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모의 조카"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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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촌평 ==
== # 촌평 ==
우리 아버지도 말씀하셨지요. 정말로 잘 아는 학자는 학생들에게 알아듣기 쉽게 강의한다고요. (그 반대는?)
우리 아버지도 말씀하셨지요. 정말로 잘 아는 학자는 학생들에게 알아듣기 쉽게 강의한다고요. (그 반대는?)
저도 고전이라고 무조건 애호하지는 않습니다. 가끔 고전에 낚여 실망할 때가 있거든요.
저도 고전이라고 무조건 애호하지는 않습니다. 가끔 고전에 낚여 실망할 때가 있거든요.
하지만 내용 이해가 어렵다고 꼭 나쁜 책이라고는 볼 수 없겠지요. 시사 풍자물의 경우 후대의 먼 나라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건 인지상정이겠지요.
하지만 내용 이해가 어렵다고 꼭 나쁜 책이라고는 볼 수 없겠지요. 시사 풍자물의 경우 후대의 먼 나라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건 인지상정이겠지요.
21세기 초 대한민국 정치 경제 종교 사회 풍자물을 300년 뒤 아프리카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달까요? ^^
21세기 초 대한민국 정치 경제 종교 사회 풍자물을 300년 뒤 아프리카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달까요? ^^
저도 디드로에 관심이 있어서 와서 읽었습니다. -- 보드라우미 2007-5-14 5:25 am
저도 디드로에 관심이 있어서 와서 읽었습니다. -- 보드라우미 2007-5-14 5:25 am


아 참, 그런데요, 디드로의 다른 책들은 어떤가요? 읽기 쉬운 다른 책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디드로 저서 중 좋은 책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아 참, 그런데요, 디드로의 다른 책들은 어떤가요? 읽기 쉬운 다른 책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디드로 저서 중 좋은 책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백과전서에 대한 간단한 소개글들은 여기저기 있던데요...... -- 보드라우미 2007-5-14 5:27 am
백과전서에 대한 간단한 소개글들은 여기저기 있던데요...... -- 보드라우미 2007-5-14 5:27 am



2018년 9월 23일 (일) 01:41 기준 최신판

1 개요[ | ]

(프랑스어) Le Neveu de Rameau, La Satire seconde)
(영어) Rameau's Nephew, the Second Satire
라모의 조카
  • 저자: 드디 디드로(Denis Diderot, 1713-1784)
  • 역자: 황현산(2006)
  • ISBN 8976415647

 

2 # 거북이[ | ]

책을 읽게 되는 동기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메타텍스트이다. 즉 그것에 대해 누군가가 겁나게 떠들고 있으면 흥미를 느끼게 된다는 거다. 그런데 이 메타텍스트는 종종 낚시질에 가까울 때가 많다. 특히 고전들에서 그런 일들이 자주 벌어지는데 뭔가 기대를 하고 읽은 고전이 결국 낚싯밥이었다는 것을 알았을때의 분노는 꽤 허걱스럽다.

'라모의 조카'가 바로 그런 책 중 하나다. 라모의 조카는 지금 고전으로 읽히고 있지만 책 자체가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조금 전의, 그러니까 부르봉 왕조의 퇴폐적인 문화가 극에 달한 시기의 인물 군상들에 대해 중구난방식으로 '비유'만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시에 대한 빠삭한 지식이 없이는 읽는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즉 메타텍스트가 난무하는 고전이면서 그 자체가 당시에 대한 메타텍스트로 이루어진 책이라는 얘기다. 이런 책이니 3백년 후의 조선인 머리속으로 들어올 리가 없다. 그러니까 이 얇은 책에 주석이 이백개도 넘게 달려있지만 그것이 더 머리속을 혼란하게 만드는 원흉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 책의 주인공인 '라모의 조카'는 싸이코 광대이니 아주 짜증이 꽃핀다고 하겠다.

아무래도 디드로도 좀 낚시스러운 인물 같기도 한데, 그것은 '백과전서'의 주 편집자라는 사실만으로도 절대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지금까지 시원하게 읽히는 디드로 관련 글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이해력이 후달리는 나 자신을 원망해야 맞겠지만, 나도 바보는 아닌데 그렇게만 보기는 조금 억울하다. 누가 백과전서의 성립배경과 왜 그것이 정치적인 성격까지 띠게 되었고 왜 디드로는 그 책으로 죽을뻔하면서도 20년동안이나 붙들게 되었는지를 잘 설명해주는 길지 않은 글을 알고있다면 좀 추천해다오.

'라모의 조카'가 낚시스러운 이유는 몇가지가 더 있다. 일단 디드로의 가장 유명한 대표작 중 하나인데, 어디에는 철학서라고 어디에는 소설이라고 써있다. 일단 흥미가 생기지 않는가? 게다가 출간 비사까지 알면 더 땡긴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1761-62년 사이에 초고가 쓰였고 73-74년에 수정되고, 78-82년 사이에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즉 언제 쓰인 책인지 잘 모른다는 소리다. 이 책은 울분에 찬 디드로가 집에서 혼자 블로그 비밀글 포스팅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안그래도 공격적이었던 디드로조차 쉽게 출간하기 어려울만큼 여러 인물들을 실명에 가깝게 거론하며 까고있다. 결국 생전에 출간되지 않았다.

디드로는 자신의 후원자였던 예카테리나 2세에게 자신의 장서와 원고를 다 넘기기로 계약을 했었고 사후에 딸인 드 방될 부인에 의해 이행되었다. 그 원고 뭉치에 라모의 조카 원본이 들어있었는데 이게 한 사서에 의해 1부 이상의 사본이 베껴졌다. 러시아에 근무하던 한 독일 장교가 이 사본의 존재를 알고 이것을 돈벌이에 이용하고 싶어했으며 한 출판업자를 통해 이것이 독일의 실러에게 넘어갔다. 실러는 이 책을 보고 좋아서 괴테에게 번역을 의뢰했고 역시 뻑갔던 괴테가 열심히 번역하여 1805년에 독일어본으로 처음 출간되었다. 당시 독일 지성계에 대단한 영향을 미쳤다고 하던데 그러고보면 프랑스 애들의 살롱 연애질과 각종 암투는 전 유럽 지식인의 아침드라마였던 것이 분명하다.

그 다음도 기구하다. 1821년에 부도덕한 출판업자 둘이 괴테의 독일어본을 불어로 다시 번역하여 기괴한 중역본 불어판이 나왔다. 화가 난 드 방될 부인이 좀 더 나은 수고를 보내어 1823년에 다시 출간되었으나, 뭔가 부정확하다고 알려져있었다. 1875년 고증학자 투르뇌는 괴테의 독어본을 참조하고 좀 더 나은 판본으로 다시 출간했다가, 1884년 러시아의 수고본을 통해 다시한번 정본을 출간한다. 1891년에 디드로의 친필원고가 한 고서점에서 발견되어 결국 텍스트가 확정되었으니 출간까지 백년이상 걸린 것이다. 이쯤되면 이 책에 대해 궁금해하는게 정상이라고 본다.

그런데 읽을 수가 없다. -_- 읽어도 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다.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나름 픽션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지 디드로는 자기의 불만을 한 싸이코의 입을 통해 꾸역꾸역 뱉어내고 있을 뿐이어서 소설적 재미가 없다. 이 소설은 실화가 아닙니다라고 쓰는 요즘 풍습은 예전부터 있던 것인게다. 철학서라고 주장들을 하던데 여기서 디드로의 철학적 입장에 대해 이해할 수 있으면 내 보기에 그 사람은 창조적인 천재다. 그런거 거의 없다. 가끔 시니컬한 명구 비슷한 것이 튀어나오긴 하지만 그것을 위해 이 책을 다 읽는 것은 고행이다. 디드로는 당대의 속물들을 열심히 까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디드로는 자기도 그 판에 끼이고 싶은데 따가 되어 억울해하는 듯한 느낌을 조금 준다. 실제로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뭐 내가 읽은게 그정도였다.

내가 낚시질 당했던 것이 억울해서 느낀대로 이 책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내 불만은 그것이다. 백과전서 해설서에서도 느꼈던 바이지만 도대체 전공자라는 인간들이 자기 전공에 대해 쉽게 간단하게 설명을 하지 않는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왠지 싸구려가 될 것 같아서 그러는건가? 하긴 좀 어렵게 쓰면 이해하기가 어려우니까 덜 씹히긴 할거다. 그렇지만 남들에게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내용이라면, 그것을 자기가 정말 알고있는건지 한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난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인간들은 모르는 인간들이라고 철석같이 믿고있다. 이 책의 역자인 황현산 교수는 그래도 최대한 친절하게 해제를 붙여두었다. 모르긴해도 예전에 내고 근래에 개역판을 낸 것을 보면 이 책에 애정이 많은 것이 분명하다. 주석도 참 성의껏 달려있어서 쬐금은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그 해제를 두번이나 읽었지만 역시 모르겠다. 내가 바본가보다.

그나저나 고전이라는 이름에 약해서 가끔 낚시질을 당하곤 하는데, 이거 얼른 고쳐야겠다. 요즘처럼 책도 잘 못읽는 시간에 이런 낚시질에 당하면 꽤 타격이 크다. -- 거북이 2007-2-10 11:48 am

3 # 촌평[ | ]

우리 아버지도 말씀하셨지요. 정말로 잘 아는 학자는 학생들에게 알아듣기 쉽게 강의한다고요. (그 반대는?) 저도 고전이라고 무조건 애호하지는 않습니다. 가끔 고전에 낚여 실망할 때가 있거든요. 하지만 내용 이해가 어렵다고 꼭 나쁜 책이라고는 볼 수 없겠지요. 시사 풍자물의 경우 후대의 먼 나라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건 인지상정이겠지요. 21세기 초 대한민국 정치 경제 종교 사회 풍자물을 300년 뒤 아프리카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달까요? ^^ 저도 디드로에 관심이 있어서 와서 읽었습니다. -- 보드라우미 2007-5-14 5:25 am

아 참, 그런데요, 디드로의 다른 책들은 어떤가요? 읽기 쉬운 다른 책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디드로 저서 중 좋은 책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백과전서에 대한 간단한 소개글들은 여기저기 있던데요...... -- 보드라우미 2007-5-14 5:27 am

글쎄요. 저도 하필 처음 읽은 녀석이 이넘이라서요. 다른 소설들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다음에 디드로의 책을 시도한다면 아마도 비소설일것 같네요. 정리하는 김에 디드로의 저서들과 국내 번역본에 대해 위키백과에 정리해두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거북이 2007-5-14 10:09 am

4 참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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