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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31일 (토) 22:17 판

ISBN:8984311049

  • 저자 : 박민규
  • 원제 :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2003)
  • 참고 : 왜놀면안돼

1 # 거북이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환타지다. 뭐 소설이야 당연히 환타같은거고 환타지인 것이지만 이 소설은 특히 환타지에 가까운 소설이다. 이 소설의 후반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여러가지 외압속에서 스스로의 생활에 대한 태업을 일삼는 놈들인데 그게말이지 농담이라는 것은 저자 박민규씨도 잘 알거다. 삶이 무서워져서, 어지간히 일 열심히 안하면 집값 내기도 버거우니까 말이다. 이렇게 삶이 빡셔지면 혁명이 나도 되는 상황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여기서 묘사된 환타지처럼 살면 거짓말 안보태고 빌어먹으며 살아야 할 상황에 금새 처할 수 있다.

게다가 여기 나온 군상들과 설정들을 보면 이 스토리가 얼마나 환타스러운 것인지 알 수 있는데, 슥 등장해서 자본을 투여해주는 왜인 오타쿠의 존재, 나름대로 확실한 지적 자본을 가진 두 주인공(특히 조성훈은 프라모델의 나름대로 프로다), 그리고 기타 여러 인물군상들이 나름대로 빡씬 라이프이긴 해도 죽지 않을만큼은 살고있는 그들을 보면 말이다. 당장 박민규씨만 해도 글쓰기의 프로가 아닌가. 적어도 이 소설에서 그는 입담이 충분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여러 부분에서 보여주고 있으며 사실 그건 소설을 '출간'했다는 사실로도 명백하다.
그리고 주인공 녀석의 입을 통해 새로운 치약을 누르는 기분처럼 인생에는 항상 시간이 넘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사실이지만 그 시간을 능동적으로 보낼만한 여유가 주어지지 않을 때 그 시간들의 존재는 그 자체가 고통인 것은 재미없는 진담이기에 숨기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의미있는 것은 각종 실용서의 전도사들이 얘기하는 복음과는 정반대의 교리를 얘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소설에 담긴 내용은 그 전도서들의 교리보다야 훨씬 현실감이 있다. 적어도 그 전도서들만큼 거짓말을 하진 않는다. 그리고 그 전도서들에 비해 훨씬 재미있다. 주인공은 나보다 6살정도 많은 나이로 설정되어 있어 주인공의 코드들은 나에게도 꽤 익숙한 것이고 그 코드들이 엮인 소설은 당연히 재미있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범생이로 살아온 주인공의 삶 역시 나와 조금 비슷한 구석이 있었고.

이 소설의 메시지야 다들 얘기했고 누구나 읽으면 금방 알 수 있는 것들인데, 무리해서 살지 말자라는 거다. 이건 내 친구가 모토로 삼고있고 나 역시 추구하고 있는 '다함께 널널한 사회'를 만들자는 얘기이다. 무리하면 꼭 어딘가 탈이 나게 되어있다. 나는 열심히 태업을 하고있고 그리고 나 하고싶은 일을 찾아 끊임없이 헤매고 다니는, 그래도 피착취 민중 중에서는 조금 나은 편인데 그래도 운동부족에 빈둥거림 부족, 그리고 금전부족 등으로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IT업계 종사자인 덕에 이미 어깨, 팔꿈치, 팔목 관절은 정상이 아니고 배둘레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요즘은 시대가 하 수상하여 다들 나보다 훨씬 빡씬 라이프를 살고있어보이는데도 나는 충분히 힘들다. 이건 좀 문제있는거 아닐까.

자본주의란건 아주 골때리는 거다. 사실 전 지구인이 모두 합의를 해서 20%만 일을 덜하기로 하고 모두 그렇게 실현하면 우리는 모두 20%의 여유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먹고사는데 지장없이 말이다. 그런데 그걸 못해서 모두 과로사 할때까지 달려가고 있으니 이건 돌 수 밖에 없는 구조인거지. 이걸 거 뭐시기냐 '죄수의 역설'이라고 하던가?
사실 인간은 자본주의와는 안맞는 동물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평균적으로 가지지 않으면 안되는 자원의 양이 너무 많다. A라는 인간과 B라는 인간이 있다고 해보자. B가 200만원 어치의 일을 할 수 있고 A가 50만원 어치의 일을 할 수 있다면 B의 연봉은 A의 네배가 되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A라는 인간도 B라는 인간도 최저 생계비 50만원정도는 있어야 생명 지속이 가능하다. 이런 경우에 A와 B의 연봉은 200:50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150:100정도나 아무리 심해도 170:80 이상이 되면 곤란한 것이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있는데 한국인들은 모두 신자유주의의 폭풍속에 열심히 말려들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이건희적인 교리를 설파하는 책이니, 그것도 재미있게, 다른 사람들이 이 책 볼만하냐 하고 물어볼 때 볼만하다 아니 말할 수 없다. -- 거북이 2004-6-25 12:50 am

2 # 자일리톨

교보문고 소설코너에서 80년대풍의 촌스런 표지를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게다가 삼미슈퍼스타즈라니! 어릴 적부터 지금껏 스포츠에는 별 관심이 없는 나다. 그러나 82년이 어떤 해인지는 안다. 프로야구의 원년아닌가. 하지만 삼미슈퍼스타즈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있었던 팀인 것 같기는 한데 언제 사라졌는지 게다가 성적은 어떠하던 팀인지... 서점에서 몇장 읽어보던 난 너무 웃긴 나머지 그냥 사가지고 집에 와버렸다. 그리고 몇 시간만에 끝페이지를 넘겨버렸다. 이 책 무지하게 웃긴다. 그리고 사람을 착찹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책은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가 사회적 재생산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들은 어떻게 황폐화되어 가는지를 주인공의 눈과 입을 통해 풍자적으로 자~알 그려내고 있다.

신자유주의라는 이름하에 자행된 살별한 감시와 처벌은 어찌 보면 아마야구에서 프로야구로의 이행과 궤를 같이 한다. 그저 좋아서 시작한 야구가 프로야구라는 판에서는 그저 살별한 경쟁자체가 되어버리듯 우리의 인생도 은연중에 '프로'이기를 강요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프로가 그것밖에 못해? 프로의 생명은 자기관리. 프로는 달라. 프로의 세계는 냉혹한거야. 프로로서의 근성을 가지란 말이야."등등. 이 거대한 음모는 우리가 태어나자마자 가정에서 교육현장에서 군대에서 그리고 직장에서 벌어진다. 삼미 프로야구팀도 지독스럽게 야구를 못하던 팀은 아니었다. 아마야구선수들이 나름대로 피나는 노력을 했건만 생존의 경쟁에서 쳐졌을 뿐이다. 허리가 부러져라 손톱이 부러져라 공을 던지고 쳤건만 프로의 이름에 먹칠을 했다는 말이나 들었던 삼미 선수들과 우리는 너무나도 닮아 있는 것은 아닐지.

저자는 그 대안으로 '프로가 되지 말기'를 선언한다. 남의 이목에 상관없이 느린 삶, 인간다운 삶을 찾자는 말인데, 끝부분은 솔직히 별로다.-_- 내가 너무나 경쟁과 프로페셔널리즘에 치어 살아서 그런건지... 하긴 문학작가가 대안을 내놓기에는 벅찬주제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었다면 알튀세가 왜 자살을 했겠어? -- 자일리톨 2003-12-8 3:27 pm

"그날 밤 나는 새로운 사실 한가지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그저 평범하다고 생각해온 내 인생이 알게 모르게 삼미슈퍼스타즈와 흡사했던 것처럼, 삼미의 야구 역시 평범하다면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야구였단 사실이다. 분명 연습도 할 만큼 했고, 안타도 칠 만큼 쳤다. 가끔 홈런도 치고, 삼진도 잡을만큼 잡았던 야구였다. 즉 지지리도 못하는 야구라기보다는, 그저 평범한 야구를 했다는 쪽이 확실히 더 정확한 표현이다. 다시 말해
평범한 야구를 했던 삼미 슈퍼스타즈.
이 얼마나 적확한 표현이란 말인가. 그러나 거기서 파생하는 또 하나의 의문. 확실히 평범한 야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왜 삼미는 그토록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팀으로 모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걸까. 그것은 아마 기록과 순위의 문제 때문이겠지. 라고 나는 생각했으나, 곧 평범한 야구라면 최하위를 기록할 이유가 없다는 쪽으로 다시 생각의 흐름이 바뀌어갔다. 그렇다. 평범한 야구란 6개의 팀 중에서 3위나 4위를 달리는 팀의 야구를 일컫는 말일 테지. 그럼 왜?
결론은 프로였다. 평범한 야구 팀 삼미의 가장 큰 실수는 프로의 세계에 뛰어든 것이었다. 고교야구나 아마야구에 있었더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팀이 프로야구라는-실로 냉엄하고, 강자만이 살아남고,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하고, 그래서 아름답다고 하며, 물론 정식 명칭은 '프로페셔널'인 세계에 무턱대고 발을 들여놓았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 인간이 평범한 인생을 산다면, 그것이 비록 더할 나위 없이 평범한 인생이라 해도 프로의 세계에서는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삶이 될 것이라 나는 생각했다. 큰일이었다. 세상은 이미 프로였고, 프로의 꼴찌는 확실히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프로야구 원년의 종합 팀 순위로 그것을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6위 삼미 슈퍼스타즈 : 평범한 삶
5위 롯데 자이언츠 : 꽤 노력한 삶
4위 해태 타이거즈 : 무진장 노력한 삶
3위 MBC청룡 : 눈코 뜰새 없이 노력한 삶
2위 삼성 라이온스 : 지랄에 가까울 정도로 노력한 삶
1위 OB 베어스 : 결국 허리가 부러져 못 일어날만큼 노력한 삶
아아, 실로 무서운 프로의 세계가 아닐 수 없다고 16살의 나는 생각했다. 그럼 평범한 삶보다 조금 못하거나 더 떨어지는 삶은 몇 위를 기록할 것인가? 몇 위라니? 그것은 야구로 치자면 방출이고, 삶으로 치자면 철거나 죽음이다. 그럼 삶은 순위에 낄 자리가 없다. 평범한 삶을 살아도 눈에 흙을 뿌려야 할만큼 치욕을 당하는 것이 프로의 세계니까. ...
...결국 문제는 '평범'의 기준에 관한 것이다. 과연 어떤 것이 평범인가? 거기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기도 전에, 1980년대의 세상은 3위 MBC청룡과 4위 해태 타이거즈를 하나로 꽉 묶어주는 새로운 용어 하나를 만들어낸다.
'중산층'
바로 중산층이다. 이 파워풀한 단어는, 그 후 세상을 바꿔나가는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작용한다. 이 하나의 단어로 인해, 이제 확실히 도표의 3,4위가 새로운 평범의 기준이 된 것이다. 무진장 노력하고, 눈코 뜰 새 없이 노력하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남들 사는 만큼 사는 거죠."
"그저 평범하게 살고 있습니다."
"더 열심히 해야죠."
라고 말하는 이상한 세상이 온 것이다. 그날,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세상이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 나는 낡고 먼지 낀 내 방의 창문을 통해-저 캄캄한 어둠 속에 융기해 있는 새로운 세 개의 지층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부유층과 중산층, 그리고 서민층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지층들이었고, 각자가 묻힌 지층 속에서 오늘도 화석처럼 잠들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었다. 나는 보았다. 꽤 노력도 하고, 평범하게 살면서도 수치와 치욕을 겪으며 서민층에 묻혀 있는 수많은 얼굴들을. 무진장, 혹은 눈코 뜰 새 없이 노력하면서도 그저 그런 인간으로 취급받으며 중산층에 파묻혀 있는 수많은 얼굴들을. 그리고 도무지 그 안부를 알 길이 없는 - 이 프로의 세계에서 방출되거나 철거되어-저 수십 km 아래의 현무암층이나 석회암층에 파묻혀 있는 수많은 얼굴들을, 나는 보았다." <책 본문 pp.125-129에서 발췌>

3 # 촌평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작가는 책에서 쓴 내용대로 살고 있다고.. 쿨럭.
이 사람이 쓴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는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실려있는데,
역시나 재밌는 내용..
이번 이상문학상 받은 건 개인적 의견이지만,
'대체로 도시지향적이고,
너무나 지롤맞은 현실에 대한
너무나 일상적인 문체와 형식과 지겨운 소재'
이 정도의 혹평을.. -_-;;
그래도 김훈 아저씨글과 박민규씨 글은 읽을만 했음.. -- 지호 2004-4-11 1:4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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