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논어 읽기

1 개요[ | ]

일본의 논어 읽기 --- '배움'을 구하다
思想史家が読む論語 「学び」の復権
편집 정철 표지 디자인 김상만
발행 정철 출판사 빈서재
이메일 pinkcrimson@gmail.com
ISBN 979-11-987652-0-8 (94910)

가로 128mm X 세로 188mm
504페이지. 26000원.

152 중국 철학, 사상 > 유학
153 일본 철학, 사상 > 유학
199 도덕훈, 교훈 > 유학
913 일본사 > 에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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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표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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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목차[ | ]

  • 『논어』와 배움의 권리회복 5
  • 제 I 부 31
  • 제1강 배움에 대하여 33
  • 1.1 학이 제1장 . . . . 34
  • 1.2 위정 제15장 . . . 39
  • 1.3 위정 제4장 . . . . 42
  • 제2강 어짊에 대하여 49
  • 2.1 학이 제2장 . . . . 51
  • 2.2 학이 제3장 . . . . 58
  • 2.3 자로 제27장 . . . 61
  • 2.4 옹야 제22장 . . . 63
  • 2.5 자한 제1장 . . . . 66
  • 제3강 도에 대하여 71
  • 3.1 이인 제8장 . . . . 72
  • 3.2 이인 제15장 . . . 78
  • 3.3 옹야 제17장 . . . 83
  • 3.4 공야장 제21장 . . 84
  • 제4강 믿음에 대하여 87
  • 4.1 위정 제22장 . . . 90
  • 4.2 안연 제7장 . . . . 94
  • 4.3 태백 제16장 . . . 100
  • 4.4 양화 제8장 . . . . 102
  • 제5강 하늘에 대하여 105
  • 5.1 안연 제5장 . . . . 108
  • 5.2 위정 제4장 . . . . 112
  • 5.3 선진 제9장 . . . . 118
  • 5.4 선진 제10장 . . . 120
  • 5.5 헌문 제37장 . . . 122
  • 5.6 팔일 제13장 . . . 126
  • 제6강 덕에 대하여 131
  • 6.1 위정 제1장 . . . . 134
  • 6.2 위정 제3장 . . . . 141
  • 6.3 술이 제22장 . . . 144
  • 제 II 부 149
  • 제7강 인을 묻다 151
  • 7.1 안연 제1장 . . . . 153
  • 7.2 안연 제1장 (계속) 159
  • 7.3 술이 제29장 . . . 164
  • 7.4 안연 제3장 . . . . 166
  • 7.5 술이 제6장 . . . . 168
  • 제8강 정치를 묻다 171
  • 8.1 안연 제11장 . . . 172
  • 8.2 안연 제17장 . . . 176
  • 8.3 안연 제19장 . . . 179
  • 8.4 안연 제7장 . . . . 181
  • 8.5 자로 제3장 . . . . 183
  • 8.6 자로 제15장 . . . 187
  • 제9강 효를 묻다 191
  • 9.1 위정 제5장 . . . . 194
  • 9.2 위정 제6장 . . . . 198
  • 9.3 위정 제7장 . . . . 201
  • 9.4 학이 제2장 . . . . 203
  • 제10강 덕을 생각하다 207
  • 10.1 이인 제11장 . . . 208
  • 10.2 이인 제25장 . . . 212
  • 10.3 옹야 제29장 . . . 214
  • 10.4 헌문 제6장 . . . . 217
  • 10.5 위령공 제4장 . . . 221
  • 10.6 헌문 제5장 . . . . 222
  • 10.7 위령공 제8장 . . . 225
  • 제11강 충신과 충서 229
  • 11.1 학이 제4장 . . . . 231
  • 11.2 학이 제8장 . . . . 235
  • 11.3 이인 제15장 . . . 239
  • 11.4 공야장 제28장 . . 241
  • 제12강 사생·귀신 245
  • 12.1 선진 제9장 . . . . 247
  • 12.2 선진 제10장 . . . 249
  • 12.3 선진 제11장 . . . 250
  • 12.4 옹야 제10장 . . . 252
  • 12.5 선진 제12장 . . . 255
  • 제13강 군자 263
  • 13.1 위정 제12장 . . . 266
  • 13.2 위정 제14장 . . . 270
  • 13.3 자로 제23장 . . . 272
  • 13.4 학이 제14장 . . . 274
  • 13.5 옹야 제13장 . . . 275
  • 제 III 부 277
  • 제14강 문을 배우다 279
  • 14.1 옹야 제18장 . . . 280
  • 14.2 학이 제6장 . . . . 283
  • 14.3 술이 제24장 . . . 286
  • 14.4 옹야 제27장 . . . 290
  • 제15강 온고지신 293
  • 15.1 술이 제1장 . . . . 295
  • 15.2 술이 제19장 . . . 299
  • 15.3 위정 제11장 . . . 301
  • 15.4 위정 제17장 . . . 304
  • 15.5 자한 제8장 . . . . 306
  • 15.6 계씨 제9장 . . . . 311
  • 15.7 양화 제2장 ·제3장 314
  • 제16강 시에 대하여 317
  • 16.1 위정 제2장 . . . . 319
  • 16.2 팔일 제8장 . . . . 325
  • 16.3 양화 제9장 . . . . 330
  • 16.4 태백 제8장 . . . . 334
  • 제17강 악에 대하여 337
  • 17.1 술이 제13장 . . . 339
  • 17.2 팔일 제23장 . . . 341
  • 제18강 예에 대하여 353
  • 18.1 팔일 제15장 . . . 356
  • 18.2 팔일 제3장 . . . . 358
  • 18.3 팔일 제4장 . . . . 360
  • 18.4 안연 제1장 . . . . 361
  • 18.5 선진 제1장 . . . . 365
  • 18.6 요왈 최종장 . . . 367
  • 제 IV 부 제자들의『논어』 369
  • 제19강 증자·자하·자공 371
  • 19.1 태백 제5장 . . . . 373
  • 19.2 태백 제7장 . . . . 375
  • 19.3 선진 제16장 . . . 378
  • 19.4 자장 제6장 . . . . 380
  • 19.5 자장 제5장 . . . . 383
  • 19.6 학이 제10장 . . . 385
  • 19.7 자한 제13장 . . . 388
  • 19.8 양화 제5장 . . . . 390
  • 19.9 공야장 제13장 . . 392
  • 제20강 번지·자유 397
  • 20.1 옹야 제22장 . . . 397
  • 20.2 안연 제21장 . . . 402
  • 20.3 옹야 제14장 . . . 406
  • 20.4 양화 제4장 . . . . 408
  • 제21강 안회·자장 411
  • 21.1 옹야 제7장 . . . . 413
  • 21.2 옹야 제11장 . . . 416
  • 21.3 옹야 제3장 . . . . 418
  • 21.4 위령공 제6장 . . . 422
  • 21.5 위정 제18장 . . . 425
  • 제22강 자로 429
  • 22.1 공야장 제7장 . . . 431
  • 22.2 술이 제10장 . . . 434
  • 22.3 공야장 제26장 . . 437
  • 22.4 술이 제18장 . . . 441
  • 22.5 술이 제34장 . . . 443
  • 제23강 증석·염유 447
  • 23.1 선진 제26장 . . . 448
  • 23.2 팔일 제6장 . . . . 464
  • 23.3 자로 제14장 . . . 468
  • 23.4 선진 제22장 . . . 470
  • 23.5 술이 제14장 . . . 474
  • 23.6 옹야 제12장 . . . 476
  • 후기와 논어 색인 479

4 출판사 책소개[ | ]

[헤드카피] 일본인이 사랑하는 쇼토쿠 태자의 17조 헌법 제1조의 시작 부분인 '以和爲貴'는, 백제를 통해 전래된 『논어』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조화를 중시하는 일본의 상징적인 글자 和가 여기서 온 것이다.

  • 주자의 『논어집주』에서 일본 근현대까지의 『논어』 해석은 다채로운 변화를 겪었다. 저자 고야스 노부쿠니는 시민강좌 강의를 준비하며 여러 논어 해석을 다시 읽다가 '배움'이라는 키워드를 새로 발견한다. 그 결과물이 이 책이다.
  • “우주 제일의 책” 교학상장의 가르침을 중시했던 에도시대 조닌 유학자 이토 진사이는 『논어』를 이렇게 규정하며 『논어고의』를 저술해 에도 일본의 유학을 재정립했다.
  • "볶은 콩을 집어 먹으며 고금의 인물을 씹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신나는 일"이라던 오규 소라이는 다산 정약용도 높이 평가한 걸출한 주자학 비판자였다. 그는 주자도 이토 진사이도 거침없이 비판하며 논어를 새로 읽고 『논어징』을 저술했다.
  • 근대 일본 기업가의 모범이자 1만엔 지폐의 새 주인공인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일생의 경험을 청년세대에 전하는 매개체로 『논어』를 선택했고 『논어와 주판』이라는 베스트셀러도 남겼다.

5 역자의 책소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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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말하다_ 『일본의 논어 읽기: 배움을 구하다』 (고야스 노부쿠니 지음, 김선희 옮김, 빈서재, 500쪽, 2024.07)



공자.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 난세를 살아간 불멸의 사상가. 그런 공자의 가르침의 정수를 정리한 『논어』가 세상에 나온 이래 지금까지 얼마나 많이 읽혔을까. 수치상으로 제시할 수야 없지만, 성경에 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독자가 많다 보니 당연히 ‘어떻게’ 읽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후한 시대에 이미 『논어』의 주석 작업이 시작되었고, 위나라 하안(何晏)이 이를 정리하고 종합하여,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주석서 『논어집해(論語集解)』를 펴냈다. 이후 약 940년이 지나 남송의 주자가 『논어집주(論語集註)』를 완성하면서 『논어』 읽기는 일변하였다.

두 책이 중요한 이유는 당대, 중국뿐 아니라 주변국에까지 절대적이었다고 할 만큼 영향력이 지대했기 때문이다. 특히 주자의 『논어집주』는 지금까지도 우리의 읽기를 규정하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대형서점 ‘동양 철학’ 분야 서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논어』의 인기는 송대 유학의 관점에서 『논어』를 해석한 『논어집주』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학부 때 사서를 배우면서부터 주자의 해석은 절대적이라 배운 덕에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17세기 에도시대 일본에서는 다른 ‘읽기’를 하였다는 ‘발견’은 사상사를 바라보는 지평을 넓혀 주었다. 이 책은 에도시대 유학자들의 새로운 『논어』 읽기를, 시민강좌를 통해 다시 한번 읽어 낸 고야스 노부쿠니(子安宣邦)의 ‘논어론’이다. 동시에 일본의 『논어』 읽기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길잡이이기도 하다.

저자는 에도시대를 통해 근대 일본을 냉철하게 통찰하는 사상사가이다. 이 책은 발간 당시 일본에서 기존에 없었던 『논어』 읽기로서 호평을 받았는데, 중국에서도 번역되어 큰 화제가 되었기 때문에 ‘유교’의 나라로 인식되는 한국의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는 저자의 바람과 함께, 지도교수의 지도교수라는 조금은 특별한 인연에서 번역을 맡게 되었다. 번역 과정은 제목 그대로 ‘배움’을 다시금 구하는 시간이었다.

중세 이후 근대 국가 성립 이전까지 오랜 세월 무가 정권이 다스려 온 일본사를 보면 문치(文治)보다 무위(武威)에 의한 통치라고 하겠지만, 의외로 유학의 정수인 『논어』는 『일본서기』나 『고사기』에 등장하는 첫 번째 책으로서 궁중 교육 제일의 교재였다. 일본인이 사랑하는 쇼토쿠(聖德) 태자의 17조 헌법의 ‘이화위귀(以和爲貴)’ 문구는 일본인이 자국의 정체성을 내세울 때 즐겨 쓰는데, 이는 『논어』 학이편 12장(有子曰禮之用和爲貴)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궁정 귀족과 일부 승려의 전유물이었던 학문이 일반에게도 확산하게 된 때가 바로 에도시대이다(본지 2023.2.26. 「‘일본적’인 문화는 어떻게 탄생하였나? - 보수와 진보의 밀당이 빚어낸 일본 ‘전통’ 형성사」, 『에도시대를 생각한다: 도쿠가와 300년의 유산』 참고).


무장들의 다양한 일화를 엮은 에도 중기의 견문집 『명량홍범(明良洪範)』에는 전국시대 무장 마에다 도시이에(前田利家)가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에게 『논어』를 읽어보라는 권유를 하자, 가토가 놀라워했다는 일화가 전하는데 그만큼 유학은 무가 정권과는 어울리지 않은 학문이었다. 그러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세상을 평정하고 유례없이 전쟁없는 시대가 이어지면서 생산력 향상과 더불어 경제력이 커졌다. 비로소 유학이라는 학문도 일부 계층의 전유에서 벗어나 새롭게 옷을 갈아입게 되었고, 『논어』는 가장 인기 있는 텍스트 중의 하나였다. 다니 햐쿠넨(溪百年)의 『경전여사논어(經典余師論語)』를 비롯한 100여 종이 넘는 수많은 해설서가 그 사실을 뒷받침한다.


무엇보다 에도시대 일본인의 『논어』 읽기의 특징은, 걸출한 유학자인 이토 진사이(伊藤仁齋)의 『논어고의(論語古義)』, 오규 소라이(荻生徂徠)의 『논어징(論語徵)』처럼 주자학자의 도덕주의적인 관점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이러한 흐름이 근대에도 이어져 ‘근대 일본 경제의 아버지’라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澁澤榮一) 역시 『논어강의』에서 실업가의 관점에서 『논어』 각 장구를 자신의 언어로 재해석하였다. 저자는 이러한 다양한 읽기가 갖는 의미를 주자학에 갇힌 『논어』의 ‘열린 읽기’로서 평가한다.


본서는 저자가 내세운 18개 키워드에 따라 『논어』 각 장에 대해 주자, 진사이, 소라이의 주석을 기본으로 하면서 에도시대의 다른 유학자들과, 시부사와 에이이치, 모로하시 데쓰지(諸橋轍治), 요시카와 고지로(吉川幸次郎), 미야자키 이치사다(宮崎市定), 가나야 오사무(金谷治) 등 근현대 저명한 학자들이 어떻게 시대 상황에 맞게 논어를 읽고 재구성하였는지까지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저자의 비평을 더하고 있어서, 여러 선학들과 함께 『논어』를 읽는 기분이 든다. 짧으면서도 수사성이 강해 이해하기 어려운 『논어』 장구의 뜻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한다.

『논어』에 담긴 공자의 가르침을 통해서 저자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역자에게는 일본 사회가 처한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읽혔다. 가령 “정치를 행함에 덕으로 한다(爲政以德)”(위정 제1장)를 풀이하며 정사와 덕치를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자의 해석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 이유는 “무위의 통치를 이상화하면서 정치적인 무책을 긍정할 가능성”이 있으며, 정치와 도덕의 결합을 필연적으로 해석할 때 “도덕주의적 정치는 정치의 지배 체계를 도덕적 체계로 전환시키면서 이번에는 인민을 도덕적으로 지배하게 되기 때문이다.”(146쪽) 덕에 의한 정치란, “인민에 대한 도덕적 지배가 아니라 정치에 본래의 목적을 회복시키고, 위정자에게 위정이 본래 있어야 할 곳을 각성시키는 것”(225쪽)이다. 이는 정치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강렬하게 의식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군주의 말이 선하여 누구도 거스르지 않는다고 하면 좋겠지요. 그러나 그의 말이 선하지 않은데도 아무도 거스르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의 한마디 말은 나라의 멸망을 내다보는 것이라고 하겠지요”(자로 제15장)라는 말에서 저자는 공자가 강조하는 정치의 책임이 항상 군주를 향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공자의 준엄한 정명론을 읽어낸다(193쪽). 안연 제7장에 나오는 ‘민신지의(民信之矣)’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의 해석에서도 저자는 주자나 진사이처럼 인간 본성론적으로 해석을 하면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하면서 “백성의 믿음이란 군주의 말을 신뢰할 수 있는 것이다. 백성에게 믿음이 사라지면 백성은 더 이상 그 나라에서 살아갈 수 없다. 신(信)이란 사람의 말을 진실로 믿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번역하겠다. ‘군주를 믿을 수 없게 되면 인민은 더는 그 나라에 있을 수 없다.’”(103쪽) 동시에 덕이 있는 군자란 “말을 해야 할 때 말을 해야 할 곳에서 말을 해야 할 상대를 향해 말하는 사람”(228쪽)이라고 강조하는데, 이 역시 일본의 정치에서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저자가 패전을 경험한 지식인으로서 갖는 책임의식을 읽을 수 있다. 이것은 『논어』를 자기계발서나 인생의 처세술로서 가볍게(?) 접근하는 세태에 대한 비판이기도 할 것이다.

번역을 하면서 저자와 대화하듯 생생함을 느끼며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바로 우리가 잃어버린 ‘배움’의 본 모습이었다. “내가 아는 것이 있는가? 아는 것이 없다”(자한 제8장)라는 말을 그저 태어나면서부터 아는(生而知之) 성인이 스스로 자신을 낮춘 겸사로 해석하여 성인으로서의 공자라고 상찬하는 것을 저자는 경계한다. 무지한 “일개 촌부라도 성실하게 이끌고자 하는 공자는 결코 세상을 초월한 예지의 소유자가 아니다. 세상과 공존하는 뛰어난 지성의 소유자”(314쪽)인 공자가 지향한 도의 본질이 세상과 공존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놓쳐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배움의 본모습을 상기시키는 박학(博學), 독지(篤志), 절문(切問), 근사(近思)가 더욱 강조되는 것이다. 널리 배운다는 것은 그저 지식의 확대가 아니라 바로 나의 삶과 사유를 충실하게 하는 것이다.

배우는 자의 절실한 물음이 없는 배움은 공허한 것이라는 저자의 일갈은, 무도하여 점점 피폐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나온 것이기에 더욱 절절하게, 동시에 사정없이 내리치는 죽비처럼 무겁게 다가온다. 도를 배우는 것과 도를 행하는 것이 다르지 않은 ‘배움’, 혼을 상실하지 않은 학문, 그러면서도 제자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산책도 하며 음악을 즐기며 “늙음이 바로 곁에 왔음을 아는 나이가 되어서도 무엇이든 분발하여 먹는 것도 잊고 즐거워 근심을 잊을 수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멋진 일”(446쪽)이라 말하는 데서 구순을 훌쩍 넘기셨음에도 시민강좌를 통해서 ‘배움’에 뜻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여전히 집필에 매진하는 저자의 뜨거운 열정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러한 배움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새롭게 파악하게 만드는데, 본서 <제4부 제자들의 『논어』>는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

공자는 제자의 성격과 기질에 따라 가르침을 다르게 했고, 때로 엄격하게 야단치기도 하지만, 안회의 죽음 앞에서는 하늘이 무너져 내린 듯 통곡하는 스승이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자로의 미더운 용기를 품으면서도 도가 지나친 용기에 난처한 공자, 그러면서도 강직하게 자기를 따르는 자로를 아끼는 공자”(438쪽)를 발견하면서, 행동이 앞서는 제자를 훈계하는 뜻으로 읽고 싶지 않다고 피력한다. 저자가 읽어내는 공자는 인간적으로 마주하는 학습과 가르침의 장에서 사랑의 실천자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고전 번역은 원문과 우리말 해석을 싣는데, 일본에서는 중간 과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훈독문이다. 본서 역시 표점이 들어간 『논어』 원문과 훈독문이 들어가고 그 아래 번역과 주석, 논평이 이어지는 구성이다. 번역서에 굳이 훈독문을 넣기로 한 것은 우선, 일본에서 한문을 읽는 방식을 시각적으로 드러낼 수 있고, 일본어를 좀 더 깊이 공부하려는 독자에게는 일본식 한문 읽기가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사상사에서 훈독이 갖는 문제도 생각해보고 싶었다. 번역을 ‘문화’의 번역이라 한다면, 저 언어를 이 언어로 바꾸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여러 차례 사고의 전환이 발생한다. 훈독 역시 그런 문화의 치열한 번역 과정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일본의 외래문화 수용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양상을 생생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훈독이란 어쩔 수 없이 한문을 외래의 것으로서 의식하게 만드는 장치였고, 동시에 외래문화를 내면의 타자로서 자기화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에도시대 유학의 특징으로 다양한 학파의 형성을 떠올리지만, 하야시 라잔(林羅山)에서 사토 잇사이(佐藤一齋)까지 시대를 통틀어 훈독법에 대한 논쟁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읽는 방식이 자리잡게 되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오규 소라이는 『역문전제(譯文筌蹄)』에서 한문을 회환전도(廻環顚倒)하여 읽는 훈독이 ‘번역’이라는 자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며, 결국 글의 원뜻을 알지 못하는 견강부회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직독을 주장했다. 이러한 읽기의 방법론으로부터 고대 이상적인 야마토를 창출한 모토오리 노리나가(本居宣長)의 국학이 성립하였다는 사실 역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메이지 시대 한문을 자국의 문화 속에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지, ‘국어’의 창출과 관련하여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었다. 훈독이 일본 사상사에서 갖는 의미는 절대 가볍지 않다.

중학교 한문 시간에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라’고 소리내어 읽었던 기억이 또렷한데, 유학 시절 한 일본 선생님은 그런 직독직해에 가까운 ‘읽기’의 신체적 감각을 꼭 한번 느껴보고 싶다고 하셨다. 본서의 훈독문을 통해 읽는 방식의 차이가 가져오는 타자인식과 자기인식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6 책속 한구절[ | ]

소년들은 지금 배움에 뜻을 둘 수 있는가? 근대의 제도로서의 학교 교육은, 지식의 교수와 습득의 단계적 진학 과정이 되어버려 정작 소년들에게서 배움의 동기를 빼앗고 있지는 않은가?– [p47]

인민의 믿음이 없는 곳에서 정치는 성립하지 않으며 국가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 인민이 안심하고 의거할 수 있는 것, 그 인민의 신용·신뢰를 잃으면 정치는 이미 붕괴한 것이다.– [p181]

선인의 유문을 배우는 것이 갖는 본래의 성격이 바로 박학이다. 좁게 배우는 것은 배움의 본뜻에 반하는 것이다. 이른바 `바보 전문가' 즉 특정 분야 외에 사회적 상식이나 교양이 결여한 사람들의 발생은 근대에 나타난 현상이다.– [p289]

뜻을 독실하게 하는 것은 절실하게 묻는 것이다. 배워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그것은 배우는 이에게 절실한 물음이 있는지에 달려 있다.– [p379]

그러나 인에 대해 제자가 질문했을 때 공자는 제자가 살아온 인생의 눈높이에 맞춰서 답을 하였다. 가르침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p403]

7 저자 / 역자 소개[ | ]

지은이 고야스 노부쿠니(子安宣邦). 1933년 생. 도쿄대학대학원 인문과학연구과 박사과정 수료. 오사카대학 명예교수. 사상사·윤리학 전공. 한국어로 번역된 도서는 다음과 같다. 『한자론』, 『일본 내셔널리즘 해부』, 『후쿠자와 유키치의 `문명론의 개략'을 정밀하게 읽는다』, 『일본근대사상비판』, 『귀신론』, 『야스쿠니의 일본, 일본의 야스쿠니』, 『동아 대동아 동아시아』 등.

옮긴이 김선희. 일본 히로시마대학에서 『조선과 일본 지식인의 자타인식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일본 사상사 전공. 현재 건국대학교 아시아콘텐츠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대한제국·식민지 조선의 철도 여행 안내』, 『에도시대를 생각한다』, 『일본 정치사상사』, 『에도 유교와 근대의 知』 등을 번역하고, 공저로 『일본사 시민강좌』(근간), 『일본 근세 유학과 지식의 활용』 등이 있다.

[출판사 / 총서 소개]

에도 말기와 메이지유신 전환기를 주로 공부하는 박훈 교수는 도쿠가와 시대를 다룬 연구서가 매우 적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주변의 연구자들을 모으고 때를 기다리다가 플라톤 아카데미와 함께 연구서를 출간할 기회를 마련했다. 한일관계가 나빠질수록 서로를 알아야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간 외면되었던 일본 근세와 근대의 주요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빈서재 출판사는 이에 호응하여 연구총서를 준비했다.

8 띠지의 추천서 목록[ | ]

일본 유학/사상사 사료 소개
  • 논어고의 (이토 진사이 / 그린비)
  • 동자문 (이토 진사이 / 그린비)
  • 논어징 (오규 소라이 / 소명출판)
  • 정담 (오규 소라이 / 서해문집)
  • 도비문답 (이시다 바이간 / 호밀밭)
일본 유학 연구서 소개
  • 일본유학, 동아시아유학의 관점에서 보다 (오진 / 예문서원)
  • 이또오 진사이 (이기동 / 성균관대 출판부)
  • 일본 정치사상사 : 17~19세기 (와타나베 히로시 / 고려대학교 출판문화원)
  • 주자학과 근세일본사회 (와타나베 히로시 / 예문서원)
  • 도쿠가와 시대의 철학사상 (미나모토 료엔 / 예문서원)
  • 에도 유학과 근대의 지 (나카무라 슌사쿠 / 선인)
  • 도와 덕 - 다산과 오규 소라이의 <중용>,<대학> 해석 (금장태 / 이끌리오)
  • 일본 논어 훈점본의 해독과 번역 (한문훈독연구회 / 숭실대학교출판부)
  • 일본 논어 해석학 (황준걸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공자와 논어 (요시카와 고지로 / 뿌리와이파리)
  • 논어와 주판 (시부사와 에이이치 / 페이퍼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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