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천

Jmnote (토론 | 기여)님의 2017년 5월 7일 (일) 16:17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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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마을

1 # 기대 혹은 상처에 관하여[ | ]

非犬이라는 말은 없지만
非人間이라는 말은 있다.
그것은 애초에
개에게 거는 기대와
인간에게 거는 기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대란 항상 어긋나기 마련인 것.
기대하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상처받지 않는다.

2 # 씨스템 전원[ | ]

‘이제 씨스템 전원을 끄셔도 됩니다.’
화려하게 빛나던 배경색을 모두 지워버린 채
까만 바탕에 붉은 고딕 글씨가 떠오른다.
갑자기 막막해진다.

이제 전원을 끄고 나면 그대와 나의 연결은
끊길 것이다.
씨스템 전원을 내리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나
씨스템 전원을 끄듯
그렇게 쉽게 마음이 정리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마음속에 흐르는 전류까지 씨스템 전원을 내려버리듯
그렇게 내려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막막하고 가슴이 아프다.

‘이제 씨스템 전원을 끄셔도 됩니다.’
무표정한 고딕 글씨를 마주하고 하염없이 앉아 있다가
견딜 수 없어 또다시 리스타트 스위치를 누르고
클릭, 클릭으로 당신을 찾아나서지만
그러나 이미 당신은
함께 있었던 그 자리에 없다.
씨스템 전원을 내려버린 당신,
사랑한다.

3 같이 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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