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Gabriel - So

Pinkcrimson (토론 | 기여)님의 2018년 4월 27일 (금) 09:42 판 (→‎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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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 ]

Peter Gabriel
So (1985)

2 조영래[ | ]

  1. 앨범 : So (1986)
  2. 아티스트 : Peter Gabriel
  3. 레이블 : EMI
  4. 장르 : 월드 뮤직 (World Music), 팝 (Pop)
  • REVIEW

80년대 MTV의 등장은 록 음악의 상업화를 더욱 부추겼다는 주장이 있긴 하지만, 그러한 주장은 절반은 참이고 절반은 거짓이다. 뮤직 비디오의 대중화와 파급력은 상대적으로 비디오에 승부를 거는 음악적이지 못한 음악인들을 쏟아 내기도 했지만, 창조적인 음악인들에게 뮤직 비디오란 자신의 창의력에 쥐어진 또 하나의 붓이었다.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은 뮤직 비디오의 예술성을 높이는데 공헌한 대표적인 아티스트로 꼽힌다.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제네시스(Genesis) 시절부터 연극적인 무대 연출로, 음악 자체 뿐만 아니라 그 음악과 음악이 품고 있는 메시지의 효과적인 전달에 골몰하던 그가 뮤직 비디오 부문에서 남들보다 단연 앞서간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다. 영화 음악 「Birdy」를 제외하면 피터 가브리엘의 다섯 번째 솔로 앨범이 되는 「So」는 싱글 을 히트시키며 전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특히 는 당시로선 선구적인 스톱 애니메이션(Stop Animation)을 이용한 독특한 뮤직 비디오로 유치한 드라마나 단순한 라이브 장면을 담곤 했던 이제까지의 뮤직 비디오계에 일대 혁명을 불러 일으켰다. 「So」의 성공이 뮤직 비디오에 상당 부분 빚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본작은 오디오만으로도 충분히 걸작의 반열에 들 수 있는 앨범이다. 이전까지의 실험적인 모습은 많이 부드러워 진 대신, 보다 대중적이고 잘 제련된 팝 송들이 특유의 월드 비트와 결합한 「So」는 팬들은 물론, 평론가들에게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 Song Description

문제의 곡 「Sledgehammer」는 뉴 웨이브(New Wave)의 톡톡 튀는 그루브와 소울, 그리고 월드 비트가 결합된 곡이다. 피터 가브리엘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실험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 하지만, 결코 가볍게 만들어진 곡이라곤 할 수 없는 곡이다. 퍼커션의 월드 비트가 이국적인 정서를 더하는 <In Your Eyes>와 케이트 부쉬(Kate Bush)의 영롱한 목소리가 덧붙여진 슬로우 곡 <Don't Give Up>, 풍의 감각적인 뉴 웨이브 사운드가 인상적인 [Big Time]등은 잘 알려진 본작의 히트 싱글들이다. 피터 가브리엘이라는 아티스트의 가치를 알고 있다면 물론 히트 싱글들외에도 이들과 맞먹을 좋은 곡들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In Your Eyes>와 흡사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오프닝 트랙 <Red Rain>, 실험성이 가장 돋보이는 아름답고도 묵시적인 트랙 <We Do Wat We're Told>, 그리고 마지막 트랙이며 주술적인 <This Is the Picture>등은 결코 간과될 수 없는 명곡들이다.

  • 감상 포인트 및 평가

피터 가브리엘의 음악은 전반적으로 어두운 색채를 띄고 있다. 그의 침침한 회색빛 어두운 색조와 월드 비트의 독특한 리듬감과, 드라마틱하고 과장된 목소리는 빚어내는 음악은 대중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So」만큼은 충분히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팝 감각을 겸비하고 있으며 동시에 그의 유니크한 실험 정신을 훼손하지 않고 있다. 「So」는 팝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해 온 피터 가브리엘의 노력이 대중적인 결실을 맺은 앨범이다. 그 열매는 팬들에게 쓴 인내를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달콤하다. (조영래, 1999.8, 아일랜드) ★★★★★

  • 관련 추천 앨범
Talking Heads 「Speaking in Tongues」
David Bowie 「Scary Monsters」
Sting 「Nothing Like the Sun」

3 허경[ | ]

1986년은 1975년 제너시스 탈퇴 이후 게이브리얼이 자신의 솔로 앨범들에서 해왔던 모든 실험과 노력이 완숙한 형태로 꽃핀 해이다. 1986년 5월 그는 대망의 5집 를 발매한다. 그보다 한 달 먼저 발매된 첫 싱글 'Sledgehammer'는 놀랍게도 미국 1위, 영국 4위를 기록했다. 앨범은 영미 모두에서 1위를 기록했으며, 이어졌던 싱글들도 'Don't Give Up' 영국 9위, 'In Your Eyes' 미국 26위, 'Big Time' 미국 8위, 영국 13위, 'Red Rain' 영국 46위 등 좋은 순위를 기록했다. 이렇게 모두 다섯 곡의 히트곡을 낸 앨범은 미국에서만 300만장 이상 팔리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아래에서는 앨범의 이러한 상업적 성공 이면의 음악적·실험적 성과들을 점검해 보도록 하자.

앨범의 제작자는 85년의 앨범과 같은 게이브리얼/라누아 콤비가 맡고 있다. 엔지니어는 라누아와 케빈 킬렌(Kevin Killen)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전 앨범이 당시 막 설립된 리얼 월드 스튜디오에서 기본적인 녹음·믹싱이 진행되었다는 점, 이후 리얼 월드 스튜디오·레코드 컴퍼니의 중요 멤버로 부각되는 데이빗 보트릴(David Bottrill)·데이빗 배스쿰(David Bascombe) 등이 보조 엔지니어 등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을 글자 그대로 '기라성 같은' 아티스트들이다: 드럼·퍼커션의 제리 마로타·마누 카체·스튜어트 코플랜드, 베이스·스틱의 토니 레빈·래리 클라인·빌 라스웰, 기타에 데이빗 로즈·다니엘 라누아·나일 로저스, 피아노·키보드·신서사이저·프로펫 등에 리차드 티·사이몬 클락, (일렉트릭) 바이올린에 샹카르, (백) 보컬에 로리 앤더슨·유순 두르·케이트 부시 등이 참여하고 있다. 피터 게이브리얼 자신도 피아노·퍼커션·신클라비어·CMI·프로펫·린 드럼 머신·CS80 등 신서사이저를 담당하고 있다. 정말 '초호화판' 멤버들이다.

이들 중 특히 주목할 만한 인물들은 새로이 등장한 드럼의 마누 카체(Manu Katche), 바이올린의 샹카르(Shankar), 게스트 보컬의 유순 두르(Youssou N'Dour) 정도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기라성 같은 아티스트들의 면면에 감탄하기보다는 먼저 앨범을 꼼꼼히 들어보고 분석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보다 더 호화판 아티스트들이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음악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졸작'에 불과한 수많은 앨범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 경우는 과연 어떠할까?

구체적 분석에 앞서 우선 앨범의 이해에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피터 게이브리얼의 말 한 가지를 인용해 보도록 하자: "리듬과 텍스츄어, 사운드에 온전히 바쳐졌던 와 이후 저는 제 기존 시스템을 벗어났던 거지요. 제가 에서 주목했던 것은 '노래'(songs)예요 ... 전 이전보다 좀 더 재미있게, 좀 더 열려 있게, 그리고 좀 덜 신비적이고 싶었어요 ... 그 사실과 그러한 사실의 부드러운 긍정 둘 다를 모두 포함한 '치료로서의 예술적 창조 작업'(creation as therapy)이 를 일관하는 핵심 요소예요 ... 는 이전 저의 어느 앨범보다 정서적으로 직접적인 표현 방식을 택한 앨범이에요."

앨범을 관통하는 한 마디 문장, 열쇠말은 '치료로서의 창조'이다. 게이브리얼은 특히 아내 질 게이브리얼과의 별거와 재결합 등 84-85년 동안 무척이나 어려운 시절을 보냈으며, 이러한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그가 택한 탈출구이자 구원의 방식이 바로 '치료로서의 예술 활동'인 것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앨범의 분석을 시작해 본다.

우리는 첫 곡 'Red Rain'이 시작되면 채 30초도 되지 않아 스피커에서 울려나오는 드럼·베이스·기타·키보드의 앙상블에서 실로 놀라운 '사운드적 충격'을 느끼게 된다. 그룹 폴리스 출신의 드러머 스튜워트 코플랜드의 하이-해트 사운드로 시작되는 이 곡에서 들려오는 게이브리얼의 보컬은 가히 절정의 기량과 호소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레빈의 베이스 또한 단순한 반주의 차원을 넘어선 자신만의 예술적 표현 영역의 구축에 성공하고 있다. 이 곡을 포함하여 앨범의 사운드가 들려주는 전체적 질은 가히 최정상급이며, 이는 물론 프로듀서 라누아와 새로운 스튜디오 리얼 월드 덕분이다. 한편 게이브리얼이 연주하는 피아노는 이 곡뿐 아니라 앨범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주는 음악의 정서적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앨범에서 피아노와 신서사이저는 깊이 있고 그윽한 베이스와 어울리면서 고통에 지친 화자의 마음을 섬세하게 어루만져 주는 치료적 요소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편 'Red Rain'의 가사는 '붉은 비'라는 강렬한 이미지의 제명이 보여주는 것처럼 1집의 'Here Comes The Flood'에 이어지는 내면적 무의식의 분출, 홍수를 다루고 있다: "저는 몇 년 전에 똑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곤 했어요. 전 큰 파도가 치는 검붉은 바다 위에서 헤엄을 치고 있어요. 전 바다가 하얀 두 개의 벽에 의해 갈라질 때 거대한 소용돌이가 나는 것을 기억해요 ... 전 붉은 바다와 붉은 비가 내리는 이 이야기를 거부된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데 썼어요 ... 전 고통스러운 감정이 드러내지지 않으면 그것이 곪고 더 커질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밖을 향해 터져 나온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개인적 감정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으면 그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홍수처럼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게 되지요." 이는 물론 19세기 에너지 보존 법칙에 입각했던 프로이트의 고전적 정신분석 이론에서도 지적되고 있는 바이다. 과연 '붉은 비'는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들에 지쳐 있는 우리들의 무의식 위로 홍수처럼 쏟아지는 우리 자신의 무의식적 감정, 느낌의 토로이다.

싱글 'Sledgehammer'는 그가 어린 시절 즐겨 듣던 60년대 (모타운 사운드적) 소울 음악에 바치는 오마쥬이다. 이 곡에서는 그의 곡으로는 오랜만에 혼 섹션 파트가 등장하는데, 이 브래스 혼 파트는 아프리카 출신 프랑스인 카체의 드럼과 레빈의 베이스와 멋들어지게 어울리면서 'Sledgehammer'를 2000년 3월 현재까지 그의 유일한 전미 1위 곡으로 끌어올리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곡의 내용은 중층적이고 은유적인데, '쇠망치'를 뜻하는 제명은 소울 음악의 본질이 그러했던 것처럼 성적 비유를 담고 있다. 한편 게이브리얼은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좋은 책이란 마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쇠망치 같아야 한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대화,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서 성을 말하고 있다: "제가 이 노래에서 한편 말하고자 했던 것은 연인들 사이에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때론 섹스가 이 얼어붙은 관계를 깨는 무엇보다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에요."

한편 그는 4집의 초현실적인 비디오 클립 'Shock The Monkey' 이후 본격적으로 뮤직 비디오의 가능성을 천착해 왔는데, 특히 토킹 헤즈의 데이빗 번(David Byrne) 등과 작업했던 스티븐 R. 존슨(Stephen R. Johnson)이 제작한 이 곡의 '클레이메이션'(claymation) 비디오 클립은 음악 전문지 <The Rolling Stone>이 93년 10월호에서 발표한 특집 '역대 뮤직 비디오 100선'에서 당당 1위를 차지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다음 곡 'Don't Give Up' 역시 영국에서 싱글로 발매되어 9위에 오른 곡인데, 곡을 리드하는 레빈의 베이스가 두드러진다. 특히 마지막 부분의 페이딩 솔로 베이스는 이미 재결성 킹 크림즌의 멤버로 활동하던 레빈의 역량이 유감 없이 발휘된 부분이다. 게스트 보컬로 참여한 케이트 부시(Kate Bush)와의 듀엣으로 부른 이 곡은 원래 게이브리얼만의 솔로 보컬로 이루어진 곡이었으며, 대부분의 다른 곡들과 마찬가지로 앨범 수록 이전에 수많은 다른 '실험 버전들'이 제작되었었다. 그 버전들 중 하나는 가스펠-컨트리 스타일이었으며, 노래를 주의 깊게 들으면 이러한 영향이 앨범 버전의 피아노 파트에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대 더스트 보울(Dust Bowl) 지역 농부들의 어려운 상황을 그린 이 곡의 내용은 게이브리얼로 하여금 '아름다운 음악과 가사로 인하여 용기를 얻었다'는 수천 통의 편지를 받게 만든 계기가 되기도 한다(가사 참조). 게이브리얼의 피아노 소리가 어둠 속의 빛처럼 나직하고 부드럽게 울려 퍼지는 다음 곡 'That Voice Again'은 제명처럼 '나는 너의 목소리를, 바람 소리를 듣고 싶고, 너와 함께, 너와 좀 더 가까이 있고 싶지만, 내 머리 속에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심판하며, 모든 것에 자신의 색깔을 덧입히는 그 목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아 ... 오직 사랑만이 우리를 사랑하게 할 수 있어(only love can make love)'라는 가사를 담고 있다. 한편 이 곡에서는 제너시스 이후 10년만에 처음으로 12-현 기타가 사용되고 있다.

[포기하지 말아요 Don't Give Up]

이 자랑스런 땅에서 우린 강하게 길러졌지
사람들은 항상 우리를 자랑스럽게 여겼지
어른들은 언제나 투쟁하고 또 이기라고 말했지
하지만 내가 무너지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

이제는 더 이상 싸울 것도 없어
그게 아니라면 난 단지 모든 꿈이 깨져 버린 한 인간일 뿐
난 내 모습도 바꾸고, 심지어는 이름마저도 바꿔 보았어
하지만 세상은 네가 넘어졌을 때 아무도 널 원하지 않아

* 포기하지 말아요 - 당신에겐 친구가 있어요
  포기하지 말아요 - 당신은 아직 패배하지 않았어요
  포기하지 말아요 - 난 당신이 잘 할 수 있다는 걸 알아요

주변에서 언제나 보아 오긴 했지만
내가 이런 느낌을 갖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
우린 정말 마지막까지 버틸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세상이란 참 이상한 거야

지난밤엔 차를 몰고 고향을 갔었지
내가 태어난 곳, 그 호숫가엘 말이야
날이 밝았을 때, 고향의 모습이 내게 펼쳐지더군
예전의 나무들은 불타 버리고 이젠 재가 되었어

** 포기하지 말아요 - 당신에겐 우리가 있어요
   포기하지 말아요 - 우린 뭐 그렇게 많은 게 필요하지 않잖아요?
   포기하지 말아요 - 왜냐고요? 우리에겐 우리 모두를 함께 품어 주는 그 곳이 있잖아요

   지금은 그냥 쉬어요 - 당신은 너무 걱정을 많이 해요
   다 잘 될 거예요 - 그리고 견디기 힘든 일이 생기면 우리에게 기대어 쉬면 되잖아요
   포기하면 안돼요 - 정말 포기하면 안돼요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고 싶어, 더 이상은 못 견디겠어
옛 다리 위에 서서 다리 아래를 쳐다볼 테야
어떤 일이 닥쳐도, 어떤 일이 생겨도
저 강은 흐를 테니까, 저 강은 흐를 테니까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갔었지, 정착하려고 노력도 많이 했었어
하지만 어떤 직업에도 너무 많은 사람들, 아무도 원하지 않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었어

*** 포기하지 말아요 - 당신에겐 친구들이 있어요
    포기하지 말아요 -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포기하지 말아요 -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포기하지 말아요 - 당신에겐 아직 우리가 있어요
    지금 포기하지 말아요 - 우린 당신 지금 그대로가 자랑스러워요
    포기하지 말아요 - 인생이 항상 그렇게 쉽지는 않았잖아요
    포기하지 말아요 - 왜냐고요? 우리에겐 우리 모두를 함께 품어 주는 그 곳이 있잖아요

LP 뒷면의 첫 곡 'In Your Eyes'에는 WOMAD를 통해 그가 서구 팝계에 처음으로 존재를 알린 세네갈의 뛰어난 싱어 유수 은두르가 게스트 보컬로, 인도 출신의 전위적 실험적 뮤지션 라비 샹카르가 일렉트릭 바이올리니스트로 참여하고 있다. 한편 1996년 발매된 CD-롬 에는 이 'In Your Eyes'에 대한 다음과 같은 해설이 붙어 있다: "처음 아프리카 음악을 배울 때 저는 그들이 낭만적 성적 사랑과 영적 사랑을 함께 노래하는 것에 매료되었어요. 그들의 종교적 관념에선 낭만적 성적 사랑과 영적 사랑이 분리되지를 않았거든요. 우리 서양에서는 이 둘을 분리하는 경향이 강하잖아요. 아프리카의 전통적 사랑 노래의 가사에서 신에 대한 사랑과 육체적 사랑을 구분해 내기는 참 어려워요. 개인의 낭만적 사랑이 - 적절한 균형이 이루어진다면 - 분명 신성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보거든요. 저도 이 노래 가사에서 가급적 애매한 표현들을 써서 두 사랑을 잘 구분 못하도록 했어요. 누군가 육체적으로 끌리는 사람과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이후의 정신적 유대감을 이끌어내는 건 분명 육체적 매력이에요."

그는 3집 이후의 음악적 실험과 WOMAD의 경험을 통해 자신이 속한 문화 이외의 정서 표현 방식을 자신의 음악에 도입하고 있다. 물론 게이브리얼 자신의 말처럼 이 노래의 '눈'이란 의심의 여지없이 문화를 초월한 인간 보편의 심성, 즉 '마음의 창'이란 명제를 나타내는 상징이다: "저는 상대가 누구이든 어떤 지위에 있는 사람이든 상관없이 당신은 그의 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의 모든 생각을 느끼고 알 수 있고, 또 그와 대화할 수 있다고 믿어요. 물론 제가 무슨 예언자처럼 굴려는 건 아니지만 말이에요." 이 노래는 모든 곡이 아름답고 뛰어난 앨범 중에서도 'Don't Give Up'과 함께 가장 아름답고 서정적인 트랙으로 꼽을 만 한데, 게이브리얼은 자기 공연의 말미를 - 이전 'Biko'로 마무리하던 보다 어두운 시절의 라이브와 달리 - 이후 이 두 곡으로 장식하곤 하게 된다.

'Mercy Street'는 '자비의 거리'라는 제목처럼 이해와 관용을 바라는 한 인간의, 거의 구도적인 소망을 담은 곡이다. 이 곡은 '치료로서의 창조 행위'라는 본 작의 주제에 걸맞게도 '치료로서의 글쓰기'(writing as therapy)에 관한 곡이다. 이 곡에는 'for Anne Sexton'이란 부제가 붙어있는데, 미국의 평범한 주부였던 앤 섹스튼은 이상적 '아버지 상'(father figure)에 관련된 정신적 문제를 가졌던 여성인데, 그녀는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치유하기 위한 글을 써보라는 정신과 의사의 조언을 받아들여 <To Bedlam And Par Away Back>이란 일련의 글들을 썼는데, 그 중에는 <Mercy Street>라는 미발표의 희곡과 시집이 포함되어 있었다. <Mercy Street>는 - 그것이 신이든 의사이든 신부이든 또 무엇이든 - 한 여성, 인간이 의지하고 신뢰할 수 있는 '아버지 상'에 관한 연극이다.

이에 대한 음악적 화답인 게이브리얼의 곡 'Mercy Street' 역시 이러한 꿈의 이미지와 메시지로 가득 찬 곡이다. 노래의 후렴에서 게이브리얼은 '자비의 거리를 꿈꾸며, 너의 속마음을 드러내, 자비의 거리를 꿈꾸며, 너의 아버지 팔에 다시금 안기어, 자비를 꿈꾸며, 그것이 너의 한숨을 가져갈 거야, 자비의 거리를 꿈꾸며'라고 노래한다. 그는 86년의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그녀를 살게 만들었고, 그녀에게 삶의 의미를 주었어요. 그리고 이제는 그녀의 그런 추구, 노력이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지요."

'최고·일류'를 뜻하는 'Big Time'은 현대 사회에서 거의 종교·신의 위치를 차지한 '성공'(success)에의 맹신을 풍자하는 곡이다. 앨범의 가사에는 제명 뒤에 부제처럼 'suc cess'라고 적혀 있는데, 이렇게 글자를 떼어놓으면 앞부분 'suc'의 발음은 영어의 비속어 'suck'(성기를 빨다)과 같은 발음이 되어, '엿먹어라!' 정도의 뜻이 된다. 이 곡은 미국 8위에 올라 그의 두 번째 (그리고 현재까지 마지막) 전미 탑 10 히트곡이 된다.

마치 킹 크림즌 재결성 3집 <Three Of A Perfect Pair>(84) 수록곡 'Nuages (That Which Passes, Passes Like Clouds)'를 연상케 하는 다음 곡 'We Do What We We're Told - Milgram's 37'는 게이브리얼의 표현대로 '텍스츄어와 분위기'가 중심 테마로 작용하는 이질적인 곡이다(이 곡은 원래 에 수록될 예정이었으나 에 실린 곡이다). 제명인 '우리는 명령받은 대로 행동한다 - 밀그램 37'에는 특이한 배경이 있다.

미국의 심리학 교수인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은 독특한 심리학 실험을 행한다. 실험자인 학생들은 피실험자인 환자들에게 전기 충격을 가하는 실험을 '명령'받는다. 그러나 처음에는 약하게 진행되던 충격의 강도는 곧 인간이 견딜 수 없는 강도에까지 이르게 되고, 환자들은 고통에 못 이겨 소리치게 된다. 그러나 학생들은 '명령'받은 대로 환자들의 고통을 무시하고 전기 충격 버튼을 눌러야 한다. 그러나 실제 실험에서 전기 충격 장치는 작동하지 않으며, 다만 미리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가짜 환자들이 충격의 강도에 따라 고통을 느끼는 것처럼 거짓으로 행동하게 되어 있다. 이 사실을 모르는 것은 다만 '실험자'인 학생들뿐이다. 따라서 실제로 실험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환자들이 아니라, 실험자인 '학생들'이다.

이러한 괴상한 실험은 '인간이 한 조직 내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명령을 수행할 때, 그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갖게 되는가'를 알기 위한 실험이다. 쉽게 말하면 이는 일제의 마루타 실험이나, 나치의 수용소에서처럼 극한적 상황에 놓인 개인(예를 들면 말단 병사)의 심리 상태와 태도를 알기 위해 고안된 실험이다. 결과는? 몇몇 학생들은 충격 버튼을 누르기를 거부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괴로워하면서도(?) 여전히 '명령받은 대로' 버튼을 눌렀다. 여하튼 괴로워했든 그렇지 않았든 이 실험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명령을 충실히 수행한' 학생의 비율은 무려 80%에 가까운 수치였다! 이것이 인간의 본성일까?

곡의 말미를 게이브리얼은 이렇게 마무리짓는다: "하나의 의심, 하나의 목소리, 하나의 전쟁, 하나의 진리, 하나의 꿈" - 그것이 부정적인 것인지 긍정적인 것인지는 각자가 판단할 뿐이다. CD의 마지막 보너스 트랙 'This Is The Picture'는 1984년 1월 1일 전세계에 생중계되었던 백남준의 비디오 기획 <Good Morning, Mr. Orwell>을 위해 작곡된 곡이다. 곡은 미국의 전위 뮤지션 로리 앤더슨(Laurie Anderson)과의 공동 작품이며, 노래도 두 사람이 함께 출연하여 불렀다. 이 곡은 따라서 앤더슨의 앨범 <Mr. Heartbreak>(?년)에도 'Excellent Birds'라는 제명의 상이한 버전이 실려 있다. 거의 같은 멤버들이 연주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판단으로는 본 게이브리얼 앨범의 새로운 믹싱 버전이 전자를 압도하는 사운드적 안정성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획득하고 있다.

이상 대략적으로 살펴본 바와 같이 전체적으로 앨범의 사운드는 녹음·믹싱·엔지니어링 등 기술적 측면에서 완벽하며, 86년 당시의 기준에서는 가히 '충격적'이다 - 사실 지금 들어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물론 게이브리얼이 자신의 전 재산을 들여 막 설립한 리얼 월드 스튜디오 덕분이다(심지어 아직 완성조차 되지 않은 상태였다). 앨범 사운드의 비밀은 물론 기존의 다양한 어쿠스틱·일렉트릭·일렉트로닉 악기들의 소리들을 효과적으로 결합한 '컴퓨터 테크놀로지'에 있다. 여기서 사운드의 측면에서 그의 솔로 앨범을 지배하는 악기들의 변천을 정리한 평론가 크리스 웰치의 탁월한 지적을 들어보자:

"의심의 여지없이 게이브리얼이 이전 앨범들에서 사용한 주요 악기들은 노래들의 구상과 구조에 큰 영향을 미쳤다. 1집에서 그는 주로 피아노를 사용했으며, 2집에서는 새롭게 개발된 린(Linn) 드럼을 사용했다. 3집에서는 프로펫(Prophet)이, 4집에서는 페어라잇(Fairlight)이 그 역할을 담당한 반면, 에서는 컴퓨터 테크놀로지에 크게 의존했다."

물론 에는 1-4집의 모든 악기들이 골고루 사용되고 있으나, 새로이 설립된 스튜디오와 새로 채용한 신개발 전자 악기·기계들이 들려주는 '소리'는 단순한 음향적 측면에서도 1-4집의 성과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 모든 공은 물론 게이브리얼 자신 그리고 특히 프로듀서 다니엘 라누아에게로 돌아가야만 한다. 라누아는 실로 인생과 음악의 양 측면에서 자기만의 '어두운' 시기를 지나 보다 열린 '밝은' 세계로 나아가려던 당시의 게이브리얼에게 가장 적합한 프로듀서였다. 라누아는 게이브리얼이 이제껏 자신의 다섯 장 앨범들에서 추구해 왔던 음악적 실험의 성과를 충분히 포섭하면서도 그 위에 상업적 대중성과 정치적 저항성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게이브리얼만의 그릇'을 만들어 내기에 최적의 공간을 창조해 주었다.

는 한 마디로 그가 75년 그룹 탈퇴 이후 행해 왔던 모든 실험과 성과가 가장 완숙하고 정교한 형태로 혼합된 우리 시대의 '걸작'이다. 앨범은 그야말로 음악적 완성도, 대중성, 비타협성의 측면에서 모두 '만점'이다. 그러나 앨범에서 우리가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점은 그가 자신의 음악을 '타락'시키지 않은 채, 아니 보다 비타협적이고 보다 더 자기 자신의 모습에 충실한 채로 이 모든 것을 성취했다는 사실이다(실상 이른바 프로그레시브·아트 록으로 분류되었던 아티스트들 중 자신의 음악성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이 정도의 대중적 성공을 거둔 경우는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과 피터 게이브리얼의 본 작 정도밖에는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앨범에 나타난 모든 사상은 그가 이후 추구해 온 생각의 필연적인, 더욱 완숙한 결론이다. 더욱이 앨범에 담겨 있는 음악은 - 이후 그가 창조해낸 '두렵고 무시무시한' 살과 몸의 음악을 뛰어넘어 - 이전보다 훨씬 부드럽고 성숙한 애정으로 가득 차 있으며, 따라서 듣는 이는 이 '슬프고 아름다우며 또한 즐거운' 앨범에서 따듯한 위로와 애정의 느낌을 받게 된다. 그는 서른 여섯 살이 된 1986년의 5집 에서 비로소 자신의 음악적 개성과 색깔을 완전히 구축한 것이다. --사용자:허경, 2003

4 참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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