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병일기0311

1.1.1.3 (토론)님의 2015년 1월 2일 (금) 22:46 판
(차이) ← 이전 판 | 최신판 (차이) | 다음 판 → (차이)

# 3.11 (일)

카톨릭에서 코코아 한잔을 오전에 마셨다.
기억에 한참 남을것같은 맛이다.
오후에 마신 콜라와는 비교가 안된다.

하루종일 널널했고 편지를 썼다.

  • 해설

나는 원래 좀 단것을 좋아한다.
특히 코코아를.
훈련소에서 나를 돌게만든것은 맛스타[군대에만 있는 상표이지만 흔히 이 상표의 음료수를 말함, 오렌지 사과 복숭아가 있음]도 아니었고 콜라도 아닌 바로 코코아였다.
많은 애들은 콜라[특히 코카]를 원했는데 성당에서 저녁에 마신 코카콜라는 글쎄 썩 감흥을 주지 못했었다.
하지만 오전에 마신 한잔의 코코아는 기억에 팍 남았다.

미국에서는 사형수에게 마지막으로 먹고싶은게 뭐냐라고 물어보고 웬만큼 비싼거나 번거로운 것이 아니라면 먹여준다고 한다. 그런데 이놈들이 찾는 것은 기껏해야 햄버거나 핫도그란다. 평소에 즐기던 그 맛이 바로 죽을때 먹고싶은 맛인가보다.
내가 상계동에 왔을 때 느끼는 안도감, 망향자들이 죽을때만이라도 고향에 가고싶어하는 그 처절한 본능같은것과 비슷한건가.
역시 뭐든 인이 박히는 것이 제일 무섭다.

이날 쓴 편지는 2주도 넘게 걸려서야 겨우 도착했다.
즉, 우리는 퇴소할 때까지 누구도 편지를 받지 못했다.


훈련병의일기 < 생활분류

문서 댓글 ({{ doc_comments.length }})
{{ comment.name }} {{ comment.created | snsti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