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Crimson200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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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 Crimson @ Tokyo, Japan - October 8, 2000

박경신, mailto:rajaze@hanmail.net

안녕하세요 주로(?) ROM인 박경신입니다.

제가 지난 주 일본 동경에서 킹크림슨의 라이브를 보고 왔습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할 수 있게 되기라고는 꿈에도 생각치 못했습니다. 지금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지난 주 일요일 출장차 동경에 갔었습니다. 늘 혼자 출장을 다니는 팔자라 월요일 묵고 있던 호텔을 나와 근처 편의점이 있는 빌딩 지하로 갔었습니다. 지하에 아이리쉬 호프가 있었는데 맥주집앞에 비치된 'Tokyo Classified'라는 동경에 사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생활 정보 무가지를 한 부 집어들었습니다. 호텔방에 다시 들어와 무료히 그 잡지를 보다가 콘서트란에서 King Crimson이라는 두 단어가 제 눈을 확 잡아 끌었습니다. 10/3~5, 10/7 공연이더군요. 3일 저녁에서야 확인하고 예약을 하려고 전화를 돌렸더니 자동응답 메시지만 흘러나오면서 또다른 전화번호를 불러주는 것 같았습니다. 호텔 직원에게 부탁하여 사정을 설명하고 전화를 부탁했습니다. 근무시간이 끝나 다음 날 새 전화번호로 전화해 보라는 거였습니다. 다음 날 또 호텔직원에게 예약을 부탁했는데 이미 예약분은 모두 팔린 상태고 현장 티켓을 사야한다는 거였습니다. 7시 공연시작이고 5시부터 현장발매를 한다더군요. 일본의 악명높은 '오다쿠'가 생각나서 날새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는지 두려워지더군요. 혹시나 해서 4시 30분경 공연장인 시부야 고카이도(시부야 공회당!)로 갔더니 의외로 한산하더군요. 속으로 쾌재를 불렀죠.

그런데 한 일본인이 다가오더니 공연보러왔냐고 하더군요. 그러면 자기한테 표를 사라는 거였습니다. 이런 왠 암표상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내가 일본어를 못한다고 하자 자기 핸드폰에 7000이라고 찍더니 티켓의 가격을 보여주더군요. s석이었고 7500엔이었습니다. 이게 왠 떡이냐! 참고로 a석은 6500엔인데 그녀석한테 한장을 샀습니다. 아! 그 뿌듯함.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근처 SubWay에서 마음편히 간단히 요기를 하고 공연장으로 다시 올려갔습니다. 6시 30분, 입장이 시작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세겹으로 접혀져 줄을 서서 입장하고 있었고 근처에선 사람들이 전단지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아! Kansas 공연이 또 12월에 있다는군요. 복받은 녀석들!

그리고 예의 그 잡지에서 보았던 Crimson Night을 한다는 록 바의 전단지도 받고...이것이 다음날 또다른 즐거움의 원천이 되었지요. 이 이야긴 나중에...

공연장 건물 입구에 들어서니 한켠에서 CD를 팔고 있었습니다. 난리더군요. 20대부터 40대 간간히 50대로 보이는 할아버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건 여성 동지들도 꽤 있다는 거였죠. 나의 머리는 상당히 혼란스러웠습니다. 이들이 모두 KC의 팬들인지... 그냥 남자친구 좋아해서 잘 알지도 못하고 온 건 아닌지... 그 의문은 다음날 바에서 답을 들었죠.

팜플렛을 거금 2000엔을 주고 사서는 좌석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S인데도 불구하고 2층이더군요. 무대에서 너무 멀어 좀 아쉬었지만 이미 물건너 갔죠. 아 정말 놀랍더군요. 수 천명의 관중이 위아래 꽉들어차 거장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더군요. 전 예바동에 되는 대로 리포트를 올려야 된다는 사명감에 전날 아키하바라에서 산 워크맨을 숨겨들여오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쉬워 다이어리와 볼펜을 끄집어냈습니다.

무대에서는 크림슨 스타일의 음악이 조그맣게 흘러나오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조명이 나갑니다. 여기저기서 함성이 터져나옵니다. 아 드디어 드디어 그들이 나올려나 봅니다.

...여기서 잠깐 끊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본 공연의 내용을 설명드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곡명과 무대 분위기를 메모하려고 했지만 사실 요즘 KC의 곡은 Discipline 이후로 들어본게 없어서 모르는 곡들이 많았습니다. 누가 메일링 리스트나 인터넷을 통해 곡 리스트를 알려주시면 공연 스케치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Floydian 박경신

박경신입니다.

말만 띄워 놓고 후속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공연중 메모한 것을 찾지 못해 그랬습니다. 준식님 리스트 대단히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그럼..본격적으로 공연스케치를 들어가보겠습니다.

전 4일의 공연을 보았구요 라인업은 다음과 같습니다.

Adrian Belew guitar and vocal Robert Fripp guitar Trey Gunn bass touch guitar, baritone guitar Pat Mastelotto drumming

무대 상단에는 좌우로 흰 스크린이 쳐저 있고 중앙 후위에 드럼, 그 앞에 약간의 원형 공간이 형성되어 있고 그 우측에 의자 하나와 기타, 좌측엔 역시 기타들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드디어 조명이 나가고 여기저기서 함성이 터져나옵니다. 잠시 후 붉은 조명이 무대를 비추고 그들이 들어옵니다. 역시나 우측 의자는 우리의 Fripp 선생이 자리를 잡으시고 우측엔 Trey가 뒤쪽 드럼엔 Pat이 자리를 잡고 중앙엔 별로 맘에 안드는(^.^) Arian이 자리를 잡고 기타를 챙깁니다. 상단 스크린엔 싸이키델릭한 그래픽이 비취지고 첫 번째 tune이 시작됩니다.

아! 세상에나 기대치 않았던 Red가 첫곡으로 연주되는 겁니다. 저뿐 아니라 상당히 의외의 선곡이었나 봅니다. 다들 너무나 좋아하더군요.

Arian이 그나마 제일 활동적으로 모션이 있었고 나머지는 Fripp 선생을 비롯하여 묵묵히 연주에만 열중하더군요. Pat은 그 육중한 몸집을 과시하듯 파워풀한 드러밍을 보여주고, 제일 신기하게 보였던건 처음보는 bass touch guitar를 연주하는 Trey은 손놀림이었죠. 일반 bass 보다는 더 크던데 두 손이 마치 판토마임을 하듯, 마치 여성의 몸을 애무하듯(야했나요?), 물결치듯이 기타 넥에 거의 동시에 머물며 연주합니다.

우리의 Fripp 선생은 역시나 희끗희끗한 머리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비껴 앉아 묵묵히 장인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멤버중 유일하게 검은 재킷을 걸친 것 같더군요. 나머지 멤버는 모두 검은 티에 검은 바지로 통일했는데 Pat의 티에만 반인반마의 센토가 흰색으로 프린팅되어 있었죠. Pat은 장발이지만 약간 머리가 벗겨졌는데 그 변화무쌍하고 엇박의 연주를 완벽하게 연주해 냅니다.

첫곡이 끝나자 관중들의 감격에찬 환호가 이어지고 Red의 긴장감을 반전시키듯 두번째곡 Thela Hun Ginjeet이 터져나옵니다. Adrian의 목소리를 실제 처음으로 들어보는 순간이있죠. 생각보다 의외로 노래를 자연스럽게 잘 부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고음에서 약간 꺽이는 것이 매력적이데요.

이번 투어의 목적은 신작 The ConstruKction of Light의 발매에 이어진 것인데 3번째로 TCOL을 연주하더군요. 역시나 Adrian 특유의 약간의 빠다맛이 느껴지는 곡이지만 아무리 색깔이 변해도 KC는 KC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막의 그래픽과 조명은 곡마다 바뀌고 네번째곡 ProzaKc Blues가 연주될 때는 녹색 조명이 비칩니다. 곡이 잘 생각이 안나지만 예전의 서정적인 맛도 약간 느껴지는 수작인 것 같네요. 연주가 끝나고 Adrian의 한마디, 굵은 목소리로

Thank You Very Much!

소맨쉽이라고 해야 겨우 Adrian은 거의 제자리에 서서 약간씩 다리를 좌우로 흔들며 연주하는 것이 전부이고, 맨트도 이말과 토교에 대한 짧은 인사가 전부였죠.

다음 곡은 그나마 제게 익숙한 Fractured였군요(다시 한번 준식님 감사!). 의외의 중기곡이 또 한번 반가움을 선사하네요. Trey는 간간히 Pat 쪽으로 물러나 Pat옆에 비치된 악보를 보며 Pat의 드럼 연주와 호흡을 맞추려고 노력하더군요.

다음 곡 Flying Pan은 오토바이 엔진 소리처럼 구릉대는 소리와 함께 시작되어 B'Boom의 느낌을 주더군요. 그리고 이어지는 Frame by Frame, Adrian의 보컬이 힘차게 느껴집니다. 중간중간에 그나마 아는 곡들이 반갑게 뒤를 녹여줍니다.

Seizure가 연주될 때 스크린에 간간히 문자가 섞인 그래픽이 뜨는데 Sacrilici 처럼 보였습니다. 그래픽이 변화무쌍하게 색이 바뀌어 정확히 알아보기가 힘들더군요.

다음 곡에선 프로그래밍된 연주가 잘못나와 다른 곡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그래서 One Time으로 바꿔 연주되었죠.

이 곡이인지 잘 모르겠지만 간간히 아주 고음의 빠른 따따따따다 하는 소리를 내는데 이것은 Adrian이 피크로 기타 줄을 당기는 부위를 빠르게 쳐서 내는 소리더군요.

이어 Adrian의 힘찬 보컬이 매력적인 Dinosaur가 연주되고 Adrian은 기타를 바꾸고 Lark's IV를 연주하는데, 이미 준식님 리스트에 언급된 것처럼 Adrian의 기타 소리가 초반부에 나지 않았죠. 다소 시간이 흐른 후라 연주를 끊기는 힘들었는지 중간에 엔지니어가 살며서 들어와 기계를 손보고 최대한 무대에 보이지 않으려고 조명을 봐가서 퇴장합니다.

다시 신곡 CODA: I Have A Dream이 연주됩니다.

Tragedy of Kennedys, refugees, AIDS disease photos of Hiroshima, the Holocaust, and Kosovo Tim McVeigh, Saddam Hussein, the bombing of the World Trade hostages in Bosnia, atrocities, South Africa, abortion and Kevorkian, Vietnam, napalm, Lady Di, and Lennon died violet crime, Columbine, "I have a dream that one day..." Rodney King, O.J., symbols of our life and times, "One giant leap for mankind"

마치 Roger가 Final Cut에서 울부짓던 것과 유사한 세상의 모든 부조리에 대한 반항이 담긴 가사입니다.

정규 공연의 마지막은 Elephant Talk으로 마무리 됩니다. 익숙한 곡임을 눈치챘는지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들의 환호가 잠깐 스켜지나가고 Adrian의 보컬이 시작됩니다. 그 어정쩡한 코드를 잘도 따라 부르더군요. 전혀 기계조작을 않고 다양한 톤과 색깔을 잘도 목소리로 처리해냅니다.

이제 멤버들이 퇴장하고 환호성과 함께 어느덧 앵콜을 요청하는 박수가 누가 선동한 것도 아닌데 딱딱 박자에 맞춰 울립니다.

그러자 곧 Adrian이 혼자 무대로 올라와서는 통기타를 메고 Three of a Perfect Pair를 연주합니다. Adrian은 곧 일본에서 California Guitar Trio의 공연에 함께 할 예정이랍니다.

환호성과 함께 다시 나머지 멤버들이 잠시 땀을 식히고 들어옵니다. Adrian은 장난으로 은근히 무대에서 사라지려는 듯 조명가운데를 피하자 Fripp이었는지 다른 멤버가 중앙으로 떠밉니다.

다시 4명이 두 번째 앵콜곡 Oyster Soup을 힘차게 연주합니다. Fripp의 기타는 마치 피아노 소리로 돌변하여 경이로움을 안겨주더군요. 연주가 끝나고 다시 무대를 빠져 나갑니다. 조명은 여전히 어둡게 유지되고 관객들의 리퀘스트가 또 시작됩니다. 잠시 후 파란조명이 빨강게 바뀌고 두번째 앵콜로 Thrush(P3)와 VROOM을 연주합니다. 마지 로보트의 음성같은 소리가 들리고 Pat의 드럼은 훨씬 육중하게 마치 공룡의 발걸음같이 공연장을 흔듭니다. 다시 퇴장, 이젠 관객들도 여기저기 자리를 뜨는 사람들이 보이고, 그러나 여기서 아쉬움을 접을 수 없는 골수팬들은 여전히 박수로 그들을 부릅니다.

드디어 세번째로 무대에 등장합니다. 아마도 마지막 앵콜이 될 듯... 마지막은 "HEROES"로 장식됩니다. Adrian의 보컬이 "I will be a king"을 절규하며 그들의 역사적 공연이 마무리 됩니다. 조명은 밝게 들어오고 드디어 완전히 공연이 끝났습니다.

1층으로 내려오자 CD 판매대는 난리가 났습니다. 완전히 호떡집에 불났더군요. 포스터와 멤버의 싸인이 코팅되어 CD와 함께 제공됩니다. 아..사고는 싶지만 얇은 주머니가 무지 안타깝더군요. 그냥 입맛만 다시며 나왔습니다. 이러니 수많은 유명 밴드들이 일본 공연을 얼마나 고대하겠습니까?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틈에 끼어 전철역으로 내려오는데 문답은 세이부 백화점 앞에서 갑자기 강력한 alternative sound가 터져나옵니다. 거리에서 공연하는 삼인조 틴에이저 밴드더군요. Cross라는 이름인데 자신들의 앨범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더러 구경하는 이들도 보이고... 이렇게 그날의 공연은 추억으로 남겨지겠죠. 쩝... 글이 길어지며 영 맥빠진 글이 되고 만 것 같네요. 기대하신 분들께 죄송할 따름입니다. 저의 역량 부족을 용서하세요. 입만만 다시게 만든 것 같군요.

오늘 아침 신문에 엄청난 소식이 떳더군요. 내년 6월 판문점에서 The Wall 공연을 한다는군요. 신문에선 Pink Floyd라고 했지만 실제로 Berlin처럼 Roger와 Scorpions, O'conner 등 여러 뮤지션과 우리나라에선 서태지도 함께 할꺼라네요. 쩝 서태지때문에 표구하기 힘들겠네요. 참으로 신기하게도 오늘 아침 Pink Floyd 라이브 CD를 꺼내들고 지하철에서 들으면서 출근하다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예바동에서 단체 관람도 꼭 추진해야겠죠? 우리 다같이 계획이 취소되지 않도록 기대하죠.

그럼.... 행복한 하루 되세요. 물러갑니다.

Floydian 박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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