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란을 날려라

1 개요[ | ]

Keep the Aspidistra Flying
엽란을 날려라
  • 1936년 영국 소설
  • 저자: 조지 오웰
  • 한 남자가 어떻게 돈과 투쟁하며 왜 투항하는가를 묘사

 

 

2 거북이[ | ]

오웰은 어쩌면 좋은 소설가라고 하기 어려운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동물 농장1984를 제외하곤 소설다운 소설을 써본 적이 없다. 소설속의 내용도 대부분 자신이 경험한 것들이며 그 외엔 르포나 서평 등 논픽션들 뿐이다. 전체 분량을 더하면 소설보다 논픽션쪽이 훨씬 많다.

그렇기때문에 오웰의 소설을 보려면 그의 일생을 알 필요가 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채 어린 식민지 관료가 되어 버마로 들어간다. 제국의 힘을 위임받아 수만명의 앞에서 행정관 혹은 경찰로 일해야했던 그는 잠시 영국으로 휴가나왔을때 일을 그만두어버린다. 이 시기의 기억을 그는 버마 시절이라는 소설로 이후 남기게 된다.

식민지 관료로 살아왔던 그는 전업 글쟁이가 되기로 했다. 그는 빈곤하진 않았지만 어려서부터 항상 가난을 의식하며 살았고 아예 빈곤속으로 들어가서 못가진 자들과 함께하려 노력했다. 그 기록이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로 남았다. 그건 잭 런던을 흉내낸 시도이기도 하지만 잭에 비해 훨씬 진지했다. 픽션이면서 거의 완전히 자신의 얘기를 담은 논픽션에 가깝다.

계속해서 그는 글로 먹고 살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썼는데 그 과정에서도 생활고에 시달렸을 뿐 아니라 성공적인 출판경력도 이어가지 못했다. 그래서 한동안 서점 직원으로 일을 하며 그다지 탐탁치 않은 글을 썼고 그게 목사의 딸이다. 역시 상업적 예술적으로 실패했다. 그렇다면 아예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로 정하고 새로운 소설을 하나 남겼으니 그게 엽란을 날려라이다. 이것도 그다지 소설같지는 않고, 성공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당신이 오웰에 관심이 있다면 그를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소설인 이것을 놓쳐선 안된다.

엽란은 난초의 일종으로 영국 중산층들이 흔히 키우던 화분이라고 한다. 주인공 고든 콤스톡은 시인으로 성공했으면 했지 돈에 굴복하여 품위를 잃지는 않으리라 결심한 글쟁이다. 그래서 광고 카피라이터라는 좋은 직장을 버리고 서점 직원으로 일하는 중이다. 하지만 남에게 뭐 하나 얻어먹는 것도 자존심상해하며 돈에게 굴복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나머지 최대한 돈과 무관한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그의 일상은 빈곤에 가까워진다.

이런 내용을 오웰은 정말 처절하게 묘사해냈다. 도대체 얼마나 가난에 대해 관찰을 많이 한건지 그는 거의 가난 페티쉬가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난을 그려낸다. 오웰은 평생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편이었는데 이 작품속에서 여자들이 고든과 잠자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돈때문이라고 하는 장면에서 그 비루함은 극치를 달린다. 오웰이 많이 차여봤던 남자라는 것을 알면 그의 이 묘사들이 참 짠하기 이를데 없다. 고든의 말과 행동에서 오웰을 분리시킬 수도 없다. 그래서 이 작품도 별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웰은 제국주의를 혐오했지만 또 영국다움, 영국적인 품위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며 살았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은 고든의 친구인 래블스턴과 줄리아 이모이다. 그들은 고든이 돈과 전면전을 벌이면서 점차 나락으로 빠져드는 와중에도 최악의 상황은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후 오웰이 정부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인 주요 동기는 유럽 여러나라의 정치상황에 비하면 그래도 영국이 상대적으로 품위있는 나라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웰은 반제국주의 아나키스트면서도 애국심이라는 정 반대의 감정을 함께 가질 수 있었다. 오웰의 글 다수에서 영국에 대한 애정이 드러난다.

결론적으로 고든은 돈과의 전쟁에서 패배하며 다시 카피라이터가 되고 중산층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오웰이 보여주려 한 것은 패배가 아니라 저항의 시간들이다. 고든은 그 알량한 품위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빈곤에 빠지는 것도 감당하고자 한다. 아니 오히려 돈이 없는 것을 품위라고 생각한다. 고든은 새로이 지킬 가치를 찾았고 그게 더 중요하다고 보기때문에 스스로 돈에게 굴복한다. 고든의 이 굴복 역시도 오웰은 영국적 품위의 표현이라고 보고 있다.

고든은 확신범이고 우직하며 또 그만큼 솔직하다. 글쓰기와 섹스의 욕구가 강하지만 돈에 굴복하긴 싫으니까 그것들을 억누른다. 제대로 억누르면 좋겠으나 그 욕구들은 계속 튀어나오며 누구에게나 너무도 솔직하게 그 욕구를 발산해버리고 만다. 고든은 자존감이 높으며 동시에 매우 낮다. 오웰은 전혀 포장하지 않고 고든을 통해 자신을 그대로 다 드러내버린다. 평소에도 충분히 자기서술적이었던 오웰은 이번엔 지나치게 자기를 꺼내놓는다.

목사의 딸과 엽란을 날려라에 대해 훗날 혹평한 것도 자신의 기준인 정치적이면서도 예술적인 글쓰기에 크게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 엽란을 날려라는 오웰이 최소한의 자기포장마저도 다 걷어낸 채 너무 날것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흥미로운 것이다. 소설로서의 가치보다도 인간 오웰을 잘 드러내는 텍스트라는게 중요하다. 그점에서 이 책은 매우 흥미진진하다. 나이보다 열살은 늙어보이는 30대 중반의 남자가 느끼는 의무감과 불안감 등이 잘 묘사되어 있다. 당신도 분명 그 나이 즈음에 오웰과 같은 불안감을 느끼며 지나왔을 것이다. --Pinkcrimson (토론) 2018년 5월 15일 (화) 04:3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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