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

1 뮤즈에 중독되기까지

요 밑에 2001년 리뷰라고 써있는걸 보니 그때였나보다. 회사다니면서 그냥 좀 지겨웠던 나는 음악 무가지에 기고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때 썼던 리뷰중 하나가 뮤즈의 1집이었다. 그 즈음 국내 발매되었던 모양. 아유 그냥 라디오헤드 짝퉁이네 그러고 싫어하는 밴드 목록에 넣었다.

이후 어쩌다보니 음반이 손에 들어오기도 했었지만 여전히 평가절하하고 있었다. 내한공연을 많이 온다는 것이나 실력도 별로인거 같은데 인기가 생기는거 같아서 더 싫어했다. 심지어 2010년 지산에 공연왔을때는 그냥 피곤하다는 이유로 나름 헤드라이너인데 공연을 제끼기까지 했다. 이정도면 정말 격한 디스라고 할 수 있겠다. 별로 이유도 없는데.

그러다가 누군가 LP를 싸게 팔길래, LP로 들으면 나을까 싶어서 구해 들어봤지만 이전에 비해 평가가 나아졌을 뿐 귀에 쏙 들어오진 않았다. 내 귀에 들어오든 말든 뮤즈는 어느새 라디오헤드만큼 돈버는 밴드로 성장해버렸다.

2013년에 현카 시티브레이크의 헤드라이너로 메탈리카와 뮤즈가 왔는데, 이것까지 제끼긴 좀 그래서 드디어 뮤즈의 공연을 봤다. 사운드상으로 식상한건 맞지만 라이브는 정말 잘하더라고. 그리고 매튜 벨라미의 울먹거리는 보컬에 조금 중독되어가고 있었나보다. 그래서 이젠 싫어하는 밴드에선 빼기로 했다.

얼마전 일본 갔을때 뮤즈의 최근작 Drone LP가 역시 싸게 놓여있어서 한번 사봤다. 들어보니 역시 이전과 유사한 사운드. 하지만 이제 매튜의 보칼 자체를 즐기게 되었다. 즉 곡들이 개별적으로 귀에 들어오진 않고 마치 앰비언트처럼 매튜의 노래에 가끔 질주하는 연주가 깔리는 그런 밴드다. 이런게 복면가왕을 듣는 재미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들 음악대장이 불러주면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그의 목소리에만 집중하잖나. 오 사람이 저렇게 노래도 가능하구나... 하면서. 저렇게 노래할 수 있으면 기분이 좋겠군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내가 좋아하는 보컬 스타일은 전혀 아니다. 프레디 머큐리처럼 가창력이 뛰어난 보컬은 별로 좋아해본 기억이 없다. 나는 로저 워터스나 데이빗 실비언 같은 보컬을 좋아한다.

어쨌거나 데뷔때부터 지켜봐온 밴드이고 멤버들이 다들 77, 78년생이니 동세대 밴드라고 할 수 있다. 응원까지는 안하더라도 이전에 비해서는 덜 심드렁하게 바라보게 될 것 같다. --Pinkcrimson (토론) 2016년 8월 14일 (일) 00:48 (KST)

2 Showbiz

  1999, UK

아주 친한 모 여성 평론가는 개인적인 대화에서 래디오헤드가 90년대의 가장 중요한 밴드가 된 것은 음악적 완성도와 대중적 파급력뿐만 아니라 바로 씬을 형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예로 이 Muse를 들었다.

사실 매튜 벨라미의 보컬은 래디오헤드의 탐 요크 뿐 아니라 90년대 포크계의 최고 스타중 하나인 엘리엇 스미스, 강렬한 솔로음반 하나를 남겨두고 죽어버린 제프 버클리와도 상당히 유사하다. 단지 탐 요크를 더 연상시킨다는 것 뿐이다(노래하면서 징징거리는 것만 좀 덜했으면 좋았으련만...-_-;).

모던락쪽은 대체로 루져분위기의 음악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그중에서도 비장미 넘치는 밴드들이 호평받는듯 하다. Muse의 이 데뷔앨범은 그런 분위기에 꼭 맞는 음반이다. 기타소리를 과다하게 변형/증폭시켜 처절한 사운드를 만들고 그 위에 매튜가 얹는 절규는 종종 래디오헤드보다 낫다. 그리고 3인조라는 밴드 구성은 이들의 음악에 적절한 여백을 주고있다. --거북이, MUdi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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