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애호증

1 개요

음악애호증

2 음악 애호증

  • 阿木(아기): 저는 이번 앨범(Philharmony, 1982)이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 관련의 움직임 중에서 제일 좋아요. 건방진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저에게 맨 먼저 이 앨범에 대해 글을 쓰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내 개인적인 눈으로 본 옐로 매직이라든가 여러분들, 그리고 그 주변의 움직임을 정리해서 슬슬 써보고 싶다고.
  • 細野(호소노): 객관적인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네요. 저든 누구든 아직 그쪽으론 손대지 않았으니까요.
  • 아기: 저는 이번 앨범을 듣고 형이상학(메타피직)이랄까 환상적이랄까, 호소노 씨의 무의식 같은 것, 그리고 그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호소노 씨의 의식적인 것도 한번 들어보고 싶고,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걸까 궁금해졌어요. 음악은 들어서 대충 알 것 같습니다만 그 주변의 것에 대해, 호소노 씨 나름의 이번 앨범의 콘셉트에 관해 여쭤보고 싶어요.
  • 호소노: 뭐든 물어보시죠. (웃음)
  • 아기: 처음에요. 싱글용의 2곡을 들었는데요.
  • 호소노: 그거라면 <夢見る(꿈꾸다)> 말씀이시죠?
  • 아기: 그래요. 그걸 들었을 때 역시 호소노 씨는, 쇼와시대의 가요사라고 하면 대단히 실례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쪽 냄새가 강하다고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A면에서는 말이죠, 그런 쪽의 호소노 씨의 본질적인 쇼와시대 로망 같은 것과 이번 앨범의 현대음악적 전개의 무의식 세계 같은 것에 관한 이야기를 동시에 여쭤보고 싶었어요. 동시존재적(同時存在的)이랄까 그런 정신성 같은 것을 느꼈거든요. 그리고 피지컬한 느낌 같은 것도요.
    • 쇼와시대 : 1926~1989, 특히 1945년 이후 80년대까지의 전후(戰後)시대를 뜻함
  • 호소노: 쇼와시대 쪽을 이야기한다면 지금은 제 음악이 그 정도로 (쇼와시대 느낌이) 강하진 않지 않나요. 역시 LP의 세계가 저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쇼와시대의 느낌이란 건. 이번에 게르니카 레코드에서 앨범이 나옵니다만, 흐름에 맡기다 보니 이건 다이쇼시대(1912~1926)까지 가버린 느낌이네요. 저도 꽤 그런 것들에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이번 앨범에도 살짝 나오긴 하지만요.
  • 아기: 뭔가 향수라고나 할까, 호소노 씨란 존재의 약간 이전 시절의 요소 같은 것이 어린 시절의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 같아요. 왠지 모를 향수가 느껴져서 좋아요.
  • 호소노: 저의 경우 향수를 불러일으킨다기보다는 더욱 힘을 얻을 수 있는 음악이랄까, 그런 것에 영향을 받고 있어요. 그 시절의 노래를 들으면 다들 이렇게 힘이 난다고들 하죠.
  • 아기: 어렸을 때 그런 강렬한 추억 같은 거 있어요?
  • 호소노: 이미 전반적으로 그 시절의 느낌은, 지금은 사라져버렸달까 잃어버린 시절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시절과는 이젠 뭔가 연결이 끊어져 버린 듯한 느낌이 들어요.
  • 아기: 그렇군요.
  • 호소노: 그래서 저는 그 시절에 대한 로맨틱한 향수, 그리움이라기보다는 왠지 모르게 절실한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3 냄새와 소리

  • 아기: 상처랄까 슬픔, 외로움 같은 건가요?
  • 호소노: 그렇죠, 그런 것들을 전부 하나로 조합한 느낌이랄까. 예를 들어 길을 가다가 옛 향기가 나면요, 이제 그건 대단한 기분이 들어요. 뭔가 잃어버린 것을 찾은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길에서 생선 굽는 냄새 같은 걸 맡는다든지 하면요.
  • 아기: 그러네요. 그런 냄새 같은 것에서도 문득 무의식적인 것이 작동하는 것 같네요.
  • 호소노: 냄새란 강렬합니다. 소리보다 냄새가 더 강렬해요. 그러니까 음악을 들으면 그 무렵의 향기 같은 게 난단 말이죠. 신기한 것이 향기는 기억에 남지 않잖아요. 소리는 기억에 남지만 향기란 체험한 후에야 ‘아, 이거였구나’ 하게 되는 건데. 그래서 저는 옛날부터 음악을 향기란 것에 조금이라도 가깝게 해보려고 생각했어요. 냄새나는 음악을. (웃음)
  • 아기: 이번에는 꽤 오랫동안 혼자서 스튜디오에 틀어박혀 오버더빙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식이었는지 한번 알려주시죠?
  • 호소노: 실은요, 겨우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스튜디오가 생겼어요. LDK 스튜디오라는 좁은 스튜디오지만요. 원래는 알파(음반사) 내부에서 정말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섹션을 만들어 달라고 할 생각이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무조건 스튜디오가 있어야 하잖아요. 시간에 제약받지 않는다든지, 그 대신 제가 다 알아서 한다는 식으로 말이죠.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까 난민캠프 같은 게 돼 버리더라고요. (웃음) 게르니카 필름을 필두로 하여 다양한 사람들이 오기도 하고, 대부분 파워를 발산할 곳이 없어 쌓여있는 젊은이들이죠. 그런데 지금 그 사람들 레코드 만드는 일이 메인이 되어버려서 굉장히 바빠져 버렸어요. 그 틈틈이 제 레코드도 만들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혼자가 되니 자꾸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녹음 초기에는 비교적 이런저런 생각이 있어서 ¥EN 레코드라는 걸 만들었어요. 제1탄이라는 책임감이라든지 팝적인 것을 만들어달라는 주문 등 이런저런 게 있어서 생각해 봤어요. 그래서 음악을 여기저기 만지작거리다 보니 뭔가 재미가 없어져 버리더라고요. ‘나 스스로는 이런 거 만들고 싶지 않아’ 이러다가 그런 부분에서부터 몰입하게 되면서 무의식적으로 만든 곡들이 많아졌어요. 그때는 이미 혼자서 테이프 돌리거나, 테이프 돌리면서 키보드를 연주하다가, 요컨대 즉흥연주처럼 만들어 갔거든요. 그러다 정신을 차리면 벌써 대낮이거나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재현할 때는 어떤 순서로 키보드를 쳤는지 기억하고 있으니 그걸 그대로 카피하지 않으면 안 된단 말이에요.
  • 아기: 이야길 들으니 뭐랄까 굉장히 고독한 작업을 하셔서, 첫 싱글 곡부터 꽤 곡을 만드셨다고 생각했어요. 그 안에서 그것이 몇 차례 다듬어지는 사이에 결국 필하모니란 것이 탄생했구나 하고 느꼈어요.
  • 호소노: 정말 그렇습니다.
  • 아기: 버려진 테이프도 꽤 많지 않았을까 했죠.
  • 호소노: 그래요. 잘 아시네요.
  • 아기: 그렇지만 역시 그 균형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 호소노: 그렇습니까, 다행입니다.
  • 아기: 히트하겠다는 느낌의 곡이 2곡 정도 들어가 있고, 나머지는 꽤 현대음악적인 전개나 미니멀 뮤직 같은 전개도 있었고요.
  • 호소노: 처음에는 그게 정반대였어요. 팝이 가득하고 슬쩍슬쩍 그런 부분을 드러낼 예정이었는데, 그러면 못 참을 것 같아 반대로 했죠. 그래서 만들고 믹스다운 했을 때는 정말 굉장히 좋았어요. 기분이 좋아서 해냈다! 됐어! 라는 기분이었죠
  • 아기: 전부 얼마 정도 걸렸나요? 며칠 정도?
  • 호소노: 1개월 미만쯤일까요? 3월 10일부터 시작해서, 그래도 몰입한 건 좀 더 뒤의 이야기니까 본격적인 작업은 2주 정도랄까요. 그냥 믹스다운 해서 커팅하고 나면 항상 착 가라앉아 버려요. 믹스다운 직후에는 괜찮은데 아무래도 그 후에는 왠지 반성하는 기분이 되어버리거든요. 그래서 좋다고 말해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웃음)
  • 아기: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 호소노: 그래요, 정말 고마워요.
  • 아기: 크게 작위적이지 않다고나 할까, 뭔가 정말로 스튜디오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나온 소리를 쌓아가는 것 같아요.
  • 호소노: 말씀 그대로예요.
  • 아기: 그만큼 호소노 씨가 고민하고 계셨던 그러한 존재라든가, 뭔가 머릿속에 프로그램된 부분이 처음으로, 음악으로 완성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 호소노: 정확하세요. 정말로 그런 상황이에요.
  • 아기: 그래서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개인적인 체험인데 옛날 젊었을 때 아파트에 살았을 적에 복도에 서 있으면 여기저기서 여러 가지 소리가 들려오는, 그것이 믹스되어 꽤 환상적인 세계를 들을 수 있었던, 그런 느낌을 가장 먼저 느꼈어요. 그 뒤로 또다른 초자연적인 체험 같은 것은 한 적이 없었나요? 뭔가 체험으로서 어떻습니까?
  • 호소노: 너무 의식 안 하려고 하는 거죠, 의식적으로. (웃음)
  • 아기: (브라이언) 이노가 ‘이제 환상과 현실의 경계 같은 것은 없어요’라고 하는 곳까지 와있는 거네요.
  • 호소노: 그런 건 있지요.
  • 아기: 그러니까 생각만 하면 다 현실이 되어버린다든지 하는?
  • 호소노: 글쎄요, 저도 어느 쪽인가 설명하라고 한다면 그런 느낌이라는 거죠, 지금. 경계가 없다고 할까, 거기까지 가버리면 사회성도 거의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닐까요? (웃음)


4 ¥EN

  • 아기: 그렇지만 사회성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회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쪽으로 말하자면 지나치게 빠져드는 타입이니까요. 그래도 사회성은 사회성이고, (자기 일에 빠져들었다가도 원하는 걸 이루고난 뒤에는 다시 사회성을 되찾는) 그 정도는 물론 제대로 해야 하고, 할 수 있을 테고요. 호소노 씨는 옐로 매직이라든가 여러 가지를 현실로 이뤄냈잖아요. 하나하나 생각하고 있는 것은 반드시 현실로 이뤄내는 지금이 가장 좋은 상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스튜디오도 생겼고, ¥EN이라고 하는, 저 ¥EN이라고 하는 것은 일본 화폐인 YEN과 그리고 또 한 가지, 음악을 통해 아편(마약)과 같은 환각을 추구한다는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웃음) 그래서, 이건 호소노 씨다운 굉장한 작명이라고 감탄했습니다만.
  • 호시노: 거기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웃음)
  • 아기: 두 가지 의미가 있지 않을까, 저는 그런 식으로 받아들였습니다.
  • 호소노: 여러 의미로 해석되는 것은 좋아요.
  • 아기: YEN이라는 것은 아편을 희구한달까, 그런 의미도 있거든요.
  • 호소노: 아! 그렇군요. 몰랐습니다.
  • 아기: 몰랐나요? 그쪽의 의미가 굉장히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 호소노: 딱이네요. 어느 쪽이냐면, 다시 말해서 푸니쿨리 푸니쿨라(Funiculi Funicula) 같은 노래인데, 그런 세계에 지금 빠져 있어요. 그래요. 저는 필하모니 같은 레코드를 지금은 현대음악이라는 범위에 넣고 싶다고 생각합니다만, 실험 미래에는 대중음악이 될 거라는 생각이에요. 그러니까 지금 할 수 있을 때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는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EN 레코드가 이번엔 현대음악 시리즈라는 걸 내는 거죠. 그게 제일 기대돼요.
  • 아기: 어떤 아티스트를?
  • 호소노: 그걸 지금 찾고 있었어요. (웃음)
  • 아기: 지금까지 제법 돈은 벌었을 테니까 이제 슬슬 좋아하는 일을 해도 되지 않나요? 그래서 그쪽의 움직임이 굉장히, 역시 순수하구나, 역시 뮤지션이구나 하는 느낌으로 말이죠.
  • 호소노: 편이나 가요곡도 썼습니다만.
  • 아기: 하지만 그건 괜찮잖아요?
  • 호소노: 그것도 좋아합니다. (웃음) 하기 쉬워졌겠죠. …커피 한 잔 더 어때요?
  • 아기: 좋죠.
  • 호소노: 앞으로 좋은 밴드 같은 게 나온다면 점점 협력체제로 키워나가야 하잖아요. 이건 내꺼야 라든지 그런 건 없으니까. (웃음) 그들이 주역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젊은이들이 지니고 있는 건. 깜짝 놀랄 정도더라고요. 게르니카 따위 압도당해 버려요. 영향을 받아서 좋다고 생각했죠. 저는 게르니카를 들으면 오랜만에 두근두근거려요.
  • 아기: 그런 두근거림이란 뭘까요? 제 생각엔 호소노 씨의 음악에도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 호소노: 음. 그 두근거림이란 뭘까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 아기: 저도 말이죠, 그런 표현주의 같은 그 당시의 것이 굉장히 좋달까, 두근두근하거든요. 뭔가 한계에 다다랐을 때, 예컨대 그런 유럽의 서적 같은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자극을 받아요. 정말 호소노 씨의 말처럼 에너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건 도대체 우리의 무엇일까, 마침 호소노 씨와 저희는 같은 세대라고 생각하거든요. 뭔가 이렇게 약간 붉게 녹슨 쇠 냄새 같은 거라든지, 그 공장 흙의 불그스름한 색깔이라든지, 그런 걸 전부 통틀어서 그 시절이란 무엇일까 하는…. 저는 호소노 씨 음악을 듣고 있자면 그런 걸 느끼거든요. 그러니까 음악적으로는 다르지만, 해피엔드에서 테크노 같은 걸 하고 계시더라도 그 밑바닥에 흐르고 있는 근원 같은 것은 결코 변하지 않았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 호소노: 그런 말을 들으니까 굉장히 기쁘네요. (웃음) 특이하다는 이야기만 계속 들어왔거든요. (웃음)
  • 아기: 그쪽 부분의 이야기를 좀 들어볼까요? * 호소노: 표변하긴 했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 아기: 절대 안 변하셨어요.
  • 호소노: 맞아요. 변하지 않았어요. 저를 아는 사람들은 잘 아시겠지만서도, 뭐 멀리서 보면 바뀐 것처럼 보이잖아요.
  • 아기: 해피엔드 같은 건 제가 들은 것은 ‘오사카 딜런’이라는 가게에서 오츠카(大塚) 짱이라든가 모두가 그 노란색 레코드, 그걸 들었을 때 깜짝 놀랐었는데 그때와 같은 것이 줄곧 이어져 오는 거 같아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 호소노: 그렇습니다.
  • 아기: 단지 음악의 형식은요, 그때그때의 수단으로서 변하긴 했지만, 그 저변에 있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요?
  • 호소노: 저도 모르겠어요.
  • 아기: 그러니까 어렸을 때의 강렬한 기억을 말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단 말이거든요. (웃음)
  • 호소노: 그 정도랄 건 딱히 없지만요. 말하자면 그 시대에 노출되어 있던 사람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길거리를 걷다 보면 MP(헌병)가 있다든지 아직 여러 가지 흙냄새가 나던 시절, 과일도 향기가 강렬했던 시대, 단순히 그런 큰 자연 속에서 영향을 받았던 것 같아요. 개인적인 기억이 아닌 것 같다는 거죠. 그러니까 지금 30대들이 뭔가 쓸데없이 파워가 있잖아요.
  • 아기: 네, 그렇군요. 그래서 ‘컨템포라늄’이라는 말이 있는 거군요. 그것은 동시 존재, 동시대 정신과 같은, 뭔가 그런 것이 당신의 음악인 거죠. 제가 호소노 씨와 동시대 사람이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그런 단어로 한편으로는 뭔가 파헤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 호소노: 저도 그런 단어로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항상 신경 써왔던 건 그런 거였어요. 예를 들자면 예전에 Bon Voyage Co. (泰安洋行)이란 음반을 만들었을 때 이야긴데요. 아무리 해도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저 혼자만 붕 떠 있고, 그런 경우는 굉장히 외롭잖아요. 그래도 점점 YMO로부터 시대와의 동시성이라는 것은 나오고, 이번 레코드는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시대와 함께 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 아기: 그런 단어는 컨템포러리라든가, 메타뮤직 같은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리고 뭐랄까, 저는 지금까지 음악 제작에서는 마이너적인 것밖에 하지 않았습니다만, 음악이 가지고 있는 신비성 같은 것 말이죠. 예를 들면 제가 듣고 있는 것에 의해 꽤 몸으로 느끼고(體現化) 있습니다만 그런 것들은 어떤 식으로 (만들어가고 있나요?).
  • 호소노: 그것이 역시 저에게 있어서도 가장 흥미가 있는 부분이군요.
  • 아기: 개인적으로 다양하게 체현하시는 것 같은 것이 있습니까? 소리를 듣는 것, 연주하는 것에 따라서 옐로 매직이라던가 여러 가지 소화해가시는 중에요.
  • 호소노: 음. 글쎄요….
  • 아기: 그 앞의 스무 살 즈음의 마약 체험부터, 그 이후 어떤 정신적인 변화가 호소노 씨 속에 있습니까?
  • 호소노: 글쎄요, 저는 그때부터 변했다고 믿고 있는 거죠. 그래서, 처음에는 싫었거든요. 그날이 없었더라면 하고 생각했죠. 그래서 신경증이 극한까지 가고, 그 극한을 넘어서면 굉장히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그것보다 두 배 정도 기분 좋은 시절이 일 년 동안 계속돼서 그걸로 뭔가 자신감을 느끼게 된 건가,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다니 하고요. 그 뒤로 많이 변해 왔죠.
  • 아기: 저도 그런 식의 체험은 해봤습니다만, 뭔가, 저희는 겁쟁이라서 그런 쪽의 균형감각이라는 것은 우리가 뛰어나다고는 생각합니다. 이렇게 완벽하게 갈 수 없는데 대한 두려움, 그런 곳에서 항상 밸런스를 유지하려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만, 저는 역시 호소노 씨는 그 마약 체험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요, 역시 음악이란 저도 그런 해시시라든지 다양한 체험을 해봤지만요. 그런 건 하지 말았어야 했어! 라던가, 그런 체험을 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거나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을 생각해낸 것일까 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생각해 보면 음악 그 자체가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것을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왜냐면 그런 것을 체험한 사람이라도 전혀 그 후 인연이 없는 사람도 있잖아요.
  • 호소노: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계기가 되는 것일 뿐, 자신이 전부 문제인 거죠. 그러니까 계기로서는 좋았다고 생각하지만요.


5 언어와 음악

  • 아기: 요즘 그런 일로 신경이 쓰여서 읽고 있는 책 같은 것이 있나요?
  • 호소노: 책이 말이죠.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됐어요.
  • 아기: 그렇습니까? 전에는 한때 무척 좋아했었지 않나요?
  • 호소노: 그렇죠. 역시 읽다가 끝나면 덮어서 책장에 넣어두고. 뭔가 이제 그런 것이 공허하더라고요. 계속 쌓이기만 하고.
  • 아기: 알지요. 하지만, 저도 언어형 인간이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음악은 레코드로 하루에 200장에서 300장 가까이 듣습니다만, 그만큼 반드시 책을 사고 있어요.
  • 호소노: 알 것 같아요! 그런 느낌.
  • 아기: 그러니까 저는 어째서 이런 책, 이런 인간이 아닌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역시 언어로만 뒷받침할 수밖에 없어요.
  • 호소노: 역시 양쪽 뇌를 균형 있게 사용하지 않으면 확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죠.
  • 아기: 음악도 너무 많이 들으면,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이미 나 같은 건 무감각하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저 컨셉트가 어떤 거라는 걸 알게 될 뿐이에요.
  • 호소노: 그렇죠. 그래서 저도 그런 가운데 노출되어 버렸으니까 그런 제가 만드는 레코드는 스스로 느끼는 것밖에 할 수 없달까, 여간해서는 만족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그런 사람들을 위한 음악처럼 되어버리지요. 너무 많이 들은 사람들을 위한 음악처럼요. 마찬가지로 저는 브라이언 이노나 존 하셀 같은 뮤지션들의 음악을 그런 식으로 듣고 있으니까요. 저는 정말 브라이언 이노에게 감사하고 있을 정도예요.
  • 아기: 그렇죠, 뭐니뭐니해도 역시 이노는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 호소노: 엠비언트 시리즈 중에서 지금까지 듣는 레코드가 그거밖에 없어요. 몇백 번 들었는지도 모를 정도예요.
  • 아기: 저도 오랜만에 이번에 놀기 삼아 이노에 대해 쓰고 있습니다만, 오랫동안 이노에 대한 걸 쓰지 않았기 때문에요. 역시 그는 가르쳐 주는군요.
  • 호소노: 그것도 그렇지만 이노의 음악으로 정말 평온해졌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저런 음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튼 아기 씨는 감이 굉장히 좋네요.
  • 아기: 직감밖에 없어요.
  • 호소노: 그것 말곤 필요 없지 않나요?
  • 아기: 저도 음악을 하면 제일 좋겠지만요. 정말로 음악을 해보자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는데요, 이런 걸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건 이제 녹음할 때가 제일 즐거워요, 그게 다른 이의 곡이라 하더라도 말이죠. 마이너한 뮤지션들의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녹음할 때가 최고예요. 하지만 아무도 이런 걸 하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젊은이들 보고 있으면, 역시 (내가) 해야만 하겠지 하고요.
  • 호소노: 예전에 ‘록 엔드’ 대담으로 쿠사쿠샤(工作舍, 출판기획사)에서 만났을 때, 아기 씨가 (브라이언) 이노의 음악 같은 것을 하면 어떨까요? 라고 말씀하신 것이 귓가를 맴돌았어요.
  • 아기: 그래서 저는 이번에 들어보고, (미안해요, 건방지지만) 처음으로 역시 느끼게 해주셔서 바보같이 기뻐요.
  • 호소노: 그야 저 역시 기쁘죠. 느끼게 해드리려고 (음악을) 만드는 거니까요. 이번에 만들면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요. 자신에게 있어서 언어라는 것이 얼마나 거추장스러운 것인가 하고요.
  • 아기: 알겠습니다. 그런데 언어의 리듬 같은 걸 굉장히 잘 사용하신다는 느낌이에요. 말이란 리듬이 있어야 비로소 살아난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LUMINESCENT/HOTARU(ルミネセント・ホタル, 앨범 <Philharmony(1982)> 수록곡)’만 해도 별다른 가사가 없지만, 듣다 보면 언어라는 걸 생각하게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호소노: 생각하면 우울해지니까, 그래서 말하고 싶지 않은 것도 불러야 하는 경우가 가장 괴롭죠. 근데 이번에도 ‘LDK’라는 곡이 전혀 말하고 싶지 않은 걸 말해야 하니까, 이런 자신을 좋아할 수가 없어요.
  • 아기: 그렇군요. 말이라는 것은 의외로 사실을 전하지 않으니까요.
  • 호소노: 그런 점에서도 말이죠. 게르니카의 가사 같은 건 굉장히 능숙하달까, 좋다고 생각해요.
  • 阿木: 그래요, 구어체 같아요. 사카모토 류이치 씨의 ‘The End of Asia’ 같은 곡은 개인적으로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 호소노: 사카모토 씨의 ‘1000 Knives(千のナイフ)’라는 곡이 수록된 LP <YMO–BGM>, 그건 제가 하고 싶었던 걸 전부 쏟아부어 만들었던 거라서 끝낸 후에는 기진맥진했었어요. 그땐 아직 사카모토 씨는 긴 머리에 수염도 아직 기르고 있을 때였는데 그 뒤부터 YMO와 관계가 이어져 왔죠. 그래서 그 레코드는 별로 지금은 듣지 않고 있어요. 아니, 지금은 들을 수 있는데 그 당시에는 역시 못 듣겠더라고요. 교수님(사카모토의 별명)께 그 이야길 했었거든요, (기진맥진해서) 일어서질 못하겠다고. 그랬더니 대단한 흥미를 나타내시면서, ‘일어설 수 없다니! 어째서?’ (웃음) 굉장히 기쁜 듯이 말씀하시더라고요.
  • 아기: 그렇다곤 해도 음악이라는 건 그때의 뭐랄까, 무의식 같은 것이 역시 나오는 거니까, 평론을 하더라도 그때의 냄새 같은 건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결국 무엇이었나 하는 것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뭐라고 말할 수 없지요.
  • 호소노: 게다가 그런 것은 음악사라고 할까, 역사가 앞으로 몇십 년 계속된 다음에 또 돌이켜 볼 수 있는 것이죠. 다만 앞으로는 그럴 여유도 의미도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이름이라든가 명예 같은 것은 앞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지금 하고 싶은 거 해두자는 생각이에요.
  • 아기: 벌써 다음 일까지 생각하고 계세요?
  • 호소노: 그래요, 항상 레코드를 완성한 다음에는 또 하고 싶어져요. 가장 불타오를 때가 그때죠. (웃음)
  • 아기: 그렇군요. 하나 완성되었을 때는 벌써 다음 앨범의 어렴풋한 이미지가 떠오르는군요.
  • 호소노: 다만 그것이 실현된 적이 별로 없어요. 즉석에서 만들어버리면 좋은 데 아마 또 바뀔지도 모르지만 ‘필하모니 파트Ⅱ’ 이런 걸 낸다든지…. 그건 한 장으로 부족하다는 느낌이거든요.
  • 아기: 이번 앨범 재킷 디자인은 어떤 형태인가요?
  • 호소노: 폴라로이드 자화상 같은 사진입니다. 그림 같기도 하고 몽타주 같기도 한…. 제 마음에 쏙 들어요.
  • 아기: ‘필하모니’라는 타이틀은 어떻게 지어진 거예요?
  • 호소노: 언제나 타이틀을 정할 때는 고민이 많아요. 금방 떠오르지 않아서 곡의 타이틀 같은 것을 모았어요. 그래서, 거기에 맞추어서 가는 것이지만요.
  • 아기: 뭔가 숨겨진 단어가 거기에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드는데요.
  • 호소노: 음악애호증, 애호가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오케스트라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보다도 필하모니라는 어감 쪽이 강해요. 예를 들어 피크닉이라던가 또 하나 더 뭔가 있었는데 의미가 좁혀져 버려서. 뭔가 필하모니라는 게 의미보다도 굉장한 음악적 울림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번 재킷을 보면서 들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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