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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항상 경쟁이지. 난 경쟁회피전략을 삶의 주요 방향중 하나로 잡고있다네. -- [[거북이]] 2004-1-2 2:57 pm
문제는 항상 경쟁이지. 난 경쟁회피전략을 삶의 주요 방향중 하나로 잡고있다네. -- [[사용자:Pinkcrimson|거북이]] 2004-1-2 2:57 pm


이데올로기에 관한 소리입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열심히 무언가를 추구하며 사는 삶을 바라지요. 그건 맞습니다. 어차피 인생은 짧으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다람쥐 쳇바퀴마냥 열심히 달린다고 하더라도 뭘 위해서 달리는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br/>
이데올로기에 관한 소리입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열심히 무언가를 추구하며 사는 삶을 바라지요. 그건 맞습니다. 어차피 인생은 짧으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다람쥐 쳇바퀴마냥 열심히 달린다고 하더라도 뭘 위해서 달리는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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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씨의 [[삼미슈퍼스타즈의마지막팬클럽]]을 보시면 윗글의 내용이 보다 감명깊고(?) 재미나게 다가오실 겁니다. 그럼 저는 이만... -- [[자일리톨]] 2004-1-2 2:04 pm
박민규씨의 [[삼미슈퍼스타즈의마지막팬클럽]]을 보시면 윗글의 내용이 보다 감명깊고(?) 재미나게 다가오실 겁니다. 그럼 저는 이만... -- [[자일리톨]] 2004-1-2 2:04 pm


이보게 [[자일리톨]] 이건 몬소린감? -_- -- [[거북이]] 2004-1-1 11:08 pm
이보게 [[자일리톨]] 이건 몬소린감? -_- -- [[사용자:Pinkcrimson|거북이]] 2004-1-1 11:0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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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5일 (목) 22:39 기준 최신판

1 # 왜 놀면 안돼[ | ]

  • 한겨레칼럼2003.11.09(일)
  • 박민규 소설가

새벽 2시의 피시방은 언제나 만원이다. 그중에서도 흡연석은, 또 그중에서도 가장 코너의 세 자리는 어김없이 ㄹ과 ㄱ, 그리고 나의 지정석이다.

우리는 모여, 스타크래프트를 한다. 4년째다. 그러니까 참 여전한, 우리의 게임 인생. ㄹ은 작년에 대학을 졸업했다. ㄱ은 작년에 회사가 사라졌고, 나는 작년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전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래서 우리는, 스타크래프트를 한다. 왠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그래서다. 문제 없냐고 그런대로, 아직까지는. “형, 오늘따라 왜 이렇게 애들이 많지” 목둘레의 땀을 닦으며 ㄹ이 말했다. “수능이 끝났잖아.” 수능이 끝난 날의 북적임에 순응하려 모쪼록 노력했지만, 결국 우리는 자리를 일어선다. 하아, 입김이 피어오르는 새벽 2시의 밤하늘에 -질럿의 시체 같은 오리온자리 선명하다.

주변의 감자탕집에 우리는 들어섰다. “마시자!” 벙커에 숨어든 세 명의 마린처럼, 우리는 잔을 기울인다. 오랜만의 술자리와, 오래고 오랜 서로의 침묵. “말 좀 하지” “말은 무슨.” 우리는 요즘 현실의 얘기를 하지 않는다. 할 일이 없는 인생은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 맵이 유한이란 걸, 또 이곳의 미네랄이 점점 줄어만 간다는 걸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다. 부글부글. 감자탕 속의 감자를 말없이 응시하며, 마치 뜨거운 감자처럼 우리의 낯도 붉어져 간다. 다들, 잘 되어야 될텐데 …. 유한 맵의 미네랄처럼, 감자탕의 국물이 졸아만 간다. “형, 한 게임만 더 하자!” 또다시 우리는 피시방으로 몰려간다. 밤하늘의 복판에 누운 불탄 질럿의 시체를, 아무도 치우지 않는다.

“뭐해 형, 에스시브이(SCV·테란 종족의 일꾼 유닛)가 놀고 있잖아.” 왜 놀아선 안 되는지, 왜 입구가 뚫려선 안 되는지 …. 게임을 하면서 나는 알게 되었다. 번번이 어둠 속의 적들은 맵핵을 사용하고, 우리에겐 베슬이 없다. “아, 뚫렸어.” 이미 입구가 뚫린 ㄱ의 3시를 우리는 포기한다. “아, 짜증이야.” 9시의 ㄹ이 리버 드롭을 당했다. “일꾼 없니” “없어.” 절반은 포기한 마음으로, 나는 에스시브이를 뽑아댄다. 지금, 멀티를 뛰어야 하는데…. 등뒤에선 수능을 마친 아이들이 몹시도 서성이고, 미네랄은 자꾸, 떨어져만 간다. “그때 지원을 왔어야지.” “그래도 막판은 이겼잖아.” ㄹ과 ㄱ의 쉰소리를 들으며, 그러나 이상하게도, 나는 놀다가 들킨 -그 한 구의 에스시브이가 자꾸만 생각나는 것이었다. 놀면 안 되지. 에스시브이가, 놀면 안 되는데 …. 그런데 우린, 왜 노는 걸까 ㄹ과 ㄱ에게 나는 물었다. “글쎄, 그러고 보니 그렇군.”

하하. 왠지 좋은 기분이라고 ㄱ이 얘기했다. 곧 미네랄 채취를 지정해주겠지 앞날의 걱정이 사라진다고도, ㄹ은 얘기했다. 더 초조한 건, 실은 배틀크루저에 타고 있는 -바로 저 인간들이겠지. 수능이 끝나 더 북적대는 미네랄의 광산 앞에서, 나는 생각했다.

“야, 한 게임만 더 하자. 이번엔 에스시브이 러시야!” 시작과 동시에 열다섯 구의 에스시브이가 적들의 진영 한 곳으로 달려간다. 지지직 지직. 상대의 진영 하나가 파괴되고, ‘미친놈들!(mi chin nom dle)’ 모니터 좌측 중단에 블러드워 잉글리시가 떠오른다. 커맨드센터를 띄운 우리가 한 잔의 커피를 비우고 나자, 부랴부랴 적들의 드라군이 센터를 공격해 오기 시작한다. 멜롱(melong). 잽싸게 단어를 띄운 후, 우리는 나와 버린다. 생각해 보니, 러시야말로 에스시브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삶이 아닐 수 없다. 어차피, 언젠가는 들키기 마련이다. 미네랄 채취는 울고 불며 당신이 원해야 할 일이 아니라, 바로 그들이, 울고 불며 원해야 할 일이다. 자, 자, 그러니 러시나 가자. 입구는 이미 뚫린 지 오래고, 배틀의 인간들은 -에스시브이의 소중함에 대해 더 깊이, 훨씬 더 뼈저리게 깨달아야만 한다. 왜 할말 있냐 너 설마, 마린이냐?

2 # 촌평[ | ]

f -- f 2004-2-3 12:19 pm

신자유주의의 신봉자 공병호 소장은 더구나 좀 얄밉기까지 하지요. 항상 한발 빠른 기획으로 끊임없이 추종자들의 입맛에 맞는 채찍을 준비해서 팔아먹곤하죠.


머 저도 별수없이 돈과 성공을 갈망하는 인종 중 하나입니다만...공소장으로 대표되는 프로들의 세뇌는 결국 취사선택의 문제같아요. 자신에게 맞는 시스템을 가져가는 성공인물들은 과거에 비해서 훨씬 많아지고 확률도 높아지지 않았을까요.


노동자는 뺑이 치고 자본가는 날로 먹는게 비단 산업사회, 자본주의에서만 나타나는 구도는 아니죠. 농경사회에서도 소작농과 지주는 내내 그 꼴이었으니 말이죠.


그나마 개미들에게도 희망이 보이는 다양성의 시대로 들어가는 과도기 쯤으로 생각되던데요 전.


거북이처럼 나름대로 경쟁회피전략이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죠. 이민 따위로 빠지지만 않는다면...-_- -- BrainSalad 2004-1-6 5:12 pm

전문용어를 구사한 글이라 너무 어렵구먼. 나는 스타를 안한단말일세...-_-


문제는 항상 경쟁이지. 난 경쟁회피전략을 삶의 주요 방향중 하나로 잡고있다네. -- 거북이 2004-1-2 2:57 pm

이데올로기에 관한 소리입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열심히 무언가를 추구하며 사는 삶을 바라지요. 그건 맞습니다. 어차피 인생은 짧으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다람쥐 쳇바퀴마냥 열심히 달린다고 하더라도 뭘 위해서 달리는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형도 아시다시피 문명의 진화속도는 점점 빨라져만 갑니다. 얼마전까지 새벽같이 일어나는 아침형인간이 주목을 받더니만, 이제는 퇴근후 3시간이 인생을 좌우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사형장에 끌려가는 사형수처럼 억지로 그 빠른 문명의 속도, 아니 자본의 속도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어차피 가치를 창조하는 것은 인간의 노동이니만큼 자본주의가 고도화 될수록 인간의 노동을 추출해내는 방법은 세련되어가고 있습니다. 그중에 가장 효율적인 것이 인간의 세뇌, 즉 자발적으로 자신을 훈육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사람들 각자의 머릿속에 이식하는 것이지요. 지금도 전력질주를 하고 있음에도 남들보다 한걸음 더 앞서 나가기를 원하고, 그런 사람들에게 멋진 "프로"라는 훈장을 달아주어 사람들을 분발시킵니다. 일본 마쓰시타전자의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그런 말을 했다지요. "사람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작업시키는 방법은 감시와 통제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열심히 달릴 수 있게 만드는 정신을 불어넣는 것, 즉 그들을 세뇌시켜 자발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라구요. 이 얼마나 무서운 일입니까?


이데올로기의 개념이 지배층이 피지배층을 효과적으로 지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허위의식이라는 의미가 있다는 것은 아시죠? 바로 이 시대에도 자본의 이념을 전파하고 연구하는 이데올로그들이 존재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인물이 자유기업센터의 공병호소장이지요. 그리고 성공한 "프로"자본가들이 그 업무를 대신하기도 합니다. 잭 웰치나 빌 게이츠 아저씨가 대표적인 경우이지요. 그리고 우리는 인터넷서점의 "자기계발"코너에서 그런 이데올로기적 저작을 자주 접하곤 합니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돈을 주고 그 책을 사서 자신의 머릿속에 때려넣고는 자기자신을 계속해서 채찍질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이론을 그대로 실천한다고 하더라도 노동자가 자본가로 올라서는 경우는 드뭅니다. 가뭄에 콩나듯하는 확률이지만 그 기대값이 워낙 크기에 오늘도 수많은 노동자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의 노동을 착취해서 거대한 자본에 갖다바치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후기산업사회에 창궐한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는 더욱 공고화되겠지요.


박민규씨의 삼미슈퍼스타즈의마지막팬클럽을 보시면 윗글의 내용이 보다 감명깊고(?) 재미나게 다가오실 겁니다. 그럼 저는 이만... -- 자일리톨 2004-1-2 2:04 pm

이보게 자일리톨 이건 몬소린감? -_- -- 거북이 2004-1-1 11:0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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