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컨설턴트 '서민' 인터뷰

서 민 / 부동산 컨설턴트[ | ]

[Economy21] 2002년 06월 20일 글 이승철 기자 (mailto:garnett@economy21.co.kr)

저금리 시대가 되면서 시중의 뭉칫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많이 흘러들어 원룸, 오피스텔, 재개발, 재건축 등 부동산 경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얼마 전부터 금리가 조금씩 오르는 추세이긴 하지만 떠돌아다니는 시중자금이 워낙 많아 부동산 시장은 언제 어디서 폭발할지 알 수 없는 판이다. 이럴 때 ‘부동산 투자를 해보고는 싶지만 리스크가 큰 분야여서 망설여진다’거나 ‘부동산의 가치를 어떻게 높이고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런 이들에게 달려가 도움의 손길을 선뜻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부동산 컨설턴트인 서민(37) 사장이다.

서 사장은 도시공학 박사이며, 건축설계사무소장으로 6년의 경력을 쌓은 신세대 부동산 컨설턴트다. 그는 지난해 디에이자산개발 www.dapro21.co.kr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부동산 자산 개발과 관리 대행을 전문으로 하는 부동산 컨설팅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부동산 컨설턴트’란 말은 1990년대 중반부터 쓰이기 시작했으나, 아직은 우리에게 낯설다. 흔히 공인중개사나 감리회사 종사자 등을 부동산 컨설턴트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뭔가 다른 것 같다. “부동산 컨설턴트란 정확히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냐”는 질문에 서 사장은 다소 머뭇거리더니 “부동산 투자자나 소유자의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부동산 개발부터 관리, 거래, 운영과 금융 등의 분야에서 기술과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전문가”라고 답했다.

이론에서 실무까지 완전무장

서 사장은 “좁은 나라에서 토지자원은 갈수록 줄어들고 부동산 개발과 관련된 정책과 법이 강화되면서 개발사업 추진과 자산 운영이 점차 어려워지는 게 요즘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개발단계에서부터 얼마나 싸고 가치있는 땅을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토지의 적정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전문적 부동산 개발사업 기획이나 발굴, 사업대행을 하는 업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부동산 컨설턴트의 업무는 크게 두단계로 나뉜다. 첫번째 단계는 재개발·재건축을 포함한 민간 부동산개발 사업을 대행하는 용역업(PMC;Project Management Company)이다. 두번째 단계는 기존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금융자산의 관리와 중개 등을 통해 투자수익을 창출하는 업무가 있다. 최근 각광을 받는 부동산투자신탁(REITs) 등 자산관리회사(AMC;Asset Management Company)가 대체로 여기에 속한다. 서민 사장의 업무영역은 주로 첫번째 단계에 머물러 있다.

84년 건축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성균관대 건축학과에 입학한 서 사장은 일찍이 건축설계의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건축학이 프랭크 라이트 등 거장들의 이름을 들먹이기나 하고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은데다, 설계단계에 머물지 않고 계획의 마지막 결과물까지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일찌감치 도시계획 분야로 관심을 돌렸다”는 것이다. 그 뒤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에 진학해 도시설계 석사과정을 밟으며 관련 분야의 다양한 기본지식을 쌓아가던 서 사장이 석사과정을 마칠 무렵 마지막으로 눈길을 돌린 곳이 바로 부동산 컨설팅 분야였다. 이론적 기술자로 남기보다 직접 부동산 개발사업에 뛰어들어 내 손으로 건물이 끝까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 준비를 위해 서 사장은 6년간 설계사무소의 도시계획 기술자로 일했다. 이때 그는 용산지역 지구단위계획, 반포주공2단지 외 8개 재건축조합 행정업무 대행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거치며 전문 부동산 컨설턴트로서의 꿈을 차근차근 키워나갔다.

서 사장은 전문가 집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개인들이 하던 집장사는 예전 방식의 부동산 개발업이었습니다. 과거에는 부동산 분야의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서 그같은 비전문적 개인사업이 가능했지요. 하지만 이제 부동산개발 시장은 한탕주의가 통하는 투기장이 아닙니다. 건전한 투자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투자분야입니다.” 즉 적정한 토지 발굴에서부터 기획, 설계, 금융, 시공, 분양, 감리에 이르는 전체 플로를 총괄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 부동산 컨설턴트라고 그는 강조했다.

천직이라 생각하며 일 즐겨

요즘 유행하는 부동산투자신탁, 자산관리회사 등은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금융기법을 도입하고 관련 업무영역을 넓혀가는 추세다. 때문에 이들 분야에서는 금융계 출신 인맥이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서 사장은 현재 31명인 회사 직원을 뽑을 때 도시계획 전문가만을 채용했다. “얼마나 싸고 가치있는 땅을 고를 것이냐 하는 가치판단을 위해서는 도시계획 또는 공공정책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도시계획 변화의 흐름과 방향을 잘 알아야 하며, 금융이나 마케팅 능력은 오히려 둘째 요소”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나 그 역시 부동산 사업은 혼자 잘나서 하는 것이 아니며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적절한 시점에는 경영학석사(MBA) 등 경영, 금융, 마케팅 전문가와 함께 일할 예정이다.

서 사장이 부동산 컨설턴트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은 언제일까? “제가 주로 대행하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경우 사회적으로 여유가 많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때문에 그들은 시공사의 공사비 과다청구나 계약서 작성상의 문제 등으로 곤란을 겪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들이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데 제가 도움이 될 때는 큰 보람을 느끼죠.” 일하면서 힘들거나 회의를 느낀 적은 없느냐고 묻자 “저는 이 일 자체를 즐기죠. 한번도 힘들어하거나 다른 길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라는 대답이 단숨에 튀어나왔다.

“사회가 유지되려면 부동산 개발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초기단계여서 장래는 비록 불투명하지만, 어차피 누군가가 이 일을 해야 한다면 제가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소신있게 말을 맺는 그의 태도에는, 아직 젊고 경험은 적지만 진정한 프로의 용기와 자신감이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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