전형을 찾기 위한 지도 작성에 나섰다.

단백질칩은 혈액이나 눈물에 든 단백질을 이용해 DNA칩보다 좀 더 간편하게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 원리는 단백질칩에 항체를 심고 혈액을 투여한 후 항체와 반응하는 항원이 있는지를 파악해 질병을 진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질병과 관련된 표적단백질(항체)을 아직 많이 찾지 못했다는데 있다.

2002년 말 현재 바이오칩과 관련된 시장은 미국이 4억달러 정도, 국내 시장은 40억원 미만으로 추정된다. 5년 후 바이오칩이 가정에서 널리 쓰이기는 힘들겠지만 일반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는 용도로는 흔하게 쓰일 전망이다. 시장 규모는 현재보다 5배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의대 서정선 교수는 “DNA칩이나 단백질칩과 같은 바이오칩은 개인별 예측 의학시대에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량으로 값싸게 DNA나 단백질을 분석해 개인이 병에 걸릴 가능성을 파악하는데 바이오칩이 유용하게 쓰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암을 예측하고 암이 전이되는 진행 방향이나 속도를 알 수 있다.

바이오칩에는 사람의 몸 속에 이식해 혈압 혈당 체온 등 필요한 정보를 저장해 원하는 곳에 전송하는 생체 삽입용 칩도 포함된다. 이를 이용하면 환자가 갑자기 의식을 잃은 긴급상황에서도 의사는 칩에 저장된 정보를 통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이런 생체 삽입용 칩은 실제로 지난해 미국에서 한 가족에게 이식되기도 했다. 개인의 특정 유전정보는 카드에 저장해 갖고 다닐 수도 있다. 이럴 경우 특정 약에 대해 과민성 체질인지, 어떤 질병을 앓았는지에 관해 의사가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손가락의 피 한 방울로 개인의 유전정보가 순식간에 판독돼 신원을 파악하는 일은 이제 영화 속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11 # 연료전지[ | ]

김상연 기자 2003년 2월 24일 mailto:dream@donga.com

2008년 2월.노연료씨가 새로 산'연료전지 자동차'의 시동을 걸었다. 예전처럼 '부르릉'하는 엔진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무리 달려도 희뿌연 배기가스도 나오지 않았다. 노씨는 출발하기 앞서 휴대전화에 메탄을 몇방울을 넣었다. 요즘은 메탄올만 조금 넣으면 휴대전화가 일주일은 간다. 옆자리에 탄 아내는 소형TV에서 나오는 광고를 보더니 한마디했다. "올해는 아버님댁에 '연료전지 보일러'하나 놓아드려야겠어요"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를 물로 만들면서 전기를 얻는 장치다. 메탄, 천연가스, 메탄올에서 풍족하게 수소 자원을 얻을 수 있는 데다 공해가 없고 효율이 높아 ‘차세대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영화 ‘스타워즈’를 보면 적의 기지를 공격하는 비행사들이 “연료전지 발전소부터 파괴하자”는 말을 한다. 5년 뒤면 영화가 현실이 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오인환 연료전지연구센터장은 “2008년이 되면 연료전지 발전기가 설치된 가정이 국내에도 1만∼10만 가구쯤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료전지 발전기는 가정에 들어온 도시가스로 수소를 만들고, 다시 전기를 만든다. 아파트 단지에는 훨씬 큰 연료전지 발전기가 들어서 각 가정에 전기를 공급한다. 지금처럼 커다란 송전탑이나 송전로가 필요없다. 남는 전기는 한국전력에 다시 판다.

휘발유나 디젤 대신 수소를 태워 달리는 연료전지 자동차도 볼 수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지난해 말 연료전지 자동차를 처음 판매했다. 차 값이 3억원이나 돼 지금은 총리가 상징적으로 타고 있다. 그러나 2010년에는 10만대 이상의 연료전지 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 GM도 2012년 이후 연료전지 차를 대량 생산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도 현대자동차가 2000년 말 연료전지 자동차를 개발해 현재 미국에서 3대를 시범 운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연료전지개발팀 임태원 부장은 “3년 안에 수소 4∼5㎏을 넣고 500㎞를 달릴 수 있는 자동차를 개발할 계획”이라며 “2010년부터는 연료전지 자동차를 국내에서도 양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학자들은 공간이 여유로운 버스나 전철, 배, 잠수함도 연료전지를 달고 지구를 누빌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김창수 박사는 “비싼 인공위성 대신 연료전지 비행선을 띄워 통신, 기상 관측을 하자는 아이디어도 있다”고 밝혔다.

휴대용 전자제품에도 배터리 대신 연료전지가 쓰이게 된다. 요즘 노트북PC나 PDA, 휴대전화의 성능 향상 속도를 배터리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연료전지를 이용하면 한번 충전해 2∼3일 쓰는 노트북PC가 가능해진다. TV, 냉장고 등 모든 전자제품을 연료전지와 연결해 야외에서 쓸 수 있다. 휴대용 연료전지는 아직 기술적 난관이 많지만 나노기술이 새로운 돌파구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연료전지 기술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은 두 나라에 많이 뒤져 있는 상태다. LG환경·안전연구원 성준용 원장은 “정부가 주요한 대체 에너지인 연료전지 연구에 적극 투자해 21세기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 # 느낌[ | ]

왠지 우울해지는데. 테크놀로지의 발전 속도가 좀 늦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 거북이 2003-2-25 14:10

특히 2번, 5번, 8번같은 것들은 대재앙의 징후지. -- BrainSalad 2003-2-25 16:41

Mit에서도 얼마전 발표한 것이 있어 올려보았습니다. 10EmergingTechnologiesThatWillChangeTheWorld 며칠지나서 글을 찾으려고 하니 원문보기가 유료로 바뀌어서 다른곳에서 겨우겨우 누가 편집한 글만 찾을수 있었습니다. 보신것인지 모르겠군요. 혹시 전문 가지고 계신다면 올려주실수 있을까요. --Nominam

원문은 커녕 MIT에서 발표한 사실도 몰랐습죠. 동아일보랑 동아사이언스 왈 국내 최고 권위 석학 10명을 동원해서 1개월에 걸쳐 뽑은거라던데 MIT에서 발표하길 기다리느라 1개월 걸렸다는 얘긴걸까요? -_- -- BrainSalad 2003-2-25 16:41

13 같이 보기[ | ]

14 참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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