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삼성경제연구소가 본 2~3년내 유망상품 키워드6

1 개요[ | ]

삼성경제연구소가 본 2~3년내 유망상품 키워드6

지난 3월29일 오후 6시,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지하1층 베세토. 토요일 밤을 즐기려는 20~30대 남녀들이 한껏 치장을 하고 파티장에 들어섰다.

가슴이 깊게 파인 코발트색 원피스를 입은 20대 후반의 젊은 여성이 파티장에 들어서자, 건너편에 서 있던 친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곧 있을 댄스파티를 위해 플로어에는 이미 투명한 무지갯빛 조명이 돌아가며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다.

이미 남녀, 혹은 동성끼리 삼삼오오 짝을 지어 바에서 위스키를 들이키는가 하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시작한 무리도 있었다. 한쪽 곁에 은밀하게 자리잡은 가라오케룸만 아직 손님이 차지 않았을 뿐이다.

이날은 강남의 사교클럽 ‘클럽프렌즈’가 200회 테마파티를 성대하게 열기로 한 날이었다. 클럽프렌즈는 최근 강남의 보보스족들에게 새로운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교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정서에 아직 익숙지 않은 순수 사교파티를 주장하며, 강남의 주요 포스트만을 골라 파티를 개최해온 클럽프렌즈가 이젠 사교의 메인 스트림으로 우뚝 선 것이다.

클럽프렌즈의 정회원이 되려면 우선 기존 회원들의 까다로운 인터뷰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인터뷰에서는 품성과 매너를 검증받는데, 이런 회원심사를 통해 상호신뢰가 깊어진다.

그렇다고 폼 잡고 와인 잔을 기울이는 사교파티만을 연상한다면 큰 오산이다. 복장은 자유, 개성 있는 춤은 기본이다. 어설픈 짝짓기 모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즐기는 가운데 자신과 맞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는데, 실제로 결혼에 골인한 커플도 여러쌍 있다. 그렇지만 결혼을 위해서만 사람을 만나는 클럽은 더더욱 아니다. 유부남, 유부녀가 남편과 아이들을 데리고 나타나기도 한다.

출범 초기에는 스탠딩 파티 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해 의자를 아예 치워버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회원들도 자연스럽게 서서 대화를 나누는 데 익숙해졌다. 덕분에 한때 주가를 올리던 결혼 정보회사의 영광은 조금씩 시들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문화는 새로운 히트 상품을 낳는다. 클럽프렌즈도 법인으로 설립된 지 3년 만에 회원수가 1,000명으로 늘었다. 연평균 회원증가율은 300%. 외국계 기업의 엘리트 선남선녀는 물론 현직 법조인, 의사, 정부 부처 공무원들도 상당수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클럽프렌즈의 한 관계자는 “남녀가 만나면 결혼부터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깨는데 클럽프렌즈가 일조했다고 본다”며 “남녀간 만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은 이처럼 변한다. 누구나 이 사실을 알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화가 완료되고 나서야 이 사실을 깨닫는다. 변화의 모습을 미리 읽고 대처할 수 있다면, 남들보다 앞서 갈 수 있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삼성경제연구소(이하 삼성경제연)가 제시하는 미래 유망상품의 핵심 키워드는 ‘커넥트(connect)’다. 소비주체인 사람, 소비대상인 상품, 소비장소인 공간의 연결, 복합, 조화를 바탕으로 미래 유망상품을 조망한 것이다.

안정감을 추구하는 상품과 위축되고 불안한 소비심리를 회복시키는 희망형 상품이 향후 인기를 끌 전망이라는 게 삼성연의 결론이다. 사람과 사람간의 ‘교류’, 상품과 상품간의 ‘융·복합’ 가속화, 공간과 공간이 만나 새로운 ‘다기능’ 공간을 창출하는 등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2 사람과 사람의 ‘교류’: 새로운 만남이 새로운 상품을 낳는다[ | ]

인간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는 곧 사람 사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예전과는 틀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상을 눈여겨 본다면 히트 상품의 흐름을 어림잡을 수 있다. 가령 10년 전만 해도 싱글족은 ‘미운 오리새끼’였다. 결혼하지 않은 채 서른을 훌쩍 넘으면 ‘뭔가 흠이 있지 않을까’하고 억측을 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즐기고 스스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비사교적이거나 반사회적이지도 않은 이들은 ‘당당하게’ 비춰진다. 특히 이들은 경제적 안정을 바탕으로 소비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싱글족 산업’도 덩달아 뜨고 있다.

독신의 골칫거리인 ‘밀린 빨래’도 이제는 옛말이다. 원룸촌마다 산재한 ‘셀프드라이 클리닝점’이 산처럼 쌓인 빨래를 시원하게 해결해주기 때문. 세탁 30분, 건조 45분 도합 75분의 시간과 3㎏에 5,000원 정도의 돈만 투자하면 세탁걱정을 덜 수 있다.

싱글족을 겨냥한 즉석밥·즉석국·즉석반찬도 새로운 인간관계를 읽고 기획한 히트상품이다. 햇반으로 대성공을 거뒀던 CJ는 최근 ‘흑미밥’ ‘오곡밥’ 등 후속 상품을 속속 내놨고, 경쟁사인 농심도 ‘햅쌀밥’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밥장사’에 나섰다.

북어국·육개장·미역국·사골우거지국 등 뜨거운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즉석국과 포장김치·참치캔·장아찌 등도 식탁에 급속히 파고 들고 있다.

2.1 싱글족 겨냥한 즉석상품과 ‘휴먼 마케팅’[ | ]

삼성경제연은 “실리적, 감성적 목적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동류의식을 제공하는 만남의 기회 지원상품이 향후 유망사업으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침체로 알뜰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 사이에 중고품을 빌려주거나 맞교환을 주선하는 온·오프라인 서비스도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무조건 만남 회수 증가에 목적을 둔 일방적인 결혼정보 업체보다는 이성을 만나기 위한 준비나 매너를 교육하는 서비스 상품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급속히 인기를 끌기 시작한 카메라 내장 휴대전화는 점차 ‘화상 집단 수다’가 가능한 멀티미디어 기능 지원 제품으로 발전될 전망이다.

그동안 단절됐던 신·구세대간 문화교류로 인해 각종 쌍방향 사업도 힘을 받을 것으로 지적됐다. 젊은 세대가 아날로그형 소비를 지향하거나, 5060세대들이 인터넷, 휴대전화 등 첨단 통신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IT 소비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한 예다.

기업의 마케팅 전략도 이러한 추세변화를 반영해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스타일에 치중해 과시욕을 자극, 거부감을 줄 수 있는 마케팅보다는 정직한 메시지로 인간적인 신뢰감을 주는 마케팅이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품의 후면에 작게 표시돼 있던 유통기한 정보를 전면에 크게 부각시켜 소비자 신뢰를 확보한 해태제과의 경우가 좋은 사례다.

특히 고품질, 고성능이라는 상품 강점이 오히려 해당기업 이미지를 차갑고 비인간적으로 만들 가능성에 대해 주의할 것을 삼성경제연은 권고했다. 기업 이미지가 이처럼 오인되지 않도록 별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광고에서도 가족, 연인, 친구 등 따뜻하고 진솔한 인간관계를 주제로 한 상황설정이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3 상품과 상품간의 ‘융·복합’: 가격, 기능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라[ | ]

한가지 기능으로 만족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 모든 곳에 존재한다는 뜻의 라틴어) 시대다. 유비쿼터스는 언제(Anytime), 어디서나(Anywhere), 어떤 기기(Any device)로든 사용자가 PC 등 정보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단계를 뜻한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출현은 시간과 공간, 단말기로부터의 한계를 극복해 소비생활 패턴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시스템에도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순한 복합 기능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편리함과 가격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경향에서 비롯됐다.

이를 위해 기업은 고객 편익 증진을 위해 복합 상품과 기능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디지털 통합이 IT산업의 화두로 부각되고, 반도체·통신·가전 등 IT제품이 하나의 기기로 융합해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탄생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해졌다.

LG전자는 지난해 VCR와 DVD를 결합한 복합제품을 세계 최초로 내놨다. LG전자는 이 제품으로 지난해 수출과 내수를 합해 상반기에만 86만대를 판매했다. 삼성전자에 비해 후발주자이면서도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사전 시장조사에 의한 고가제품군을 주 타깃으로 설정한 게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제품 라인을 다양화한 후 출시와 동시에 전 유통 라인에 제품을 진입시켜 소비자에게 쉽게 어필한 것도 옳은 판단이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복합형 DVD플레이어 세계 시장규모는 1,200만대선이었으며, 올해는 1,500만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3.1 패치워크, 통합카드, 패키지 마케팅[ | ]

복합제품은 비단 IT시장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오는 8월 기존의 보험회사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체가 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방카슈랑스가 도입될 예정이다. 이는 금융기관 제휴확대, 보험업 구조조정, 외국 금융사의 국내 시장 잠입 확대, 종합 금융화 등에 힘입어 금융 복합화의 수순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합화는 또 침체된 소비심리를 만회하기 위해 할인가격이 적용된 통합 서비스, 패키지 상품으로 외화되고 있다.

신차 판매와 함께 중고차, 폐차처리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홈쇼핑 등에서 PC, 모니터, 프린터, 스캐너 등을 패키지로 묶어서 저가에 판매하는 마케팅 전략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신용카드, 모바일 서비스 업체의 교통, 외식, 영화 등 통합카드 사용이 다양한 연령층으로 확산되면서 지속적인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도 ‘퀵이발’과 발마사지 등 상반된 이미지의 아이템을 함께 사용하는 ‘패치워크’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상품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가치기준으로 선택해 조합, 편집하는 현상으로,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소비자의 고급화 욕구가 상충돼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추세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업은 상품 기획단계부터 상품 위주에서 소비자 생활 패턴 중심으로 사고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기업 이익이 아니라 철저히 소비자 욕구에 부응해 히트한 ‘화장품 냉장고’나 ‘김치 냉장고’ 등이 한 예다.

목표고객 특성이 유사한 이종(異種)업체들도 공동 홍보전략으로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를 향상하는 등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최근 자동차 회사 아우디가 담배회사 다비도프와 손잡고 자동차 전시장에서 시가를 전시하거나, 제약업체 노바티스가 주고객인 의사 회원들에게 메르세데스 벤츠 시승 기회를 제공하면서 상품 소개와 고객정보를 효율적으로 수집하는 것도 모두 이러한 맥락이다.

4 공간과 공간의 ‘다기능’: 쇼퍼테인먼트의 일상화에 주목하라[ | ]

복합상품뿐만 아니라 복합공간도 상당 기간 부동산과 건설부문의 주요 테마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서로 다른 기능과 목적을 가진 퓨전 공간이 한 장소에 집적돼 차세대 건축을 이끌어 갈 주요 키워드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휴식공간이 복합되는 추세다.

쇼핑과 엔터테인먼트의 복합화로 쇼퍼테인먼트(Shoppertainment), UEC(Urban Entertain-ment Center) 등의 콘셉트가 확산되고 있는 것. 미국 Mall of America, 일본 비너스 포트(Venus Fort), 서울 코엑스몰 등이 이미 건설된 퓨전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복합공간은 고객에게 원스톱 서비스의 편리성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가미된 감성적인 즐거움을 제공한다. 엔터테인먼트 요소는 고객의 체류시간을 연장하고 구매를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는 4월 오픈 예정인 ‘록본기Hills’를 2003년 히트 상품 예상 1위로 일찌감치 올려놓았다. 이 건물은 오피스, 호텔, 영화관, 미술관, 주택, 일본정원 등 직장(職), 집(住), 놀이(遊), 문화(文化) 등이 조화된 공간이다.

벌써부터 강도 높은 집객효과가 기대돼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 확산된 우리나라의 찜질방도 ‘찜질’이라는 기본적인 기능 외에 목욕, 사우나는 물론 식사, 게임, 헬스, 영화 등 추가 기능을 부여해 편의성을 극대화한 경우다.

4.1 엔터테인먼트몰, 코쿤족, 시티리조트[ | ]

교통 혼잡으로 인해 도심에서 휴양하고자 하는 ‘시티리조트’족의 증가로 인해 ‘타운형 코쿠닝’도 도시 재개발과 맞물려 각광받고 있다. 한 빌딩에서 쇼핑, 휴식, 여가 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도심형 복합건물이 이들의 주 활동무대이다.

소비경기 위축과 이라크 전쟁 발발에도 불구하고 인기 주거지역에서 분양되는 주상복합 아파트에 여전히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는 점이 이러한 가설을 반증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지난 3월21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지을 예정인 주상복합 아파트 ‘더 샵 잠실’에 대한 청약접수를 마감한 결과, 189가구 모집에 1만261명이 신청해 54.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21일 실시된 접수에 몰린 청약증거금만 1,000억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접수 마감인 21일에는 서울 논현동 모델하우스가 오전부터 찾아온 청약자들로 발디딜 틈 없이 붐볐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이라크전 장기화 등 갖은 악재가 모두 몰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상품에는 여전히 인파가 몰리고 있다”며 “다만 묻지마식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5 사람과 상품간의 ‘교감’: 상품은 살아있는 생명체[ | ]

불황이라고 해서 모든 게 다 불황인 건 아니다. 바닥을 모를 정도의 극심한 불황 속에도 대박나는 상품과 업종은 존재한다.

최근 몇년간 유례없는 경기불황 속에서도 싼 값에 파는 ‘백엔숍’ ‘무인양품’ ‘유니크로(저가 의류전문점)’ 등은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백엔숍의 경우 매장 내에서 판매하는 음료수, 과자, 우산 등 모든 상품의 가격은 100엔이다.

백엔숍이 인기를 얻자 ‘100엔 도너츠 가게’ 등 특정상품 가격을 모두 100엔으로 맞춘 균일가 매장도 잇따라 등장했다. 백화점과 할인점이 매년 역신장과 정체를 거듭하는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중고품 전문시장도 마찬가지다.

나고야에 위치한 복합상가 ‘고메효’의 경우 ‘USED’라는 딱지가 붙은 중고품이 전체 상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점포는 주말이면 싼 물건을 찾는 손님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신세계유통연구소의 노은정 과장은 “100엔숍에 이어 최근엔 절반값인 50엔숍까지 등장했다”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가격보다는 제품의 질과 쇼핑 편의를 중시하던 일본인들의 소비행태도 점차 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100엔숍에 제품을 납품하는 국내의 한 업체는 오는 2005년까지 한국에도 500개의 매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어서 조만간 국내에서도 저가 생활용품점이 속속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5.1 日 100엔숍, 로또, 아바타, 브랜드 마니아[ | ]

삼성경제연은 히트 상품의 또 하나 요인으로 ‘사람과 상품간의 교감’을 지적했다. 일본의 100엔숍 성공도 불안정한 사회, 경제 환경 속에서 희망을 주는 상품을 추구하는 일본인들의 소비경향과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게 연구소측의 분석이다.

올해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로또의 대박현상도 비록 ‘인생역전’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제시하고 있지만, 고객들이 갖고 있을 법한 정서에 집중 호소한 결과다.

상품과 사람간의 교감이라는 차원에서 2030세대에서 각광받고 있는 인터넷 분신 ‘아바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휴대전화의 끊임없는 성능개선으로 인해 인터넷에서만 거주한던 아바타가 휴대전화 속으로 공간이동하기도 했다.

아바타는 사실 지난 2000년 커뮤니티업체인 네오위즈가 첫선을 보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아바타는 ID를 대신하는 그림에 지나지 않았지만, 점차 옷, 안경, 모자 등으로 치장이 가능한 형태로 변신했다.

올해 선보인 아바타는 눈을 깜빡이거나 간단한 손짓이 가능할 정도로 업그레이드됐다. 이 모든 진화과정은 네티즌들이 아바타와 끊임없이 ‘교감’하면서 가능할 수 있었다. 교감은 살아있는 생물간에만 가능한 게 아닌 것이다.

기업들은 향후 제품개발 과정에서 품질과 디자인은 물론, 고객과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상품과 브랜드 개발에 얽힌 생산자와 개발자의 노고, 경위 등을 고객들에게 공개할 때 상품과 고객간의 유대감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충고다. 신상품 개발 때마다 새로운 고객보다는 기존 고객의 취향을 최대한 반영해 브랜드 마니아를 형성하는 것도 바람직한 마케팅 기법이다.

미국 의류 브랜드 앤 테일러의 경우 도시 직장여성을 타깃으로 한 디자인을 일관되게 상품에 연결해 ‘앤 테일러 피플’이라는 브랜드 마니아 집단을 생산하기도 했다.

6 사람과 공간의 ‘친화’: 그린마케팅은 기업의 핵심전략[ | ]

세계적 가전업체인 소니가 자랑하는 도쿄 중심지 긴자의 전시관에는 7개층 모두 최첨단 제품만 진열돼 있다.

그러나 이 전시관은 지난해부터는 첨단 제품보다 친환경 제품개발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투자자에게 심어주고 있다.

환경을 우선시하는 ‘그린마케팅’이 기업 전략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른바 ‘환경경영’이다. 사람과 공간의 친화를 중요시 하는 차세대 기업 경영전략은 자연, 아름다움, 문화 등을 마케팅, 홍보의 핵심 키워드로 설정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단순히 환경 친화적인 제품에 그치지 않고 용기 디자인, 매장 인테리어, 광고, 직원 교육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환경 중심적’ 경영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경영은 관련 상품의 수익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 창조와 우량회사로서 주식 상승에도 영향을 미쳐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6.1 환경친화적 디자인, 인테리어, 광고[ | ]

글로벌 기업들의 광고도 그린마케팅의 주요한 수단이다. 시골마을 주택가에서 귀여운 여자 꼬마들이 집을 향해 뛰어가는 사진 밑에 ‘이런 게 세상의 이치가 아닐까요. 아이들은 학교 갈 때는 걸어가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뛰어 갑니다’라는 카피가 씌어 있다. 영국항공의 잡지광고다.

같은 크기의 또 다른 잡지광고는 남미의 아주 작은 도시 뒷골목에서 동네축구를 하는 아이들. 골을 넣었을 때의 기쁨을 리얼하게 잡은 사진이다. 그리고 ‘세상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가까이 있어’가 헤드라인이다.

벤츠자동차는 단순히 붉은 장미꽃 한송이를 클로즈업한 광고를 내보냈다. 다만 장미꽃잎에 놓인 작은 무당벌레 등에 새겨진 엠블렘만으로 모든 걸 말하고 있다.

‘부드러우면서 강한, 온화하면서 자극적인, 그것이 자연의 이치…그리고 우리는 그것의 일부이고 싶습니다’라는 헤드라인의 미쓰비시그룹 광고는 고즈넉한 물가의 나무숲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이밖에 신작로에 자전거와 함께 서있는 사람의 긴 그림자(마스터카드), 인생을 암시하는 듯한 숲길(GM자동차) 등 시보다 진한 광고는 모두 인공이 아닌 자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러한 세계 광고 추세는 곧 그린마케팅이 어떻게 기업들에 의해 표현되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스탠퍼드대의 폴 니콜라이 교수는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이 제품을 좀 더 책임감있게 만들 것이라는 게 투자자들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7 상품과 공간의 ‘조화’: 인간을 이해하는 공간으로 만들어라[ | ]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널드는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일러스트를 전시한 ‘맥갤러리’를 오픈하고 전문 큐레이터를 상주시키고 있다. 간단한 카드 만들기, 티셔츠 그림 그리기, 폐지를 활용한 종이공예 등 다양한 무료강좌도 마련했다.

스타벅스 인사동점은 전세계 매장 중 유일하게 간판을 한글로 제작하고 창살, 상감양식 고전문양을 매장 인테리어에 사용했다. 이러한 사실이 입소문으로 일본에까지 알려져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위의 두사례는 독특한 공간을 제공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방법을 소개한 것이다. 단순히 집객 효과만을 노렸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앞으로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개인 공간에 대한 관심도 증대도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빌트인(붙박이) 가전 전문업체인 하츠는 대형 건설업체를 진두지휘하는 ‘유명’ 중소기업 사장이다.

대기업이 만든 가전제품을 납품 받아 자신의 브랜드인 ‘하츠’로 아파트에 납품하기 때문이다. 하츠가 현재 아파트나 고급 빌라에 공급하는 가전품목은 10여종에 달한다.

이중 레인지 후드(주방의 연기나 냄새를 배출시키는 장치)만 경기 평택에서 직접 생산하고, 반찬냉장고는 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 가스레인지는 동양매직, 김치냉장고와 식기건조기는 한일전기 등 대기업으로부터 OEM(주문자상표부착) 생산 방식으로 납품을 받는다.

7.1 붙박이 가전, 아름다운 개인 공간[ | ]

2002년 매출액 605억원 수준의 중소기업이 자신들보다 덩치가 50배(대우일렉트로닉스 3조2,000억원) 이상 큰 대기업에 아웃소싱(외부조달)을 준 뒤, 최종적으로 자신들의 브랜드로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셈이다.

하츠의 이같은 성공 뒤에는 아파트가 더 이상 단순한 ‘집’이 아니라 ‘주거시설’로서의 역할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가정생활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다양하고 특수한 기능을 갖춘 빌트인 가전에 주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테팔, 물리넥스, 크룹스 등 세계적인 소형 가전 브랜드를 소유한 프랑스 기업그룹(Group SEB)도 한국 진출 5년 만에 20년 앞서 진출했던 일본과 대등한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다. 드 라 투르 회장은 “소형 가전제품이라도 부엌과 거실의 인테리어 디자인과 어울려야 한다는 세브의 기업이념과 한국 소비자들의 욕구가 일치한 것이 성공요인”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은 소비자의 생활과 공간을 재창조한다는 목적으로 모든 상품에 공간 디자인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상품과 조화를 이루면서 타 점포와는 차별화되는 점포 이미지를 구축해야 경쟁력 확보에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민훈 연구원은 “시각, 청각, 후각적 요소를 바탕으로 점포 분위기, 판매원 인상 등 무형적 속성을 차별화해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8 참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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