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병일기0325

1.1.1.3 (토론)님의 2015년 1월 2일 (금) 22:49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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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3.25 (일)

우리가 자는 막사 뒤에는 새집이 있는데 그 모양마저 오뚜기이다...-_-
여기에는 잣나무가 많아 가을에 다람쥐를 괴롭혀 잣을 뺏어먹는다고 한다.

옆 내무반에 바트 심슨처럼 생간 녀석이 있는데 그녀석은 최근 발기부전자를 조사하고 다닌다.
이상하게 군대에서는 많은 녀석들이 새벽발기를 거의 못시킨다.
나도 잘 안되는 편이다. 불안해하는 놈들도 있다...^^;
다들 일주일에 두번정도 똥누는 것이 고작이고 자다깨서 소변을 3, 4회 본다.
이러한 생리변화가 생기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수컷들만 모여있어서 그런 것일수도 있고 밥이 좀 뻑뻑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다음주에 위병소 문만 나서면 불뚝 설 것이라 다들 믿고있다.
그것에 대해 훈육은 생리주기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자기들은 매일 불뚝 선단다.

작업을 하고 들어왔는데 훈육 둘이 한 모포를 덮고 자고있었다.
퀴어한 생각이 드는것은 왜일까? 작업도중에 드는 생각은 철저한 통제를 위해서는 통제를 위한 통제가 반드시 따른다는 것이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 통제하려드니 신경이 많이 쓰일 수 밖에.
훈련병이니까 그 통제가 좀 심한것이겠지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제 버릇 개 못준다고 기간병이 된다고해서 썩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그리고 이 친구들이 항상 교육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우리사회 전반에 깔린 권위의식의 전조가 아닌가싶다.
밖에나가서 조금만 뭔가를 안다면 남을 가르치려들 것이 아닌가? 나도 뭔가 갈쳐주길 좋아하지만 일일이 그런 식으로 간섭하는 것은 질색이다.
나는 내가 뭔가를 표현한 뒤에 누군가가 그것을 보고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여튼 종합적으로 드는 생각은 군대야말로 이나라 남자들의 최대 교육기관이라는 것이다.
똑똑한 애들 바보만드는 것도 장난 아니지만 바보들을 정신차리게 하는 곳이라는 것을 부정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바보라도 이런 식으로 배우고싶진 않다.
군사독재가 이나라를 얼마나 말아먹었느냔 말이다.
그놈들도 썩어빠진 나라를 군대식으로 바꾸겠다는 생각이었을게다.

나는 폭력의 종말을 보고싶다.

  • 해설

발기가 잘 안된다는 것은 남자들에겐 상당히 근원적인 공포다.
하도 스트레스를 주어 그랬던 것인지 자위생각도 전혀 안들었다.
그래도 나는 새벽발기가 좀 되어 나름대로 안도를 했다...-_-

다람쥐를 괴롭혀 잣을 뺏어먹는다는 것이 무슨 말이냐면...
가을에는 다람쥐가 많아 입에 잔뜩 잣을 물고 내려오는데...
그녀석들에게 돌을 던져 미처 못먹고 간 것을 주워먹는다는 거란다.
이 얘기를 듣고 나는 자연스럽게 미소지었다.
귀연녀석들...하고...^^

나는 어설픈 녀석들이 내 앞에서 뭔가를 가르치려 드는 것이 정말 싫다.
뭐 그녀석들은 군대생활에 있어서는 확실히 어설프진 않았지만.
사수-부사수라는 말이 군대 밖에서도 쓰이는 것처럼 여기에는 강제로 뭔가를 배우고 따라해야하는 문화가 가득 퍼져있다.
그래서 다들 군대다녀오면 뭔가 배운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배울바에는 암것도 모르고 살겠다.

2 # 3.25 (일) part 2

결국 기독교로 오게되었다.
오늘 저녁에는 기쁨조(?)가 와서 여러 위문공연을 해준단다.
기독교와 천주교의 교리상 차이는 잘 모르겠지만 포교방법론에는 큰 차이가 있다.
기독교에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많다.
나중에 바이블을 읽게되면 조금 알아보리라.

육중한 베이스 소리가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지금은 아침 종교행사중)

여기는 저녁 종교행사장이다.

나는 드디어 국군아저씨가 되었다.
국군아저씨들을 위로해주기 위해 찬양선교단 언니오빠들이 와서 노래를 해주고있으니 말이다.
기독교식 찬양은 힘이 있다.
무슨 콘서트장에 온 것 같다. 동원된 장비도 그렇고.

여신도들이 와서 몸을 살랑거리며 춤을 춘다.
'당신은 사랑받기위해 태어난 사람~' 확실히 암컷에겐 수컷을 끄는 무언가가 있다.
움직임이 수컷과는 전혀 다르다.
여자의 까만 치마와 스타킹신은 다리는 눈을 붙든다.

영리하게도 분위기를 깨지 않기위해 신나는 곡들로만 메들리를 때리고 있다.
그리고 애들은 지금 신난나머지 오뚜기박수를 치디가 앞에나가서 춤까지 따라 추더니 이젠 식판을 들고 파도치고 있다...^^ 앞에서 선창하는 선교단원 녀석은 반쯤 엑스터시 상태인듯.
마치 자신이 선지자가 된듯 선창을 하고있다.

결신자 카드라는 것을 주는데 거기에 기도하고싶은 내용을 적으면 여기 참여한 선교단 애들이 기도해준 뒤 나중에 연락해준단다. 군바리들의 딱한 마음을 만져주는 부분이 있다. 선교라는 것은 굉장히 치밀한 활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 해설

사실 이때 나는 별로 신나진 않았다.
이런 상황이 되면 더 냉정해지는 이상한 타입의 인간이라.
그래도 '당신은 사랑받기위해 태어난 사람~'이런 말을 극한 상황에서 여자목소리로 듣고있으니 조금은 마음이 흔들린다.

이때 내 관심사는 그녀들의 다리였다.
아무래도 나에겐 여자 다리(그리고 스타킹)에 집착하는 페티쉬즘이 약간 있는것 같다...-_-

여튼 이 안에서 많은 이들의 기가 하나로 모이고있는 것을 느끼고 있으니...
인간은 별로 이성적인 존재도 아니고...
이성은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아무래도 이성쪽에 많이 경도된 사고방식을 가진 나는 놓치는 것도 많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온갖 잡스러운 생각을 했다.

그녀들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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