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병일기0313

1.1.1.3 (토론)님의 2015년 1월 2일 (금) 22:47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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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3 (화)

사격술 예비훈련을 했는데 그리 힘들지는 않았지만 지겨웠다.

애들이 상점을 받았다고 좋아한다.
여기는 기본적인 생리활동을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기뻐해야하는 곳이다.

목감기에 걸린 것 같다.

  • 해설

기본적인 욕구들을 제한해놓고 그 욕구를 조금씩 틔워줄 때마다 쾌감을 느껴야하는 곳이 바로 신병훈련소이다.

상벌점 제도는 초등학교때 선생들이 하는 것과 비슷한데...
문제는 벌점이 많으면 주말에 끌려나가서 군장을 메고 고생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주말에 쉬지도 못한다니[사실 쉬는것도 아니지만] 그건 정말 비극이다.
이러니 상점을 받으면 안도감을 안느낄 수가 있나.
나도 그랬다.
이날 받은 상점은 각을 잘 잡았다고 우리 내무반이 받은 것이다.
초등학생들이 엄마에게서 이불 잘 갰다고 백원 받는 것과 같다...-_-
그걸 위해 우리는 틈이 날때마다 모포와 전투복의 각을 세우기 위해 반합[휴대용 밥통]으로 직각을 만든다.

이 때 걸린 목감기는 결국 3주동안 이어졌다.

여기서는 아픈게 제일 불쌍하다.
약도 없다.
이 마초들의 사회에서는 남자답지 못하면 바로 병신대접을 받는다.
얼차려받다가 힘들어서 쓰러져도 *알 떼라는 말이 나오고 아프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못하게되어 남들에게 피해를 주게되니 스스로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
조교들의 배려는 없다. 다그칠 뿐이다.
다그치면 더 당황하고 당황하니 더 다그치고 그동안 전우들은 잔소리 듣고 힘든 일을 더 해야한다.
나 하나가 약간 어리버리하면 스무명에서 이백명까지의 전우들이 더 짜증을 느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지친 전우는 결국 나를 탓하게 된다.
이런 시스템이다.
이러니 내가 군대를 이 나라 최대의 교육기관이라고 인정하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있나.

나는 시간이 갈수록 내 내면에 존재하는 여성성을 발견해가고 그것을 좋은 방향으로 키워보려하는 생각인데 이런 마초킹들의 사회속에 있으려니 정말 피곤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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