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에서 개인과 사회의 문제

1 개요[ | ]

민주주의에서 개인과 사회의 문제
  • 저자: Jjw
  • 2014-05-19

몇 일을 머리 속에서 맴도는 주제라 내 머릿속을 정리해 두는 의미에서 두서없이 주저리 주저리 적어 둔다.

개인(個人)으로 번안되어 사용되고 있는 individual은 더이상 나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자연과학의 원자, 즉 atom에 비견되는 이 낱말은 서양에서도 그리 오래된 말이 아니다. 15세기 무렵 개체를 뜻하는 낱말로 사용되기 시작하여 18세기에 들어서야 지금의 의미로 정착되었다고 한다.[1] 이 말은 메이지 시기 일본에서 개인으로 번안되었다. 당시 일본에서는 수 많은 서양의 개념이 말 그대로 번안되었는데, 철학, 사회, 회사, 교육, 학교...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한자어의 상당 수가 그 때의 작품이다. 이쯤 되면 메이지 시대의 일본 학자들에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個는 낱낱의 하나를 뜻하는 말이니 나뉠 수 없다는 의미는 없지만 그나마 매우 근사한 어휘를 고르지 않았나 싶다.

개인은 근대 이래 사회의 원자로서 받아들여졌다. 물론, 어디선가는 개인 대신에 가족이나 그런 걸 앞세우기도 했지만, 개인이 사회적 행동의 최종적 책임자이자 권한자라는 개념은 오늘날 상식에 속한다. 대한민국에서도 연좌제는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암암리에 뒷조사를 하기는 한다더만... 실은 쟤가 뉘집 자식이라며 하고...)

한편, 사회는 필연적으로 개인의 행위에 제한을 두기 마련이다. 어느 개인이 "내가 곧 국가이며, 신 앞에 책임을 질 뿐 다른 누구에게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고 주장할 때 민주주의 사회는 뉘집 개가 짓냐고 제재하기 마련이다. 개인의 행위와 사회적 제재는 결국 민주주의의 핵심적 갈등 가운데 하나이고, 여전히 논란이 끊이질 않는 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천부인권이란 개념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천부인권, 즉 하늘이 개인에게 내려줘서 다른 사람에게 양도가 불가능한 권리. 다른 말로 자연권이라 부르는 이 것은 근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이다. 프랑스 혁명이래 근대 민주주의의 대략적인 모형은 대충 이렇다. 중간에 사회계약설과 같은 논란 많고 아무리 봐도 좀 허술한 구석도 그냥 넣어둔다.


1. 그 누구도 제한할 수 없는 개인의 권리가 존재한다. 생존권, 자유, 평등 등이 그것이다.
  • 1-1. 각각의 권리는 세부적인 하부 권리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생존권은 생명과 안전에 대한 보장, 행복추구 등의 하위 권리가 있고, 자유에는 신체, 신념, 집회, 결사, 거주이전, 직업선택, 언론, 정치행위, (사적 소유) 등의 하위 권리를 생각할 수 있다.
  • 1-2. 어느 누구든 법률이 명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인의 제한할 수 없는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
2. 각각의 개인은 이러한 권리의 보호를 위한 하나의 계약으로서 국가를 세운다.
  • 2-1. 따라서 국가의 존립 가치는 개인의 권리에 대한 보호에 있으며, 국가의 필요에 의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할 수 없다.
    • 2-1-1. 실은 국가에 속한 대다수의 국민은 그 국가 수립의 계약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지만, 계약의 당사자로서 인정되며, (논란이 많지만) 계약을 인정한 것으로 취급된다.
  • 2-2. 개인의 인권을 탄압하는 국가는 존립의 명분을 상실하고, 개인은 이에 대해 저항할 권리를 갖는다.
    • 2-2-1. 저항의 권리는 그 자체로서는 아무런 정치 지향을 나타내지 않는다. 누군가는 납세 거부를 국가에 대한 저항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 2-2-2. 한편, 국가의 개입은 한 개인이나 그 개인이 참여하는 집단이 다른 개인이나 그가 속한 집단에 대하여 인권을 침해할 때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서 정당화된다. 공권력이란 말 자체는 사실 이런 의미다.
    • 2-2-3. 이 때문에 4.19와 5.18, 6.10은 부당한 국가권력에 맞선 정당한 저항의 지위를 갖는다.
  • 2-3. 국가의 이러한 기능을 정지시키려고 하는 개인 또는 집단은 국가의 적으로 간주된다. 내란죄와 외환죄는 이를 근거로 규정된다.
    • 2-3-1. 전두환 일당이 내란죄로 처벌된 이유 역시 이와 같다.
3. 민주주의 국가의 주권은 개인 각자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개인에게서 부터 나온다.
  • 3-1. 이 때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은 주권과 권력이다. 이 둘은 모두 앞서 얘기한 논리에 따라 개인에 대해 제한적이다. 아무리 막강한 권력도 개인에게 부여된 자연권의 본질적 부분은 침해할 수 없다.
    • 3-1-1. 대한민국의 국가인권위원회나 헌법재판소와 같은 '국가기구'의 설립 근거가 여기에 있다.
    • 3-1-2. 선거를 통해 선출된 주권의 대리인과, 그 대리인들이 다수결에 의해 의결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개인의 본질적 권리를 침해한다면 원칙적으로 불의한 것이다.
  • 3-2. 권력의 행사는 개개인에게 나뉘어져 있는 주권의 대리로서만 가능하며, 주권자가 동의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용되는 권력은 정당성을 잃는다.
    • 3-2-1. 다수결은 임시적 조치일 뿐이다. 세상엔 다수결로 정할 수 없는 것이 더 많다. 1+1=2 라는 규칙은 다수결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신이 이 세상을 엿세만에 창조했는지 아닌지도 다수결로 정할 수 없고, 내가 오늘 아침을 밥으로 때울 지 라면으로 때울 지도 다수결의 대상은 아니며, 광화문 한 복판에서 박근혜 개객기라고 외쳤다고 잡아가두어선 안된다는 것도 다수결로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 3-2-2. 다수결은 다만 국가가 행할 수 있는 권력의 한계 내에서 개개인의 합의하여 그 행위를 정할 때에만 의미가 있다.

이 모형은 수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의 헌법에 반영되어 있다. 사실 국가와 사회의 역할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시각이기도 한데, 이것을 극한으로 추구하면 결국 "야경국가론"이 되기 때문이다. 국가는 밤에 순찰이나 잘 돌면 되지 개인 간의 일에 끼어들지 말라는... 어쨌거나, 이정도만 지켜저도 참 다행일 것인데....

하긴 이런 말도 짐이 이렇게 하기로 결정하였으니 어린 백셩은 그저 따르라고 하는 태도를 가진 통치자에겐 그닥 씨가 먹히는 소리가 아니긴 하다. 박근혜의 담화는 그래서 틀렸다. 그 결과가 결국 조삼모사라고 할 지라도, 어떻게 하였으면 좋겠냐고 물어보는 게 민주주의의 시작이란 걸 생각하면... 음, 우린 정말 멀었다.

지금 겪고 있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겪고 나서 우리 사회가 바리케이트의 이편과 저편으로 나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서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면 좋겠다. 선거는 사회가 갖고 있는 형국의 결과일 뿐이지 목적이 아니지 않나. 선거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정치 결사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정치 결사의 영역 밖에 시민 사회라는 게 존재한다면 그 걸 좀 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주저리 주저리 말은 많은데 쓸데없다는 생각도 하면서... 나중에 한 번 더 정리하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까지.


  • 당연히 반론이 있는데, 그건 나중에 정리하기로... 예시 -- 사회는 언제나 영속적이었으며 개인에게 본질적으로 속하는 권리라는 것은 가상의 개념일 뿐 실제한 적이 없다거나..
  • 이리 저리 고민하다가 "개인의 탄생"에 대해선 이미 많은 도서가 있다는 걸 발견. 일단 읽자....

2 같이 보기[ | ]

3 참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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