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1 개요[ | ]

Kare Kano, Kareshi Kanojo no Jijō
彼氏彼女の事情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그 남자! 그 여자!, 카레카노
  • 장르: 코미디, 연애
  • 작가: 츠다 마사미
  • 연재기간: 1996년 ~ 2005년

 

2 #InvictusHome[ | ]

나는 나름대로 독특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고등학교 생활을 잘 모른다. 고등학교 때는 언제나 뒷자리에 앉아서 수면과 공상과 독서, 그리고 한정된 적은 용돈을 가지고 무슨 음반 혹은 책을 사야할까라는 고민은 해본 적이 있어도 입시에 관한 고민을 해본 적이 없다. 대학가겠다는 생각을 고3때 수능을 120일 정도 남기고서 시작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친구만은 다양하게 사귀었다. 나보다 더 목숨걸고 놀았던 친구도 있었고 공부를 미친 듯이 해서 이 나라 최고대학의 최고학부에 단 한 번에 입학한 녀석들도 있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던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 "고등학교 때의 나는 내가 아니야. 서로 앞에서는 웃고 있어도 속으로는 얼마나 치열한지 몰라. 언제나 공부 또 공부. 겉과 속이 다른 생활이 정말 힘들었어. 난 그 때 이중인격자였어"라는 말을 들었었다. 모르겠다. 나와는 그렇게 link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였던지라 그 괴로움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적어도 나는 언제나 여유롭게 그리고 적어도 나의 욕망에 충실했던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애니메이션 <그 남자, 그 여자(彼氏彼女の 事情)>는 이런 이중인격자가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여주인공 미야자와 유키노는 아름다운 외모와 명석한 머리, 신체능력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마치 모든 재능을 타고난 듯한 일종의 완벽한 여성상을 제시하고 있다. 적어도 겉으로는 말이다. 이것은 단지 그녀가 남들에게 숭앙받고 싶어하는 그녀의 욕망에서 이루어진 모습일 뿐 그녀의 집안에서의 모습은 180도 돌변이다. 커다란 안경과 후줄근한 츄리닝에 떼쓰기 좋아하는 그저 그런 평범한 여자아이일 뿐이다. 적어도 외부의 평가로만 보았을 때 완벽한 여성이었던 그녀는 고교입학과 동시에 자기의 빛나는 앞날에 태클을 걸고 들어오는 적을 발견한다. 역시 완벽한 외모와 명석한 두뇌, 그리고 역시 운동도 잘하는 그런 남자. 아리마 소이치로였던 것이다. 아리마 역시도 불행했던 과거 때문에 완벽한 외양에 치중하는 그런 남자였던 것이다. 아리마가 먼저 고백을 하고 얼마가 지난 어느 날 유키노의 집안에서의 모습을 아리마에게 들킨다. 결국 아리마는 이를 빌미로 유키노를 괴롭힌다. 그러면서 둘은 티격태격하다 알콩달콩하게 러브러브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서로에게 자신의 본모습에 충실하기로 하면서 그리고 여러명의 등장인물들의 사연과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계속 그 뒤를 상상하게끔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남자, 그 여자>는 삶의 중간에 가장 고민이 많고 자아의 개성이 함몰되는 시기인 고교시절의 생활과 사랑을 다루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적어도 정상적인 고교생활을 영위했다면 누구보다 뛰어나고 싶은 그들의 욕망, 칭찬받고 사랑받으며 살아가고 싶어하는 그들만의 몸부림 그리고 타인과 자아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안노 히데아키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으로 거대한 지지층을 형성한 감독이다. 그러나 그는 이 작품 이후 애니메이션 제작 중단을 선언하고 실사 영화 <러브 앤 팝>을 감독하였었다. 그의 전선복귀작인 이 작품에서 그는 또 다시 환골탈태한 연출력을 과시한다. 특히 사춘기라는 가장 부서지기 쉬우며 섬세한 묘사가 필요한 시기를 그만의 시각으로 개성있게 꾸며나가는 능력에 있어서는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이는 그의 제2의 히트작으로 그의 작품활동의 새로운 전기가 된 작품이다. 그러나 EVA시절의 마치 무거운 납덩이라도 매달아 놓은 듯한 암울함으로 한없이 빠져들게 하는 그의 마력에서 이번에는 화사하면서도 코믹한 유쾌함으로 일관하며 편집과 작화에서도 동작의 역동성과 칸과 칸사이를 읽어야하는 난해함보다는 간소하면서도 빠르고 쉬운 진행의 묘미를 잡아내었다. 마치 Jobim의 60년대의 화사한 다채로움과 80년대의 악기를 최소편성하여 담아낸 자연적 성향으로서의 회귀의 비교를 보는 듯 했다.

자아에 관한 탐구는 지독하게 우울한 침잠의 시기가 될 수도 있고 그저 유쾌하게 자신에게 충실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진짜 자아에 다가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EVA는 아마도 전자의 면을 대변한다면 <그 남자 그 여자>는 후자를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자신을 찾아가는 방법은 자신에게 달려있을 뿐이다. 어떤 방법을 택하든 좋고 나쁨이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침잠은 피곤한 일이기에 이 작품을 보면서 즐기며 자신에게 다가가는 것이 어떨까라는 소박한 의문이 든다.

뱀다리: 코믹스판은 14권까지 발매되었다. 왠지 드라마틱한 전개가 기다리고 있을 듯한 전조가 느껴진다. 그리고 이 작품의 DVD는 화질 면에서 무너지는 곳 하나없이 파스텔톤을 유지한다. 정말 뛰어난 화질을 소유한 작품이다. 왠만하면 DVD로 관람하시길 바란다.

-InvictusHome-

3 참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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