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돌이

1.1.1.3 (토론)님의 2015년 1월 2일 (금) 22:10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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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10 15 火 : 판돌이

밀린 숙제를 먼저 하기로 했다. 어제 잠깐 나와서 확인했던 CD가게들로 판떼기를 쓸러간 것이다. 가격은 국내와 비슷하거나 조금 싼 편이고 아이템은 국내보다 조금 많다. 그래서 좀 사다보니 사정없이 사게 되었다. 지금까지 대충 80장 정도. 100장은 우습게 채우지 싶다. 이렇게 미친놈처럼 챙기다보니 어느새 오후 4시가 되었다. 오전 10시 조금 넘어서부터 보기시작했는데 말이다. 새로운 아이템들보단 나처럼 오래된 음악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바르셀로나는 좋은 도시다.
그리고 이곳은 남미음악이 매우 강한데 그거야 남미 친구들이 스페인어로 노래하니 어쩌면 당연한거다. 스페인어권 음악들이 지역별 밴드별로 차곡차곡 정리되어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이쪽 음반 구하느라 헥헥대었던 사람들은 아마 눈이 뒤집힐 것이다. 나는 뭐가 좋은 판인지 잘 몰라서 많이 접어두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쪽 음악중에도 조금 찾기 힘든 판들은 역시 여기도 별로 없는것 같다. 이건 우리나라에 온다고 해서 정태춘이나 신중현 판을 쉽게 구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보면 되겠다. 여튼 민속음악 계열만 좌악 모아둔 가게가 있는 것을 보니 역시 부럽다. 그리고 조금 찾기 어려운 판들은 당연히 음반도 비싸다. 가만보면 일본도 그렇게 판값이 비싼 것만은 아니다. 특히 중고 음반들은 꽤 싼 것도 많다지 않는가.

자 내 뒤를 이어 스페인 판가게 어택을 할 사람을 위해 여기 간단한 정보를 남기도록 하겠다. 바르셀로나의 판가게는 이동네 중심 거리인 람블라(La Rambla) 거리에 모여있다. 까딸루냐 광장을 등지고 서서 람블라 거리를 정면으로 바라보면 오른쪽에 노란 패스트푸드 가게가 하나 있다. 여기가 스페인 어딜가나있는 패스트푸드 체인점 빤쓰(Pans, 발음 불확실...-_-)다. 아시다시피 빵이라는 우리말은 스페인어(포르투갈어일지도 모른다, 둘 다 비슷한 말임)인 pan에서 나온 말이다. 여튼 이 빤쓰가 보이는 골목인 탈레스(Carre Tallers) 골목에 집중적으로 모여있다. 이 골목과 그 다음 골목을 뒤지면 판가게 스무개 쯤은 발견할 수 있으며 여기 뒤지다보면 하루가 꼴랑 간다. 하루 코스라는 것을 명심하시라. 가격이 비슷비슷한데 어디는 좀 더 싸고 하니 잘 비교해보시라.
의외로 여기보다 백화점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역시 스페인 어디에나 가면 있고 요즘에는 니콜 키드먼이 열심히 광고해주는 엘 꼬르떼 잉글레스(El Corte Ingles)와 쁘냑(Fnac)이 양대 백화점인듯 한데 쁘냑은 서적과 음반에 특화되어있는듯 하다. 여튼 판가게로만 따지면 쁘냑이 꼬르떼 잉글레스보다 훨씬 좋고 값도 싸니 꼬르떼 잉글레스는 가지도 마시길. 바르셀로나의 쁘냑은 까딸루냐 광장에 있다. 나는 실수로 여길 못가고 꼬르떼 잉글레스만 갔었다. -_-a 같은 값이면 백화점에서 사는 것이 좋다. 세금 환급이 7%정도인가 되기 때문이다. 말로는 16%던가 하는데 그렇게 안내준다. 세금 환급 제도의 사기성은 나중에 자세히 적겠다.
결론은 쁘냑과 탈레스 거리만 돌아다니면 스페인 씨디 어택은 다 끝난다는 말이다. 혹시 참고하고 싶으면 요기를 읽고 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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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딸루냐 광장. 판사느라 사진찍는것도 잊었었다. 오후 씨티투어버스를 타고 첫방을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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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 바뜨요. 가우디 스타일을 완성시킨 건물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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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 바뜨요와 나란히 있는 유명한(?) 건축물들. 하도 가우디에 짓눌려서 가우디와 기타 놈들 이상의 의미는 없다. 심지어 이 건물들의 1층은 가게인데 그중 하나는 가우디 엽서 파는 것으로 연명하고 있다.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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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 풍의 가로등. 이것이 가우디의 것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적어도 한 종류 이상의 가로등을 가우디는 디자인해서 바르셀로나 시의 거리를 밝히고 있다.

여튼 숙제를 하고 시계를 보니 4시가 되어 당혹스러웠던 우리는 빤쓰에 가서 요기를 했다. 그동안 점심도 안먹고 씨디만 보고있었던게다. 물욕에 눈이 멀어도 이럴수가 있나. -_- 여튼 시간이 얼마 안남긴 했지만 마저 돌기위해 투어버스를 탔다. 어제 2일짜리를 끊었기 때문에 안탈수도 없다. 이번에는 남쪽라인을 돌았다. 황영조 오빠가 마라톤을 제패한 몬쥬익(Mont Juic이니까 쥬익 산이 되겠다)과 미로 미술관이 있는 코스지만 북쪽의 가우디 대행진 빨간 코스보단 못하다. 그나마 너무 늦게 가서리 몬쥬익에서 뒹굴지도 못하고 미로 미술관은 들어가지도 못했다. 고작 사진 몇방씩 찍은게 다다. 아 물욕에 취하면 이런 변을 당하게 되니 강호 음반 수집 제현들께서는 주의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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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의 조각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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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주경기장. 황영조가 양아치 되기 전에 여기서 금메달을 받았다. 플래쉬와 노플래쉬는 이렇게 차이가 크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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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뒹굴뒹굴 못한 것도 너무 아쉽다. 그저 여행은 푹 퍼져서 즐기는 릴렉스가 최고다.

하지만 남쪽 코스는 코스 자체가 그런대로 볼만하다. 바르셀로나는 정말 큰 도시다. 인구면에서 런던이 훨씬 많을텐데도 불구하고 바르셀로나가 더욱 큰 도시처럼 느껴지는데 그것은 이곳의 도시계획이 잘 되어 도로망도 뻥뻥 뚫려있고 건물들도 큼직큼직하기 때문일게다. 그리고 런던은 외곽이 큰 것같은데 나는 외각은 거의 다니지 않았었고. 사실 런던이나 더블린, 에딘버러는 이것에 비하면 정말 앙증맞다. 여튼 우리는 몬쥬익에서 석양을 볼 수 있었고 바르셀로나 항구에서 지는 해를 볼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항구는 뭐랄까 이국적인 느낌이 많이 든다. 이 이국적이라는 것은 서구의 눈으로 보아서 이국적이라는 말이다. 유럽이라는 느낌보다는 동남아의 항구도시같은 느낌이다 사방에 있는 열대나무들 때문에 이런 느낌이 들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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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의 야경. 미항은 미항이다.

중간에 싼츠Sants역에 내려서 그라나다행 기차표 티케팅을 시도했다. 오오 이렇게 비효율적이라니. 일단 i를 찾기가 무척 힘들고 당일자 표 파는 창구가 예매창구보다 훨씬 많아서 당일 표를 사는 사람은 금방 사는데 예매하려면 한두시간은 예사로 기다려야 한다. 은행처럼 대기표를 뽑게 되어있는데 우리 앞에 대기자가 백명도 넘어서 관뒀다. 이런 총맞은 시스템이 있나...-.- 차라리 내일 와서 현매 표를 사는게 낫겠다 싶어 나왔다. 인터넷으로 표를 살 수 있으면 그것도 좋겠거니 생각했었고.
에딘버러에서 하이랜드 여행 기차표를 살 때는 이렇게 바보같지 않았다. 사람들이 조금 기다리긴 했지만 한군데서 물어보고 코스 정하고 티케팅에 발권까지 되었다. 역시 철도를 처음 만든 나라라 조금 나은건가. 이후 영국이 얼마나 정리를 잘 하는 나라인지는 스페인을 다니면서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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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는 현대와 기아의 간판이 꽤 있다. 까딸루냐 미술관과 성쪽으로 들어가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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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의 뿌리를 찾기 위해서 까딸루냐 국립미술관에 갔어야 했는데 못갔다. 가장 아쉬운 점 중 하나인데 이 모든 것이 다 판에 탐닉해서 벌어진 패악이니 강호 제현께서는 다시한번 주의하시길 바란다. -_-a

람블라 거리는 바르셀로나의 중심이다. 여기는 까딸루냐 광장에서부터 항구쪽까지 쭉 뻗은 길이고 가운데와 양 거리쪽에 상가가 형성되어있다. 이 가운데의 상가는 말이 상가지 주변에 간이 점포들이 있고 사람들이 걷게 되어있는, 광장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여기에는 야바위꾼, 거리의 악사, 퍼포먼서들이 여기저기에 있다. 이들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다닌다는 소리다. 가게들은 복권집, 꽃집, 기념품가게들이다. 어디에도 음악을 크게 틀어두거나 한 곳은 없다. 여기를 걷다보면 조금 우울하더라도 잠시 한눈 판 사이에 그 우울함을 외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 것이 지중해적인 정서이겠지. 우리의 홍대와 대학로는 왜 이렇게 만들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움이 아니 들 수 없다.
이곳의 밤생활(?)을 즐기지 못한 것은 나름대로의 아쉬움이다. 한국에서도 나이트 한번 안가는 놈이 이런데서 그런게 가는것도 웃기긴 하고 몸도 피곤해서 빨리 들어가고 싶어서 그냥 집에 갔다.
우람의 말대로 우리에게 씨디가게가 미술관이고 씨디가게가 박물관이다...-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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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블라 거리에서 공연중인 인형사.

대충 장을 보았다. 저녁은 먹어야 하니깐. 그나마 여기는 가게들이 늦게까지 한다. 9시 정도까지는 여니까. 정말 영업종료6시라니 에딘버러나 더블린은 말도 안되는 도시다. 그나저나 대형 마트에서 샀는데 우유 찾기가 그렇게 힘들다. 우유를 냉장고에 안넣기 때문이다. 나는 우유를 좋아했기 때문에 금방 우유라는 단어 Leche를 외우고 말았다. 아줌마에게 물어보고 배웠다. -_- 우유 어디있냐고 물을때 '레체~?' 이러면 다들 알려준다. 스페인에서 영어 쓸 생각은 일찌감치 버려라. 밀크도 잘 못알아듣는다카이~
여튼 대충 장을 보는데 나는 항상 색다른 음식이 있으면 먹어보는 편이라 칼라 우유를 한번 사보려했고 우람은 그게 싫단다. 그러더니 이녀석 대뜸 따로 사자고 하네. 결국 나눠먹긴 했지만 이 때 공기는 좀 서먹서먹했다. 여행이란 이런 사소한 것으로도 틀어질 수 있는 것이니 역시 부대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나중에 결혼하면 한 사람과 평생을 살아야 할텐데 이것을 평탄하게 잘 할 수 있으려나. 여튼 함께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라니깐.


야 이놈아 먹기 싫은거 억지로 먹냐... 서먹하긴 27이나 *먹어서 센서티브 해보일려고 하는게냐... 참고로 지금 벨기에다. 그리고 그 때의 상태를 설명하자면 피곤해 죽겠는데 사사로운거 살때 우라지게 오래 걸리면서 주둥이에 손가락 하나 물고(아니라고 하거나 모른다고 주장할게 뻔하지만..) 기껏 담배 한대 태우면서 화를 진정하고 있으면 기어나와서는 먹는거에 신경쓴다는둥 새로운거(끽해야 우유 나부랭이나 하여간 사소하다 못해 무시해도 될만한 물건임) 먹는게 취미라는둥 고질적인 뭐 있어 보는척에 생각같아선 패대기 쳐서 한 1000대쯤 패고 싶지만 13년간의 축적된 우정의 결과물이 니가 섭섭해 하는(아니라고 하겠지 자신은 항상 남 신경 안쓰고 마이웨이니까 또는 그렇게 주장) 각자 사자고 한것임. 하여간 이번 여행에서 내가 제일 값지게 얻은것은 인간 관계의 새로운 제정립일듯 싶다. 하여간 여행중이니까 귀국 후 글 하나 빡 써주마 - 최우람

오 다시 여행중이로군 우람. 베네룩스 동네는 괜찮은가?
아 상황 설명 안해도 된다. 모르는 것도 아니고. 내가 혼자 참았다고 생각하는 만큼은 너도 참았을거라고 생각하니 말이다. 이걸 내가 적으면서 섭섭해 했다거나 그런게 아니라 단지 있었던 현상을 적은거라고. 라이프 스타일이 다른 두 사람이 지낸 것 치고는 지난 여행은 나름대로 둘이 참으면서 잘 지냈다고 나는 자평한다. 너나 나나.
그나저나 여행 잘 하고 선거하기 전에 들어와서 회충이 퇴출에 한표 찍게나.
오자마자 연락하고. --거북이

벨기에의 국립 미술관은 훌륭했다. 15~17세기보다는 모던쪽이 더.... 작품의 질도 질이지만 시설도 좋고 다니기 편하게 건물이 설계되어있다. 역시 오길 잘했다. 내일 네덜란드로 뜬다. 기다려라 램브란트 고호! 참 판가게를 좀 둘러봤지만 매우 절망적.,.. 가격은 최저가 12유로 이곳에서도 땐쓰가 판을 친다. 허나 형님댁에 묵고 있어서 호의호식했다. 회창인 내가 찍어주고 싶어도 20일 귀국이라 불가능. - 최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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