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모의 조카

Pinkcrimson (토론 | 기여)님의 2018년 9월 23일 (일) 01:41 판 (→‎# 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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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 ]

(프랑스어) Le Neveu de Rameau, La Satire seconde)
(영어) Rameau's Nephew, the Second Satire
라모의 조카
  • 저자: 드디 디드로(Denis Diderot, 1713-1784)
  • 역자: 황현산(2006)
  • ISBN 8976415647

 

2 # 거북이[ | ]

책을 읽게 되는 동기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메타텍스트이다. 즉 그것에 대해 누군가가 겁나게 떠들고 있으면 흥미를 느끼게 된다는 거다. 그런데 이 메타텍스트는 종종 낚시질에 가까울 때가 많다. 특히 고전들에서 그런 일들이 자주 벌어지는데 뭔가 기대를 하고 읽은 고전이 결국 낚싯밥이었다는 것을 알았을때의 분노는 꽤 허걱스럽다.

'라모의 조카'가 바로 그런 책 중 하나다. 라모의 조카는 지금 고전으로 읽히고 있지만 책 자체가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조금 전의, 그러니까 부르봉 왕조의 퇴폐적인 문화가 극에 달한 시기의 인물 군상들에 대해 중구난방식으로 '비유'만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시에 대한 빠삭한 지식이 없이는 읽는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즉 메타텍스트가 난무하는 고전이면서 그 자체가 당시에 대한 메타텍스트로 이루어진 책이라는 얘기다. 이런 책이니 3백년 후의 조선인 머리속으로 들어올 리가 없다. 그러니까 이 얇은 책에 주석이 이백개도 넘게 달려있지만 그것이 더 머리속을 혼란하게 만드는 원흉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 책의 주인공인 '라모의 조카'는 싸이코 광대이니 아주 짜증이 꽃핀다고 하겠다.

아무래도 디드로도 좀 낚시스러운 인물 같기도 한데, 그것은 '백과전서'의 주 편집자라는 사실만으로도 절대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지금까지 시원하게 읽히는 디드로 관련 글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이해력이 후달리는 나 자신을 원망해야 맞겠지만, 나도 바보는 아닌데 그렇게만 보기는 조금 억울하다. 누가 백과전서의 성립배경과 왜 그것이 정치적인 성격까지 띠게 되었고 왜 디드로는 그 책으로 죽을뻔하면서도 20년동안이나 붙들게 되었는지를 잘 설명해주는 길지 않은 글을 알고있다면 좀 추천해다오.

'라모의 조카'가 낚시스러운 이유는 몇가지가 더 있다. 일단 디드로의 가장 유명한 대표작 중 하나인데, 어디에는 철학서라고 어디에는 소설이라고 써있다. 일단 흥미가 생기지 않는가? 게다가 출간 비사까지 알면 더 땡긴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1761-62년 사이에 초고가 쓰였고 73-74년에 수정되고, 78-82년 사이에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즉 언제 쓰인 책인지 잘 모른다는 소리다. 이 책은 울분에 찬 디드로가 집에서 혼자 블로그 비밀글 포스팅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안그래도 공격적이었던 디드로조차 쉽게 출간하기 어려울만큼 여러 인물들을 실명에 가깝게 거론하며 까고있다. 결국 생전에 출간되지 않았다.

디드로는 자신의 후원자였던 예카테리나 2세에게 자신의 장서와 원고를 다 넘기기로 계약을 했었고 사후에 딸인 드 방될 부인에 의해 이행되었다. 그 원고 뭉치에 라모의 조카 원본이 들어있었는데 이게 한 사서에 의해 1부 이상의 사본이 베껴졌다. 러시아에 근무하던 한 독일 장교가 이 사본의 존재를 알고 이것을 돈벌이에 이용하고 싶어했으며 한 출판업자를 통해 이것이 독일의 실러에게 넘어갔다. 실러는 이 책을 보고 좋아서 괴테에게 번역을 의뢰했고 역시 뻑갔던 괴테가 열심히 번역하여 1805년에 독일어본으로 처음 출간되었다. 당시 독일 지성계에 대단한 영향을 미쳤다고 하던데 그러고보면 프랑스 애들의 살롱 연애질과 각종 암투는 전 유럽 지식인의 아침드라마였던 것이 분명하다.

그 다음도 기구하다. 1821년에 부도덕한 출판업자 둘이 괴테의 독일어본을 불어로 다시 번역하여 기괴한 중역본 불어판이 나왔다. 화가 난 드 방될 부인이 좀 더 나은 수고를 보내어 1823년에 다시 출간되었으나, 뭔가 부정확하다고 알려져있었다. 1875년 고증학자 투르뇌는 괴테의 독어본을 참조하고 좀 더 나은 판본으로 다시 출간했다가, 1884년 러시아의 수고본을 통해 다시한번 정본을 출간한다. 1891년에 디드로의 친필원고가 한 고서점에서 발견되어 결국 텍스트가 확정되었으니 출간까지 백년이상 걸린 것이다. 이쯤되면 이 책에 대해 궁금해하는게 정상이라고 본다.

그런데 읽을 수가 없다. -_- 읽어도 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다.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나름 픽션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지 디드로는 자기의 불만을 한 싸이코의 입을 통해 꾸역꾸역 뱉어내고 있을 뿐이어서 소설적 재미가 없다. 이 소설은 실화가 아닙니다라고 쓰는 요즘 풍습은 예전부터 있던 것인게다. 철학서라고 주장들을 하던데 여기서 디드로의 철학적 입장에 대해 이해할 수 있으면 내 보기에 그 사람은 창조적인 천재다. 그런거 거의 없다. 가끔 시니컬한 명구 비슷한 것이 튀어나오긴 하지만 그것을 위해 이 책을 다 읽는 것은 고행이다. 디드로는 당대의 속물들을 열심히 까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디드로는 자기도 그 판에 끼이고 싶은데 따가 되어 억울해하는 듯한 느낌을 조금 준다. 실제로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뭐 내가 읽은게 그정도였다.

내가 낚시질 당했던 것이 억울해서 느낀대로 이 책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내 불만은 그것이다. 백과전서 해설서에서도 느꼈던 바이지만 도대체 전공자라는 인간들이 자기 전공에 대해 쉽게 간단하게 설명을 하지 않는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왠지 싸구려가 될 것 같아서 그러는건가? 하긴 좀 어렵게 쓰면 이해하기가 어려우니까 덜 씹히긴 할거다. 그렇지만 남들에게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내용이라면, 그것을 자기가 정말 알고있는건지 한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난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인간들은 모르는 인간들이라고 철석같이 믿고있다. 이 책의 역자인 황현산 교수는 그래도 최대한 친절하게 해제를 붙여두었다. 모르긴해도 예전에 내고 근래에 개역판을 낸 것을 보면 이 책에 애정이 많은 것이 분명하다. 주석도 참 성의껏 달려있어서 쬐금은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그 해제를 두번이나 읽었지만 역시 모르겠다. 내가 바본가보다.

그나저나 고전이라는 이름에 약해서 가끔 낚시질을 당하곤 하는데, 이거 얼른 고쳐야겠다. 요즘처럼 책도 잘 못읽는 시간에 이런 낚시질에 당하면 꽤 타격이 크다. -- 거북이 2007-2-10 11:48 am

3 # 촌평[ | ]

우리 아버지도 말씀하셨지요. 정말로 잘 아는 학자는 학생들에게 알아듣기 쉽게 강의한다고요. (그 반대는?) 저도 고전이라고 무조건 애호하지는 않습니다. 가끔 고전에 낚여 실망할 때가 있거든요. 하지만 내용 이해가 어렵다고 꼭 나쁜 책이라고는 볼 수 없겠지요. 시사 풍자물의 경우 후대의 먼 나라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건 인지상정이겠지요. 21세기 초 대한민국 정치 경제 종교 사회 풍자물을 300년 뒤 아프리카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달까요? ^^ 저도 디드로에 관심이 있어서 와서 읽었습니다. -- 보드라우미 2007-5-14 5:25 am

아 참, 그런데요, 디드로의 다른 책들은 어떤가요? 읽기 쉬운 다른 책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디드로 저서 중 좋은 책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백과전서에 대한 간단한 소개글들은 여기저기 있던데요...... -- 보드라우미 2007-5-14 5:27 am

글쎄요. 저도 하필 처음 읽은 녀석이 이넘이라서요. 다른 소설들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다음에 디드로의 책을 시도한다면 아마도 비소설일것 같네요. 정리하는 김에 디드로의 저서들과 국내 번역본에 대해 위키백과에 정리해두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거북이 2007-5-14 10:09 am

4 참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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