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병일기0308

1.1.1.3 (토론)님의 2015년 1월 2일 (금) 22:45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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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 (목)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힘들었다.
군장을 하기도 했지만 날이 무척 추웠다.
(겨울에 훈련한 이들에게 경의를!)

군대라는 시스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솔직히 없어서는 안되는 조직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예전과는 달리(뭐 예전은 내가 잘 모르지만) 변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특히 '세계가 불타고 있다'강의의 내용은 매우 사실에 충실했으며 재미있었다.
사실에 입각한 정신교육은 설득력이 있다.

이제 시작이니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군대라는 조직이 구조화된 것은 매우 드라마틱하다.
단 한가지의 목적을 위해 모든 프로세스를 모듈화한 것이다.
회사에서 업무를 조직화할 때 단계별로 모듈화해두는 것이 유용한 것과 같다.
아마 군대라는 조직이 '아름답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 해설

여기서 군대가 '없어서는 안되는 조직'이라고 느낀 것은 필요악이라는 의미일게다.
모두가 폭력을 버리면 될 것 아니냐라는 낭만적인 생각을 버린다면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세계가 불타고 있다'강의는 정신교육교재인 '미래를 대비하는 선진국군'이라는 소책자의 한 장이다. 이 소책자는 비디오와 함께 보게되어있는데 이 비디오의 내용이 상당히 최근내용을 담고있고 실증적이어서 나는 놀랐다. 책자가 인쇄된 것도 2001년 1월이니 군이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나름대로 대응하고있다는 느낌을 주기 충분했다.
예전처럼 한미연합안보 외에 모든 것은 악마같은 것이다라는 식의 마녀사냥논리는 최소한 배제하고있는 것이다. 물론 책의 주제는 여전히 미국에 종속적인 안보가 우리의 최선이라는 내용이긴 해도 말이다.
사실 나는 군사력의 국제적 균형이라는 것에 대해 감이 전혀 없기때문에 주한미군의 철수가 당연하다라고 주장하지는 못한다. 지금까지 미국의 핵우산아래 경제성장을 이룬 것을 부인할 수는 없기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미국 의존적이고 주체적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냉전 이후에도 세계에서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비극이다.

소대장 한녀석이 그랬다.
군대가 이정도의 조직을 갖추기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겠느냐고.
확실히 군대는 적의 살상이라는 한가지 목표하에 조직적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리고 충분히 효율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태생적 한계가 있음을 잊을 수 없다.
군대는 적의 살상이라는 것이 목적이고 그것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는 거다.
따라서 전쟁기계가 아닌 군인들의 개인적인 욕구와 차이 등이 무시된다.
가끔 존중되기도 하지만 거의 무시된다고 봐도 되리라.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극한상황에서 인간본성이 무시되는 군대라는 조직이 그 안에 속해있는 개개인들에게 얼마나 폭압적으로 다가가는가는 경험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울게다.
나 역시 내무생활과 전쟁을 겪어보지 않았으니 알 리가 없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내가 그 안에서 내 본성을 무시당하며 살아야한다면 차라리 죽는 것을 택할지도 모를만큼 싫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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